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428)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428화(426/668)
“…걸려서 난입해도 좋고, 안 걸리면 그 시간 동안 히어로들이 더 시간을 쓸 수 있으니까 이득이다?”
“어느쪽이든 손해는 아니지.”
S급이 괜히 S급이 아니다.
뭐든지 다 본인에게 이득이 되도록 상황을 생각하고, 또 그게 히어로로서 선을 넘지 않을 정도로 계획을 세우고 움직이고 있다.
백설희가 간과하고 있는 게 하나 있다면.
‘미안하지만 장소를 잘못 골랐어.’
백설희는 나름 사람들의 눈을 피해 울릉도로 왔지만, 하필 울릉도에서도 이 펜션을 고른 건 그녀에게 있어 가장 큰 실책이다.
“이선아. 혹시 나중에 나랑 하게 되면, 그거 하나만 좀 부탁해도 될까?”
“선생님이 도깨비 역할만 해주신다면 저는 뭐든지 다 해드릴 수 있는데요. 뭔데요?”
소곤소곤.
“…그걸로 충분해요?”
“응. 왜? 좀 그래?”
“아뇨. 그거…저한테 오히려 이득인 것 같아서.”
“너도나도 이득이지만 백설희에게는 한 방 크게 먹일 수 있지. 어때?”
“좋아요. 그렇게 하죠.”
나는 윤이선에게 지령을 내렸다.
나중에 신호를 보낸다면, 윤이선은 내가 한 번 크게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게 만들어 줄 터.
‘사람이 적으면 적을수록 나는 이득이야.’
백설희는 소수 정예를 데려왔겠지만, 아무리 S급이 늘어나도 결과는 똑같다.
도깨비로서 마나를 사용하지 못하는 건 조금 위험하지만, 그렇다면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만들면 된다.
“그럼…일단 다른 사람한테 가볼까.”
나는 내 방을 나와 거실로 향했다.
“아, 지환 씨.”
“…지금 뭐하는.”
“이불보다는 침대가 더 좋지 않겠어? 저기 사장님한테 여쭤보니까, 흔쾌히 허락하시더라고.”
이미 거실에는 백설희가 난장판을 벌여놓았다.
난장판이라고 해야 할지, 침대 판이라고 해야 할지 애매하기는 하지만, 일단 원래 펜션의 인테리어를 완전히 파괴하는 인테리어를 구축하는 게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니, 방에 있는 침대에서 매트리스를 다 끌고 나오면 어쩌자는 거야?”
“그야, 각자 방에서 하는 것보다는 거실에서 하는 게 서로 좋으니까?”
“진짜 구경시키려고? 방에서 하는 게 아니라?”
“어머. 어차피 막 땀 흘리고 그럴 거라면, 모든 방을 더럽히는 것보다는 그냥 거실에서 다 같이 있는 게 좋잖아. 이린아, 어떻게 생각해?”
“……저야 뭐.”
태이린은 자기 키보다 더 큰 침대 매트리스를 그대로 백설희가 놓아둔 매트리스의 옆에 내려놓았다.
소파 앞에 침대 세 개가 나란히 늘어져 있는 게, 붙어있는 침대에서 족히 다섯 명은 함께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은 넓이였다.
“미치겠네.”
“괜찮아, 괜찮아. 자고 싶다면 재워줄 테니까.”
“나 자는 동안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음…. 괜찮아. 나쁜 짓은 하지 않을 거니까.”
백설희는 눈을 찡긋거리며 엄지를 척 들었다.
“아니면 혹시 침대 말고 다른 걸 원했어? 막 얼음 침대라거나.”
“딱딱해서 안 돼.”
“그렇지? 역시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니까. 쉴 사람은 여기 소파에서 쉬고, 아니면 부엌 식탁에 앉고, 아니면 여기 침대 옆에 앉아있고. 정 밖에 있기 그러면 방으로 들어가면 되고.”
“보트 몰고 오면서 이 생각만 했지?”
“보트 몰기 전부터 이 생각만 했는데? 아니다, 마나이터 잡고 난 뒤로 어떻게 하면 다 같이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고민했었지. 흐흥.”
아아.
그렇구나.
이것은 침대가 아니다.
이것은 식탁이다.
그리고 먹히는 건 당연히, 백설희의 입장에서는-
“지환 씨. 혹시 쫄았어?”
“……뭐, 그건 나중에 알게 되겠지.”
내가 잡아먹히는 쪽이라고 생각하겠지.
‘편하네.’
자신이 사냥하는 쪽이라고 생각하는 사냥감을 사냥하는 것만큼, 손쉬운 사냥이 또 없다.
“저기, 도지환 씨.”
“…응?”
거실을 지나 다른 곳으로 가려고 한 순간, 태이린이 나를 불렀다.
“음….”
“그냥 편하게 이름으로 부르세요. 말도 편하게 하셔도 되고.”
“아, 그럼 나야 편하지. 왜?”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 지금 바쁘신가요?”
