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465)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465화(463/668)
“그래. 아주 먼 옛날, 삼국시대에 한국에 있던 백제가 일본에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라고 하는 거. 예전에 얘기했지?”
나는 칠판에 두 개의 단어를 적었다.
“환의 의지. 백제. 지금 우리가 일본으로 가는 이유는, 일본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환의 의지를 찾으러 가는 거야.”
과거 백제 땅에서 넘어간 왕족들-이 일본에 있을 거라는 걸 환의 의지가 알아버렸다.
“오사카 인근에서 마나골드가 발견되었다고 하더라고.”
“…….”
생글거리던 유미르의 표정이 바로 굳었다.
“마나골드…. 북한 땅에서만 나온다고 하던 게 일본에?”
“그래.”
아무래도 마나골드가 가진 가치를 알기 때문에.
“마나골드가 한국 이외의 다른 곳에서 나오는 걸 알게 된다면….”
“난리 칠 놈들이 한둘이 아니지.”
나는 한 단어를 적었다.
“문제는 이 녀석들이야.”
환의 의지가 보호해주는 최악의 빌런들.
“활빈당.”
한국의 자원이 외부로 반출되는 건 유전자라도 용서할 수 없다는 극단적 국뽕주의자.
“이 녀석들의 일부가 지금 오사카 근처에서 모습을 드러냈다고 하더라.”
“그 말은…그들이 지금 냄새를 맡았다는 건가요?”
“그래. 아니, 이게 참 복잡한 문제인데.”
나는 말을 하면서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주모가 발견한 정보에 따르면, 이 활빈당 놈들이 오사카에 간 이유는 ‘문화재 회수’야.”
“…….”
“일제 시대 때 일본으로 빼앗긴 유물 중에서 금관이라거나 그런 백제 관련 유물들이 있고, 그걸 몰래 보관하고 있는 야쿠자 세력이 있어.”
다시 한번 말하지만.
“한국을 위해 행동하는 정의로운 행위는 결국 그 사람에게 모든 것이 이롭게 돌아가기 마련.”
“환의 의지…!”
“일제에 수탈당한 한국 문화재라거나, 아니면 그 주변에 있는 금붙이라거나. 그런 것들이 지금 마나골드로 ‘바뀌고 있다’라고 하더라고.”
“그, 선생님. 이런 정보는 도대체 어디에서…?”
“일본 히어로 1위. 주모의 조사 결과, 놈이 직접 결사에 정보를 흘린 걸로 확인되었다.”
“예?”
이 세계는, 국뽕 라노벨이다.
“일본의 1위, 재일교포야.”
해그늘 공장이 터지든 말든, 나라는 계속 돌아간다.
에어컨 수백, 수천 대가 폭발했다고 해도 여름은 이제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고, 날씨는 서서히 에어컨이 필요 없는 초가을이 다가오고 있다.
아마도 그건 백설희가 하늘 곳곳에 띄워둔 빙정 때문이겠지.
나중에 날씨가 냉방기구의 도움 없이도 충분히 지낼만하게 된다면, 아마 빙정들은 겨울이 되기 전에 전부 다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빙정을 치워야 할 당사자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아, 네네. 빙정 따로 보관하셔도 돼요. 그거, 다른 이능력자들이 만져도 아무런 문제 없으니까요.”
집에서 뒹굴뒹굴 누워있다가, 그 빙정에 관한 처리를 협회에 내던졌다.
“네네. 아예 만들 때부터 다른 사람들이 만지고 건드릴 수 있게 해뒀으니까요. 그걸 가져다가 다른 곳으로 옮겨도 돼요.”
“설희 씨.”
나는 옆에서 목소리를 거들었다.
“앗…!”
백설희는 마치 방송 중에 남자친구가 난입하여 ‘누나’라고 부른 것 같은 버튜버처럼 식겁하는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조, 조용…!”
“어차피 내가 여기에 있는 거 모두가 다 아는데 뭐 어때요?”
둘이 있을 때는 서로 편하게 말을 해도, 다른 이가 있을 때는 상호존대가 기본.
“설희 씨. 빙정 있잖아요. 그거 저기 어디 다른 나라에 대여해주거나 빌려주는 건 안 될까요?”
“음…?”
