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439)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439화(437/668)
한곳에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든, 아니면 자기 이능력을 객관화하며 가장 어울리는 무기를 찾든.
일단,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그것이 무엇이냐면….
“슬슬, 들어와도 될 것 같은데?”
습격자들을 맞이하는 것.
위잉.
바람이 한 번 내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감과 동시에, 온천 위로 사람 그림자들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 몸, 등장.”
휘이잉.
노천탕에 바람의 결계를 펼치며, 이미 들어오는 순간부터 수영복을 입고 나타난 백발의 여인-현세린은 내 앞에서 씩 입꼬리를 비틀었다.
“구하러 왔어.”
“납치하러 온 게 아니고?”
“납치한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구하는 게 납치하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겠네. 그렇지, 혜라야?”
“그렇긴 해.”
마찬가지로 수영복을 입고 있는 윤혜라가 내 옆으로 몸을 붙였다.
“괜찮아. 결계 지금 ‘4중’으로 펼쳐놔서 모를 거야.”
“알아도 이제 1시간 30분 정도는 내려오지는 않을 거야. 내 개인 휴식 시간을 방해하는 히어로는 24시간 동안 ‘애국하지 않겠다’라고 엄포를 놓았으니.”
“어머. 그럼 우리는? 애국하고 싶어도 애국하지 못하게 되는 거야?”
“히어로는, 이라고 말했지. 빌런은 예외야.”
나는 윤혜라의 이마를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그래서 멀찍이 지켜보기만 하다가 이렇게 노천탕에 있을 때 습격한 이유는?”
“그야 당연히, 지금은 빌런 타임이니까.”
“진짜 이유는?”
“히어로들이 지금 이능력 개발 중일 때, 온천에 몸 좀 담그러 온 거지.”
현세린도 윤혜라도 둘 다 느긋하게 온천에 몸을 담갔다.
저기 위에 히어로들이 있든 말든, 이들은 그런 걸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걸려도 상관없지만, 애초에 걸릴 생각도 없으니까.
“지은 언니가 작정하고 결계 펼쳐놓았으니, 당분간은 우리 시간이야.”
“짜잔.”
머리에 양머리 수건을 눌러쓴 성지은도 내 옆으로 나타났다.
“전신수영복…?”
“마나로 만들어낸 건데, 뭐 어때?”
“이건 건전하다고 봐야 할지, 야하다고 봐야 할지.”
“몸의 선이 다 드러나는 거 말고는 딱히 노출 없는데?”
“그 부분이 야할 수 있다는 겁니다.”
“뭐 어때서.”
성지은은 목 아랫부분, 피부를 전부 마나로 뒤덮었다.
그 덕분에 지금 성지은은 수영 올림픽에서 으레 자주 볼 수 있었던 그 전신수영복을 입은 것 같은 모습이 되었다.
“온천욕을 하는데 누가 그런 전신수영복을 입습니까.”
“내가. 그래도 쟤보다는 낫지 않아?”
“쟤는 아메리칸 스타일이고요.”
나는 애써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던 한 명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보세요, 유미르 학생.”
“네.”
“여기가 무슨 누드비치입니까?”
“목욕할 때 수영복 입고 목욕하시나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태초의 모습으로 온천에 들어온 유미르는 느긋하게 어깨를 으쓱였다.
다른 셋과 달리 물의 부력으로 인해 두둥실 떠오른 그녀의 마나 주머니는 아슬아슬하게 안 보였다.
“유미르 학생은 이곳이 노천탕이라는 걸 염두에 둘 필요가 있어.”
“어차피 여자들밖에 없는걸요.”
“나는 남자 아닌가?”
“선생님은 예외니까 괜찮아요. 그렇죠, 언니들?”
“그사이에 완전히 친해진 모양이군.”
다행이라면 다행.
유미르가 다른 간부들과 척지지 않고 이렇게 온천에 함께 몸을 담글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이 세상이 운석 멸망으로부터 한 걸음 멀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혹시 얘들이 막 이상한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겠지?”
“이상한 이야기요?”
“세상의 온갖 더러운 이야기들.”
“음…. 굳이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보다는, 서로 궁금한 이야기들이나 정보를 주고받았을 뿐인데요?”
“그래? 그럼 다행이군.”
“가령, 도깨비 공략법이라거나.”
“…….”
이것들이.
“도깨비를 어떻게 하면 맛있게 먹을 수 있는가. 서로 어떻게 먹어봤고, 어떻게 하면 도깨비를 상대로 우위를 점할 수 있는가. 도깨비 공략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런 ‘걸즈토크’를 했죠.”‘
“그래서 이제 직접 그 공략법을 실천하러 온 거라고?”
“하러 오려고 했는데, 지금 되게 피곤하지 않으세요? 이미 몇 번 연전을 거친 것 같은데.”
“하려고 하면 할 수 있지. 피로한 건 도지환이고, 도깨비는 회복할 수단이 아직 한참 남아있으니까.”
도지환으로서 이 넷을 상대하라고 하면-
할 수는 있다.
어떻게든 몸을 비틀면 할 수는 있다.
단, 이들도 마력의 보조 없이 순수하게 몸으로 덤볐을 때의 이야기.
이들이 마력을 쓴다면, 마력으로 체력을 보강하고 정신력을 강화하며, 이능력까지 사용해서 나를 마력적으로 자극한다면 아마 인간 도지환의 피지컬만으로는 역경을 이겨내기 어려울 터.
반대로 이야기하면, 내 쪽에서도 마력으로 체력을-활력을-정력을 보강하면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
금구슬 두 개의 힘으로.
