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435)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435화(433/668)
“…언니야말로 저희가 여기에서 컨설팅받는 거, 이야기하기 없기예요.”
“물론. …후우.”
김윤지와 윤이선에게 한 번 확답을 들은 백설희는 마지막으로 태이린을 바라봤다.
“이린아.”
“네, 언니.”
“방에 들어갈래, 아니면….”
“저는 그냥 병풍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아까도 말했지만.”
태이린은 아무렇지 않게 소파의 뒤로 돌아가, 고개만 내민 채 숨어버렸다.
“저는 없는 존재입니다. 태이린은 방에 들어가서 자고 있습니다.”
“…이린아, 그게 무슨.”
“아아, 태이린은 자고 있어서 답을 할 수가 없어요. 착한 어린이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니까.”
무슨 이 시간에 벌써, 라고 하기에는 시간도 제법 많이 지났다.
“태이린 씨, 당신은….”
아예 입에 지퍼를 채우는 시늉까지 하며 태이린은 대답하기를 완강히 거부했다.
아마도 아예 자기를 없는 사람 취급해달라는 신호일 터.
“그럼 이린이도 자러 갔겠다, 지금부터는 ‘진짜 어른들’의 시간이군.”
어딘가 자신을 병풍이라고 했던 누군가가 상당히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애써 시선을 보내지 않고 침대 위로 올라갔다.
“일단 가장 확실한 방법부터 보여주도록 하지. 체내의 마나를 활성화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이고…. 아 참, 김윤지 씨, 편하게 이야기해도 되겠습니까?”
“이선이에게 하듯이 대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나이도 저보다 연상이시고 하시니….”
“고마워. 그럼, 백설희는…뭐 해?”
나는 아직도 쭈뼛거리고 있는 백설희를 향해, 침대를 가리켰다.
“판은 자기가 깔아놓고, 왜 음식 차려놓으니까 밥 먹으러 안 와? 네가 무슨 온라인 게임 하면서 밥 먹으러 오라는 말에 ‘잠깐만요!’하면서 게임에 몰두하는 애야?”
“그, 그건….”
“아니면 내가 이렇게 말을 해야 하겠어?”
아아.
전 세계를 상대로 뻔뻔하게 임신 선언을 하던 그 여자는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다른 두 동생의 앞에서 이렇게 부끄러워하고 쑥스러워하는 여자가 정녕 내 하룻밤을 사기 위해 300억이나 지른 여자가 맞단 말인가.
“조, 좋아…. 그러면, 어디 한번 해보자고. 너, 진짜 가만 안 둘 거야…?”
맞다.
예전 같았으면 계속 부끄러워했겠지만, 지금의 백설희는 이전과 확연히 달라졌다.
“너 좀 있다가 막 울고 그래도, 나는 모른다?”
“내가? 울어? 어처구니가 없네.”
나는 백설희에게 내 앞, 백설희가 직접 깔아둔 매트리스를 가리켰다.
“누워.”
“…….”
“그리고.”
애국을 위해서.
“벗어.”
그 시각.
어둠만이 가득한 공간, 푸른 스크린만이 반짝이는 곳.
“흥, 흥흥.”
머리칼이 검은색에 금색이 섞여 있는 작은 체구의 여인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앞에 놓여있는 스크린을 훑었다.
“생각보다 좀 더 지연된 것 같기도~”
“지연…인가요?”
여인의 옆에 서 있던 청색 단발의 여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현지 시각으로 치면 오후 8시인데.”
“오후 8시면 늦는 거지. 우리 때는 언제부터 했는지 기억해?”
“크리스마스 때니까…샴페인 터뜨렸던 때부터 했었죠. 음, 19시 4분이었던가.”
“그래. 오후 7시 4분. 그게 딱 정확히 시간 맞춰서 했던 거니까, 아마 시작을…6시? 그쯤에 했잖아.”
여인-총수는 입술을 삐죽이며 앞에 놓인 것들을 가리켰다.
“기껏 과일 깎아놓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과일, 제가 깎은 겁니다만.”
“기껏 도철이 과일 깎아놓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푸른 단발의 여인, 도철은 형언할 수 없는 표정으로 총수를 내려다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지금도 깎고 있고, 앞으로도 더 깎을 예정입니다만.”
