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432)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432화(430/668)
“어, 언제요?!”
“오늘 밤.”
“……!”
“백설희가 먼저 선배로서 모범을 보이면, 둘 다 한 명씩 번갈아 가면서 컨설팅을 받기로 했지.”
돌려 말했지만, 이미 전두엽이 BL로 점철된 태이린 양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을 터.
“애국은 부끄러운 게 아니야. 진짜로 부끄러운 건, 네 말대로 그걸 하고 난 뒤에 무책임하게 내던지는 거지.”
“…….”
“원래라면 엄청 많은 돈을 받아도 모자랄 거다. 너도 알겠지만, 네가 직접 말했지만, 이능력을 개발하는데 300억-그것도 하룻밤 만에 스킬 하나가 확실하게 생긴다면, 그건 싸게 치는 편이지.”
“그, 그거야 그렇죠….”
“하지만 나는 흑익공으로서, ‘무상’으로 한국의 S급들에게 컨설팅을 하고 있다. 내 정체를 숨기기 위해 조금 까탈스럽게 말하는 것도 있지만.”
“…….”
이제, 슬슬 다 넘어왔다.
나머지는 쐐기만 박으면 된다.
“김윤지. 윤이선. 잠깐 자리를 비켜주겠나?”
“……!”
“아니, 내가 태이린 양의 방으로 가지.”
“아닙니다. 저희가 내려가도록 하죠. 이선, 가자.”
“네, 언니.”
김윤지와 윤이선이 바로 방을 나섰다.
“…….”
이 한마디로, 나는 태이린에게 나의 영향력을 과시했다.
세상에 그 어떤 남자가 S급 여자 둘에게 ‘나가달라’고 말하고, 그걸 실현시킬 수 있을까.
그런 영향력조차도 실현시킬 수 있는 힘이, 바로 도깨비방망이에 있다.
“그럼 태이린 양.”
철컥.
나는 문을 잠그고, 느긋하게 방 안에 있는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
“궁금한 게 있으면 무엇이든 물어보도록. 내가 답할 수 있는 건 전부 다 답하지.”
“…….”
“사실, 이미 네 안에서도 어느정도 답은 나왔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미 내가 충분히 답을 했으니까.”
도지환이 왜 낙하산 사서로 있었는가.
제주도에 따라온 이유는 무엇이었는가.
왜 윤이선과 김윤지, 그리고 백설희가 도지환이라는 남자를 계속 지키려고 하는가.
“마력이 없다고 해도, 누구보다도 이능력에 관해 잘 알고 있는 게 나다. 어쩌면 한국의 협회장보다도 더.”
이능력의 시대, 마나가 없는 자라도 이능력 발전에 얼마든지 이바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그렇다.
“한국 정부도 몰라. 당연하지. 나는 광익공 개인에게 요청받았으니까. 나는 정부가 오란다고 해서 오는 그런 자가 아니야.”
“…….”
광익공을 걸고넘어져서, 태이린이 몰랐던 이유에 개연성을 부여한다.
“오히려 나는 정부와 엮이는 걸 싫어해. 모든 이능력자가 전반적으로 강해져야 하는데, 어느 정부에 소속되면 그 나라만 강해지니까.”
“그건….”
“내가 이런 컨설팅 능력이 있다는 게 알려지면, 나보고 자기네 나라 전문 컨설턴트가 되라고 할 거 아니야.”
“그래서…어디 가서 함부로 말하지 않으려고.”
“그렇지. 뭐, 아는 사람은 잘 알고 있으니까 나를 찾으려고 한 거지만.”
여기에 태이린이 봤던 경매장의 그 촌극에, 논리를 더한다.
“레드 라이더 윤혜라. 나데시코. 그 둘도 내 고객이다. …나데시코는 다른 것까지 노리고 있지만, 하여튼 둘 다 나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지.”
“그래서 그들이 그렇게…!”
“한국 속담에 그런 속담이 있지. 님도 보고, 뽕도 따고. 아, 속담은 아닌가?”
“일석이조라는 말이 있는데요….”
