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433)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433화(431/668)
-태이린은 지금 지식을 쌓고 있을 뿐, 실전은 20세 성인이 되는 시점부터 하려고 하는 거니까요!
-아니, 그래도 그렇지. 그런 과거를 가지고 있는데 이런 애로 성장하는 게 말이나 되나?
-그런 과거를 가지고 있었기에, 이렇게 되는 겁니다!
작가는 외쳤다.
-부모가 다 죽고 오빠는 갑자기 발랑까지게 된 우울한 현실에서 도망치고자 선택했던 것이, 그저 2D 오덕 눈동자의 세상이었을 뿐이니까요!
나는 거기서 어떤 의지를 느꼈다.
이야, 독하다 독해.
이래도 히로인 아니야?
라고 하는, 독자를 향해 집요하게 태이린을 히로인으로 밀려는 작가의 강렬한 의지가.
그러므로 나는 태이린을 보호하려고 한다.
설령 그녀가 어떤 취향을 가지고 있든, 나중에 그녀가 만날 남자가 그런 취향에 질색을 하든 말든, 일단 태이린의 오빠가 가진 ‘실체’를 알았기에, 나는 이 두 쌍둥이를 최대한 좋은 방향으로 이끌려고 한다.
뭐, 만약 태이린이 성인이 되어.
도지환이라는 남자를 상대로 자신의 음습한 욕망을 풀어내려고 마음을 먹는다면.
일단, 그것도 계획 중 하나로 생각은 해둘 수는 있다.
그러니 태이린에게 나는 흑익공으로서의 나를 밝혔다.
언젠가.
흑익공을 향해 자신의 그런 음습한 취향을 상담한 것이, 나중에는 상담이 아니라 실제로 이어지고 싶다고 한다면.
그때 비로소, 나는 태이린을-
“저기, 아래에 들린 건 아니겠죠?”
태이린은 뒤를 의식하며 손톱을 깨물었다.
내가 잠시 태이린이라는 존재에 관해 상념에 잠겨있는 사이, 태이린은 내가 한 말을 명백히 의식하고 있다.
“서, 설마 방금 그 말까지 저기 언니들 들으라고 한 소리라면…!”
“본인이 내 입을 막는 게 아니라 마력으로 차음막을 펼쳐놓고는.”
그렇다.
문은 닫혀있지만, 태이린은 내가 뭔가 의미심장하게 말하려고 한 순간부터 바로 차음막을 펼쳤다.
“아무리 내가 마력이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이능력자들 이렇게 마력으로 결계 치는 걸 느끼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익숙하지. 공기 흐름이 달라지니까.”
“…….”
“BL 취향인 걸 들킨 것만으로도 그렇게 부끄러워하던데, 다른 것까지 다 까발리는 건 여기에서 내가 살해를 당해도 무방하지.”
흑익공이라서 살았다.
만약 내가 그냥 평범한 일반인이거나 백설희의 ‘간남’이 아니었다면, 나는 태이린이 빌런으로 타락하는 시발점이 되었을 것이다.
-당신은 너무 많은 걸 알고 있어.
살인 멸구로 시작하는 타락의 길에, 첫 번째 희생양이 되었겠지.
“흑익공으로서 이야기할 때도 그랬지만, 나는 충분히 네 취향을 존중하고 이해한다.”
“…….”
“만일 네가 그걸 다른 이들에게 밝힐 수 있는 부분이었다면, 나보다 윤이선이나 김윤지…혹은 백설희에게 상담을 했겠지.”
“그건….”
“괜찮다. 그 나이대에 대부분 다들 그러고 있을 테니. 그게 나쁜 건 아니지 않나. 방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서 그러는걸.”
객관적으로 봐도, 그 정도면 상당히 건전한(?) 편에 속한다.
“네가 무슨 술을 마시는 것도 아니고, 담배를 하는 것도 아니고, 문신을 하는 것도 아니고, 가출을 한 것도 아니고, 저기 일본에서 자주 이야기 나오는 것처럼 원조교제를 한 것도 아니지 않나.”