“그래서 결론은? 도깨비를 상대로 어떻게 공략해야 할지 결론이 나왔어?”
“일단 결론은 나왔는데, 오늘 당장 시도할 건 아녜요.”
“응?”
“도지환이 약해진 거지, 도깨비가 약해진 건 아니니까.”
“잘 아네. 그럼….”
“그냥 몸만 담그러 왔어요. 다들. …지은 언니는 조금 아닌 것 같지만?”
유미르가 내 옆에 있는 성지은을 가리켰다.
“야. 나, 제주도에서 엄청 힘들게 마나 썼는데, 그냥 미국으로 가라고 할 건 아니지?”
“음….”
“그렇게 말하면 좀 섭섭할 것 같은데. 도지환 씨. 설마 나 그냥 이대로 나가리야?”
“그건 당연히 아니지.”
나는 섭섭함을 대놓고 표출하는 성지은에게 손을 뻗어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지금 해?”
“음…. 지금 말고, 나중에. 지금은 그것보다 좀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으니까.”
“애국이 아니라?”
“내가 무슨 애국에 미친 사람인 줄 알아?”
“…….”
애국이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건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지금 성지은에게는 그보다 더 구미가 당기는 주제가 있나 보다.
“마나골드. 전용 무기.”
“아하.”
“그거, 설마 히어로들에게만 줄 건 아니겠지? 응?”
“당연하지.”
마나골드가 지금 S급 히어로들에게 모두 몰려있다고 해도, 그걸 전부 히어로들에게 넘겨줄 생각은 없다.
“심지어 너, 그중 일부를 유미르한테 주려고 했잖아. 안 그래?”
“프로토타입으로 실험을 한 거지, 무슨 유미르에게 제일 먼저 주려고 한 건 아니야.”
제일 먼저 주려고 한 사람은 따로 있다.
“유미르가 실험에 큰 도움이 되었으니까 유미르한테도 일부 나눠주려고 한 거지, 마나골드는 당연히 결사가 챙겨야지 않겠어.”
“그래서 경매로 나오게 해서 사려고 했다가….”
“물밑 작업을 통해 계획을 바꿨지.”
태조를 이용하여,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마나골드를 전부 한 명의 영웅을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계획을 바꿨다.
“한국의 히어로들은 그냥 전용 무기 수준으로 알고 이용하겠지만, 결사는 그걸 더 발전된 형태로 이용할 거니까.”
나는 온천 아래, 바닥을 가리켰다.
“내가 예전에 마나골드를 빼돌리고 난 다음, 내가 사용하기 위한 외부 노심을 제외하고 나머지를 어디에 뒀는지 알아?”
“…여기?”
“그래. …유미르, 비켜.”
나는 유미르가 앉아있는 곳 아래로 손을 뻗었고, 유미르는 키득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아앗, 선생님의 손이 깊은 곳으로…!”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딸칵.
뜨거운 물이 끓어오르는 바닥의 아래, ‘마력으로 감춰진’ 곳을 가볍게 누른다.
“여기에 묻어뒀지. 하나하나 정제를 해서 말이야. 유미르의 도움을 받아서.”
나는 바닥에 고이 모셔둔 마나골드를 꺼내 모두에게 보여줬다.
“그건….”
“뭐야, 무기가 아니라…탄환인데?”
“그래. 탄환이지. 마나가 깃든.”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건전지? 탄환? 배터리?
가장 적절한 단어가 있다면, 그 단어겠지.
“이건 ‘카트리지’다.”
마나골드.
히어로들이 그저 이걸 무기로써 사용한다면.
결사의 간부들은, 이것을 이용해 더 많은 마나를 끌어다 쓸 수 있다.
한순간에, 폭발적으로.
“언제까지고 내가 너희들에게서 마나를 빨아갈 수는 없으니까, 이런 것도 만들어야 하지 않겠어.”
그 시각, 펜션 백설희의 방.
각자 따로 방에서 이능력 연구를 하고 있을 거라는 누군가의 생각과 달리, 네 명의 S급 히어로는 대장이라고 할 수 있는 자의 방에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언니, 어떻게 하죠?”
“예전에 누가 그랬어.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윤이선의 물음에 백설희는 관자놀이를 손으로 꾹꾹 누르며 답했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고, 조금 있다가 아래로 내려가서 어떤 무기를 사용할 것인가부터 생각해. 아무런 답도 없이 내려갈 거야?”
“그거야 쉽게 답을 할 수 있잖아요.”
“뭐?”
“좀 더 고민해보겠다. 2시간 만에 바로 나올 답은 아닌 것 같다. 당장 무기를 개발하는 것도 아니고, 생각할 시간은 아직 여유가 있다.”
“…끙.”
윤이선의 말대로, 전용 무기라는 건 아직 정부에서도 밝히지 않은 일이다.
당장 내일 정부에서 소집이 들어온다고 해도, 내일까지 시간이 남아있다면 조금이라도 더 생각할 여유가 있다.
“우리, 진짜로 중요한 걸 이야기하기로 해요.”
“…그렇지.”
백설희는 방 안에 함께 들어온 태이린을 슬쩍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도지환이라는 남자를 앞으로 어떻게 보호해야 할 것인가. …너희 셋 모두 도지환이라는 남자가 왜 중요한지, 잘 알았을 거야.”
“이능력 컨설턴트….”
“그것 말고도 다른 것들이 많긴 하지만, 일단 지금 당장은 눈에 보이는 것만 하더라도 S급 한 명은 무조건 옆에 붙어서 케어해야 하는 사람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