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434)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434화(432/668)
“일단 이린이는 차치하고, 윤지야. 복잡하게 끙끙 앓지 말고 답해. 할 거야?”
“저 말입니까?”
가만히 있던 김윤지는 화들짝 놀라며 정자세를 취했다.
“…허락을 하신다면-”
“내가 허락하고 말고 할 거 아니지. 네가 정할 일이지.”
“……해도 되는 겁니까?”
“나한테 허락을 구할 게 아니야. 허락을 구한다면….”
백설희는 나를 가리켰다.
“베일에 감춰진 쟤 마누라한테 허락을 구해야지.”
“아!”
김윤지는 손뼉을 치며 화들짝 놀랐다.
“그거, 뭔가 은어나 설정이 아니었습니까?”
“쟤 결혼한 거 맞아. 마누라 있는 것도 맞고. 내가 불륜하는 것도 맞고, 쟤가 아내를 두고도 여러 여자랑 만나고 다니는 것도 맞고. 심지어….”
“내 아내는 내가 다른 여자랑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와!”
방금, 어디서 소리가 튄 거지.
“…태이린 양?”
“아, 아녜요. 저는 신경 쓰지 말고 계속하세요. 저는 그냥…가만히 듣고만 있을게요.”
태이린은 흥미진진해진 얼굴로 소파와 한 몸이 되었다.
“저는 그냥 병풍이라고 생각하시고, 신경 쓰지 말아주세요.”
“…뭐, 좋아.”
아무래도 태이린은 뭔가 꽂힌 모양이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여느 눈동자 속에서나 볼 법한 이야기가 실제로 펼쳐지고 있다는 것에 상당한 흥미가 동한 모양이다.
아마 ‘그런 설정’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사실로 드러났어도, 그게 ‘왜’라는 생각보다는 그냥 ‘그러려니’하는 상태로 접어든 모양이다.
그 심정을 한 줄로 정리하자면, ‘포기하면 편해’라고 할 수 있겠지.
“그래서 윤지야, 어떻게 할래?”
“…궁금하긴 합니다. 백설희 선배님이 왜 그렇게 열광하게 되었는지.”
“먹을 거지?”
“예. 한 번…먹어보겠습니다.”
“나는 먹히는 거네.”
“……실례하겠습니다.”
김윤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향해 정중히 허리까지 숙였다.
“잘 먹겠습니다, 도지환 씨.”
“나야 영광이지. 뇌제 김윤지 양에게 먹히는걸.”
“먹히는 거예요, 아니면 선생님이 잡아먹는 거예요?”
“먹힌다고 생각하다가 조금 지나면 잡아먹히게 될걸. 백설희 씨가 언제나 그렇듯이.”
“야 이….”
“뭘? 어차피 이제 곧 다들 한 꺼풀 벗고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누게 될 텐데, 뭐가 걱정이야.”
나는 당당히 두 팔을 벌렸다.
“안 먹을 거야?”
“…….”
“먹기로 했다면 이야기를 해줘야지. 이 보약이 얼마나 맛있는지, 그리고 몸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 다시 애국과 이능력의 상관관계로 돌아와서.”
쾌락, 감정, 욕구, 그리고 ‘사랑’.
“이능력 향상에는 인간의 욕구가 가장 긴밀한 연관성이 있지. 그리고 인간의 욕구 중 가장 강한 건 사랑이야. 사랑할수록, 더 강해지는 거지.”
농담이 아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인간의 목표가 되고, 혹은 사랑하는 사람의 목표가 곧 그 사람의 동기가 돼. 사랑하는 마음 자체가 강해지고자 하는 의지가 되기도 하고. 그리고.”
나는 보드마카로 애국이라고 적힌 부분을 두드렸다.
“사랑을 나누는 행위 또한 이능력 향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거지. 마나의 순환, 마력의 증진,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행위의 과정에서 필요성을 느끼고 새로운 이능력을 개발하는 것.”
“앗…!”
내가 보드마카를 백설희에게로 뻗자, 백설희는 얼굴을 붉히며 굳었다.
