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467)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467화(465/668)
“내가 기분이 엿 같지 않을 수 있겠어? 나는 밑천 다 내줬는데, 부산에서 서울까지 KTX 역마다 빙정 깔아둔 걸로 서울까지 왔는데, 누구는 아무렇지 않게 분신을 보내고 말이야!”
백설희가 본격적으로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짜증, 솔직히 날만 하다.
“나는 아직 공간이동 못 하는데, 나만 탈탈 털린 기분이야. 심지어 내 기술은 쟤가 나보다 더 잘 쓰는 것 같아. 도깨비가 보기에는 쟤 어때? 사기 아니야?”
[그래서 나도 쟤한테는 기술 잘 안 알려주잖아.]“와, 너무한다. 저만 지금 왕따시키는 거예요?”
유미르는 울상을 지었으나, 곧 우리에게 다가와 내 팔과 백설희의 팔을 동시에 붙잡았다.
“그러지 말고 우리 셋이서 같이 놀러 가죠. 일본으로.”
“놀러 가는 거 아니야. 일하러 가는 거라고.”
“백설희로 가는 것도 아니고 유미르로 가는 것도 아니고, 선생님은 선생님으로 가는 게 아니라 ‘도깨비’로 가는 건데, 뭐가 어때요? 아 참. 아예 저도 이름을 바꿀까요?”
유미르는 엄지로 자신을 가리켰다.
“한국인다우면서도 일본인 같은 느낌 나게, ‘유나’는 어때요?”
[…….]잠깐.
머리가 아파져 오는 순간이 있었지만, 나는 호흡을 가다듬고 자신을 유나라고 자칭한 유미르에게서 거리를 벌렸다.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현지에서는 지나가는 사람들은 우리를 전혀 신경도 쓰지 않을 거니까.]“가면 남 둘이랑 백설희 닮은 꼴에 금발벽안 초절정 미소녀가 돌아다니는데, 그걸 신경 쓰지 않는다고요?”
[물론.]신경을 쓴다면, 그건 이능력자로서 정체가 궁금한 게 아니라 다른 의미로 신경을 쓰는 거겠지.
[오히려 사진 많이 찍힐 각오를 해야 할걸? 거기, 이런 차림으로 가면 초상권은 개나 주는 상황이 되어버릴 테니까.]“초상권….”
[마침 시기도 딱 좋은 때라서 말이지.]현재.
[거기 가면 도깨비랑 스노우화이트랑 백금태양이랑 넘쳐날 텐데, 뭐가 이상하겠어.]우리가 가야 할 목적지에는.
[원래 나뭇잎은 숲에 숨겨야 하는 법이라고.]코믹마켓이 펼쳐지고 있다.
오타쿠가 미래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고 말하겠지만, 놀랍게도 이 세상에서는 오타쿠야말로 이 시대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다.
상상력이 곧 힘이 되는 세상에서, 현실을 이지적이고 냉철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살아남기 힘들다.
-아니, 그래서 마나의 원리가 뭔데!
마나를 이성적으로 바라보고 접근해도, 마나의 원리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마나가 뭔지 모르겠으면 그냥 느껴! 마나는 그냥 마나다!
-판타지가 실제가 된 세상이라고! 뭘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해? 사용하다 보면 알게 되겠지.
-논리로 접근하지 마! 감성으로 접근해! 마나는 새로운 에너지라는 걸!
하지만 오타쿠는 다르다.
이성보다 감성을 추구하고, 로망을 추구한다.
-가ㅡ메ㅡ가ㅡ메ㅡ하ㅡㅡㅡㅡㅡ!!
-이야, 저게 되네.
그리고 그 로망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상황이 된 순간, 세상은 오타쿠의 공상력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선생! 이러한 이능력을 가진 존재는 어떤 이능력을 사용해야 하는 겁니까?
-어, 저는 만화가일 뿐이고, 그거랑 비슷한 소재로 만화를 그렸을 뿐인데….
-선생! 그러면 이 이능력을 가진 주인공으로 만화를 그려주십시오! 선생이 만든 만화의 주인공 기술은 이 아이의 기술이 될 겁니다!!
-뭐…라고….
-권당 선인세, 1억을 드리겠습니다!
-!!
이능력은 곧 국가 경쟁력.
비록 그것이 만화라거나, 영화라거나, 소설이라거나, 그런 서브컬쳐류에 집중되는 현상을 보였지만, 다른 나라에서 함부로 따라 할 수 없는 이능력을 개발하는 것은 곧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일.