“고마워, 도철.”
“고맙다는 인사보다는, 저도 저 팀에 합류하고 싶습니다만.”
도철은 총수가 보고 있는 화면 한쪽, 울릉도 펜션의 야외 어딘가를 가리켰다.
“저걸 보십시오. 지금 현장에 도착한 지 두 시간이나 지났는데, 히어로들이 약해져 있을 때를 노리려고 호시탐탐 진입 타이밍을 노리는 저 하이에나들을.”
“머리카락 색이 참 알록달록하네.”
금색, 적색, 흰색, 황색의 머리칼을 가진 네 여인은 울릉도 펜션의 옆, 카페처럼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각자 차와 케이크를 펼쳐놓으며 무언가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지은 언니의 자리에 제가 있어야 했는데.”
“어쩌겠어. 도 과장이 혼돈을 불렀는데. 덕분에 너도 좋은 구경 했잖아.”
“…그러니까 하는 이야기입니다. 그걸 현장에서 직접 제가 봤어야 하는데!”
“정 가고 싶으면 이탈리아 마피아들부터 마저 정리해야지? 안 그래?”
“윽….”
도철은 막 토끼 모양으로 깎으려던 사과를 그대로 반으로 갈라버렸다.
“걔들 정리하는 데 얼마나 걸린다고….”
“얼마나 걸리든 말든, 일단 확실하게 처리는 해야 할 거 아냐.”
총수는 반으로 잘린 사과를 그대로 한입에 삼켰다.
“괜히 나중에 문제 생겨서 도깨비가 한국에서 애국하는데 해외 출장 나가게 만들지 말라고.”
“끙….”
“태국 봐봐. 해외에서 마나 쓰면 그만큼 회복이 더디지만, 한국에서는 그냥 한국 땅에만 있어도 마력이 저렇게 빠르게 회복되는걸.”
“그거야 그렇지만….”
“도깨비는 한국에 있을 때가 제일 강해. 애초에 안 그런 이능력자가 없겠지만. 솔직히 해외에 있는 마피아들보다는 한국에 있는 애들 대응하는 게 더 어렵고 힘들잖아.”
총수는 포크를 집어 들고 도철에게 겨눴다.
“막말로 도철 당신, 한국에 가서 한국 점령을 전담한다면, 도깨비만큼 냉철하고 확실하게 처리할 수 있어?”
“…….”
“가자마자 부산에 쓰나미 일으키지 않을 자신 있어?”
“그건….”
“쟤들 다 같은 심정인데도 저기 가서 참는 건, 도깨비가 지금 한국 상황을 ‘전담’하고 있어서 그런 거야. 내가 지금 휴식기를 취하고 있는 것도 있지만.”
도철의 시선이 총수의 하복부를 향했다.
“한국 밖에 있어서 지금이야 괜찮겠지만, 한국 들어갔을 때, 복수심을 억누를 수 있어?”
“…저도 도깨비랑 애국할 수 있다면, 복수심은 안으로 꾹 밀어 넣을 수 있습니다.”
“……흐흐흥, 무르익었네. 딱 좋게.”
“시끄러워요.”
총수를 향해 막말을 내뱉었지만, 총수는 이죽거리며 도철의 옆구리를 쿡쿡 손으로 찔렀다.
“다른 애들이 애국하는 거 보면서 막 가슴이 두근거리고 그랬어? 자기 경험이 막 떠올라서 아랫배가 막 큥큥거리고 그랬어?”
“그 표현은 어디서 나온 겁니까?”
“응? 이거? 피닉스가 ‘떠나기 전’에 알려주고 간 표현인데?”
총수는 하복부를 쓰다듬으며 계속 히죽거렸다.
“나는 아이 낳고 바로 지환 오빠랑 할 생각에 전신이 큥큥거리는데, 우리 언니는 어떨까? 응?”
“저는.”
도철은 단호한 목소리로 답했다.
“어디까지나 간부 사이의 형평성과 공정함을 위해서 도깨비에게 처음을 허락한 거지, 저는 남자랑은 그런 걸 할 생각 없습니다.”
“하지만 도깨비방망이는 좋잖아.”
“…….”
