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403)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403화(404/668)
이능력자가 자기 이능력을 현실로 만드는데 가장 많은 참고가 된 건 객관적으로 재패니메이션 부류다.
‘솔직히 원나블 따라할 수 있으면 누구나 따라하고 싶기는 할 거야.’
몸이 고무처럼 늘어나지는 못하더라도, 손가락을 강화하여 총처럼 찌르는 건 하고 싶을 것이다.
다중환영분신술은 직접 하지 못하더라도, 손에 전격을 담아 찌르는 뇌절은 얼마든지 환영일 것이다.
무식하게 큰 대검을 작게 소형화는 것도 좋겠지만, 이기어검처럼 마나로 이루어진 수많은 검을 정렬시켜놓고 원격조종으로 휘두르는 건 그야말로 최고의 경지일 터.
하지만 이 세계, 대격변으로 인해 내가 알고 있던 것들과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검열서적들이 있는 보존서고에는 그런 자료들이 많이 남아있지만, 그걸 볼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따라서 이능력자들은 이능력 사용에 참고할 자료로 대격변 이전에 있던 자료들 중에서도 한 번 검열된, 어른의 사정으로 ‘이게 좋겠다’싶은 것들이 제공되었다.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지금 내 앞에 펼쳐지고 있는 이 청년-[매화검수] 진천우의 검.
“화산의 검을, 똑똑히 보아라!”
특정한 검로를 그리듯 검을 휘두른다.
검을 휘두를 때마다 검의 끝에서 머리색과 같은, 핫핑크 색깔의 매화꽃이 피어오른다.
환상이 아니다.
굳이 저 능력에 이름을 붙이자면….
[역시 매화검수. 검에서 마나꽃을 피어오르게 하는 능력의 보유자.]“마나꽃이 아니라, 검기다!”
이능력에 대한 명칭 공격으로 한 번 멘탈을 흔들어보려고 했지만, 매화검수는 자기 컨셉을 꽉 잡고 있어 흔들림이 없었다.
“피어나라, 검화!”
[RPG 게임에서 스킬을 쓰는 것 같군.]“스킬이 아니라, 초식이니라! 무협의 무자도 모르는 이 어리석은 자가!”
핫핑크 머리카락만큼이나 얼굴이 붉어진 매화검수가 나를 향해 계속 검을 휘두른다.
나는 그걸 뒷걸음질로 거리를 벌리며 피했고, 매화검수는 계속 거리를 좁히며 나를 검으로 베려고 했다.
“오행매화보로부터 도망갈 수는 없다!”
[하여튼 중국 쪽 이능력자들은 국제표준을 따르지 않아서 문제란 말이지.]나는 가볍게 도깨비방망이를 휘둘러, 매화검수의 검로를 틀어막았다.
카ㅡ앙.
“크윽!”
[내가 저격을 했다고 해서 잊은 건 아니겠지. 나는 원래 근접전이 전문이라는 것을.]“이 자식!”
[그리고 하던 말 마저 하자면, 국제표준에 따라 영어를 써라, 영어를.]콰ㅡ앙.
나는 매화검수가 반응하기 전에 먼저 다리를 휘둘러 놈의 허리를 걷어찼다.
제법 강한 마력을 담아 찼기에 놈은 그대로 옆으로 뛰며 거리를 벌렸고, 나는 자세를 바로잡으며 도깨비방망이를 놈에게 겨눴다.
[아니면 너도 확실하게 빌런 노선을 탈 건가? 자국의 고유명사를 그대로 쓸 거 아니면, 전 세계 사람들을 위해서 영어를 써라.]이 땅은 한국이지만, 나는 빌런이기에 영어 사용을 종용할 수 있다.
[혼돈. 매화가 영어로 뭔지 혹시 알고 있나?] [학명은….] [아니, 그냥 영어로.]학명은 뭔가 있어보이는 단어라서 안 된다.
[…Apricot?] [그렇군. 그럼 나는 지금부터 너를 매화검수가 아니라 ‘Apricot Sword Man’이라고 불러야겠어.]“흥…! 그러면 너는 ‘DoGGaeBi’라도 되는 거냐!”
