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437)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437화(435/668)
은근히 ‘도지환=무능력자’라고 태이린에게 한 번 어필을 하며, 나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도깨비는 달라.”
“심장에 마나를 보관한다는 게 아닌 건가요?”
“아니. 심장에도 어느정도 마나를 보관하겠지만, 다른 곳에도 마나를 보관하지.”
나는 오른손을 앞으로 뻗은 다음, 검지와 중지만 펼친 채 아래를 가리켰다.
“아마 도깨비는 거기에도 마나를 보관할 거야.”
“……거기가 어디인데요?”
“생물학적으로 말하자면 ‘고환’이라고 할 수 있겠네.”
“큽…?!”
백설희가 손으로 입을 막으며 눈을 크게 뜬다.
“아니, 뭐라고요…?”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이십니까?”
“그럼. 이론적인 설명이 또 필요해?”
“…아, 아닙니다. 그냥 넘어가시죠.”
김윤지는 잠시 아래로 눈이 내려왔으나, 얼굴을 붉히며 벽 쪽으로 눈을 돌렸다.
“내가 수많은 이능력자를 상대하면서 느낀 게 있다면, 이능력자는 마나를 어디든 저장할 수 있다는 거지.”
“그건….”
“심장 주변에 서클을 두르는 것과 같고, 명치 근처에 마나 기관을 따로 만드는 것과 같고, 하단전을 이용하는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도….”
검지와 중지를, 아래로 푹.
“손상되었을 때 젠로스 될 수 있는 곳에 마나를 보관할 수도 있지.”
“그렇다면 선생님, 그 효과는…?”
“그냥 보관일 뿐이야.”
딱히, 마나가 증폭되는 일은 없다.
“몸 안에 다른 부위에 마나가 보관된다고 해서, 그게 인간의 몸 안에 쌓을 수 있는 마나 총량의 증가를 가져오지는 않지.”
“그러면 왜 그러는 겁니까?”
“기지국 안테나를 생각하면-”
“중계기 역할을 하는 겁니다!!”
김윤지는 손뼉을 치며 눈을 빛냈다.
“심장에서 아래로 마나를 퍼뜨리는 것보다, 하체에서도 마나를 퍼뜨리면 더 빨리 퍼뜨릴 수 있으니까!”
“그런 이유지.”
“과연…. 뭔가 별달리 색다른 것 같지는 않은데, 뭔가 직접 해보면 되게 ‘효율적’일 것 같은….”
“바로 그게 포인트야.”
도깨비의 마나 사용 방식의 가장 큰 특징.
“효율적인 마나 사용. 어떠한 이능력이든 현상을 일으킬 때, 딱 그 이능을 일으킬 수 있는 마나만 쓰면 되는 거지.”
“…그렇다고 하기에는 너무 마나가 많지 않나요?”
“태이린 학생, 좋은 반론이야. 거기에 두 번째 방법이 더해지는 거지.”
나는 몸을 일으킨 다음, 백설희의 옆에 앉으며 그녀의 등 뒤로 손을 뻗었다.
“힉…?!”
“마나를 타인으로부터 빌려오는 것. 내가 만약 도깨비고, 백설희 씨가 저기 대충 결사의 간부라고 치자.”
은근슬쩍 도밍아웃을 했지만, 태이린은 눈치채지 못했다.
그걸 알고 있는 셋은 기가 막혀 하며-한 명은 자기 허리에 올려진 내 손과 밀착한 몸에 그대로 굳었지만-, 그러면서도 그저 내 말을 경청하기만 한다.
“그러면 어떻게 되겠어?”
“…설희 언니의 이능을 도깨비가 그대로 쓸 수 있게 된다?”
“땡. 백설희의 마나를 사용하지만, 이능은 순전히 도깨비의 것이 되는 거지.”
“그럴 리가…. 그때, 양양 공항에서 설희 언니랑 도깨비랑 싸울 때 썼던 그 불꽃 기술들은….”
“마나는 뭐 다른 누군가로부터 빌려온 것이라고 해도, 전부 도깨비가 사용한 기술이지.”
나는 백설희의 하복부에 손을 올린 다음, 그녀의 배를 손으로 빙글빙글 돌렸다.
