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Academy’s Kibitz Villain RAW novel - Chapter (408)
“저 사람은….”
“많은 분들이 아실 겁니다. 도지환. 해외에서는 도지렐라라고 부르는 그 행운의 사나이. 그와의 하룻밤을 걸고, 모의경매를 진행하겠습니다. 제가 직접 진행을 할 것이며, 호가는 가볍게… 100만 원부터 시작을 하겠습니다.”
웅성웅성.
소란이 더 커진다.
“아니, 이능력자도 아니고 비능력자랑 하는데 100만 원을 태워? 미친 건가?”
“100만 원으로 남자 살 바에는 차라리 큼지막한 거 하나 사고 말지.”
“E급 이능력자한테 하루 달라고 해도 100만 원 되겠는걸, 너무 비싼 거 아니야…”
처음에는 조용히 소곤거리던 이들도, 점차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협회장에게 들으라는 듯, 누가 그걸 그 가격에 사겠냐는 듯.
“입찰하실 분들은 각자 주어진 피켓을 들어주시길 바랍니다. 그럼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입찰하실 분?”
모두가 잠시 침묵을 지키는 가운데.
“저요.”
“… 당신은?”
붉은 머리칼의 여인, ‘레드 라이더’ 윤혜라가 피켓을 들었다.
“왜요? 저도 경매 할 수 있는 거 아녜요?”
“아니, 그, 제가 알기로는 레드 라이더 님은….”
“네. 이미 했죠.”
윤혜라는 혀로 입맛을 다시며 씩 웃었다.
“너무 맛있어서, 또 먹어보려고요.”
“… 입찰가 불러주시겠습니까?”
“892만 원.”
“예?”
“892만 원이요. 혹시 뒤에 숫자도 필요한가요? 육천구백칠십ㅅ-”
“892만 원!! 892만 원 나왔습니다!!”
협회장의 다급한 외침에, 경매장에 있던 이들이 하나둘 눈을 빛내기 시작했다.
“천만 원.”
그리고.
“왜요.”
모두의 시선이, 하얀 머리칼을 한 여인에게로 꽂혔다.
“내가 사고 싶은 거 그 돈에 사겠다는데, 뭐 문제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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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검수의 마나가 자동으로 빠지게 무력화시키는 동안, 나는 인이어 이어폰 속에서 들려오는 경매장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방청했다.
[미쳤군.] [왜?] [돈 안 내도 하루는커녕 3박4일 풀코스로 해줄 수 있는데, 그걸 저 비싼 돈을 내고 사려고 하다니.]도지환의 시간을 사더라도 결국 상대하는 건 도깨비다.
물론 도지환이 도깨비라는 걸 아는 사람들 한정이지만, 이왕 하는 거 나는 파트너에게 극락을 보여줄 의무가 있다.
[하지만 자기 가치가 그만큼 올라간다는 거, 기쁘지?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캣파이트?] [이런 식으로 캣파이트 하는 건 별로 원하지 않았어.]-1억엔!!
드디어, 선을 넘었다.
도대체 누가 도지환과의 하룻밤에 1억이라는 말도 안 되는 돈을 내질렀는지 목소리를 되새겨보니,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사람이었다.
-나데시코 님… 저기, 1억… 원이시죠?
-도지환의 방망이를 가지고 싶어요오!!!
-그래서 1억 원… 이죠?
-음, 일단 1억 원으로 하죠. 죄송. 호호호.
나데시코였다.
[일본, 난리가 나겠어. 요조숙녀가 되라고 야마토 나데시코의 이명을 가져다 붙였더니, 외국에 나와서 한국 남자랑 하룻밤 보내는데 1억을 태우겠다고 난리치니까.] [그만큼 절박하다는 거지. 일본에서도 맨날 무슨 늑대같은 머리한 남자들만 보내서 아이 낳으라고 했을 텐데, 도지환 보고 눈이 안 돌아가게 생겼어?] [그래도 1억을 태우는 건 너무하지 않나?] [1억이 아니라, 10억이겠지. 지금 환율드립치면서 압박하는 거잖아.]나데시코는 1억엔을 불렀다.
즉, 원화로 치면 10억원이다.
죄송하다는 한 마디로, 다른 이들에게 이 치킨레이스가 10억은 훌쩍 돌파할 거라는, 한 남자의 시간을 사는 데 10억은 거뜬히 투자할 수 있는 자만 들어오라는 선전포고였다.
