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411)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411화(658/668)
만 원 단위도 아니고 억 단위의 돈이 계속 올라가지만, 그 상승폭은 거침이 없었다.
“자네는 저게 진짜라고 믿나?”
“가짜라고 생각하면 안 사면 그만. 저는 진짜라고 생각하니까 사는 거예요. 회장님은요?”
“나는 사기를 당해도 상관없을 만큼 충분한 돈이 있으니까 괜찮네.”
“그렇군요. 그럼 다음에 사시는 건 어떠신가요?”
“다음이 영영 오지 않을 수 있는데 그럴 수는 없지.”
점점 분위기는 윤혜라와 최호정의 1 : 1 대결에 가까워졌다.
혹시나 다른 이들이 나서는 경우가 있을까 싶었지만, 다들 둘의 경쟁을 유심히 지켜보며 타이밍을 노리거나, 혹은 이미 강 건너 불구경을 하듯 와인잔에 든 한라봉향 첨가 막걸리를 홀짝이며 지켜볼 뿐이었다.
그리고.
“…쓰으읍.”
“왜? 걱정되나? 너무 올라가서?”
점차 호가가 높아질수록 표정이 안 좋아지는 쪽은 윤혜라였다.
“상징적인 숫자로군. 1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억 단위에서 조 단위로 돈이 넘어간 순간, 윤혜라는 입꼬리를 비틀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협회장. 하나 부탁을 하지. 최소 단위, 천억으로 하세.”
“…….”
“협회장?”
“아, 아닙니다. 그냥, 잠깐 현타가…크흠, 집중력을 잃었습니다.”
경매를 진행하는 협회장은 피닉스의 깃털과 데스몬드를 번갈아보며 입맛만 계속 다셨다.
“1조….”
살면서 누가 그런 큰 돈을 만져볼 수 있을까.
협회의 장으로서 예산을 다루다보면 그만한 돈을 쓰기야 할 수는 있겠지만, 개인의 자산으로 생각하면 엄청난 액수였다.
“1조. 더 없나?”
“…1조 5천억.”
윤혜라가 끓는 듯한 목소리로 반격을 시도했으나, 최호정은 여유로운 얼굴로 손가락을 두 개 펼쳤다.
“2조.”
“!!”
“2조면 이득이지. 어떻게, 계속 하겠나?”
“…….”
윤혜라는 피닉스의 깃털을 한참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그 모습은 마치 깃털이 진짜인지 아닌지 고민을 하는 것 같았고, 최호정은 허리를 빳빳하게 세우며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우리 다린을 위한 아주 훌륭한 장식품이 되겠어. 껄껄.”
“…….”
“다린?”
“감사합니다, 회장님.”
양다린은 고개를 숙이며 회장에게 화답했다.
그녀의 표정은 특별히 변화가 없었으나, 끝이 가까워지는 만큼 점차 표정이 밝아지고 있었다.
“최호정 님, 2조. 최호정 님, 2조.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부르면 종료하겠습니다. 최호정 님….”
협회장은 망치를 들고 한 명 한 명 눈을 마주치며 그들의 의사를 눈빛으로 확인했다.
“…레드 라이더 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2조….”
피켓을 들어올리려던 윤혜라는 인상을 팍 찡그리며, 마력을 일으켜 피켓을 불태워버렸다.
“됐어요. 안 죽고 안 깨지면 그만이니까. 2조로 도지환 씨의 시간을 사면 2년 내내 떡을 치고도 남겠는데.”
“……최호정 님, 2조. 이상입니다.”
땅땅땅.
망치 소리가 청명히 울리며, 드디어 경매가 끝났다.
그리고.
마치 경매가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 운명과도 같이 사건이 터졌다.
구구구.
“또 진동이…?!”
“또 누구의 머리가 희생될-”
연회장을 뒤흔드는 강력한 진동.
“뭐, 뭐야…?”
“이건….”
연회장 모두가 새로이 나타난 지진에 당황하는 가운데.