“마나는 돈이야. 나는 돈을 백설희에게 빌려 쓰는 거지만, 그 돈을 어떻게 쓰는지는 내 생각 아니겠어?”
“마나를…다른 이에게 양도할 수 있나요?”
“그래. 놀랍게도 그 방법은.”
“애국.”
김윤지에게 말이 빼앗겼다.
“애국이군요.”
“왜 그렇게 생각하지?”
“뭔가, 일단 답으로 애국을 말하면 89.2%는 정답일 것 같습니다.”
“맞아. 정답이야.”
애국은 답을 알고 있고, 애국으로 마나를 주고받을 수 있다.
“이린 학생이 있어서 직접적으로 말은 못 하지만, ‘액체’의 형태로 전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돼.”
“……입으로 마셔야 하는 건가요?”
“이린 학생?”
“아, 아니에요.”
태이린은 붉어진 얼굴을 감추기 위해 코까지 그대로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뭘 어떻게 하든, 애국으로 마나를 전할 수 있어.”
“과연…. 만약 도깨비가 아무 여자랑 애국을 하게 된다면, 그건-”
김윤지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혹시 도깨비에게는 애국으로 마나를 빼앗는 능력이?!”
“없어, 그런 거.”
도깨비에게는 없다.
“만일 도깨비가 그런 악질이었다면, 이능력자의 마나를 갈취하기 위해 강제로 하고 그런 존재였으면 진작 전 세계가-아니 결사부터 도깨비를 내쳤을걸?”
“음….”
“말했잖아. 사랑은 곧 힘이라고. 상대에게 마나를 전하고 싶다고 의식적으로 생각을 하게 되면, 처음 어떻게 한 번 제대로 물길을 틀면 그 뒤로는 쉽게 할 수 있는 거야.”
“으음….”
“이게 도깨비가 마나를 외부에서 가져오는 두 번째 방식. 그리고 마지막.”
이게 진짜다.
“마나가 깃든 물건으로부터 마나를 흡수하는 것.”
내가 이들에게 굳이 도깨비의 마나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진짜 이유.
“자연의 마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거지.”
“그건…그냥 자연히 되는 거 아녜요?”
“그렇지. 호흡할 때마다 산소를 들이마시는 것처럼, 이능력자는 가만히 있어도 계속 자연의 마나를 자기 걸로 만들 수 있지.”
그래서 다들 한반도에 어떻게든 머무르려고 하는 거고.
“다들 알고 있는 거 하나 있잖아.”
“…잠시만요. 그거 이야기하는 건 아니죠?”
“알고는 있으라고 언급하는 거야.”
넷의 표정이 굳는다.
“마나 파우더.”
“윽….”
“이능력자에게 있어서는 마나뿐만 아니라, 마나 파우더 주인의 이능력까지 흡수할 수 있는 물건.”
내가 잡고 있는 백설희마저도 몸을 쭈뼛거리며 긴장했고, 나는 넷을 한 번 쓱 훑어봤다.
“…같이 찝찝한 거 말고. 아무도 다치지 않고, 아무도 죽이지 않고, 누가 봐도 건전하고 평화롭게 마나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있지.”
“……그런 게 있습니까?”
“있으니까 하는 이야기 아니겠어?”
당장, 한국에 존재한다.
“잘 들어, S급 여러분. 여러분이 제주도에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주고, 제주도에서 온갖 일이 벌어진 건, 그냥 제주도가 불륜하기 좋은 섬이라서 그런 게 아니야.”
“엣…?”
“전 세계의 시선이 제주도로 쏠리는 사이, 어디 한국 정부가 가만히 있었겠어? 정확히는…’광익공’이?”
“……!!”
내가 광익공을 언급한 순간, 다들 표정이 멍해졌다.
“마나가 깃든 금속으로부터 마나를 흡수할 수만 있다면, 그것 또한 외부로부터 마나를 끌어다 쓸 힘이 되는 거지.”
“세상에 그런 게….”
“있다니까.”
한반도의 지하에서, 단 네 명(결사 빼고)만이 알고 있는 극비 프로젝트가 하나 진행 중이다.
이름하야.
프로젝트 ‘GOLDRUN’.
“금속에 깃든 마나를 쓸 수 있으면, 그게 곧 외부 엔진이 되지 않겠어?”
