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Academy’s Kibitz Villain RAW novel - Chapter (409)
처음으로 들린 목소리.
백설희도, 윤혜라도, 김윤지도, 윤이선도, 협회장의 모두가 그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최호정 회장님…”
“이야, 이거 가만보니 제법 돈이 될 것 같아서 말이야. 허허허.”
사람 좋은 미소로 웃으며 피켓을 흔드는 남자는, 해그늘의 회장 최호정이었다.
“100만원으로 시작한 게 13억까지 떡상했으면, 지금이라도 들어가는 게 더 싸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지. 저점 투자. 크흐흐.”
히죽.
“이거 이거, 내가 눈치없이 끼어든 악당이 되어버렸구만. 그런데 어쩌나. 이건 경매고, 자본주의 시장이잖나.”
최호정은 연회장의 모두를 향해 피켓을 흔들었다.
“15억보다 더 비싸게 살 사람 있으면 피켓을 흔들게. 해그늘의 회장과 머니게임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말이지.”
다음화 보기
아니, 갑자기 왜.
[미친놈인가?]지금까지 도지환의 하룻밤에 입찰한 사람은 모두 여자였고, S급 이능력자였다.
사실상 백설희-윤혜라-나데시코 세 명이서 서로 경쟁을 하듯 호가를 올렸기에, 다른 이들은 그냥 경매 전의 여흥으로 여기기만 할 뿐이었다.
그런데 남자가, 그것도 해그늘 회장이 참전했다.
[저 놈, 게이인가?] [자기 정조가 걸린 문제니까 그거부터 생각나는 거야?]혼돈은 어깨를 부들부들 떨며 내 등을 토닥였다.
[집중해. 지금 빌런이 또 나타났어.] [집중하게 생겼나, 지금.]타ㅡ앙.
그래도 일단 빌런을 처리하기는 해야했기에, 나는 마음을 다잡고 호텔에 접근하는 빌런을 헤드샷으로 처리했다.
[도지환이 해그늘 회장에게 팔리면, 도지환을 죽인다.] [한 100억 준다고 해도?] [2천억을 준다고 해도 남자랑은 안 해.]빙의 전의 나라면 잠시 흔들릴 수는 있었을지도 모른다.
저기 중동 산유국의 왕자가 한국에 와서 자신과의 하룻밤에 2천억을 주겠다고 한다면, 맹렬하게 흔들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세계, 도깨비로서의 나는 아쉬울 게 없다.
[돈이 궁한 것도 아니고, 내가 왜 저런 늙은이랑 하룻밤을 보내야 하는데?] [너무 그쪽으로는 생각하지 마. 그냥 밤 동안 이능력 토크를 하는 걸 수도 있잖아?] [세상 사람들이 나와 저 노인네를 엮는 것 자체가 싫다.]나는 총구를 연회장 쪽으로 돌릴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 후우. 젠장. 하여튼 돈 냄새는 기가막히게 맡는군.]잠시 등골이 서늘해지는 바람에 사고가 1차원적으로 되돌아갔지만, 조금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면 저 남자가 참전한 건 두 가지 목적이 있다.
[되팔렘인가. 망할 노인네.]하나는 리셀러.
호가가 미친 듯이 오르고 있기도 하니, 15억에 사서 18억에 팔기만 해도 3억이 이득이다.
경매에서 얻은 물건을 꼭 자신이 소비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면, 적당히 원하는 사람에게 팔아서 차익을 남기면 그게 경제적 이득이니까.
그리고 그 차익이 투자한 15억보다 더 커진다면, 회장 입장에서는 가만히 앉아서 억 단위 돈을 버는 셈이다.
-?… 16억!
-20억.
백설희가 급히 호가를 올렸지만, 해그늘 회장은 순식간에 앞으로 달려나갔다.
[치타인 건가.] [치타가 그런 쪽으로 하는 애들이야?] [그런 게 아니라, 개들 뛰어 노는 곳에서 가만히 출발선에 있던 치타가 치고나간다는 의미지.]가만히 웃고 있다가 돈 계산을 마치고 뛰쳐나오는 게, 영락없이 치타다.
[그냥 되팔이만 하려는 것도 아니고, 뒤에 있을 메인 게임에서 참전할 경쟁자를 미리 제거하려고 하는 것도 있어.]두 번째 참전 이유, 경쟁자 제거.
연습겸 모의 경매라고는 하지만 엄연히 경매인만큼, 20억이든 2000억이든 팔리면 실제 그만큼 돈을 지불해야 한다.
