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420)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420화(418/668)
윤혜라는 느긋한 미소로, 하지만 눈에는 짜증이 가득한 채 입꼬리를 비틀었다.
“‘그 나라’가 이름값 했네요. 그러니까 지금, 자기네 히어로가 타락한 거니까 자기네가 관리하겠다?”
“그, 그게…! 악마는 죽여야 하지만, ‘젠로스’하면 E급이라도 부활할 수 있으니까…!”
“그럼, 그 히어로가 누구인데요?”
“그건…. 그, 연락해 온 전화를 그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비서는 자신이 말을 하면서도 복장이 터진다는 듯한 표정으로 태극워치에 손을 올려 답했다.
“당에서 육성하던 비밀병기이기에, 이름은 없는 ‘무명(無名)’이라고….”
“이런 개ㅡ씨ㅡㅂㅡ”
협회장의 노성이 호텔을 가득 채웠다.
[좋아. 그럼 방법은 정해졌다.]소유권을 주장하더라도.
[유미르. 공사 현장에서 문화재가 나오면, 그 문화재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어…. 문화재청에 신고한다?”
[바람직한 마인드를 가졌군. 착해.]나는 빌런이다.
[조용히 묻어버리면 되는 거다. 도올. 그 말, 중국 히어로 협회에서 공식적으로 말한 건가?]“아니. 당연히 자기네들이 나서기 어려우니까, 비공식 채널로 전한 정보야.”
[그럼, 묻어야지.]“…저기, 혼돈 언니가 지금 쉬고 있지 않아요?”
[미르야.]나는 유미르의 등을 토닥이며, 주변을 가리켰다.
[제주도에는 돌만 있는 게 아니야.]공구리는.
[결과적으로, 마나이터가 밖으로 나올 수 없게 만들면 그게 공구리지.]시멘트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음, 공귤이인가?]나는 저기, 펜션 현관 앞을 지키는 감귤을 하나 집어 들었다.
[썩은 귤은, 버려야지.]그 시각, 부산항 인근 컨테이너 적재소.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말이 된다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투신 이준영은 눈앞에 있는 하르방, 아니 하르방에 붙잡혀있는 핑크 머리 남자의 말에 머리가 아파져 오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저기 마나이터가 중국 당에서 육성하던 이능력자가 폭주한 것이다?”
“라고, 당에서 연락이 오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그걸 지금 믿으라?”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는 것처럼,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과 같은 말이지요.”
“하.”
투신은 하르방이 고이 품고 있는 저 손 너머의 명치를 향해 주먹을 꽂아 넣고 싶었다.
그러나 이 남자는 그저 당의 지시를 받아 같은 말만 되풀이하는 앵무새일 뿐.
“그런 억지가 통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억지가 아니라 사실. …여기까지는 ‘매화검수’의 입장.”
매화검수는 잠시 주변을 훑은 뒤, 다른 이들이 들리지 않게 입 모양으로만 작게 속삭였다.
-팩트가 중요하지 않은 건 당신도 알 텐데.
“크윽…!”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그 정보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그걸 진실로 받아들이냐 하는 문제.
“…이미 대륙에서 사람들이 커뮤니티를 통해 말하고 있을 겁니다. 무명은, 우리의 사람이라고. 그러니, 구해달라고.”
구해달라.
그 말이 협박처럼 들리는 건, 기분 탓만은 아닐 것이다.
“구하는 과정에서 누군가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데? 마나이터가 그 이능력자를 잡아먹고 깨어날 수 있는데?”
“불에 뛰어드는 소방관이 자기 목숨을 아끼지 않는 것처럼, 히어로도 누군가 억울하게 고통스러워하는 자가 있다면 그를 구하는 것이 도리.”
“그러면 중국에서 직접…아, 젠장.”
투신은 지도 속 위치를 떠올렸다.
제주도의 바로 아래.
아무리 전투 과정에서 마나이터가 뒤로 크게 뛰었다고 해도, 마나이터가 갇혀있는 곳은 서귀포에서 불과 십수 km 정도 떨어진 곳.
마라도보다 제주도가 더 가깝다.
엄연히 한국의 영해인 만큼, ‘마나이터가 중국인이라고 하니 중국에서 알아서 구해서 데려가시라!’라고 말할 수는 없다.
괜히 그랬다가 더 난리라도 난다면?
중국 협회에서 마나이터 정화에 실패한다면?
폭주는 제주도에서 이루어진다.
그걸 투신도 다른 이들도 모두가 알고 있기에, 함부로 ‘그래라’라고 말할 수는 없다.
피해를 보는 건 모두 한국이니까.
“씁….”
투신은 주먹을 부들부들 떨 수밖에 없었다.
“나라도….”
자신이 만약 이 주먹으로 마나이터의 요람을 내려찍어 깨뜨릴 수 있다면, 자신이라도 나서야 한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하지만 약간의 불안감이, 그를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후후, 마나이터의 안에 있는 요람은 어디에 있을까. 궁금하지 않소?”
“그걸….”
“유독 몸이 홀쭉하던데, 과연 ‘핵’은 어디에 있을까. 과연, 요람을 깨뜨린다고 젠로스를 할 수 있을까?”
“당신은 지금 내 속을 긁으려고 말하는 건가?”
“글쎄.”
매화검수는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개인으로서 말하자면, 함부로 싸워서 이길 수 없다면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이라는 말을 하고 싶어질 뿐이오.”
“뭐라고…?”