애애애애애애애앵ㅡㅡㅡㅡㅡㅡㅡㅡ
엄청난 고음의 경보가, 모두의 태극워치에서 울리기 시작했다.
“빌런습격…? 아니, 여길…?”
“저, 저기!!”
연회장 밖, 탁 트인 제주도 바다가 보이는 방향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걸어오고 있었다.
“……아카오니?”
붉고 거대한, 이형의 거인이 바다 위를 걸어 호텔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저건 또 뭐야?!”
[저건 또 뭐야.]예상못한 변수가 나타났다.
이 세상의 원작은 소설이다.
라이트노벨을 표방하고 있지만 삽화가 있던 것도 아니고, 작가가 일러를 하나도 뽑지 않아서 묘사로 모든 걸 상상해야만 했다.
그래서 서술된 부분을 제외하면, 나는 이 세계의 빌런들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정확히 모른다.
기억 속 확실하게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빌런은 오히려 나, 도창남의 말로.
주인공이 NTR당한 악마 도창남을 운석과 함께 지구를 통째로 날려버리는 걸로 죽일 때, 그 끔찍한 모습은 너무나도 생동감 있게 묘사를 하는 바람에 잘 알고 있다.
오히려 이 세상에 와서, 도지환으로 결사와 빌런위키에 올라온 자료를 통해 이 현실 속 빌런들을 자세히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저런 빌런은 처음이다.
저런 거대한, 붉은 피부를 가진 부정형의, 어찌보면 슬라임 같기도 한 거인은.
‘거인?’
기억 속 이미지가 떠오른다.
인류를 지키는 벽의 위로 머리를 들이밀던 그 거인의 모습이 살짝 떠올랐다.
하지만 그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인간의 형태를 하고는 있지만 인간의 요소는 그저 체형이 인간이라는 것뿐.
굳이 뭔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와 비유를 하자면.
[슬랜더맨…?]저기 미국에서 도시전설로 널리 알려진 이야기 중 하나.
한국에 빨간 마스크 괴담이 있는 것처럼, 미국에도 슬랜더맨이라는 괴담이 있다.
길쭉한 나무들이 수직으로 뻗은 숲속에서, 나무의 키와 비슷한 형태로 서 있는 이형의 존재.
그게 슬랜더맨이었고, 실제로 이능력자들 중에는 슬랜더맨과 같이 팔다리가 길어진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라고 해도, 몸 길이가 눈으로 봐도 족히 50m에 이르는 거인이 될 수는 없다.
[미친.]혼돈이 자신도 모르게 욕지기를 내뱉는다.
아마 그녀는 지금 내가 느낀 걸 그대로 느낀 것 같다.
[저거, 진짜야…?] [둘이 똑같은 걸 느끼고 있다면, 진실일 가능성이 높지. 아니, 진실이다. 저거…전부 마나 덩어리다.]놀랍게도.
50m의 덩치를 가진 거대한 인간형 질량 덩어리가 전부 ‘마나’로 이루어져있다.
[말도 안 돼. 저거, 거의 회장님에 버금가는…?] [전성기에는 미치지 못해도, 약해진 지금을 생각하면 비슷할 것 같기도 하군.]그 마력의 양은 그간 마력을 모아온 혼돈을 훌쩍 뛰어넘고, 심지어 지금의 총수와 견주어야 할 지경.
네 처녀귀신과 한 명의 총각귀신을 만들어내고 임신 중이라 마나를 원활하게 회복하지 못하고 있지만, 세계 최강의 존재가 약화된 상태와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저 괴물의 마력을 짐작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저 괴물에게서 악마의 표식이 느껴진다.]마나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에 악의 기운이 가득하다.
푸른 바다를 걸어오며 붉은 기운을 뿌리는 게 예사롭지 않다.
[스사노오와 비교하면….] [택도 없지. 홀로그램과 실제 거인의 차이 수준인데.]거인을 다루는 이능의 대표주자는 저기 일본의 S급, 스사노오다.
