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452)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452화(450/668)
나는 내 방에서 변신을 풀고 옷을 갈아입은 뒤, 떠오르는 아침 햇살을 맞이했다.
‘이능력자 몸이 참 이건 좋다니까.’
사흘 정도는 잠을 자지 않고 버틸 수 있다는 게 참 좋다.
체력적으로 평범한 인간의 신체와는 확연히 다르기에, 하룻밤 정도는 자지 않더라도 충분히 그다음 날을 멀쩡히 보낼 수 있다.
‘나중에 나이가 들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이능력자 중에 가장 나이가 많은 경우는 25살.
그것도 만 나이로 계산을 해서 25살이지, ‘0세대’라고 일컬어지는 00년생 11월~12월 출생의 이들 같은 경우에는 원래 세계 기준으로 따지면 26살이다.
내년이면 27살.
차마 좋은 말로도 20대 중반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20대 후반으로 다가가는 나이.
‘다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인간은 기본적으로 해가 갈수록 나이를 먹는 존재다.
한 해 한 해 몸이 달라지며, 그건 이능력자라도 마찬가지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제대로 데이터가 쌓인 경우가 없으니, 앞으로 쌓아가는 데이터를 보고 판단할 수밖에.
그래서 사람들은, 특히 이능력자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나마 ‘미래’에서 시간을 거슬러 온 이들이라면 어떻게 잘 알고 있지 않을까.
애초에 미래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온 사람이 있다면, 어떤 이능력을 통해서 시공간을 도약해서 넘어온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대의를 위해서 행동하는 자라고 해도 여유가 있을 때 물어는 보고 싶겠지.
가령, 미래에는 어느 나라가 1등 국가인가.
가령, 미래에는 이능력자들이 어떻게 되는 걸까.
가령, 미래에는 이능력자들이 평범한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올까.
이능력자가 ‘인류’가 되는 시대.
구시대의 인류는 ‘열성인자’를 가진 존재가 되어 도태되고, 인간이었던 흔적조차 사라져, 유전자 조작이 이루어져 나중에는 미래의 ‘인류’를 위한 가축이 되어버리는 세상.
어쩌면 그런 가능성이 미래에 펼쳐질지도 모른다.
AI 로봇이 인간을 점령하기도 하고, 우주 저 먼 곳에서 온 외계인이 지구를 점령하기도 하고, 또는 지하에서 솟아난 악마들에 의해 인류가 굴복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그 정답은 나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건, 그런 미래가 올 가능성은 있어도 그 미래는 오지 않을 거라는 것.
‘결사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그런 미래는 없다.’
총수가 바라는 미래는, 결사가 바라는 이상향은 이능력자가 억압받는 세상도 이능력자가 억압하는 세상도 아니다.
그런 세상 속에서, 나로부터 퍼져나온 자식들이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하려면, 당연히 내가 지금 이 시대에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겠지.
미래에 암 덩어리가 될 자들을 제거하는 것.
그게 나의 역할이다.
그게 내가 받아들인 도깨비로서의 사명이다.
언젠가 이 세상에 떨어질 운석을 막고, 악마들이 전 인류를 악마로 만드는 것을 막고, 내가 알고 있는 온갖 콘텐츠 속 디스토피아를 막고, 아포칼립스가 오지 않게 막는 것.
뭐 이렇게 막을 게 많나 싶지만, 결국 해야 하는 건 간단하다.
처형하고, 처형하고, 또 처형하는 것.
그리고 하나 더 추가하자면….
“왔어?”
악마가 될 수도 있는 이들을, 세상을 멸망으로 바로 몰고 갈 수 있는 이들을 케어하는 것.
“오자마자 아침밥 먹는 건 좀 헤비할 것 같아서, 가볍게 아이스크림 준비했지. 자, 한라봉샤베트야.”
“귤…?”
“귤은 제주도에서 질릴 정도로 많이 봤는데.”
“먹지는 않았잖아. 먹지는.”
나는 돌아오자마자 소파에 주저앉은 여섯 명의 이능력자를 향해 각각 샤베트가 담긴 유리컵을 건넸다.
“그래서 결론은?”