“으으….”
“그런 거에 비하면 상당히 건전한 취미라고 할 수 있지. 남한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나는 태이린을 이해한다.
이 세상이 소설이었을 때 소설의 세계를 전지적 작가 시점을 공유하며 바라보던 한 명의 독자로서, 태이린이 왜 이런 취향을 가지게 되었는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쁜 건 세상이다. 태이린, 네가 아니야.”
“예…?”
“일단 이 말은 하고 계속 말을 이어 나가지.”
정확히는 태이린을 그렇게 설정한 작가 놈이다.
“딱히 너를 훈계한다거나 그럴 생각은 없다. 이미 너는…전문용어로 ‘일코’를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까. 만약 내가 네게 잔소리할 생각이었으면, 진작에 흑익공으로서 한 번 이야기를 했겠지.”
“…….”
“그러니 그건 절대 부끄러운 게 아니야. 그리고 앞으로는 뭔가 남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취향이 있다는 게 알려진다고 해도….”
나는 태이린을 향해 다가가, 그녀의 앞에 무릎을 굽히며 시선을 맞췄다.
“남들은 너를 그냥 BL 좀 좋아하는 여자애로 생각하지, 절대 이능력적으로 당하기를 바라는 음란변태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거다.”
“…더 큰 허물을 작은 허물로 숨긴다?”
“그래.”
이 나라, 이 세계의 정치인들이 자주 하는 행동이 아닌가.
“범죄에 비유를 해서 조금 그렇기는 하지만, 진짜 큰 범죄를 숨기기 위해 작은 흠결 부풀리는 건 정치인들의 기본 소양 아닌가?”
“윽….”
“대통령 손녀니까,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잘 이해할 텐데.”
“…….”
아무리 손녀라고 해도 정치계에 발을 들이고 있는 이상, S급 히어로인 이상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을 거다.
“S급 여성 히어로들에게 닿는 손길, 사실상 정치 쪽으로는 네가 다 탱킹하고 있는 거 아닌가?”
“…….”
“알게 모르게 말이지.”
백설희나 김윤지보다 더 이 나라의 어두운 면에 가장 깊게 발을 담그고 있는 게 태이린이다.
“몸은 세종섬에 있지만, 정치적인 문제에 관해서는 대통령께서 너와 긴밀하게 상담을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
“물론, 이 또한 너와 나의 비밀이다. 다른 이들에게는 말하지 않아. 절대.”
나는 바닥을 발로 가볍게 두드렸다.
“만일 아래에 있는 셋이 이 이야기를 듣는다면, 내가 그 어디에도 말을 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주지.”
“…어떻게요?”
“그야 당연히.”
나는 가볍게 시선을 아래로 내렸고, 그것만으로도 태이린은 얼굴을 붉히며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야, 야해요!”
“…….”
“제, 제가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당신…! 모든 걸 그렇게 그쪽으로 해결하려는 거, 진짜…!”
“이건 저기 하기 전에 말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이 뒷부분은 아래에서 이야기하는 편이 좋을 것 같군.”
마침 잘 됐다.
“태이린 양. 당신과 나 사이에서 했던 이야기를 미리 정하고 가지. 둘을 내려보내고 난 뒤에 했던 이야기는 당신의 취향이 아니라, 흑익공으로서 ‘왜 한국에 오게 되었는가’에 대해서 설명한 거라고.”
“…왜 오셨어요?”
“광익공 부탁도 있기는 했지만, 짧게 이야기하자면.”
나는 문고리를 잡았다.
“제발 한국인이면 한국을 응원하자는 마음으로.”
“…애국심?”
“그래.”
나는 다시 가슴에 손을 올렸다.
“이 심장에 흐르는 한국인의 피가, 나를 한반도로 다시 불러들였으니까.”
“위에서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길게 한 거야?”
“애국에 관한 이야기.”
백설희가 차린 저녁을 먹고 난 뒤.
나는 거실에서 다른 넷과 함께 티타임을 가졌다.
“모두에게 말할 게 있어. 내가 애국하는 건, 단순히 쾌락만을 위해서가 아니야.”
