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43)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43화(44/668)
빌런이라는 용어는 우리 일상생활에서 정말 다양하게 쓰인다.
보통은 사회의 미풍양속을 해치는 자들을 두고 빌런이라고도 표현하지만, 이 세계에서는 당연히 ‘체포해야 할 악당’들을 말한다.
그렇다면 빌런으로 판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누군가에게 상해를 입힌다거나.
누군가의 재산에 피해를 입힌다거나.
반국가적 범죄를 저질러 공공질서와 시민 안전을 위협한다거나.
우리가 흔히들 일상생활에서 ‘범죄’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는 행동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저지르는 자들이 빌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공공장소에서 저렇게 무분별하게 떠들어대는 자를 빌런이라고 칭할 수 있을까?
[아아. 경고한다. 육기봉. 소음공해로 체포당하고 싶지 않으면 당장 그만둬.]경찰 제복을 입은 이능력자가 마이크에 대고 육기봉에게 경고를 날렸다.
“응, 어쩔민국! 체포 못하죠? 나는 그냥 일반 시민이죠? 그냥 광장에서 크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뿐이죠?”
[소음공해도 죄가 된다는 걸 알고 있나?!]“그래봤자 경범죄죠? 나는 아무 죄가 없죠? 나 체포하면 바로 이능력자 체포하는 거죠? 그리고 나는 지금…내 ‘이능력을 실험’하는 거죠?”
좌우로 손을 뻗고 허리까지 튕기며, 상당히 열받는 댄스까지 추며 모여든 사람들을 농락한다.
“아쉽네! 이 나라의 사법 체계는, 이 세종섬의 사법 체계는 나를 건드릴 수 없어! 나는 한국인이고, 이능력자야! 그리고 거기에…17세 이하 미성년자지!!”
“…트리플 크라운이군.”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세 가지가 혼합되었다.
물론 저 세 가지 요소가 합쳐진 이들 중에서도 평범하게 자라고 있는 새 나라의 밝은 어린이들이 있지만, 저 ‘촉법잼민이’는 예외다.
현대의 촉법소년과 이 세계의 기준은 완전히 다르다.
평범한 인간의 경우 촉법소년의 나이 기준이 빙의되기 전의 한국과 다를 바가 없지만, 이 세계의 이능력자들은 조금 특별대우 아닌 특별대우를 받는다.
-이능력자는 아주 특별한 사람입니다. 그런 특별한 사람이 폭주하게 되는 건 주변 환경이 그를 보듬어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이렇게 폭주하게 된 건 우리 사회가 아직 이능력자를 받아들이는 기준이 달라서 그런 거 아닐까요?
와 같은 말에 따라, 이능력자들은 성인이 될 때까지 법의 심판을 받음에 있어 상대적으로 조금 ‘가볍게’ 대해진다.
누군가에게 반죽음에 이르는 상해를 입힌다거나.
누군가의 자동차나 집을 반파시키는 수준의 재산 피해가 아니라면.
“어쩔대한, 저쩔민국! 미래의 B급 능력자를 지금 이런 소란 가지고 체포하겠다고? 응, 체포해봐~! 이민 가면 그만이야!”
“젠장….”
다른 학생들과 교직원들, 심지어 체포하러 온 자들도 다들 함부로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괜히 과잉 진압을 했다가 실제로 이민을 가겠다고 난리라도 친다면?
-누구누구가 이능력자 성깔을 건드려서 그 사람 저기 일본으로 망명했다더라!
-아무리 그래도 흉악범도 아니라면 한국 안에서 계도해야지, 망명시킬 정도로 과잉 진압을 하면 어떡해?! 시말서 쓰고 싶어?!
책임은 결국 선한 자들이 지게 된다.
그래서 지금 누구도 함부로 저 빌런아닌 빌런을 상대로 함부로 제압하지 못하고 있다.
즉.
행동이나 싹수없는 놈은 당장 처형해도 모자란 빌런이라고 해도, 법적으로는 빌런이 아니다.
‘도깨비라면 뚝배기 바로 깨버리는 건데.’
하필 밥 먹다가 나와서, 일행이 생기는 바람에 변신하기 조금 껄끄럽다.
“큰일이네. 저 녀석, 잔머리 하나는 일품이야.”
“그냥 자신의 슈트 자랑을 하는 것 정도라면 체포 근거가 상당히 부족해요.”
