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450)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450화(448/668)
“그 짧고 길다는 말 뒤에 다른 단어를 붙이려다가 지금 다른 단어를 붙인 건 내 착각인가?”
“착각이겠죠.”
착각은 어쩔 수 없지.
“그 한 시간, 오직 ‘치료’에만 쓰일 거예요. 다른 거, 야한 생각은 전면 금지. 아시겠어요?”
“야한 생각을 하지 말라는 건 나 말고 다른 사람한테 해야 할 것 같은데.”
“누구, 저요?”
“아니.”
유미르라거나.
솔라 플라티나라거나.
마법소녀 백금태양이라거나.
“혹시 뇌에 핑크빛 망상이 가득한 사람을 상대로, 성욕 억제 같은 것도 치료할 수 있는가?”
“…제 치료는 정신 상담이 아니라, 죽어가는 중병을 치료하는 ‘힐링’ 특화인데요.”
“알아. 그냥 해본 소리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내 방으로 갈까, 아니면 네 방으로 갈까?”
“…네?”
“아무리 그래도 남들 앞에서 보여줄 수는 없지.”
“…그.”
태이린은 몸을 일으키며, 머그잔을 든 채 쭈뼛거렸다.
“그, 몇 명이나 알고 있어요?”
“음?”
“도깨비라는 거.”
“다.”
“……역시 다 알고 있으면서 다들 모른 척한 거였구나.”
태이린은 입꼬리를 삐죽였다.
“나만 또 따돌렸어.”
“또?”
“……흠흠. 아무것도 아닌, 아니, 자기들끼리만 맛있는 거 먹고 그랬잖아요.”
“아. 그거.”
나는 태이린의 등을 가볍게 토닥였다.
“어린아이가 알기에는 아직 이른 맛이지.”
“17살이면 다 알거든요?”
“알아도 먹으면 안 될 것들이 있지.”
“그러니까, 3년 뒤에 먹어라? 흥, 3년, 생각보다 금방 가게 될걸요?”
“그런가?”
하긴.
군 생활보다 더 길다고 해도, 2년에 가까운 군 생활보다 바깥에서의 3년이 더 빨리 흐르는 건 사실이다.
시간은 상대적이고,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니.
“그래도 다른 사람들이 안다고 해도, 이것까지 알려줄 수는 없지. 걔들은 너랑 다르거든.”
“…어떻게 다르다는 거죠?”
“너는 조금 특별해서.”
이능력으로 내 정체를 알아본 히어로니까.
“방금 되게 뭔가 의미심장한 말로 저를 설레게 하려고 했지만, 사실은 그 속에는 그냥 공적으로 생각할 여지가 있는 부분이 있는 말이었죠?”
“너, 확실히 눈치가 빨라.”
“당연하죠. 애초에….”
태이린은 주변을 의식하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흑익공이 광익공이 아니라는 걸 눈치챘으니까, 흑익공한테 광익공이랑 도깨비 떡밥을 물어봤겠죠.”
“그건 그렇지.”
나는 태이린의 머리를 뒤에서 붙잡았다.
“본인한테 그런 걸 물어보는 건 미친 거지. 안 그래?”
“…몰랐으니까 이해해주셔야죠.”
“머리로는 이해는 해도, 계속 떡밥을 굴리겠다면 용서할 수 없지.”
콩.
나는 태이린의 정수리를 가볍게 손가락으로 튕겼다.
“윽.”
“현실 속 남자들을 대상으로 불쾌한 떡밥을 굴리는 그 생각,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그럼 창작물 속에 있는 남자들 가지고 떡밥 굴리는 건 괜찮겠네요?”
“남들한테 보여주거나 그러지 않으면 상관없지. 그런데….”
나는 복도에 잠시 멈췄다.
“내 방으로 갈래, 아니면 네 방으로 갈까.”
“오빠 방으로 가죠.”
“오…. 당돌한데.”
“설마 오빠가 저한테 막 이상한 짓을 하려고 하겠어요? 그러면….”
태이린은 나를 향해 도발적인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으로 자기 셔츠 옷깃을 만지작거렸다.
“그러면, 진짜로 약점 잡는 건데.”
“나는 빌런인데?”
“빌런이 아무 악행이나 저질러도, 도지환이든 도깨비든 17살짜리 여자애를 건드리는 그런 사람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을 거잖아요?”
“…….”
“세상에는 죽여 마땅한 사람 죽이는 일보다 더 지탄받아 마땅한 일이 있다는 거, 본인이 더 잘 아실 것 같은데.”
태이린.
똑똑하다.
“글쎄.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이 어려울까.”
“……네?”
하지만 그녀는 모른다.
“서, 설마….”
“네가 처음이 될 수도 있는데?”