[그래서 도지환 씨, 얼마가 나오면 팔아줄 거야?] [공짜여도 팔아주는데, 얼마가 되든 이미 억 단위를 넘겼다면 최선을 다해 대접해줘야지. 세금도 얼마 안 떼고.] [세금 떼기로 했어?] [33.3%.]도대체 무슨 법적 근거로 세금을 1/3이나 떼어가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제세공과금이라고 하더라.
복권 1등에 당첨되어 당첨금이 12억이 되어도 그 사람에게 떨어지는 금액은 8억인 것처럼, S급 이능력자와의 하룻밤에 국가에서 최선을 다해 장소를 마련해주는 대신 세금을 그만큼 떼가기로 정부와 백설희는 합의를 봤다.
[세금, 아깝지 않아?] [그 세금이 내가 지금부터 달려드는 저 불나방들의 치료금이자 합의금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되는 거지.]타ㅡㅡ앙!
나는 화상스크린을 통해 보여지는 위치를 향해 마탄을 날렸다.
붉은 궤적으로 날아드는 마탄은 실제 의지를 가지고 날아가는 매처럼, 나선도 아닌 정확한 직선을 그리며 목적지에 도달했다.
끼이이이익!
유리창에 구멍이 난 트럭 한 대가 미끄러지듯 가드레일에 부딪치며 멈춘다.
파란색 1톤 트럭은 바퀴가 헛돌기만했고, 그 안에는 핸들에 머리를 박고 쓰러진 한 여자가 있었다.
[A급 빌런이군. 혼돈. 차의 엔진을 꺼주겠나?] [식은 죽 먹기지.]톡.
혼돈이 멀리 손을 뻗으며 손가락을 튕기자, 트럭을 향해 모래의 뱀이 날아가 트럭의 안으로 파고들었다.
콰득.
뱀은 트럭 안으로 스며들어가 엔진을 그대로 집어삼켰고, 동력원이 끊어진 트럭의 바퀴는 천천히 움직임을 멈췄다.
[가드레일 새로 설치하는 거랑 도로 스키드마크 난 거 닦는 거, 그리고 저 빌런 구금하는 히어로 협회 요원의 인건비. 저게 다 세금인데, 내가 어떻게 세금을 안 낼 수가 있겠어.] [애국자납셨네.] [빌런이라도 국가를 위해 일할수록, 그만큼 한국에서 활동하는데 운이 따라주는 거니까.]타ㅡ앙.
나는 막 비틀거리며 나온 A급 빌런의 머리를 향해 한 번 더 마탄을 날렸다.
관자놀이에 정확히 떨어진 충격탄에 빌런은 그대로 고꾸라졌고, 엔진을 집어삼켰던 모래뱀은 금방 A급 빌런을 휘감아 하르방 278호로 만들어버렸다.
-… 7억 4천! 7억 4천 나왔습니다!
-윤혜라 님께서 8억! 나데시코 님께서 9억!
-백설희 님께서 10억! 10억을 부르셨습니다!
점점 열기는 과열되어간다.
이제 품목이 무엇이었는가 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
[완전 자존심 싸움이 되었는걸. 이겨도 밝히는 여자고 져도 밝히는 여자라면, 최소한 이겨서 남자를 따낸 밝히는 여자가 되어야지. 음.] [이거, 경매 모의 연습같은 거 아니었나?] [왜? 피닉스의 깃털은 이것보다 더 치열할 텐데. 오히려 사람들에게 잘 보여주고 있잖아. 나도 입찰하고 싶은걸?]혼돈은 가볍게 손을 들며 내 등을 토닥였다.
[그리고 당신의 하룻밤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저 사람들이 저렇게 투자하는 거지. 경매 품목을 바꿔볼까? ‘도깨비의 유전자’라고?] [음….] [S급 빌런의 유전자라고 한다면, 과연 저기 있는 사람들 중에 여자들만 손을 들까? 아닐걸? S급이랑 S급이 만나서 아이를 낳으면, 최소 A급-아니 S급은 나오는 게 확실하잖아. 어지간한 경우가 아니라면.]실제로 그런 케이스는 간신히 두 자리를 넘었지만, 실제로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 그런 결과가 나온 케이스가 있다.
미국.