[그걸 이제 알았나?]“뭐…라고….”
놀랍게도, 국제 히어로 협회의 빌런명칭으로 내 이름은 한국어 발음이 그대로 올라가있다.
[나 정도 되면 외국에서도 한국어 발음을 그대로 고유명사로 적용하거든. 그런데 너는? 누가 너를 매화검수로 불러주지? 중국인들? 중국 국영방송?]“크읏…!”
[해외 기자들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나? 그들은 너를 두고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군. 혹시 그냥 ‘미스터 진’이라고 부르거나, 그러지는 않겠지.]“도깨비!! 아가리 털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이능력으로 승부해라!!”
결국, 매화검수는 폭발했다.
“네가 정말로 이능력자라면, 자신의 이능력을 사용해 나를 상대하라!”
지금 열심히 풍둔을 사용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괜히 악마가 되어버릴 것 같아서 참기로 했다.
나는 관대하니까.
[좋아. 그렇다면 상대해주지. 네 컨셉에 맞춰서, 내가 아주 특별한 힘을 보여주마.]쿵!
나는 도깨비방망이를 바닥에 찍었다.
그리고 마력을 적절히 흘리며, 나를 중심으로 내 마력이 원형을 그리듯 공간을 펼쳤다.
도깨비방망이로 만든 원형의 진.
그것은 저 매화검수의 컨셉에 맞게 대응하자면, ‘진법’이라고 표현을 해야겠지.
“그, 그건…!”
까닥, 까닥.
나는 앞으로 손을 뻗어 그를 도발했고, 매화검수는 바로 검을 내게 찔렀다.
“일자혜검!!”
[기술명 외치면서 싸우는 건 이능력자의 소양이긴 하지.]찌르기지만, 그 찌르기에 담기는 기운이 예사롭지 않다.
무엇보다도 검을 찌르면서, 그 검에서 피어오르는 매화 모양 마나꽃에 담긴 ‘살기’가 장난이 아니다.
‘저게 다 꽃모양의 칼날이니까.’
본질만 두고 이야기를 하자면 검기라는 이름으로 휘두르는 칼날더미다.
그걸 지적하면 멘탈이 쉽게 흔들리지만, 이미 몇 번 흔들었기에 그 분노가 살의가 되어 나를 노리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는 말하는 게 입이 아플 뿐.
그 대신, 나는 기술로 대응한다.
타ㅡ앙!
“크윽?!”
검을 피하며, 동시에 몸을 숙여 어깨로 매화검수를 밀친다.
“무, 무슨…! 도대체 어떻게…?!”
매화검수가 놀라며 뒤로 물러난다.
딱히 크게 마력을 담아 공격한 것도 아니고, 도깨비방망이에 전력을 담아 휘두른 것도 아니지만, 가벼운 타격에 당했음에도 매화검수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린다.
“너…설마….”
[미안하지만, 이 반격기에는 딱히 기술명이라고 할만한 게 없다.]나는 다시 정자세를 잡으며 제자리에 섰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내면의 평화’라고 할 수 있겠지.]“내면의…평화…!”
매화검수는 어딘가 깨달은 듯한 얼굴로 눈을 크게 떴다.
“과연…. 마음을 비워 자신을 진정한 무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건가…!”
이해해서는 안 된다.
저건 저 인간만의 ‘이능력 사용 방식’이라고 할 수 있으며, 프로그램 언어로 치면 ‘화산C언어’라고 할 수 있다.
‘결사코드’를 쓰고 있는 내가 저걸 이해 한다?
앞으로 내가 쓰는 대부분의 기술들이 매화검수처럼 바뀌게 되겠지.
도깨비이십사수라거나, 도깨비질풍검이라거나, 도깨비걸음이라거나.
‘마지막은 괜찮을지도.’
“…그 기술, 약점이 명확하군. 그 영역 안으로 들어가지만 않으면 내가 멀리서 공격할 수 있어.”