“그 남자랑은 이라는 말에 ‘도깨비는 제외’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아니면…어라, 이상하네?”
총수는 과일들을 가리켰다.
“과일 깎는 거 싫어해서 감자채칼로 사과 깎으시던 분이, 이렇게 토끼처럼 깎는 법을 배운 건 언제부터였더라?”
“예, 예. 올해, 신년 설 날 이후로 그랬죠. 인정할 테니까 그냥 애국하러 가도 됩니까?”
“안 되지. 한 명은 남아서 나 지켜줘야지. 갑자기 누가 막 여기 습격하면 어쩌려고 그래.”
총수는 단호한 얼굴로 자기 하복부를 쓰다듬었다.
“내가 싸우다가 혹시 아이가 어떻게 되면 안 되잖아.”
“…앉은 자리에서 S급, 아니 SS급 셋 정도는 한 손가락으로 상대할 수 있으시면서.”
“그러다가 넷이 튀어나오면? 그냥 얌전히 있어. 나중에 따로 너만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줄 거니까.”
“약속하신 겁니다.”
도철은 딱딱한 복숭아를 집어 들고 과도를 밀어 넣었다.
콰득.
“…생각보다 물이 많이 나오는군요.”
“으, 으읏….”
“참아.”
손을 움직일 때마다, 백설희의 앓는 듯한 비명이 흘러나온다.
“어때?”
“조, 조금만 천천히….”
“이 정도면?”
“아읏…?!”
내가 몸에 무게를 싣자, 백설희가 탄성을 터뜨린다.
“하아, 하아, 하아.”
“선배님….”
“와, 이게 이렇게 되는구나….”
“시, 시끄러워, 읏, 옆에서 설명, 하아아….”
김윤지와 윤이선은 옆에서 탄성을 터뜨리며 관람하고, 백설희는 그런 둘을 타박하다가-
“뭘 마사지하는데 그러고 있어.”
“아읏?!”
내가 앞으로 몸을 붙이자마자, 백설희는 미약한 탄성을 내뱉었다.
“누가 들으면 오해하겠어. 내가 너 지금 애국으로 괴롭히는 줄 알고.”
설마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겠지.
“마사지 하는데 누가 그래. 응? 사람들 오해하게.”
애국.
마사지.
성공적.
한 명당 60분에 걸친 풀코스 애국 마사지를 통해, 나는 세 S급 여인들에게 애국의 중요성을 알렸다.
그리고 현재, 우리는 모두 온천에 들어와 있다.
몸에 쌓인 독소를 풀어내고 흘러나온 노폐물을 씻어내리기 위해, 가볍게 샤워를 거친 이후 우리는 바로 야외의 노천탕으로 장소를 옮겼다.
‘좋네.’
땀을 한 번 쭉 빼내고 난 뒤, 온수로 더러워진 몸을 씻어내고 적당히 끓는 열탕에 몸을 담그는 것만큼 좋은 게 또 없다.
굳이 이 시간에 침대에서 잠을 자지 않고 노천탕으로 들어온 건 피로가 쌓인 것도 있지만, 온천의 효능-마나의 회복을 좀 더 빠르게 하기 위한 목적이 더 컸다.
이곳은 원작 작가가 설정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유의미한 마나 회복장소.
이전에 윤혜라가 이곳에서 머무르며 제법 빠르게 바닥까지 떨어졌던 마나를 회복했던 만큼, 이곳에 들어오는 모두가 들어오자마자 마나가 차오르는 충만감을 느낄 터.
“하아아….”
백설희, 윤이선, 김윤지, 그리고 잠시 방에 들어가서 자고 나왔던 태이린까지.
네 여자는 노천탕에 몸을 담근 채 노곤한 피로를 풀었고, 나 또한 노천탕에 그들과 함께 들어와 뜨끈한 물에 몸을 담갔다.
남자 하나, 여자 넷.
노천탕이 막 엄청 넓은 건 아니지만, 여기에 다른 여자 예닐곱 명은 더 들어와도 충분히 서로 몸이 붙지 않고 적당히 거리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는 매우 넓었다.
“좋네에….”
나른한 목소리로, 백설희는 마치 눈사람이 녹아내리는 것처럼 헤실거렸다.
“이대로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