백설희는 눈을 가늘게 뜨며 나의 의도를 살피려 했다.
그 눈빛은 도지환으로서 말하는 것이냐, 아니면 ‘도깨비’로서 말하는 것이냐를 추궁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스륵.
나는 손가락을 두 개 펼쳤다.
그리고 입 모양으로만 말했다.
당연히 둘 다.
“…잠시만요, 협회장님. 지환 씨? 그게 무슨 소리예요?”
“우리는 여름이 다 끝나가지만, 저기 다른 나라 중에는 무더운 여름 날씨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나라들도 있잖아요. 그 나라들에 빙정 빌려주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흐음…. 제법 그럴듯한데요.”
평소의 백설희라면 분명히 이 의견에 바로 동조했을 것이다.
“그래도 빙정이 넘쳐나는 것도 아니고, 하나 만드는데 마나가 좀 많이 들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다른 나라로 보내면 내년에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을 텐데.”
하지만 그녀는 도깨비의 저의가 궁금한 듯, 평소의 자신이라면 바로 받아들였을 제안에 딴지를 걸고 나섰다.
“국내에서 사용하면 그냥 그러려니 할 수 있지만, 그게 전 세계로 퍼져나가게 된다면 그 뒤로는 제가 계속 빙정을 만들어서 전 세계에 보급해야 한단 말이죠.”
“그거, 어떻게 안 될까요?”
“지환 씨. 빙정은 광역 냉풍기 같은 효과를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가 그걸 계속 만들어낼 수는 없잖아요.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해야 하는데.”
[저기, 우리 통화 중인 거 잊었나?]대화 중에 가만히 있던 협회장이 기어이 끼어들었다.
[도지환 씨의 의견은 고맙지만, 백설희 씨의 말이 맞아. 처음에는 호의로 제공한 것이 나중에는 ‘당연하게’ 여기는 거라고.]그래도 우리보다 조금 더 인생을 오래 산 사람이라서 그럴까.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은 알겠는데, 지환 씨는 일단 그 뭐냐…설희 씨 몸부터 생각해줘야지?]그의 조언은 나름대로 합리적이고, 또 나를 걱정하는 선한 마음씨가 잘 녹아있었다.
‘확실히 사람은 착해.’
어른의 말이 고깝게 들리면 꼰대의 말이고, 그 말이 정말로 걱정이 되어 하는 말처럼 느껴지면 조언이다.
협회장은 나에게 조언을 하고 있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말이라거나, 당신이 가장 신경 써야 할 게 백설희라거나.
옳은 말이다.
유부남도 아니고 여자친구도 없고 오직 국가와 세계평화를 위해서 일하는 솔로(3X세)의 말이지만, 그 말은 백번 옳다.
“협회장님. 저는 빙정을 더 만들지 않는 선에서 빙정을 대여하는 게 어떨까 싶어서 하는 말입니다.”
[음?]“그 왜, 경매하시죠? 다른 나라들에 공개적으로 알린 다음, 경매로 넘기는 겁니다.”
[또 경매…? 아, 아니. 계속해보시게.]아무래도 협회장은 경매에 질린 듯하다.
“별 건 아닙니다. 우리나라에는 설희 씨가 있지만, 다른 나라에는 설희 씨가 없잖아요. 빙정을 그 나라에서 관리하도록 대여하는 겁니다.”
[음….]“아마도 협회장님께서 가장 걱정하시는 건 ‘기술 유출’이겠죠?”
[사실, 그게 제일 크지.]빙정을 한국에서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해외에서 관리한다?
경매든 뭐든 일단 호의를 가지고 넘겨준 백설희의 빙정이 한국 외의 다른 이들이 관리하게 된다?
[아무래도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것도 있지만, 남자라는 것도 있지만, 저기 내가 가장 신경 써야 할 건 아무래도 이능력자의 기술 부분이니까. 분명 빙정을 연구하려고 하겠지.]협회장의 걱정대로, 백설희의 빙정은 낱낱이 해체될 것이다.
[그냥 광역 냉풍기를 보내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닐 거야. 무조건 뜯어볼걸? 빙정 두 개를 사면 하나는 겉으로 보이게끔 전시하고, 다른 하나는 이능력자들이 어떻게든 해체해서 빙정의 구조를 확인하려고 하겠지. 그러면 기술이 유출되는 거야. 바로. 그리고….]협회장은 잠시 뒷말을 흘렸다.
