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418)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418화(416/668)
[별말씀을. 나는 그저 내 이득을, 결사의 이득을 위해서 행동했을 뿐이다.]또 억떡을 굴리는 이들은 이 말을 두고 ‘백설희를 좋아하지만, 사실대로 표현하지 못해서 저렇게 까칠하게 말하는 것이다’라고 말하겠지만, 이제는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백설희는 이제 한 남자의 여자가 되기를, 그리고 그 남자의 아이까지 가지겠다고 선언했으니까.
유부남의 여자지만.
“그럼 저거, 어떻게 처리할 거야? 응? 이런 말 하기는 좀 그렇지만, 당신도 지금 ‘처리 곤란한 상태’라서 지금 여기에 계속 머무르는 거 아니야?”
[……그건, 인정하지.]백설희의 표정이 진지해지면서 심각해졌다.
[그대의 말대로, 지금 나는 저걸 확실하게 ‘처형’하지 못해. 마나를 많이 사용한 것도 있고, 더 이상 마나를 썼다가는 나도 당신을 비롯한 수많은 S급에 대응하지 못하니까.]도망갈 힘은 항상 남겨둬야 한다.
“그럼….”
[그러니.]나는 백설희를 향해 가볍게 엄지를 척 들어 올린 뒤.
[1인분은 충분히 한 것 같으니, 나머지는 정부와 협회의 몫으로 돌릴까.]“…뭐?”
[건투를 빌지.]나는 영체화로 몸을 숨겼다.
백설희의 두 눈이 크게 떠졌고, 나는 백설희에게만 보이게 마력을 조정하며 그녀를 향해 주먹을 불끈 쥐었다.
-너희라면 할 수 있어!
베레모는 없고 멜빵도 아니지만, 주먹을 불끈 쥐며 화이팅을 빌어주는 의도는 전달되리라.
“야, 야ㅡㅡㅡ!!”
백설희가 분노에 찬 비명을 질렀지만, 나는 혼돈과 함께 내 역할을 충분히 다했다.
결코.
짬처리는 아니다.
도깨비가 사라진 이후, 서귀포항에 모여있던 이들은 하나둘 한곳으로 모였다.
해그늘의 호텔.
이전에 경매가 이루어졌던 장소에, 히어로들은 다시 한 자리에 모였다.
“그러니까 지금 무슨 상황이라고요?”
“우리가 뭐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거지.”
협회장은 호텔의 1층 로비에 마련된 긴급 상황실, 대형 스크린에 펼쳐진 장면들을 가리키며 한숨을 내쉬었다.
“도깨비도 지금 런했는데, 우리가 여기에서 뭘 할 수 있겠나. 가서 팝콘이나 가져오도록.”
“갑자기 팝콘은 왜…?”
“쯧.”
협회장은 부관의 말에 대놓고 혀를 찼다.
“하여튼 요즘 것들…. 한국 것만 보지 말고, 미국 것도 좀 보고 그래라. 응?”
“그게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하는데 관련이 있습니까…?”
“그래!! 무슨 말인지 알면 내가 설명을 안 해도 되잖나!”
“저는 이해하지 못하는 응애라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협회장님.”
“……..”
협회장은 목덜미를 잡을 뻔했다.
부관이라는 자가 하는 말이 꼭 자신을 꼰대 취급하는 것 같아-아니 실제로 그런 말로 한 것일 터.
그나마 다행인 건 부관이 저렇게 빈정거린다는 것 자체가 지금 그나마 상황이 괜찮다는 뜻.
도깨비가 바닷속 구덩이에 괴물을 처박아 둔 덕분에, 지금 살짝이나마 긴장을 풀고 상황을 수습하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아아, 협회장. 거기 있나?]“아, 대통령님. 네, 여기 있습니다.”
스크린 오른쪽 아래, 부산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화면이 작게 떠올랐다.
[지금 어떤 상황인지, 브리핑을 하시게.]“…공식적으로 합니까, 아니면 간단하게 합니까?”
[최대한 알아듣기 편하게, 간단하게.]“도깨비가 뒤처리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런했습니다.”
[…그, 런했다는 말은 무슨 말인가?]대통령 태채진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인상을 찌푸렸고, 협회장은 잠시 한숨과 함께 천장을 바라봤다.
“…튀었다, 도망갔다, 그런 말입니다.”