-아니, 무슨 만화 따위에 1억을 태워?!
-하지만 그 만화 하나로 훗날 S급 이능력자가 탄생한다면 어떨까.
-10년 뒤의 미래를 보자? 저 5살짜리 꼬맹이를 위해서?
-만화를 통해서 영웅이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애들은 영웅을 꿈꾸고, 만화가는 자기 만화 속 캐릭터가 모티프가 되어 나중에 히어로가 되고. 상부상조 아니겠는가.
-하긴. 권당 1억으로 전투기 개발한다고 치면 오히려 싸게 먹히는 거지.
이능력의 시대, 한국은 적극적으로 서브컬쳐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2000년 시점을 생각하면 어차피 국방력이나 군사력은 다른 나라를 따라가기 어려운 실정.
아득바득 따라붙어 용의 꼬리가 되느니, 차라리 그 용을 브레스로 날려버릴 수 있는 드래곤이 되겠다.
바야흐로, 졸라 짱 센 환영드래곤이 되고자 한국은 이능력자 양성에 힘을 썼다.
여기서 문제.
한국이 이렇게 이능력자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동안, 다른 나라는 가만히 있었을까?
-오타쿠는 우리 쪽이 더 많아!
일본 또한 한국처럼, 아니 한국보다 더 빠르고 확실하게 콘텐츠들을 만들어냈다.
-창작물을 만들어! 어떻게든 이능력자들이 공상을 통해서 배우고 익힐 수 있는 창작물을!
-이건 만화가 아니다! 훗날 히어로들에게 규범이 될 교과서다! 그림의 형태를 하고 있을 학습만화일 뿐이야!
영유아들이 가장 먼저 접하는 매체가 무엇이겠는가.
그림이다.
영상이다.
언어를 습득하는 건 어렸을 때부터 지속적으로 듣는 걸로 배운다고 해도, ‘글자’를 익히는 건 최소한 5~6세 정도는 되어야 본격적으로 글자를 읽을 수 있다.
그러니 자연스레 어린아이들에게 제공되는 자료는 그림책, 동화책, 만화책, 소설책의 단계를 쭉 이어 나가게 되었다.
-발표하겠습니다. 아아, A급 이능력자, ‘프리큐트’!
-여,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냥 코스튬만 비슷하게 맞춰놓고, 실상은 신체 강화형 이능력자가 아닌가?
-그래서 ‘초대’인 겁니다!
-오오…! 역시 뭔가를 아는군!!
그리고 2015년, 2020년쯤이 되었을 때, 기존 만화책이나 애니메이션 속에 나오는 콘텐츠를 바탕으로 이능력을 습득한 이능력자들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을 때.
-오타쿠는, 미래다!!
서브컬쳐는 더 이상 비주류 문화가 아니었다.
새 시대를 이끌어나가는 미래 산업이 되었다.
그리고 당연히 이런 산업일수록 국가에서는 더욱더 이를 장려하고, 오타쿠 관련 문화는 더욱더 규모가 커지기 시작했으니.
바야흐로, 그 정점에 있는 것이 바로 ‘코믹 마켓’이라고 할 수 있을 터.
우리는 그곳에 간다.
일본으로.
그 방법은….
그 시각, 대마도.
“하아, 나는 왜 일본에서 태어나서.”
대마도 출생의 일반인 청년, ‘야마모토 기우라’는 저 멀리 망원경 너머로 보이는 부산 앞바다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저기에서 태어났으면 이능력자로 태어나는 건데.”
저 멀리, 부산이 보인다.
불과 수십 km 떨어진 곳에서 태어난 게 죄라면 죄일까.
낳게 해준 부모를 원망하는 건 아니지만, 이왕 낳을 거라면 저기 배를 타고 부산에 가서 원정 출산을 하는 건 어땠을까.
-아, 몰랐지!!
대마도 사람들이 만약 운석이 떨어진 시기에도 그걸 알았다면, 그들은 분명 대마도가 아닌 부산으로 헤엄을 쳐서라도 넘어가서 아이를 낳으려고 했을 것이다.
-아니, 대마도는 한국이랑 그렇게 가까운 곳인데 왜 이능력자가 태어나는 비율이 북해도랑 다를 바가 없는 거죠?!
-그야, 일본이니까.
-칙쇼!!
핏줄이든 혈통이든 무엇이든 ‘한국’의 기질이 섞여 있다면 이능력자가 태어날 가능성이 크다.
“하, 젠장. 마나의 신이 대마도를 한국 땅이라고 생각했으면, 나도 이능력자로 태어날 수 있었을 텐데.”