[그건 백설희 씨가 정할 일이지. 모처럼 개발한 기술인데, 그걸 다른 나라에 그냥 넘겨주기는 아깝잖아.]“음…. 협회장님.”
백설희가 협회장의 말을 끊었다.
“사실은 이 기술, 지환 씨가 알려준 거예요.”
[뭐?]목소리가 튀었다.
생각보다 크게 당황한 눈치다.
“지환 씨가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빙정 만드는 걸 옆에서 도와줬어요.”
“이능력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능력에 관해서는 남다른 조예가 있는 분이에요.”
[호오….]“제가 괜히 이 사람을 옆에 두는 줄 알아요?”
백설희의 목소리가 살짝 높아졌다.
“혹시 협회장님도 제가 지환 씨 얼굴 때문에 반했다거나, 남자에게 홀려서 사리 분별을 못하고 불륜녀가 되었다거나, 사랑에 콩깍지가 씌어서 임신했다거나 그런 걸로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크, 크흠.]“협회장님?”
[음, 하룻밤에 300억이나 하는 가치가 있는 사람이었군. 도지환 씨는. 언제 한 번 이야기를 따로 나누고 싶은데….]“그건 곤란하네요.”
백설희는 전화 중인 태극워치를 두드렸다.
“지환 씨는 지금부터 저랑 해피타임을 즐겨야 해서.”
[……응?]“그런 거 맞으니까, 이제 전화 끊죠. 빙정 문제에 관해서는 당장은 협회에 관리를 맡길게요. 회수 알아서 잘해주시고, 이후의 일은 지환 씨랑 상의하고 다시 연락드릴게요.”
[음…. 좋은 시간 되기를!]뚝.
협회장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
“세상에 남자랑 지금부터 물고 빨고 할 거라고 전화 끊자고 하는 여자가 세상에 어디 있어?”
“내가 물고 빨고 하는 거야?”
전화가 끊어졌으니 바로 말을 놓는다.
“그럼?”
“당신이 나를 물고 빨고 하는 거지.”
“내가?”
“그럼 오늘은 내가 할까?”
백설희는 혀를 내밀며 내게 메롱 했고, 나는 그런 그녀에게 다가가 내가 먹던 빙수를 한 숟가락 크게 퍼서 그녀의 입에 밀어 넣었다.
“읍.”
“어쭙잖게 그런 거 하려고 하지 말고, 얌전히 내가 시키는 대로 해.”
“내가 당신이 시키는 대로 다 따르는 인형이야?”
“설희 씨, 지금 어디에 있는지 잊었어?”
나는 백설희가 누워있는 곳을 가리켰다.
“침대 위에서는 내 말대로 한다. 본인이 직접 한 말이지?”
“윽.”
“그게 싫으면 침대에서 나오든가.”
“…….”
백설희는 나를 잠시 빤히 바라보더니, 오히려 침대에 엎어지며 침대와 한 몸이 되었다.
“내가 내 집 침대를 두고 왜 다른 곳으로 가야 하는 건데.”
“그럼 순순히 내 말 듣든가. 빙정, 내가 만들어준 거 아니야.”
“…..그래도 사용자는 나인걸?”
“오리지널은 아니지.”
나는 백설희의 옆으로 다가간 다음, 도깨비방망이를 꺼내 그녀의 등허리를 꾹꾹 위에서 눌렀다.
“당신이 만든 빙정, 그거 우리 결사의 기술이라는 거 잊었어?”
“아아, 좋다….”
“방금까지 대화하던 사람은 어디로 갔나?”
“몰라. 안 들려, 거기 말고, 좀 더 위로해줄래?”
“혹시 최근에 유미르랑 어떻게 하면 나한테 말장난을 칠까 연구하고 그런 건 아니지?”
백설희는 아예 대답하지 않았다.
“좋아. 그러면 어디 내 마음대로 이야기하지. 잘 들어. 당신이 만든 빙정의 기술적 근간은, 결사의 간부 중 한 명인 ‘궁기’가 생전에 남긴 기술이라고.”
꺼지지 않는 불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