[아하. 그러니까 뒷수습은 하지 않고 그냥 도망쳤다는 말인가?]“히어로 스노우화이트의 말에 따르면, 자기 할 몫을 다 했으니 나머지는 정부와 협회에 맡기겠다는 거군요.”
[이해했다. 짬처리당했군.]부연 설명이 이어지자, 대통령 또한 상황을 바로 이해했다.
“예.”
현재.
마나이터의 구덩이를 중심으로 원형의 진이 펼쳐져 있다.
길게 이어진 점들은 여러 대의 군함이었고, 군함은 마나이터의 구덩이를 향해 포문을 겨누고 있는 동시에-
[그 누구도 함부로 마나이터의 구덩이에 다가갈 수 없도록 말이야.]누구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괴물이다.
도깨비가 마무리를 하지 못하고 명치를 꿰뚫어 구덩이 속에 처박는 걸로 끝을 맺었는데, 누가 당장 ‘내가 마나이터를 마무리 짓겠습니다’하고 덤벼들 수 있으랴.
오히려 잡아먹히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옛, 그리스·로마 신화를 살펴보면 히드라라는 괴물이 나옵니다.”
[그거, 지금 상황이랑 관계가 있는 내용이지?]“예. 히드라를 쓰러뜨린 영웅, 헤라클레스 이야기. 참고로 헤라클레스는 히드라의 머리를 잘라 전부 불태워버렸지만, 결국 완전히 죽이는 방법은 찾지 못하고 늪지대 깊은 곳에 처박아버렸죠.”
[심각한 상황이군.]대통령의 미간이 더욱더 깊게 파였다.
[S급들이 거기에 그렇게 많은데, 뭔가 뾰족한 방법이 없는 건가.]“일단 접근하는 모든 걸 촉수로 휘감아 잡아먹고 있습니다. …막 시작했군요.”
구구구구.
메인 스크린 한 가운데, 헬기 소리가 울리기 시작한다.
-여기는 참수리 11! 투하 시작합니다!!
마나이터의 구덩이 상공.
헬기에서 길게 내려오는 밧줄에 매달려있던 한 청년이 밧줄 끝에서 무언가를 아래로 던졌다.
동그란 무언가는 수직으로 낙하하여 정확히 마나이터의 머리를 향해 떨어졌고, 마나이터는 그 무언가를 보고는 바로 아가리를 벌렸다.
[지금 떨어뜨리는 건….]“폭탄입니다.”
콰ㅡㅡㅡㅡ앙!!
마나이터가 구체-폭탄을 입에 무는 순간, 마나이터의 목 안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푸쉬이ㅡㅡㅡㅡ
-라이트!!
폭연이 아래에서 흘러나오며, 헬기에서 아래로 투사하는 라이트의 빛이 폭연을 꿰뚫는다.
-적, 마나이터는….
모두가 침을 꿀꺽 삼키며 폭연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가운데.
■■■■■■ㅡㅡㅡ!!
입에서 폭탄이 터졌는데도 멀쩡한, 그 어떤 상처도 타격도 없어 보이는 마나이터는 그저 발악하며 더 난동을 피울 뿐이었다.
[도깨비가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빠져나갔다는 건, 이런 상황을 예상했기 때문인 건가.]대통령은 폭탄에도 끄떡없는 마나이터에 인상을 찌푸렸다.
[협회장. 뭔가 방법은 없는 건가? 물리적으로도 이능력적으로도 해결할 방법이 뭐 하나는 있을 거 아닌가?]“…생각 중입니다만, 일단 폭격은 지금 불가능합니다. 보시다시피.”
협회장은 도깨비가 남기고 간 거구, ‘버스터 하르방(공식 명칭)’을 가리켰다.
“지금 도깨비가 남긴 ‘고인돌’, 하르방은 그저 정교하게 만들어진 현무암 조각일 뿐입니다. 마나를 흡수하지 못하도록, 거대한 질량으로 누르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저 단순한 돌 덩어리이기에….]“폭탄을 터뜨리면 거인이 한순간에 돌무더기가 될 뿐이죠.”
[그렇게 되면 마나이터가 순식간에 돌무더기를 뚫고 튀어나오는 건가.]하나의 거대한 돌덩이가 계속 마나이터를 누르게 할 것인가.
아니면 계속 폭탄을 투하하여 마나이터가 ‘어쨌든 폭발로 타격을 입을 것이다’라고 믿고, 설령 폭발로 인해 도깨비가 남긴 현무암 덩어리가 파괴되어 망가지더라도 그대로 공격을 퍼부을 것인가.