윤이선은 손톱을 깨물며 이를 갈았다.
“저 정도 소란은 솔직히 따지고 보면 훈방 조치도 안 될 수준이에요. 일반인들이 술 마시고 행패를 부리는 경우보다도 더.”
“…이능력자라서?”
“네. 이능력자니까. 이능력자는 자기가 조금만 불리한 상황에 놓여도 ‘어? 꼴받네?’라면서 폭주하는 경향이 있으니까.”
몇 번이나 말하지만, 이능력자는 유리와도 같은 존재다.
문제는 이 유리 같은 성정을 가진 놈들이 가만히 있지도 않고 어디 위험한 곳에, 깨지기 쉬운 곳에 스스로 돌아다니면서 사고를 일으킨다는 것.
“제가 오기를 잘했네요.”
“이선 학생, 어쩌려고? 나설 거야?”
“이럴 때 바로 제가 나서야죠.”
윤이선은 자신의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앞을 가리켰다.
“저는 학생회장이니까.”
“……오.”
법은 저 촉법잼민이능력자에게 조치를 취할 수 없어도, 학생회는 이야기가 다르다.
“육기봉 후배님?”
윤이선이 앞으로 다가간다.
“켁, 회장…?!”
광소를 퍼뜨리며 온갖 포즈를 취하고 있던 육기봉은 윤이선을 알아보자마자 뒤로한 걸음 물러났다.
“뭐, 뭐?! 뭐 불만 있어?! 나는 지금 ‘히어로 슈트’를 선전하고 있는 거라고!”
“당신이 지금 하는 행위가 선전이라고요?”
“그래!”
육기봉은 헬멧을 벗었다.
상당히 여우같이 생긴, 사람에게 이런 말을 하기는 좀 그렇지만 관상이 얍삽하게 생긴 녀석이었다.
“나는 이게 선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하…! 정당한 광고입니다! 내가 지금 하는 건 트럭 장사가 확성기 틀고 슈트 판다고 이야기를 하는 거랑 마찬가지라고요!”
“그거랑 이거랑 같아?”
“예! 같습니다! 제가 앞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 사람들에게 광고하는 거라고요!”
당당하기 짝이 없다.
“그래? 하지만 그거 유감이네. 학생회에 신고가 들어왔어. 너 때문에 ‘공부’를 못하겠다는 신고가.”
“크윽…?!”
“광고하는 거 가지고 누가 함부로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게 ‘소음공해’가 되었다면 얘기가 달라지지 않겠어?”
“일요일에 누가 공부를 처한다고…!!”
“함부로 말 하지 마. 이능력자들 중에도 고3은 있어.”
슬픈 이야기 중 하나.
이능력자들도 수학능력시험을 봐야 한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다고 해도 수능만큼은 변하지 않기에, 이능력자들은 철저한 감시 속에서 수능을 봐야 한다.
편법은 통하지 않는다.
통하는 것은 오직 쌓아온 공부뿐.
“일요일에 공부를 안 해봐서 잘 모르나 본데, 고3에게는 일요일은 그냥 학교 안 가고 공부하는 날이야.”
“그런 거 나는 모릅니다! 그, 그리고 설령 소음공해라고 해도, 나는 멈출 수 없어! 하하, 너희들은 이제 그거 그냥 못 해!”
육기봉은 사방을 향해 삿대질하며 광소를 터뜨렸다.
“다, 다 나한테 돈을 지급해야 한다고! 디자인에 대한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으면, 내가 다 저작권 신고를 넣고 소송을 걸 거다! 으하하!”
말을 하는 뽄새가 어찌 저놈 혼자서 생각한 건 아닌 것 같다.
“너….”
윤이선이 육기봉과 확실히 대치하는 사이, 나는 잠시 인파 뒤로 물러나 주변을 살폈다.
‘현장에서 누군가가 상황을 알려주고 있는 게 분명해.’
쓰레기 같은 어른이 있다.
육기봉을 선전도구로 삼아, 특허권 어쩌고 이야기하며 그에게 막대한 돈을 벌어주겠다고 옆에서 헛바람을 심어둔 자가 있다.
멀리서 CCTV 같은 걸로 지켜보고 있지는 않을 터.
분명 현장에 있다.
“……여보세요? 아, 주 대리.”