기우라는 그저 마나의 신을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
“어디 외계에서 와서 2000년에 세계지도 보고 ‘아, 여기는 일본 땅이네’라고 판단을 내린 것도 아니고…!!”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타당하다.
만약 역사를 알고 있는 존재라고 한다면,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알고 있다면, 그리고 그 신이 한국을 위해서만 모든 축복을 내려준다면.
-대마도는 한국 땅이다. 예전에 쓰시마 섬 정벌했으니, 이곳은 일본 땅이 아니라 조선의 땅이다.
-하지만 그 조선은 우리 일본이 100년 전에-
-갈!! 어딜 감히 조선의 아픈 역사를 건드리려고 하는 것이냐! 마나의 저주 맛 좀 볼래?! 이능력자 하나도 태어나지 않게 해줄까?!
“젠장.”
인터넷에서 다들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
마나의 신은 한국을 첫 보금자리로 삼고 한국에 애정을 퍼붓고 있으며, 전 세계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있는 행성에 함께 있기에 곁다리로 마나의 축복을 넘겨받고 있는 거라고.
마나의 신이 대마도를 관측하는 시점이 한국 땅이 아니었기에, 대마도는 유의미하게 마나의 축복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하더라.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일본인이라도 일본 영토 안에서 아이를 낳는 게 아니라 한국에 넘어가서 아이를 낳으면, 능력자로 태어날 가능성이 크니까.
그렇게 하면 이능력자가 더 많이, 더 강하게 태어날 수 있으니까.
대마도는 아니지만, 실제로 한국에서 아이를 낳았지만, 국적은 일본인인 이능력자는 당장 바로 한 명을 꼽을 수 있다.
“[푸른 혜성]….”
기우라는 해그늘 전자산 태극워치를 두드려 히어로 위키에 접속했다.
푸른 머리칼의 청년.
그는 얼굴에 하얀 가면을 쓰고 있었고, 마치 미래 시대에서 온 장교처럼 하얀 제복을 입고 있었다.
일본이 자랑하는 최강의 히어로.
아주 큰 약점을 하나 가지고 있지만, 그가 있기에 어디 가서 ‘이능력은 한국 다음은 일본’이라고 자랑할 수 있다.
“아직도 다른 S급들은 푸른 혜성의 발밑에도 미치지 못한다라….”
강하니까.
한국에 광익공이 있다면, 일본에는 푸른 혜성이 있다고 다들 말하고 있으니까.
물론 실제로 붙은 결과는 푸른 혜성의 패배였으나, 그렇다고 푸른 혜성이 결코 약한 건 아니다.
어딘가 이능력적으로 약점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출생적으로 약점이 있다면….
“쯧. 나도 푸른 혜성처럼 태어나는 것만 한국에서 태어났어도…! 아니, 부모님 중 한쪽이 한국인이었어도…!”
재일.
일본에 사는 한국인.
국적은 일본인이지만, 부모든 조부 세대가 일본에 건너온 한국인으로 태어난 이들.
비록 확률은 낮지만, 그들 또한 운석이 한국에 내려주는 축복을 간접적으로 받았다.
운석이 떨어지는 그 난리 통에서, 푸른 혜성의 부모는 한국인 아버지 쪽이 일본인 어머니를 데리고 한국으로 건너갔다가 아이를 낳은 케이스니까.
“나도 그렇게 한국에서 태어났으면…응?”
쏴아아.
저 멀리, 바다 쪽에서 뭔가가 지나가는 게 보인다.
“저건…?”
잠수함 같은 것이 보인다.
고래라고 하기에는 너무 길이가 짧고, 위로 쭉 뻗은 무언가가 생긴 게 영락없는 잠수함과 다를 바가 없다.
그 색은 검은색으로-
“아, 뭐야. 별거 아니었네.”
마치 잉어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의, 검은색에 금색의 비늘과 수염이 달린 잠수정.
“돈 많은 놈들 취미생활이 다 그렇지, 쯧쯧.”
쏴아아.
잠수정은 다시 물 아래로 내려갔다.
“저거 이로치 황금색인데, 뭘 모르네.”
무언가 신고해야 한다거나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기우라는 그저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아아, 한국인 여자랑 결혼해서 이능력자 낳고 싶다아아!!”
아무리 외쳐도, 그가 할 수 있는 건 단 하나.
“아, 젠장.”
그저 욕이나 내뱉으며, 하루하루 바다만 바라보는 게 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