모두의 시선이 내게로 꽂힌다.
“그래. 그게 대부분의 반응이지. 다들 애국의 가능성을 모르니까 할 수 있는 이야기거든.”
“가능성…?”
“결론부터 이야기할게.”
모두에게는 비밀로 해왔지만, 새삼스럽지만 지금에서야 밝히는 아주 충격적인 진실.
“애국하면 이능력이 향상될 수 있어.”
“……응?”
“농담하는 거 아니야. 진짜야.”
나는 두 손을 겹쳐 비볐다.
“애국을 하면, 이능력자의 이능력은 이전보다 훨씬 더 강해지지. 전반적으로.”
“그게 무슨….”
“그냥 숨을 쉬는 것보다, 운동을 하는 것보다, 이능력 개발을 하는 것보다…훨씬 더 빠르게 발전한다. 그게 나의 ‘이론’이야.”
애국만능론.
내가 괜히 이 나라에서 모든 것을 애국과 관련짓는 게 아니다.
“백설희 씨, 당신도 이미 알고 있잖아?”
“그냥 나랑 하는 게 좋아서 그런 이야기 하는 거 아니었어…?”
“…그것도 있긴 한데, 이왕이면 기분도 좋으면서 이능력을 발전시키는 것도 좋잖아.”
나는 펜션의 벽 한편, 화이트보드의 앞에 섰다.
“저기, 펜션에 화이트보드는 왜 있는 겁니까?”
“그야 여기가 일종의 세미나실 비슷한 역할도 하니까.”
결사의 울릉도 아지트라서 그렇다.
실제로 여기에서 많은 작전 계획이 이루어지기도 했고.
“왜, 애국인가. 설희 씨. 애국하면 기분이 어떻게 되지?”
“…행복해지지.”
“그래. 그 행복. 돌려서 말했지만, 설희 씨는 주로 쾌락이잖아.”
“야.”
백설희가 반쯤 눈을 감은 채 나를 노려봤지만, 나는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다.
“사랑하게 된 남자랑 같이 시간을 보낸다는 내 행복을 쾌락이라는 단어만으로 정의하지 말아줄래?”
“그럼 앞으로 우리 심야 영화만 같이 볼까?”
“야 이….”
백설희는 자신을 향해 뭔가 애매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셋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지만.
“심야영화보면서 뭐 안 먹을 거야?”
“팝콘?”
“뭘 새삼스럽게. 영화 보면서 하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라면서? 좋아. 쾌락, 인정할게.”
곧 얼굴에 철판을 깔고, 기자회견장에서 임신 선언을 할 때처럼 당당해졌다.
“본인도 나랑 하면서 쾌락을 즐기잖아.”
“물론이지. 나도 부정은 안 해. 나, 설희 씨랑 할 때마다 매번 미칠 것 같거든.”
“선생님, 그걸 저희 앞에서 이야기를 하시면….”
“어차피 이선 학생도 그렇게 될 예정이니까, 미리 알아두면 좋아.”
“저, 저 아직…! 아, 아니! 저기!!”
윤이선은 벌떡 일어나며 목소리를 높였다.
“헤에. 이선이, 역시, 하기로 했구나?”
“저, 저기. 언니. 그러니까…!”
“다행이다. 동료가 생겨서.”
백설희는 인자한 미소로 윤이선의 손을 잡았다.
“사실 나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웠거든. 고마워. 이선이가 돕는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어.”
“혼자서는 어떻게 안 되는 건가요…?”
“둘도 사실 위험하긴 해.”
“그걸 어떻게 알….”
“그래. 이미 해봐서 알고 있지. 여기 있는 사람 말고.”
백설희는 쓴웃음을 지으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둘 정도는 가뿐하게 감당하는 사람이야. 셋도…어쩌면 쉽게 넘길 수 있을걸.”
“그, 그건….”
윤이선은 봤다.
내가 3:1을 하는걸.
그리고 이기는걸.
“…일단 해보지 않으면 모르겠네요. 하지만 3:1을 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