“백설희 씨. 분신을 얻은 건 언제였지?”
“그, 그게.”
“분신이라는 이능력을 필요로 한 건 언제지? 간절히 분신을 원하게 된 계기는?”
“그게, 그러니까…!”
“솔직히 말하면 돼. 어차피 여기에 있는 사람들, 그런 걸 치부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없어.”
“……도지환 씨와 하는데 혼자서는 너무 힘들어서, 분신으로라도 어떻게든 이겨보려고 해서 만들었습니다.”
백설희는 진실을 밝혔다.
“선배님….”
“그러니까 좀 더 쾌락을 느끼고 싶어서 분신의 이능력을 개발했다는 거네요.”
“이선아. 그거, 조금 다르거든?”
“저기 높으신 분들은 S급 히어로가 몸을 두 개로 나누어서 활동할 정도로 정의감 넘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그게 사실은 육욕을 충족하기 위함이었다니….”
“야. 너희도 나처럼 될 거거든?”
부끄러움은 잠시뿐.
백설희는 뻔뻔하게 나섰다.
“그렇지, 지환 씨?”
“일단 설희 씨가 아직도 거짓말쟁이라는 건 알겠는데.”
“뭐…?”
“그게 아니잖아, 설희 씨. 분신을 개발한 진짜 이유는 나를 상대로 분신으로 보조를 하려고 한 게 아니라.”
나는 ‘욕구’ 부분을 두드렸다.
“분신을 만들어서 자기 혼자 여러 사람 몫을 다 하려는, 혼자서 나를 독점하려고 한 ‘독점욕’.”
“윽.”
“분신을 밖으로 내세워서 활동시키면서, 실제로는 나를 집 밖으로 내보내지 못하게 만들려고 한 ‘감금욕’.”
“이….”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는 한 단어를 적었다.
“본체가 막 더는 안 될 것 같다면서 막 정신 나갈 것 같을 때, 나한테 분신 던져놓고 자기는 쉬려고 한 게 ‘진짜 이유’잖아.”
대타 출동.
“여유가 있을 때는 분신이랑 할 때 감각을 공유하면서 즐기고, 여유 없을 때는 분신에서 오는 감각을 차단해서 본체가 회복할 시간을 번다. 아니야?”
“…….”
분신을 만들어서라도 본체에 들어오는 데미지를 줄인다.
그게 백설희가 분신 능력을 배운 근본적인 이유.
일차적으로는 대외적 활동을 위한 인형을 만들기 위함도 있지만, 좀 더 들어와 보면 결국 근본적인 이유는 침대 위의 사정에 있다.
“봤지? 이선 학생, 그리고 윤지 씨. 이렇게 애국은 이능력자에게 새로운 이능력을 개발하는데 큰 원동력이 된다는 걸.”
“……그렇긴 하네요. 음, 조금 깨기는…아. 설마, 그것도…?”
“짐작 가는 게 있나 봐, 이선 학생?”
“…….”
유미르의 공간이동 능력.
유미르가 처음에 전신 갑옷 황금 기사로 등장했을 때는 멀리서 뛰어왔다가 사라졌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차원문을 열고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또한, 애국으로부터 빚어진 이능력.
언제든지 내 방에 출입 기록을 남기지 않고 들어오려고 개발한 이능력이다.
“이렇게, 애국은 이능력 개발 및 향상에 큰 도움이 되지.”
“…도지환 씨, 이능력애국학으로 아카데미에서 교수를 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렇긴 한데, 그러려면 야간대학만 운영해야 할걸? 그건 별로 바라는 부분이 아니라서. 밤에는…애국해야지. 그리고 이런 강의는 아무에게나 함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지구촌 전체가 애국촌이 될 수 있는 만큼, 세상에는 공유해도 괜찮은 지식이 있고 함부로 알려서는 안 될 지식이 있다.
“하여튼, 애국 행위는 이능력 발전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 여기까지는 이해했지?”
이 정보와 지식은 후자다.
“그리고 하나 더. 마나의 흐름과도 긴밀한 관계가 있어.”
“뭐…?”