“나는 개인적으로, 그대와 싸우고 싶소. 저기 월드컵에서.”
“하.”
결국 이 남자가 걱정하는 말도 투신을 위해서라거나 세계를 위한 말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한 말이었다.
“당신은 끔찍할 정도로 이기적인 빌런이군.”
“몰랐소? 빌런이라는 건 결국 자기 이기심에 따라 움직이는 자지. 언제나 예상외로, 기상천외하게. 그런 의미에서 나는 말이오, 도깨비와 한 번 더 싸워보고 싶소. 이왕이면-”
파지직.
투신의 태극워치가 반짝였다.
떠오르는 화상 스크린은 어떤 영상을 보여주고 있었고, 투신은 그 영상으로 눈을 돌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어?”
그곳에는.
인간의 상식으로는 믿기 어려운 현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게 뭐야?”
“허.”
매화검수 또한, 그 초현실적인 현상을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기승전귤도 아니고, 이 제주도라는 곳은 무슨 귤귤귤귤인가…?”
귤이 굴러간다.
서귀포항에서 모여든 귤이, 파도의 위를 따라 헤엄치듯 굴러가고 있다.
심지어 파도의 위에는 얼음으로 만들어진 도로가 만들어진 채, 귤들이 얼음 도로 위를 바람에 휘날리며 데굴데굴 굴러가고 있다.
“지천향……!!”
그 시각, 서귀포 남부 바다 위.
“이게 맞나.”
백설희는 마나이터의 구덩이를 향해 천천히 걸으며, 발아래를 얼어붙게 만들면서도 눈앞이 아찔해졌다.
“아니, 경제적으로 보면 이게 맞는 말이기는 한데.”
백설희는 자신의 옆으로 바짝 붙어서 굴러오는 감귤을 살폈다.
못생긴 감귤이다.
감귤나무에서 떨어져 바닥에 옆구리를 찧은 듯, 옆부분이 크게 상한 귤이 백설희가 만든 얼음 도로를 따라 앞으로 미끄러지고 있다.
“하.”
지천향의 의지가 함께 담겨 굴러오는 귤에는 분명 마나가 담겨있다.
하지만 저 귤이 이 얼음 도로의 끝에 닿는 순간, 구덩이 위를 지나는 순간.
구덩이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 감귤에 닿는 마나는 전부 사라지고 그저 귤만 아래로 떨어질 뿐.
“이거, 진짜 맞는 건가….”
지천향은 말했다.
-거기에 쓰레기 버리죠?
라고.
-그냥 쓰레기 버리면 바다 환경을 오염시키니까, 저기 폐기물을 버리는 건 어때요?
라고.
마치 누군가의 지시를 받은 것처럼 말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아니, 애초에 감귤 무더기를 저 구덩이 안에 집어 던지자는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처구니없지만.
실제로 대량의 귤이 지금 얼음 도로를 따라 굴러오고 있다.
만약 굴러오지 않았다면, 아예 트럭을 통째로 구덩이 속으로 집어 던질 각오로 트럭 뒤에 귤 상자를 수십 개 쌓아 얼음 도로를 달렸을 터.
“하, 하하….”
드디어, 구덩이의 앞에 닿았다.
여전히 버스터 하르방은 마나이터를 짓밟고 있고, 마나이터는 가만히 누운 채 뭔가 계속 꿈틀거리고 있었다.
꿈틀거리기만 하고 있다.
우물 안에 갇힌 개구리가 심지어 우물 바닥에 박혀 움직이지 못하는 것처럼.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위로 올려다보이는 하늘을 향해 탈출할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것처럼.
아직, 마나이터는 죽지 않았다.
살아있기에, 뭔가 조치가 필요했다.
“…미안하긴 한데, 만약 스스로 이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백설희는 구덩이로 뻗어나간 도로의 옆으로 한 발자국 물러나며, 멀찍이 거리를 뒀다.
“스스로 젠로스 한다면, 적어도 귤에 깔려 죽기 전에 탈출할 수 있지 않을까….”
그저 그게 백설희가 해줄 수 있는 말의 전부.
그리고.
“…온다.”
구구구구.
얼음 도로의 옆, 군함들이 도로의 옆을 따라 다가와 정박했다.
백설희는 군함이 천천히 멈출 수 있도록 바다를 얼려 군함을 멈추게 했고, 곧 군함 위에 타고 있던 히어로 협회의 요원들이 무언가 노란색 박스를 얼음 도로에 붓기 시작했다.
퍽, 퍽퍽, 퍼버벅.
귤들이 아래로 떨어진다.
제주도 땅을 떠나, 군함을 타고 제주도 남쪽 바다로 내려오는 영광과 함께, 제주도의-아니 전 세계의 평화를 위한 사명감으로 기꺼이 얼음 도로의 위로 몸을 던진다.
“에휴.”
백설희는 깊은 한숨과 함께, 얼음 도로의 끝을 아래로 향하는 경사를 만들었다.
“나는 이제 모르겠다.”
누군가의 말대로.
정부와 협회에서 알아서 하겠지.
앞으로 여기에 마나이터를 감시하는 상시 감시 부대가 순찰을 하든.
아니면 누군가가 제주도 남부에 머무르며 혹시나 마나이터를 건드리는 자가 있다면 바로 나설 수 있게 상주를 하든.
“일단 나는 아닐 듯.”
백설희는 편안한 곳에서 후대의 인재 양성을 위해 쉬어야 한다는 임무가, 사명이 있다.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