사건이 일어난 현장에서는 협회장이 현장에서 최고 지휘권자였다고 해도, 상황이 다소 정리된 지금은 결국 최종 결정권자는 협회장이 아닌 ‘대통령’.
[…자네가 방법을 찾아줬으면 좋겠네.]대통령은 카메라 방향을, 집무실 안을 눈으로 가리켰다.
[여기에 있는 이들은 지금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어. 조금 전에 누가 그러던데, 일단 핵폭탄 터뜨리자고 하더군.]“그게 말이나 되는….”
[그러니까 하는 말이야. 자네가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핵폭탄 스위치를 떨어뜨려야 한다고.]“농담이시죠? 한국에 핵폭탄이 어디있….”
순간, 협회장은 어깨를 으쓱이는 대통령의 행동에 괜히 등골이 서늘해졌다.
“…광익공 얘기하시는 거죠?”
[음.]“광익공이 전술핵 그 이상의 파괴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걸 핵폭탄이라고 이야기를 하시는 거죠?”
[으음.]길게 침음성만 흘리는 대통령에 협회장은 그저, 그 핵폭탄이 제발 광익공의 마력 폭탄이 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알겠습니다. 일단, 현장에 있는 이능력자들과 한 번 논의를 해보겠습니다.”
[고생하게. 최대한 빨리, 늦어도 1시간 이내에 답을 줬으면 좋겠어. 지금도…마나이터는 아래에서 계속 날뛰고 있으니.]“알겠습니다, 대통령님.”
뚝.
연결이 끊어졌다.
협회장은 실시간 라이브로, 여전히 날뛰고 있는 마나이터를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젠장, 이걸 바라는 건 진짜 나쁜 생각인 건 알지만.”
소위 ‘염치가 없다’라고 표현하는 게 맞겠지만.
“명치가 아니라 요람을 쳤어야지.”
[명치 꿰뚫는 것도 그 고생을 했는데 왜 못 죽였냐고 하면 내가 뭐라고 답을 해야 하나.]나는 커뮤니티 속 사람들의 반응에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화장실 갔다 나올 때 반응이 다르다고는 해도, 이렇게까지 다를 수 있나 싶군.]커뮤니티 속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왜 도깨비는 바로 저 악마를 쓰러뜨리지 못했는가.
왜 도깨비는 그렇게 다른 악마들과 빌런들을 일격에 처리하면서, 왜 저 마나이터는 쓰러뜨리지 못했는가.
“답답하면 지들이 하든가. 이 말, 여기에 쓰이는 거 맞죠?”
[물론. 유미르, 너는 저런 말에 현혹되지 마라. 만약 네가 저런 상황이었다면, 너는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한 거야.]나는 현재, 잠시 휴식을 위해 펜션으로 돌아왔다.
[내가 마나이터를 막지 않고 서귀포에 상륙하게 그냥 놔뒀다면, 지금쯤 도깨비한테 난리를 치는 게 아니라 피난 가느라 난리였을 걸.]“평화에 찌들었다는 거네요.”
[거기까지 가는 건 조금 더 나갔지만, 크게 틀린 말은 아니긴 해.]그리고 그 휴식 동안, 유미르에게 이 세상의 생리에 관해 이야기를 전했다.
[히어로의 길을 걷기로 한 네가 그런 건 더 잘 알겠지만, 지금 나를 봐라. 세상 사람들은 도깨비가 목숨을 걸고 싸웠다는 것에 감사하는 사람도 있지만, 마나이터를 마저 처리하지 못한 것에 잔소리하는 사람들을 봐.]이른바, 훈수하는 이들.
한 번에 끝냈으면 좋았겠지만, 한 번에 끝내지 못했다면 이렇게 수많은 이야기가 올라오기 마련.
“그래서 선생님, 진짜 정부랑 협회에 전부 맡기실 거예요? …진짜로?”
유미르가 불안감을 내비친다.
[유미르.]“네, 선생님.”
[드디어 너도 이 나라의 조직이라는 것들에 대한 불신이 생겼구나.]“…앗!”
나는 그에, 괜히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 그거다, 유미르. 이 나라에서 가장 믿지 못할 게 조직이고 협회다.]“이런 식으로 저를 타락시키시다니, 역시 악독한 빌런이시네요. 그래서 진짜 방법은 있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