S급 부부가 성인이 되자마자 낳은 아이 셋이 연달아서 S급이 된 경우.
정말로 ‘인크레더블’한 일이었고, 두 부부는 아이들의 육아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어쩌면 그들이 해마다 S급 아이를 낳는다면, 앞으로 한 5년만 더 지나도 한국의 S급 히어로들보다 더 많은 수의 S급을 확보하게 되겠지.
[도깨비의 유전자. 이거 못 참거든. 물론 저기 있는 사람들은 다 모르니까 그렇지, 알고 있는 사람은-]-12억.
-뇌제… 님?
-뇌제 김윤지. 12억 부르겠습니다.
[…… 오히려 저게, 저점투자라고. 솔직히 피닉스의 깃털이 더 가치있겠어, 아니면 ‘S급 확정 출산 유전자’가 더 가치있겠어?] [그래도 피닉스의 깃털은 죽음으로부터 사람을 구해주지 않나.] [당신도 알면서. 피닉스의 깃털이 가진 치명적인 결함을.]안다.
알고 있으니까, 피닉스의 깃털을 처분하는 것에 큰 부담이 없었다.
[뇌제, 눈치 빠르잖아. 어차피 피닉스의 깃털을 사는 것보다 당신이랑 하룻밤을 사는 게 더 효율이 높을 걸?] [자기 이미지 버려가면서?] [쟤가 신경을 쓸까? 아, 아쉽다. 저걸 현장에서 직접 못 보다니. 나중에 혜라 태극워치로 현장 영상 살펴봐야지. 흐흐흥.]혼돈은 그저 즐겁기만 하다.
[슬슬, ‘공익’의 목적을 가진 히어로들이 참전하기 시작할 거니까.]* * *
네가 왜 여기서 나와.
협회장은 당당히 피켓을 치켜든 S급 히어로, 뇌제 김윤지를 보며 속에서 무언가가 끓기 시작했다.
“… 진짜로 12억?”
“예. 12억. 제가 도지환 씨의 하룻밤을 사겠습니다.”
오오오오.
가만히 있던 또다른 경주마의 참가에 연회장의 분위기가 더욱더 달아올랐다.
“아니, 왜? 뇌제, 당신이 왜?”
“한 번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12억. 더 없습니까? 없으면 제가 사겠습니다.”
겉으로 보면 호기심으로 참가한 아이가 손을 든 것 같다.
아니면 뭔가 꿍꿍이가 있거나.
그러나 협회장을 바라보는 뇌제의 눈빛은, 마치 숭고한 의지를 가진 ‘히어로’의 온상이었다.
마치, 도지환이라는 남자를 자신의 이미지가 ‘처녀 주제에 밝히는 색녀’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이 하룻밤을 사들이는 한이 있더라도 지켜내야 한다는 그런 의지가 엿보였다.
“협회장 님? 계속 진행하시죠?”
“아, 그, 그래. 파이어폭스, 말해줘서 고맙….”
“13억이요.”
불여우의 참전.
김윤지에 이어 가만히 있던 윤이선이 피켓을 들자, 연회장의 분위기가 더욱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아니, 윤이선. 너는 왜 또 피켓을 든 거야?”
“제가 하룻밤을 사더라도, 꼭 그 상대가 저일 필요는 없는 거 아니겠어요?”
“뭐?”
“제가 사겠어요. 도지환 사서 선생님의 시간을.”
웅성웅성.
사람들 사이에서 이야기가 오고간다.
협회장은 윤이선의 눈빛을 보며, 머릿속에 스쳐지나가던 윤이선에 관한 정보를 떠올렸다.
윤이선은 ‘유미르’라는 D급 이능력자와 울릉도 실습에서 단짝이 되었다.
이능력의 등급과 관계없이 친해진 그 유미르라는 친구는 도지환 사서와 긴밀한 관계인 걸로 알고 있다.
그녀가 S급은 아니니까 도지환의 아내일 가능성은 없으므로 그녀 또한 도지환의 불륜녀 중 한 명일 터.
“크흑….”
친구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돈을 쓰려는 저 마음가짐.
불륜과 치정으로 질척거리는 이야기만 아니었다면, 협회장은 눈물을 머금고 ‘낙찰’을 외쳤을 것이다.
“흐으음….”
어디선가, 길게 신음하는 소리가 울렸다.
“15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