[그래도 나름 S급이라고, 약점을 바로 알아차리는군. 하지만….]나는 다시금 손을 앞으로 뻗었다.
[두려운가?]“…이런 도발을 받고도 가만히 있는다면, 사나이가 아니지!!”
매화검수는 한껏 맑아진 얼굴로 다시 검을 움켜쥐었다.
“간다, 도깨비! 좀 더, 좀 더 나를 즐겁게 해다오!”
[……쯧.]잘못 걸렸다.
[네놈, 피닉스의 깃털을 노리는 자가 아니구나.]“흐, 흐흐….”
[피닉스의 깃털에 관련된 S급이랑 싸우고 싶어서 온 전투광이었군.]“그걸 이제 알았나!!”
매화검수가 다시금 나를 향해 검을 휘두른다.
“천류심화검의 힘을 똑똑히 보아라!”
검에서 불꽃같은 마력이 튀어나온다.
검신을 빙빙 휘감는 마력은 꽃잎처럼 흩날리고, 그 꽃잎은 불꽃의 소용돌이처럼 검끝에서 뿜어져나와 나를 향해 날아온다.
[개입….] [안 해도 된다.]혼돈이 걱정하듯 말했으나, 나는 가볍게 한 발을 옆으로 옮겼다.
[이미, 피했으니까.]“!!”
날아오는 공격을 읽는다.
꽃잎이 날아오는 궤적을, 검신의 끝이 닿는 궤적을 읽는다.
평소라면 불가능하겠지만, 도깨비방망이를 이용해 만들어낸 이능력의 ‘영역’ 속에서라면 가능하다.
사고의 가속.
느려지는 시간 속에서, 나는 천천히 몸을 조금씩 움직인다.
그 ‘천천히’라는 시간은 내가 느끼기에는 수 초에 이르지만, 매화검수에게는 1초도 되지 않을 짧은 시간.
[느려.]파ㅡ앙!
나는 매화검수의 공격을 피하며, 그를 내 앞으로 넘어지게 만들며 등을 손등으로 한 번 크게 때렸다.
마나보호막에 반응이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약한 공격이었지만, 결과만 두고 보면 또 이전과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
“나, 나의 천류심화검을 피하다니!!”
나는 제자리에서 종이 한 장 차이로 공격을 피했고, 심지어 매화검수에게 공격을 성공시켰다.
비록 데미지는 하나도 안 들어갔겠지만.
[너는, 나에게 벌써 두 번 죽었다.]“크윽…!”
공격을 당했다는 것만으로도, 매화검수의 자존심은 꺾이기 마련.
[한 번 기회를 줬는데도 나를 공격하는데 실패한 이상, 너와 더 놀아줄 생각은 없다. 마무리다.]“크윽…! 안 돼…! 나는, 반드시 네 기술을 파훼해서ㅡ”
빠ㅡㅡ악!
내가 도깨비방망이를 회수하는 사이, 매화검수의 뒤에서 거대한 콘크리트 망치가 떨어졌다.
쿵.
매화검수는 단말마도 지르지 못하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무협컨셉 애들은 진짜 자기가 무협지 속 무림인 인줄 아나…. 귀찮네, 정말.]매화검수의 위로 떨어진 콘크리트 기둥을 잡고 있던 혼돈은 기둥을 그대로 매화검수의 등 위에 내던졌다.
1:1 대결이었다.
하지만 나는 빌런이고, 매화검수의 자기 만족에 일일이 놀아줄 생각이 없었다.
[역시 혼돈이야. 신호를 보내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잘 마무리해주다니.] [누가 처리하든 무력화만 하면 되는 거니까. 그래서, 그 기술은 뭐야? 새로 보는 기술인데.] [혼돈의 눈도 속이다니. 나도 역시 쓸만하군.]별 거 아니다.
[쓰레기같은 자의 기술이라도 좋아보이면 써먹을 뿐.]이거.
[두억시니의 기술을 응용하고 적절히 개량한 거다.]시간 가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