“…월화수목금토일.”
“뭐?”
“월화수는 빌런의 날. 목금토는 히어로의 날. 그렇게 정하기로 했어.”
백설희는 신경질적으로 샤베트에 스푼을 찔러넣었다.
“주중에는 히어로들이 공적인 일을 해야 하니까 바빠서 못하지만, 빌런들은 주중에도 자유로울 거 아냐. 그때 마음껏 하라고.”
“요일제로 도지환 먹으려고?”
“마침 여기 있는 사람도…어?”
백설희는 건물 안을 훑었다.
“한 명 더 있다고 했던 것 같은데…?”
“아. 먼저 갔어. 그 사람은 그쪽으로는 딱히 크게 관심이 없어서.”
“…그래? 정말?”
“그래. 누구랑은 다르게, 그 사람은 딱히 거기에 미쳐있지는 않거든.”
“또, 또. 혜라야, 그러다가 또 시비 걸릴라.”
현세린이 윤혜라를 말리고 나섰고, 윤혜라는 자신을 째려보는 백설희를 향해 입꼬리를 비틀었다.
“뭐. 현역 시절에도 시비 걸리든 말든 내 마음 가는 대로 행동했는데, 뭐 어때서? 이제 다 까발려진 거, 이게 대수야? 응?”
“…….”
“안 그래, 오빠? 여기 있는 사람들, 서로 알 건 다 알아버린 것 같은데. 저기 위에 자고 있는 꼬맹이 빼고는.”
“그 꼬맹이도 이제는 어른이다. 알 건 다 알 나이지.”
나 또한 내 몫의 샤베트를 담은 컵을 들고 한 입 베어 물었다.
“물론 아는 거랑 실제로 하는 거랑은 얘기가 다르지만.”
“…혹시 이린이 건드리셨습니까?”
“아니. 내가 건드릴 이유가 있나.”
김윤지가 혹시나 하는 눈으로 나를 바라봤지만, 나는 그런 쪽으로는 빌런이 아니다.
“헤에.”
“뭘 그렇게 바라봐? 내가 틀린 말 한 건 아니잖아.”
나는 바로 나를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는 현세린의 뒤로 다가가 그녀의 머리를 손으로 눌렀다.
“아윽.”
“…….”
“넌 또 왜 그렇게 나를 바라보는 건데.”
“우리 세린 선배님 괴롭히지 마십시오.”
“우리, 선배님? 하.”
어처구니가 없다.
“여섯 명이서 제주도 가서 쌈박질하고 나니까, 뭐 히어로랑 빌런 사이에서 우정이라도 생기고 막 그랬어? 내가 여기에서 태이린 양 컨설팅하는 사이에 너희끼리 무슨 소주 여러 병 까고 그랬어?”
“네.”
“…네?”
“소주는 아니고, 같이 카페에서 오렌지주스 가지고 이야기 좀 나눴어요.”
유미르는 샤베트를 크게 한 입 입에 집어넣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여자들끼리 서로 기 싸움 벌이지 말고, 그냥 서로 화목하게 지내기로.”
아.
그렇구나.
아무래도 이들은 여자들끼리 기 싸움을 벌이는 것보다, 마치 남자들이 서로 깡소주 두고 서로 욕하면서 응어리를 풀어내는, 그런 시간을 가지고 온 모양이다.
그 결론이 ‘도지환의 시간을 양분한다’라는 게 된 건, 조금 그렇지만.
“우리가 무슨 서로 죽고 죽여야 하는 사이도 아니잖아요? 어차피 진짜 싸워서 이겨야 하는 대상은 따로 있는데.”
“판데모니엄의 악마를 이야기하는 거지?”
“그건 이능력자로서 이겨야 하는 대상이고, 여자로서 이겨야 하는 대상은 따로 있죠. 누군지, 아시죠?”
“난가?”
모른 척을 할 이유는 없다.
어차피 여섯 명 모두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으니까.
“…너희들끼리 뭐 서로 이야기할 거 다 하고 그런 것 같은데, 그 결론이 결국 나를 요일제로 해서 먹겠다는 거 아냐.”
“맞아요.”