태이린은 바로 반박을 하고 나섰지만, 나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그렇군. 내가 좀 바깥 생활이 길어서 말이야.”
“…….”
“하여튼, 이걸로 내 능력에 관해서는 입증이 다 끝난 것 같은데. 하고 싶은 말이 있겠지?”
“……그, 진짜 하실 건가요?”
태이린은 아래를 가리켰다.
“설희 언니랑도, 다른 언니들이랑도…?”
“왜 둘이 나랑 하려고 하는지, 왜 백설희가 나랑 하려고 하는지 생각해본 적 있나? …아니, 질문이 의미가 없군. 생각은 했지만, 최면 세뇌 같은 답을 냈으니.”
태이린은 고개를 푹 숙였다.
“모든 것은, 세계의 평화를 위해서다.”
“……?”
“너는 아직 어려서 모르겠지만, 이능력의 발전에는 애국이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어있어.”
“애국이…?”
“러브 이즈 파워. 인간의 감정 중 가장 이능력을 강하게 끌어낼 힘이 바로 사랑이지. 가족에 대한 사랑이든, 연인에 대한 사랑이든, 보이즈러브든.”
“아…!”
태이린이 바로 고개를 치켜들며 주먹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건 좀…!”
“왜? 그래도 나…그나마 ‘약한 거’로 말하지 않았나?”
“……그, 그건 고맙…아니, 고맙다고 해야 하나…? 사람 치부를 까발린….”
“무책임하게 임신튀를 하는 남자로 취급한 대가치고는 싸게 먹히는 거지. 만약 거기서 더 나갔으면.”
나는 태이린의 전신을 향해 손가락으로 칭칭 휘감았다.
“태이린 양의 넓은 수비 범위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태이린 양이 ‘당하고 싶은 은밀한 취향’까지 말할 수 있다고.”
“…….”
“그거까지 말하는 걸 바라는 건 아니지?”
“제, 제, 제가 무슨 취향을 가지고 있다고ㅡ”
“본인이 직접 말하지 않았나.”
나는.
“처음은 그렇게 당해보고 싶다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능력으로 당하고 싶다고 그런 말을 했었지. 진짜로 당하는 건 아니고, 그런 플레이로. 그런 플레이를 해줄 수 있는 남자를 만나고 싶다고.”
“네가 2D 애니메이션에서나 나올 법한 수갑도 목줄도 강아지산책도 구속조교도 최면도 촉수도 전부 다 해줄 수 있는 그런 이능력자 남자랑 20살에 만나서 결혼하고 싶다고 한 건, 앞으로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겠다.”
우리들만의 비밀이다.
“무슨 플레이를 하든, 그 남자랑 마음만 맞고 서로 사랑하면 그게 순애니까.”
태이린은 그저 사랑이 하고 싶을 뿐이다.
이능력향을 살짝 곁들인.
“순애라면, 그런 취향 정도는 얼마든지 존중해줄 수 있지.”
그래.
“음습한 취향을 가진 발랑까진 오타쿠라는 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으마.”
국뽕 라노벨 속에는 히로인이 차고 넘친다.
일단 S급 여성 히어로들은 전부 히로인이라고 봐도 무방하고, 그 이외에-
아니, 일단 젊은 여자면 전부 히로인이다.
국뽕 라노벨의 작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건지는 몰라도, 주인공을 무슨 일단 XX 염색체를 가진 20대 젊은 여성이기만 하면 히로인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런 히로인들 가운데, 태이린 또한 히로인이었다.
대통령의 손녀.
아머드 태조의 여동생.
그리고 17세 미소녀 여고생.
그러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능력적으로 매력을 가지고 있을 텐데, 작가 놈은 여기에 더 설정을 집어넣었다.
어린 시절 엄청난 충격을 받은 소녀.
추악한 가족사에 당할 뻔한 피해자.
오빠는 인격을 스스로 둘로 나누어 자신의 원죄를 봉인하고, 본인은 그걸 모르는 경우.