나는 내 방으로 향하던 걸음을 멈춘 뒤, 태이린의 어깨를 붙잡고 몸을 돌렸다.
“보통 이런 건 내 방보다는 네 방에서 하는 게 더 맞더라고.”
“…….”
“왜? 쫄려?”
태이린은 잠시 발걸음을 주저했지만-
“…많은 국민들이, 특히 정치인들이 그랬죠. 도깨비를 잡으려면, 히어로가 몸이라도 바쳐야 한다고.”
곧 아랫입술을 깨물며, 자기 어깨 위에 올라간 내 손을 붙잡았다.
“히어로로서, 각오는 되어 있어요.”
“히어로로서, 라. 정말로?”
“…….”
“이 문으로 들어가고 나면, 네가 생각하는 그렇고 그런 일들이 막 펼쳐질 수도 있는데?”
태이린은 잔뜩 긴장한 채로 앞을 바라봤다.
“네 말대로 내가 도깨비라면, 내가 그런 거 다 감수하고서라도 얻을 가치가 있다면, 빌런 행동이든 뭐든 저지르지 않겠어?”
“…저지를 건가요?”
“저지를 거다.”
나는 문을 연 다음, 태이린을 그녀의 방 안으로 밀어 넣었다.
“마침 아무도 없기도 하잖아.”
“…….”
태이린은 뒷걸음질 치다가 그대로 침대로 넘어지고, 나는 조용히 방문을 잠갔다.
딸칵.
“태이린 양.”
“…….”
“빌런인 걸 알면서도 믿으려고 한다니. 언제나 믿음은 배신당하기 마련이지.”
“……저, 저를 어떻게 할 생각이죠? 서, 설마 인터넷 신문에 나오는 것처럼 할 생각인가요?! 아니면, 저기 만화에나 나오는 것처럼…!!”
“신문도, 만화도 아니고.”
나는 태이린에게 다가가며, 셔츠를 벗었다.
“태이린 양이 흑익공 상담소에다가 썼던 ‘도깨비총수’ 팬픽에서 도깨비가 당했던 것처럼, 똑같이 당하는 거지.”
“……앗!!”
나는 태이린을 향해 다가갔고, 태이린은 그대로 침대 뒤로 넘어가며 침을 꿀꺽 삼켰다.
“거기에서 도깨비가 어떻게 당했더라?”
“그, 그게.”
“말해봐. 너는 도깨비를 어떻게 만들었지? 지금, 다른 사람들 아무도 없다.”
“그, 그러니까….”
태이린은 잔뜩 빨개진 얼굴로 답했다.
“…도깨비가, 그, 침대 위에서….”
“침대 위에서, 뭐?”
“……유혹수를.”
“태이린 양.”
나는 허리띠를 움켜쥐었다.
“뿌린 대로 거두는 거야.”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리고 히어로를 덮치는 건, 언제나 빌런이다.
“뭘 생각하는 거지?”
빠악.
나는 한참을 태이린의 위에서 엎어진 채 가만히 있다가, 그녀의 이마에 딱밤을 날렸다.
“아얏!”
“하여튼 발랑 까져서는.”
“어….”
태이린은 눈에 눈물이 핑 돌았지만, 의아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봤다.
“안…해요?”
“내가? 뭘?”
“어, 빌런 행동…?”
“그런 건 빌런 행동이 아니라 범죄자지.”
전자발찌를 차고 쇠고랑을 차게 될 일이다.
나는 그런 짓은 하지 않는다.
“나는 미성년자를 내가 건드리지 않아.”
“어, 음, 저는 성인인데요?”
“그건 이 나라, 이 정부의 음습한 목적이 섞인 프레임이지. 나는 국가에 놀아나지 않는다.”
나는 태이린으로부터 몸을 일으켜 옷을 가다듬었다.
“이능력자들은 17세 이상도 성인으로 취급한다. 그 이유가 무엇이겠어? 이제 성인이니까 행동에 대해서 법적인 책임을 지라는 의미겠나? 전혀.”
그런 건 정부에서 겉으로 말하는 캠페인에서나 할 말이지, 실제 성년 나이 조정의 근본적인 이유가 아니다.
“너 같은 ‘전’ 미성년자, 가짜 성인을 상대로 임신 영장을 발부해서 아이를 낳게 하려는 정부의 얄팍한 술수지. 나는 그런 술수에 넘어가는 빌런이 아니야.”
“그럼….”
“네가 생각하는 그런 일은 없다는 거지.”
“그럼 옷은 왜 벗은 거죠?”
태이린은 이제 바지만 남은, 심지어 허리띠까지 풀어버린 나를 위아래로 가리켰다.
“옷은 왜…?”
“그야, 알고 싶다며. 내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허깨비처럼 사라지는 비결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