“그럼 나는 요일마다 한 명씩 상대해야 하고 그러는 건가?”
“아니요?”
백설희는 키득거리며 손가락을 세 개 펼쳤다.
“하루에 최대…3명? 아니면 4명일지도.”
“뭐?”
“월화수는 빌런 타임, 목금토는 히어로 타임이라고 했잖아요. 그럼 그 시간에는 빌런이랑 히어로들 상대를 하셔야겠죠?”
“세상에.”
아주 자기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치고 모든 상황을 만들어놓았다.
“내 의사는?”
“어머. 저희는 도지환 씨 먹는 거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낮 시간 이야기를 하는 거야. 낮 시간.”
“그럼 내 자유시간은 일요일 뿐인가?”
“주 6일 근무하고 수십억, 수백 억 받아가는 거면 꽤 괜찮은 근무환경 아녜요?”
“누가 돈을 준다는데?”
스륵.
샤베트를 든 숟가락을 든 채, 6명 모두가 손을 들었다.
“너희는 무슨 도지환을 도창남으로 만들 생각인가?”
“어머, 오빠. 도창남이라뇨. 오빠가 무슨 몸을 팔아서 돈 버는 그런 사람이에요? 우리는 그냥 오빠랑 데이트하는데, 혹시 오빠 용돈 부족할까 봐 조금씩 찔러넣어 주는 것뿐이에요.”
“혜라야. 혹시 조건만남이라는 단어를 알고 있니?”
“우웅, 혜라는 그런 거 모르는데.”
“와, 소름….”
현세린이 윤혜라의 말에 몸서리를 쳤다.
“야, 윤혜라. 이거 봐. 여기 너 현역 시절 모습 아는 두 사람 표정을 보라고.”
“알 게 뭐야. 그년은 뒤졌고, 나는 지금 윤혜라인데?”
“너….”
“왜요, 선배님?”
윤혜라는 싱글벙글 웃으며, 자신을 향해 무언가 형언할 수 없는 것을 본 표정의 백설희에게 티스푼을 겨눴다.
“만약에 선배님이 제 옛날 일을 가지고 협박한다거나 그랬을 때, 오빠가 선배님 편을 들어줄 것 같아요?”
“…….”
“그렇지, 오빠?”
“딱히 그런 문제로 누구 편을 들 생각은 없는데.”
나는 윤혜라의 정수리를 손으로 가볍게 눌렀다.
“애초에 있지도 않을 일을 가지고 굳이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지. 정 싸우고 싶으면 이야기해. 내가 판결을 내려줄 테니까.”
“선생님이요? 어떻게요?”
“서로 싸웠다가 화해하는 거 풀어주는 건 내 전문이지. 히어로랑 빌런이든, 과거에 어떤 악연이 있든, 서로 소속이 어떻든, 아주 확실한 방법이 있지.”
나는 밖을 가리켰다.
“일단 서로 모두 벗어던지고 온천에 몸 담그고, 같이 맛있는 거 먹으면서 이야기하면 다 해결되는 거거든.”
“…왜 제게는 다른 의미로 들리는 걸까요.”
“다르게 듣는 게 아니라, 그걸 제대로 듣는 거 맞아.”
“저기, 당신.”
백설희는 모두를 한 번 훑은 뒤, 입맛을 다시며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히어로랑 빌런들, 여자들 서로 싸우지 않도록 하는…기둥 같은 게 될 생각이야?”
“물론.”
나는 베란다 문을 열었다.
“히어로든, 빌런이든, 그에 속하지 않는 사람이든, 서로 싸우지 말고 화목하게 지내라고. 세계의 평화를 위해서.”
“세계 평화를 위해서, 기꺼이 몸이라도 바칠 생각이라는 거네?”
“물론이지.”
아아.
“이 한 몸 희생해서 분란을 잠재우고 이 나라의 무궁한 발전과 영광을 위하여, 최선을 다한다면 그게 대한건아로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영예가 아니겠어.”
이 얼마나 숭고한 희생인가.
“그러니까, 너희들끼리라도.”
나는 이들이 친해질, 기둥이 된다.
“싸우지 말고, 애국해. 애국.”
프로젝트 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