이건 이들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
도깨비에게도 외부 엔진-좀 더 이능력적으로 표현하자면 ‘외부 노심’이 두 개 있다.
북한의 김씨 독재자가 몰래 빼돌렸던 황금열차로부터 약간 챙겨왔던 걸로 가공한.
도깨비의 몸 속에 깃든, 두 개의 금구슬이.
마나를 어디에 보관하는가.
아직 이 세계는 마나의 보관을 그저 이능력자 본인의 육체에만 저장할 뿐이다.
당연히 마나를 다른 곳에 보관하려는 시도는 누구나 했을 것이다.
인간의 상상력은 풍부하고, 마나라는 미지의 물질이 아니더라도 ‘에너지의 보관’이라는 건 이미 숱한 석학들이 다양한 연구를 마쳐놓았으니까.
전기 에너지를 마나 에너지로 치환하면 끝.
하지만 건전지나 배터리처럼 전기 에너지를 저장하듯, 마나가 어딘가에 저장되는 일은 없었다.
‘지금까지는’.
“아마도 조만간 정부에서 공식 발표가 있을 거야. 민간인을 대상으로 하는 발표는 아니고, S급 히어로들을 향해 뭔가를 발표하겠지.”
나는 손목을 두드렸다.
“이능력자 월드컵이 일어나기 전에 S급들을 모아서 하나 이야기를 할 거야. 모두를 위한 ‘전용 무기’를 만들 계획이라고.”
“어….”
윤이선이 눈을 크게 뜨며 입을 벌린다.
아마도 이전에 이 펜션에서, 프로젝트 제주가 시작되기 전에 이야기를 나눴던 게 떠오른 모양이다.
“스노우화이트도, 뇌제도, 파이어폭스도, 바리데기도 각각 하나씩 전용 무기를 받게 되겠지. 문제는 그 전용 무기…디자인은 이능력자 개인의 몫이라는 거.”
“전용 무기라면…중요한 문제죠.”
“그래. 자기가 쓸 고유의 무기인데, 취향이 들어가야 하잖아? 그렇다고 지금 한국에서 마구잡이로 무기를 만드는 데 쓸 여유는 없을 거고.”
어느 한 곳에 지금 몰빵으로 쓰이고 있는 만큼, 함부로 ‘마나 골드’를 낭비할 수는 없을 테지.
“조만간 실물을 직접 보게 될 거야. 왜냐하면…나도 들은 게 있거든.”
프로젝트 제주가 끝나는 동시에 연락을 받았다.
“정말?”
“그래. 어느 분이 갑자기 나를 제주도에서 여기까지 납치해오는 바람에 제대로 이야기는 나누지 못했지만, 곧 정부에서 발표가 있을 예정이야.”
“…이게 나 때문이라고?”
“너 때문은 아니고. 그냥 딱 시기가 맞물린 거지. 어느 회장님께서 엄청 비싼 부활템을 경매장에 내놓는 바람에, 굳이 세상에 내놓지 않게 된 물건을.”
이들은 모른다.
이전에 옛 북한 땅에서 정부에서 엄청난 금을 확보했다는걸.
그리고 그 금이 지금 어떤 식으로 ‘변형’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오직 금을 조형하고 있는 당사자와 그 취향을 마음껏 반영하고 있는 자, 그리고 그걸 모두 보고받고 있는 이 나라의 책임자와 이능력 관련 업무 대표자를 제외하고는.
아.
여기에서 ‘유령’은 제외한다.
살아있는 사람이 네 명이고, 죽은 사람을 포함하면 다섯 명.
“도깨비가 초거대 버스터 하르방을 동원한 건, 복선이었던 거, 다들 알고 있으려나?”
그 시각, 부산 어딘가.
구구구구.
지하 깊은 곳으로 엘리베이터가 내려간다.
그 엘리베이터에는 다른 이들 없이, 오직 단 두 명만 탄 채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
“대통령님, 슬슬….”
“통신이 불량해질 때가 되었지.”
철컥, 철컥.
대통령과 협회장은 손목에 차고 있던 태극워치를 해제했다.
곧 태극워치에서 뭔가 빛이 반짝이기 시작했으나, 엘리베이터 위로 금속판이 격벽처럼 닫히며 빛이 위로 올라가지 못하도록 차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