“이건 내 아내의 말에 따른 거지만, 확실한 이론이야.”
나는 단언할 수 있다.
“애국 행위는…이능력자의 마나를 늘릴 수 있다. 본인의 한계를 뛰어넘어, 한계치를 늘릴 수 있지.”
“……!!”
한국이 왜 이능력자에게 기회의 땅이자 약속의 땅인가.
당연히 마나의 축복을 받은 땅이기 때문.
“근육이 자극받으면 근력이 늘어나는 것처럼, 뇌와 정신이 자극받으면 마력이 늘어난다.”
“……허?”
“쾌락, 행복, 욕구 충족, 사랑. 그런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걸로 뇌가 활성화될수록, 이능력자는 그 자극 덕분에 마나가 더 빨리 돌게 되는 거지. 마나도 늘어나고.”
“마치, 근육이 늘어나고 심폐지구력 같은 게 좋아지는 것처럼…?”
“그래.”
간단한 이치다.
“부정적인 감정이 이능력자를 악마로 만든다면, 당연히 긍정적인 감정들은 이능력자를 그 반대의 존재로 만들지 않겠어?”
“…천사?”
“……강해진다는 의미야.”
행복할수록 강해진다.
“남녀 사이의 합체는 이능력 향상과 마력의 증진을 가져오지. 이건, 세계의 법칙이라고.”
작가가 설정한, 이 세계의 근본 원칙이다.
“그러니까 애국 행위는 이상한 게 아니야. 가장 빨리, 가장 건전하게, 가장 확실하게 강해질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내가 애국에 미친 게 아니라.
애국에 미친 건, 이 세상이다.
이 세상이 어떠한 세상이든, 분명한 건 ‘모든 것은 애국으로 통한다’라는 것이다.
세계의 법칙이다.
이미 이전에도 한 번 언급한 적이 있는 것처럼, 마나의 법칙은 만유인력의 법칙이나 상대성 이론과 같다.
어떤 현상이 있고, 인류는 아직 이 현상을 이론으로 정립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마나에 관한 이론에 대해, 나는 독자로서 이미 ‘이 세계의 창조자’가 만들어낸 법칙을 보고 이해했다.
러브 이즈 파워.
사랑은 답이고, 그 사랑을 나누는 행위야말로 이능력자를 강하게 만드는 지름길.
그 논리를 증명하는 예시로는 이미 백설희와 유미르, 그리고 그 이외에도 여러 존재들이 있다.
가령.
처녀 귀신들이 누군가를 향한 복수심과 원망으로 지상에 남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가, 누군가를 향한 연심이나 사랑으로 지상에 남고자 하는 경우.
가령.
그런 처녀귀신들에게 살아있는 인간의 마력을 가장 깊은 곳으로 밀어 넣어줌으로써, 귀신으로서 쌓을 수 있는 마나와는 다른 생기(生氣)가 들어가는 경우.
가령….
“이제는 더 두말할 필요도 없지. 나머지는 이론보다 실전으로 답한다.”
나는 백설희가 거실에 만들어놓은 침대를 가리켰다.
“동생들이랑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도록, 설희 씨가 한 번 보여줘 볼래?”
“뭐?”
“뭘 그렇게 놀라. 애국이 곧 힘이 되는 세상이라고 했잖아. 그러면 지금부터 바로 ‘밤의 컨설팅’을 시작해야지.”
강의라는 것이 백날 이론만 주야장천 이야기할 수는 없다.
“왜? 그건 좀 그래?”
“어, 으음….”
“밥 먹은 것도 어느정도 소화되었고, 슬슬 시간도 밤에 가까워지고 있어. 그러면 해도 되는 거 아닌가? 아니면 옆에 동생들 있어서, 부끄러워서 그런 거야?”
“그, 그런 건 아닌데….”
백설희는 침을 꿀꺽 삼키며, 자신을 향해 의미심장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셋을 훑었다.
“…너희, 오늘 이곳에서 있을 일은 전부 비밀이야. 알겠어?”
“그야 당연하죠. 어디 가서 함부로 말 하고 다닐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