여기까지만 봐도 충분히 비운의 여주인공 역할을 하기에도 설정이 과했다.
그러나 우리의 작가는 여기에 개인적인 취향까지 듬뿍 불어넣었으니.
-밝히는 여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라고 독자에게 묻는 듯한, 마치 작가의 음습한 욕망을 투영한 캐릭터를 히로인으로 만들어 독자에게 넌지시 제안을 했다.
-상당히 성에 관심이 많은 여캐 말이야.
-그런 거 취급 안 합니다.
대부분의 독자는 깨끗하고 맑고 청량한 히로인을 원한다.
중고를 원하는 때도 있지만, 굳이 히로인이라고 하면 그럴 필요까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전남친이 있어서는 안 되고.
어렸을 때 소꿉친구를 사귄 것도 안 되고.
주변이 여자로 둘러싸인 꽃밭 정원에서 태어나 처음으로 이성적으로 접촉을 한 남자가 주인공이어야만 한다!
이런 유니콘과 같은 이들에게는 조금만 하자가 있는 히로인을 들이밀어도 금방 토혈하기 마련.
그러나 우리의 국뽕 라노벨 작가는 과감히 그런 히로인들을 제안했고.
그래서 망했다.
약물중독 히로인이 애초에 1권의 핵심 히로인으로 등장하는 시점부터 망했고, 이후에 나오는 준 조연 히로인들도 하나같이 상태가 애매했다.
심지어 도깨비를 최종보스로 만드는 여자 캐릭터는 말로는 팜므파탈이라고는 하지만, 그 실상은 이 남자 저 남자 몸을 이용해 빌런으로 타락시키는 존재였으니 말 다 했지.
히로인들이 다 그런 와중에 태이린이라고 다를쏘냐.
태이린은 하드한 취향을 가지고 있는 변태다.
정확히는 그 나이대의 남고생들이 으레 가지고 있을 것 같은, 좀 더 올라가면 20대 초반의 성인 남자들이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 같은 욕구를 가진 여성 캐릭터라고 봐도 무방했다.
하지만 밝히는 캐릭터를 어떻게 함부로 내세울 수 있을까.
작가 놈은 여기에 시선을 좀 더 낮추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제시했다.
-3D를 추구하는 사람이 아니라, 2D를 추구하는 진성마조 오타쿠라면?
-오….
시선을 넘어, 차원을 한 단계 내리는 것으로 태이린은 히로인의 반열에 들 수 있었다.
-이 정도면 히로인 인정하십니까?
-그 히로인, 미개봉 신품인가?
-제품 보관 과정에서 히로인 본인의 손만 스쳐 지나간 케이스입니다.
-인정한다. 태이린은 틀림없는 히로인이 맞군.
아무리 발랑 까졌더라고 해도, 그 발랑 까짐을 다른 이들에게 하는 게 아니라면.
-그런데 얘, 되게 이상한 취향을 가지고 있던데.
-오직 사랑하는 남자에게만 그런 취향을 밝히고, 그걸 해주기를 원하는 캐릭터라면요?
-음…!
오직 좋아하는, 한 사람에게만 집중된다면.
-그 대상, 주인공인가?
-물론입죠.
-그렇다면 그 히로인, 내가 지지하겠다.
라고, 일부 독자는 인정하기 마련.
-이거, 마치 이 소설을 보는 나를 보는 것 같군!
……나 말고 다른 한 명의 독자, 작품 끝까지 나와 함께 따라간 2인의 결사대 중 한 명의 댓글이었다.
나?
글쎄.
태이린이 아니더라도 분명 그런 취향을 가진 이가 여자친구라거나, 나아가서는 아내라거나 하면 분명 그런 쪽으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겠지.
그런데.
-태이린, 나이가 아직 좀 그렇지 않나?
라는, 내게는 조금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빙의 이전, 독자였던 시기의 내게는 분명 그 부분이 너무나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문어 때문에 대문에 빨간딱지가 붙는 세상인데….
라는 의문을 가졌지만.
-아, 그거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작가는 마치 이에 대해 화답하듯, 설정을 추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