[호가를 올려놓고 마지막에 빠지면, 도지환의 하룻밤을 사는 사람은 결국 피닉스의 깃털을 사는 데 그만큼 자본금이 빠지게 되겠지.]그리고 그만큼의 자본금이 깎이기 때문에, 뒤에 있을 전쟁에서 해그늘은 해당 상대와의 경쟁에서 더욱더 확실하게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피닉스의 깃털에 비하면 도지환의 하룻밤은 가치가 엄청 낮잖아. 그런데도?] [사자는 토끼를 잡을 때도 전력을 다 하지. 약간의 이득이라도 더 가져오려고 악착같이 행동하는 걸 보아하니, 해그늘 회장의 인생이 엿보이는 것 같군.]피도 눈물도 없이, 오직 해그늘과 자신의 이득만을 위해 모든 것을 판단하고 생각하는 자.
그래서 더 무섭다.
어떻게든 경쟁자 한 명에게라도 생채기를 내게 하려는 의지가.
어떻게든 피닉스의 깃털을 사들이려고 하겠다는 그 욕망이.
그리고.
-내 개인재산이 조 단위인데, 수십 억 정도 쓰는 건 일도 아니지. 허허허.
억 단위의 돈을 자기 개인 통장에서 가볍게 빼서 쓸 수 있는 그 엄청난 재력이, 솔직히 조금 많이 떨린다.
저 막대한 돈으로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22억 부르겠습니다. 회장님, 남자 하룻밤을 사서 뭘 하려고요?
-25억 부르지. 레드 라이더가 이렇게 사고 싶어하는 건데, 어디든 쓸 일이 있지 않겠나?
-그럼 제가 28억을 부르겠어요.
-40억. 허허, 뇌제의 전재산을 내가 다 아는데 그렇게까지 사들이려고 하다니. 아무래도 도지환의 가치가 내가 생각하는 것 그 이상인 것 같군.
말리고 있다.
아무리 S급 이능력자들이라고 해도, 수십 년 동안 수많은 사람을 대하며 살아온 늙은 구렁이의 심계를 따라가기는 역부족인 감이 없잖아 있다.
심지어 그게 이능력으로 싸우는 전장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전장이라고 한다면.
[도지환을 죽이는 게 이득일까, 해그늘 회장을 죽이는 게 이득일까.] [죽으면 대한민국 경제가 망할 텐데? 당신 정조 때문에 이 나라가 무너지고 북한 꼴 나게 할 거야?] [어차피 내 아내는 미국에 거점을 두고 있으니까, 미국에 가서 기둥서방 하면 돼.] [멋지네. 점점 더 사고가 극단적으로 나아가고 있는걸.]탕, 타앙, 탕.
빌런들을 쏘아맞추는 마탄에 점차 감정이 실리고 있지만, 나는 이 분노의 감정을 마탄에 담아 마음껏 빌런의 머리를 상대로 분노를 가다듬었다.
[후우, 그나마 다행인 게 있군.]정말로 다행인 것이 있다면, 최호정이 진지하게 사들일 생각은 없다는 것.
구매를 하더라도 그걸 되팔이에 쓰거나 차익을 남기는 데 쓸 것이며, 정말로 나의 하룻밤을 아무런 경제적이 남지 않는 곳에서 활용하지는 않을 거라는 점.
[그래, A급 이능력자인 아내가 있는….]…
…
…
[역시 해그늘 회장, 죽여야겠다.] [갑자기 왜 그래?]혼돈은 계속 내 등을 토닥였다.
[혹시 자기 아내랑 너랑 그렇고 그런 짓을 하게 할까봐? 그런 미친 짓을 하는 거라면, 너한테 오히려 더 이득 아니야?] [아니야. 그게 아니야.]나는 대물저격총을 도깨비방망이로 되돌린 뒤, 손잡이 부분을 꽉 움켜쥐었다.
[저 남자, 도지환을 호스트로 써먹으려고 할 거다.] [… 하지만 고작 하룻밤일텐데.] [그 하룻밤이지만, 누구에게 쓰냐는 게 중요하지.]나는 태극워치를 빠르게 눌러, 위키에 정리된 해그늘 그룹의 임원진을 훑었다.
[…… 도지환이 해그늘 회장에게 팔리면, 나는 무조건 저 회장을 죽인다.]* * *
“… 회장님. 어쩌려고 그러시는 거예요.”
양다린은 정말 조심스럽게 최호정 회장에게 물었다.
“어디에 쓰시려고요? 혹시 비싸게 팔려고 하시는 건가요?”