“음….”
솔직히 말하면 바쁘다.
태이린을 상대로 하는 대응책을 또다른 첩자와 논의해야 하므로, 태이린과 함부로 이야기를 나눌 수 없다.
“급한 일이면 괜찮은데, 저기 호출을 받아서 말이야.”
“호출이요?”
“응. …김윤지 씨가 나를 불러서.”
“앗.”
“뭐?”
태이린은 놀라고, 백설희가 침대 시트를 정돈하다 번쩍 고개를 든다.
“윤지가 너를 왜?”
“가봐야 알지. 괜찮아. 별다른 거 아닐 거야.”
“…이선아. 같이 따라가 줄래?”
백설희는 뭔가 불안감을 느꼈는지, 굳이 윤이선을 내게 붙이려고 했다.
“괜찮아요?”
“…괜찮겠지. 아마도. 나도 이선 학생이 있는 쪽이 든든하기도 하고.”
마침 잘 됐다.
김윤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모르지만, 일단 결사의 첩자와 결사의 스파이를 삼자대면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
백설희는 이곳의 상황을 전부 자신이 케어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 펜션 내부의 분위기를 전부 움직이는 건 나다.
“다녀올게.”
“…혹시 무슨 일 생기면, 고함 질러. 알았지?”
“빌런한테 가는 것도 아니고 히어로한테 가는 건데 뭘.”
“…그렇겠지? 하긴, 윤지는 그럴 애가 아니니까….”
“괜찮아, 괜찮아. 금방 다녀올게.”
초조해하는 백설희를 안심시킨 뒤, 나는 2층에 방을 잡은 김윤지를 향해 계단을 올라갔다.
저벅, 저벅.
일부러 발걸음 소리까지 내며 방을 올라가, 김윤지가 쓰기로 한 방의 방문을 두드렸다.
“김윤지 씨? 도지환입니다.”
-들어오세요.
담담한 목소리에 나는 방문을 열었다.
“…일단은 도-”
“안녕하세요, 언니.”
“도오오ㅡㅡ지환 씨에게, 음,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끼익.
나는 문을 닫았다.
“배려해주는 거, 고맙군.”
“…어?”
“소개하지. 결사의 에이전트, ‘파이어폭스’ 윤이선이다.”
“안녕하세요. 도깨비 덕분에 S급으로 각성한 윤이선이라고 해요.”
“…….”
김윤지는 반쯤 가라앉은 눈으로 나와 윤이선을 노려봤다.
“도깨비는 도대체 어디까지 발을 뻗고 있는 겁니까?”
“네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더 넓게.”
“하아. 알겠습니다. 윤이선 양까지 도깨비를 돕기로 했다면, 저도 한결 마음이 편하죠.”
김윤지는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닙니다. 태이린도 있습니다.”
가, 바로 표정을 굳혔다.
“그래. 정확히 짚었군.”
“태이린도 혹시 결사 사람입니까? 결사의 협력자?”
“아니. 아예 모른다. 들켜서도 안 되고.”
“…들켰을 때는 어떻게 하실 거죠?”
“글쎄. 입막음을 해야 하나.”
S급에 이능력도 정신계 쪽에 가까워 좀처럼 세뇌나 다른 것도 통하지 않을 터.
“돈으로도 권력으로도 입막음을 하지 못할 테니, 다른 방법으로 해결을 해야지.”
“뭡니까?”
“도깨비 방망….”
나는 말을 끝까지 마치지 못했다.
파직!
내 앞에, 불꽃과 전기가 튀었다.
“지금 뭐하는 거죠?”
“아무리 도깨비라도, 건드려선 안 될 게 있습니다.”
윤이선이 내 앞으로 손을 뻗으며 불꽃의 부채를 만들고, 김윤지가 주먹에 전격을 불어넣은 채 나를 향해 위협했다.
“태이린, 대통령의 손녀입니다.”
“알고 있다.”
“저같이 일반인은 건드리는 건 문제가 안 되지만, 태이린은 다릅니다. 태이린은 건드리는 건, 곧 대통령을 건드리는 겁니다. 더군다나….”
김윤지는 심각한 얼굴로, 하기 싫은 말을 억지로 내뱉는 듯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성폭행은 S급 악마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일입니다.”
“……응?”
“도깨비. 뭔가 방법을-”
“잠깐.”
나는 김윤지를 향해 한 번 손을 뻗은 다음.
“내가 말한 도깨비방망이는 이게 아니야.”
손가락을 아래로 가리켰다.
“은어가 아니라, 말 그대로 도깨비방망이라고.”
“…….”
“너, 무슨 생각을 했지?”
“…….”
김윤지의 얼굴이, 점차 붉어지기 시작했다.
“말해. 무얼 생각했지?”
“그, 그게…. 방망이를 생각했….”
“머릿속에 마구니가 들었구나.”
“…….”
김윤지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나며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장소가 장소인지라….”
“장소?”
“울릉도…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