내가 이전에 어둠의 카리스마로 머리에 주먹을 날렸던, 그 청소년점프 계열의 열혈 만화 주인공 심취자가 있다.
그의 거인이 풍선과도 같은 거라면, 저건 안에 기체가 아니라 철근이 꽉 차있는 덩어리 그 자체다.
[목적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제주도를 노리고 온다는 건 확실하군.] […그야 당연하지. 제주도로 오고 있으니까. 문제는 제주도의 ‘무엇’을 노리고 있냐는 거야.]혼돈은 주먹을 쥐락펴락하며 마력을 가다듬었다.
[저걸 상대하면 마력이 상당히 많이 빠져나갈 것 같은데….] [걱정되면 도올을 부를까?] [……] [저런 괴물을 상대로 ‘전력’을 쓰면, 영혼이 또 마모될 거다. 패널티는 본인이 더 잘 알 텐데.]자아의 상실.
기억의 상실.
궁기보다, 도올보다, 도철보다 먼저 만들어진 영체이기에, 그녀는 무려 수 년을 원령으로 살아왔기에 점차 과거의 자신을 잃어가고 있다.
그나마 전선에 나가지 않는 걸로 휴식을 취하고 있지만, 격렬한 전투가 이어진다면 위험할지도 모르지.
[…항상, 히어로로 있으면 그게 궁금했어.]혼돈은 불안감에 손을 쥐락펴락하다, 한숨을 내쉬며 내 옆으로 다가왔다.
[내가 안 하면 누가 나서겠냐고, 그런 생각을 자주 했단 말이야. 어려서부터 그렇게 배웠으니까. 바른생활 시간에도 그렇고, 도덕 시간에도 그렇고. 그런데….] [괜찮다. 너 하나 지금 몸 사린다고 아무도 뭐라고 할 사람 없다.]나는 떨리는 혼돈의 어깨를 붙잡았다.
[일단 한 번 맡겨보자고. 우리가 내는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위이이잉.
하늘로 무언가가 날아간다.
굉음을 일으키며 직선으로 날아가는 비행기는 에어쇼에서도 보기 힘든 최신식 전투기였다.
[국가에서도 저런 이능력자를 제압하기 위해 연구를 하고 있으니까.]이능력자에게 미사일은 통하지 않는다.
이능력자를 공격하려면, 이능력자만 대응할 수 있다.
그래서.
지금, 저기 하늘을 날아가는 F-15 비행기에는 무장으로 대공포 대신 다른 게 달려있다.
[공군에 들어간 E급 이능력자를 기관포로 쓰는 세상이라.]이능력자가.
투두두두두ㅡㅡㅡㅡ!!
F-15 비행기 다섯 대가 마탄 수십 발을 쏟아낸다.
거인의 몸이 비록 면적은 좁지만 애초에 거대한 만큼, 비행기로 가까이 접근해서 쏘면 맞추는 건 일도 아니었다.
[형! 나 마나 오링났어! 잠깐 회복해야 해!]“형이라고 부르지 말랬지, 오메가-3!!”
[그게 더 이상해! 으아악!! 뒤집을 거면 말을 해!] […오빠, 나도 회복 중.]파일럿, 오메가-1의 코드를 가진 정준식 대령은 양쪽에서 들려오는 젊은 목소리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대격변 시기에 사관학교에 들어가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며 파일럿이 되었지만, 이제는 옛 영화처럼 발칸포와 미사일을 때려박는 세상이 아니다.
[마력 충전 완료!! 형, 가까이 가줘!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타격을 입혀보겠어!] [저도 마력 장전 마쳤어요. 여섯 발, 확실하게 찔러넣을게요.]“오냐…! 견제로 좀 쏠 테니까, 폭연은 너희들 알아서 잘 보고 타격 넣어라!!”
영화에서 나오던 그런 건 전혀 이루어지지 않지만, 정 대령은 20대 초반의 어린 두 청년을 책임지고 기지로 귀환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니 적어도 공군으로서 적에게 타격을 넣지는 못해도, 적의 공격을 회피기동으로 피하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파이어ㅡ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