[외식하러 나간다더니? 어머, 들리는 소리 봐서는 현장인가 봐?]“그래. 현장이야. 뉴스 보고 있어?”
주모는 바로 내 전화를 받자마자 상황을 파악했다.
“어떻게 된 건지 조사할 수 있어?”
[뉴스 뜨자마자 확인해봤는데, 실제 명칭은 기봉라이더 같은 게 아니야. ‘이능력자 전용 전투용 파워드 슈트’라고 해. 정식 명칭은…’해그늘’.]“…해그늘?”
나는 바로 고개를 돌렸다.
[해그늘24], [해그늘다방], [해그늘반점], [해그늘텔레콤], [해그늘PC방].광장 인근에는 온갖 ‘해그늘’이라는 글자가 박혀있다.
편의점, 카페, 중식집, 통신대리점, PC방에 이르기까지 온갖 계열에 발을 뻗고 있는 초거대 공룡기업이 바로 ‘해그늘’이다.
태극워치를 제조한 회사도 마찬가지.
“설마.”
[대기업의 횡포야. ‘해그늘’이라는 이름으로 저작권 등록을 시도하면서, 수십 가지 디자인 중에 지금 도 과장님 슈트 차림을 같이 넣어놨어.]“하긴. 어린 애 하나가 저렇게 광역으로 어그로를 끌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
초거대기업이 끼어있다면 상황이 모두 맞아떨어진다.
저 꼬맹이가 뭘 믿고 나대냐고 했을 때, ‘내 뒤에 해그늘이 있다!’고 한다면 나도 그렇지만 누구나 다 ‘그럼 그렇지’라고 생각할 것이다.
‘조금 난감한걸.’
해그늘은 우리 결사와는 관련이 없는 순수한 대기업이다.
순수하다기보다는 이능력자들을 대상으로 한 온갖 사업을 펼치며 이능력자들을 이용해 온갖 돈을 긁어모으는 존재들이다.
항간에 흐르는 소문에 따르면, 의무교육을 마친 이능력자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능력자들에게 몰래 연락을 넣어 자체적인 PMC를 만들려고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실제로 작품 후반에는 떡밥 비슷하게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고.
‘어떻게 한다.’
변신으로 나서야 하나?
변신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대처할 방법을 얼마든지 만들어뒀지만, 이런 상황에서 도깨비가 또 튀어나오는 건….
“기봉 후배님. 사람들이 동요하고 있어. 후배님이 계속 그 모습으로 이렇게 소란을 일으키면, 과연 사람들이 그 모습을 따라서 슈트를 만들까?”
“윽…!”
‘나설 필요 없을지도.’
윤이선이 다행히 말로 육기봉을 설득하고 있다.
“내가 만약 기봉 후배님이라면 그걸로 선한 모습을 보이거나, 빌런을 쓰러뜨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걸로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
“그건….”
“그게 바로 기업에서 말하는 이미지 메이킹 아니겠어?”
설마 윤이선은 저걸 보자마자 바로 알아차린 건가?
뒤에 해그늘이 있다는 걸?
‘아니면 그냥 찔러보는 걸지도.’
알고 한 거든 모르고 한 것이든 육기봉은 지금 명백히 동요하고 있다.
“자. 육기봉 후배님. 마력 해제하고 일단…’아카데미’로 가자. 경찰이나 어른들이 취조 같은 거 하기 전에, 학생회가 육기봉 후배님을 위해서 나설 테니까.”
“내 기봉라이더 슈트에 관해서는…?”
“…학생회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은 다할게.”
윤이선은 호의를 베풀었다.
‘만약 호의를 거절한다면, 바로 도깨비 등장하는 거야. 제발 거절해라.’
아무리 소란을 일으키는 자라고 해도, 학생회가 방패가 되어주겠다고 했다.
“그럼….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흐흐흐, 역시 학생회야. 학생 인권을 위해 일하는…응?”
하지만.
언제나 일이 잘 풀리려고 하면, 사건 사고가 발생하는 법.
“뭐야. 이게 어떻게 된…? 말도 안 돼. 이럴 수 없어.”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특허가….”
육기봉의 얼굴이 진짜 도깨비처럼 일그러졌다.
“특허가 취소당했다고…?! 그것도, 국제표절?!”
참고로.
결사, 이매망량은 범국가적 조직이다.
삐빅.
문자가 하나 도착했다.
[Voㅅ“……역시 회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