“그것도 괜찮겠지. 하지만 더 가치있는 곳에, 귀찮은 걸 제거하는 데 쓰기에 딱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 허허.”
최호정 회장은 다시 피켓을 흔들었다.
“50억.”
“그럼 제가 55억을 부르죠.”
“…… 당신은?”
“최 회장님께서 투자하시는 물품, 그만한 가치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하하.”
“아야사카 회장….”
연미복이 가득한 가운데 유일하게 기모노를 입고 있는 남자, 아야사카 그룹의 회장은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외국인이라고 경매에 참가하지 말라는 법은 없잖소? 우리 일본의 자랑, 나데시코 공이 저렇게 구매를 원하니, 그녀를 위해 기꺼이 투자하지.”
“아야사카 회장….”
“하하, 나데시코 공. 대신 곧 있을 월드컵에서 혹시, 이거 달아주실 수 있는가?”
아야사카 회장은 자신의 가슴팍에 새겨진 ‘AYASAKA’의 로고를 가리켰다.
“S급 이능력자에게 호의를 베풀어 스폰서 계약을 따내려고 하시는 건가? 남자의 하룻밤을 걸고?”
“이미 물품이 무엇인가 하는 건 중요하지 않지. 중요한 건 그에 따른 부가가치. 나데시코의 스폰을 따내는 걸로 55억? 이건 못 참지. 흐흐흐.”
“허허. 이것 참. 나데시코가 스폰서 다는 거 그렇게 싫어한다는데, 그것도 꽤 괜찮아보이는구려. 근데 55억이나 쓰면 나중에 깃털 살 때 돈이 모자랄 텐데?”
“그건 나중에 생각할 문제 아니겠소? 흐흐흐.”
일본 재계의 회장까지 참전한 가운데, 점차 분위기는 변하기 시작했다.
“60억.”
“65억.”
“… 아니, 남자놈 하룻밤에 무슨 65억을 쓰나? 74억.”
“자네는….”
“74억짜리 하룻밤 한 번 즐겨보는 거지.
하나둘 외야에서 지켜보기만 하던 중장년의 회장들이 피켓을 들며, 그들은 전전긍긍하는 S급 여성들을 유심히 살피며 자신들의 기업 로고를 만지작거렸다.
“흐음.”
“회장님. 진지하게, 왜 구매를 하려고 하시는 겁니까?”
해그늘 일보의 부사장, 정중한은 주변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낮췄다.
“해그늘 스폰이라면….”
“네이밍 스폰 때문에 그러는 거 아니다. 남한테 주려고 사는 것도 아니야. 내가 쓸 곳이 있어서 그래.”
“헉…. 혹시 예전처럼 하시려고 하시는 거라면….”
“설마 내가 우리 다린이를 상대로 그런 짓을 하려고 하겠나?”
최호정 회장은 질색을 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건 저기 젊은 모델이나 탤런트들 불러서 하는 거지. 다린이는 내 것이다. 절대 안 될 말이지.”
“그럼 도대체…”
“38년 정이 있는데, 그래도 노년에 같이 늙어가는 친구한테 던져줘야지.”
“앗.”
정중한 부회장은 자신도 모르게 눈이 커졌고, 황급히 머리 위로 손을 올렸다.
“설마….”
“영계가 맛있는 건 남녀를 불문하는 법.”
최호정 회장은 결혼반지를 살짝 당겨, 그 안에 깊게 파여있는 반지의 홈을 쓸며 비릿하게 웃었다.
“이혼한 전처한테 이런 것도 선물해줘야지 않겠나? 마침 서울 산다고 하니까, 앞으로 자주 만나게 하면 되겠어. 허허허.”
최호정 회장에게는.
A급 이능력자 양다린과 결혼을 하기 전, 재산분할을 하면서 이혼한 전처가 있다.
“돈 많은 우리 해그늘 생명 사장님께, 몸에 좋은 보양식 하나 선물하는 셈 치지. 허허허.”
무려 38년이나 함께 결혼생활을 유지해온 재벌가 출신의 여인이.
* * *
[윤혜라. 얼마가 들어도 좋다. 피닉스의 깃털에서 발을 빼도 좋으니까, 무조건 도지환을 사라. 얼마가 들든.]“… 예, 예. 특명 받았습니다.”
윤혜라는 인이어로 들려오는 절박한 목소리에 낮게 웃으며, 백설희에게 다가갔다.
“… 뭐죠?”
“우리.”
윤혜라는 백설희에게 손을 내밀었다.
“잠깐, 손을 모을까요?”
등록된 마지막 회차입니다
[modify by TextFormer v0.0.9 Closed Beta R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