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471)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471화(469/668)
“고마워, 유미르.”
“뭘요. 이건 일도 아니죠. 으으, 한국이든 일본이든, 어딜 가도 결국 다 똑같다니까.”
“…그나마 빈도는 덜한 정도로 하자?”
백설희는 무안한 얼굴로 몸을 일으키며 내 옆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언제까지 그렇게 달라붙어 있을 거야? 응?”
“안 달라붙어 있으면 그다음 표적은 저랑 언니가 될 것 같은데요?”
“…뭐?”
“언니. 차라리 언니도 팔짱 껴요. 그리고 선생님.”
유미르가 진지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봤다.
“막 저희 허리 뒤에 손 올리고, 엉덩이 주무르셔야 할 것 같은데요.”
“나보고 변태가 되라고?”
“그런 식으로라도, 지금 저 사람들을 피해야 할 것 같아서요.”
“…….”
농담을 하는 것 같지 않다.
“저 사람들 누구?”
“저기, 저 사람들.”
유미르가 눈으로 뒤를 가리킨 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래. 그게 낫겠다.”
“어…? 진짜 하게?”
“그래야 해.”
‘유미르의 말대로 해야 지킬 수 있다.’라는 것을 확신했다.
“제일 위험한 빌런들이 너희들을 노리고 있어.”
“위험한 빌런…누군데?”
“이 세상에 제일 위험한 부류의 빌런이지.”
둘의 허리를 꽉 끌어안으며, 손을 주물주물거리며 고개를 뒤로 돌린 순간.
“칫.”
“아아, 아깝네.”
그곳에는 금발에 태닝을 한 사람과, 짧은 머리를 한 근육질의 사람 둘이 팔짱을 낀 채 우리를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만약에 오빠 없었으면, 바로 접근했을걸요.”
“이능력자라서 다행이군.”
화장실을 간다거나 자리를 비우지 않아도 되는 몸이라서, 진심으로 다행이었다.
“당신, 저 사람들이 무서워?”
“애초에 그런 상황이 발생하는 게 무섭지.”
클리셰라는 게 있으니까.
“해수욕장에서 우리들끼리 노는 건 그냥 러브코미디가 되겠지만, 저런 사람들이 나타나는 건 장르가 바뀌어버린다고.”
“금발갸루녀랑 헬스녀 같은 여자한테 먹힐 뻔 했어.”
내가.
흔히들 NTR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금태양.
금발 태닝 양아치.
워낙 유명하기에, 굳이 이에 관한 부연 설명은 하지 않아도 되겠지.
하지만 사람들은 편견에 사로잡혀있다.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하다.
-왜 금태양은 항상 남자여야만 하지?
금발 태닝 양아치-인 여자가 있을 수도 있지 않은가.
지금처럼.
항상 금태양이라고 하면 긴 머리의 청초한 여자를 건드릴 것 같은 그런 남자가 떠오르기 마련이지만, 우리는 방금 직접 두 눈으로 확인했다.
“선생님. 일본은 위험한 곳이에요. 금발 태닝 양아치 여자가 선생님을 노리고 있었다고요.”
유미르는 마치 사자를 본 사슴처럼 몸을 벌벌 떨었다.
“어떻게 여자가 그런 눈빛을 할 수 있죠?”
“나랑 하기 전에 네가 딱 그런 눈빛인데.”
“네? 제가요? 설마요. 그건 먹이를 노리는 짐승의 눈빛이었다고요.”
“네가 그렇다고 지금 자기소개를 하는 거야?”
“…저 진짜 그래요?”
원래 본인은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른다.
거울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더라도, 거울 속 자신은잘생기거나 예뻐 보이기만 할 뿐.
“동족 혐오라는 말이 있지. 자기랑 같은 부류의 인간은 꺼리게 된다는 말이야.”
“제가 진짜 아까 그 금발 태닝 양아치 같은 여자랑 동족이라고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그쪽은 태닝이고, 너는 그냥 금발벽안일 뿐이지.”
“하지만 안의 내용물은 비슷하다고 말씀하시는 거잖아요.”
“그래. 저쪽이 사자라고 한다면, 너는…음…골드드래곤 같은 느낌이겠다.”
아닌가.
태생은 골드지만, 이능력을 익혀서 투명해진 드래곤이라고 해야 하나.
유미르의 성정이 어떻든, 유미르의 능력을 생각하면 투명 드래곤과 같은 힘을 가지고 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으으, 제가 그런 여자랑 비슷하다니….”
“충격적이야?”
“남자를 무슨 잡아먹을 것처럼 눈을 반짝이고 있었잖아요. 남의 남자라고 해도.”
“딱 정확히 잘 아네.”
물론 그런 사람도 자기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관점으로 보이는지 깨달은 순간, 자기혐오에 빠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앞으로는 조심할게요.”
“그래. 한국에서는 그랬으면 좋겠어.”
“한국에서는…? 앗.”
유미르가 다시 눈을 빛내기 시작했다.
“그럼 저, 선생님 잡아먹어도 되는 건가요?”
“잡아먹히는 건 어느쪽?”
“어라? 제가 잡아먹는 거 맞잖아요.”
유미르는 입을 벌리며 자기 입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해한 내가 싫다.”
“히힛, 선생님도 그렇게 말씀은 하시지만, 저랑 비슷한 것 같은데요.”
“너랑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항상 그런 쪽으로 생각하게 되고, 애초에 지금 그 화제를 계속 이야기하고 있잖아.”
남녀관계를 이야기하는 와중에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쪽이 더 이상하다.
“설희 봐봐. 지금 조용하고 얌전하잖아.”
나는 가만히 의자에 앉아있는 백설희를 가리켰다.
그녀는 마치 인형과도 같이, 딱딱한 얼굴로 가만히 앉은 채 음식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조용하고 얌전한 게 아니라, 가위바위보 져서 빡친 것 같은데요.”
“그러길래 누가 D급 이능력자 상대로 진심으로 가위바위보 하래.”
“꼬우면 본체를 들고 왔어야죠. 가위바위보 하나 이기겠다고, 선생님 옆에 앉겠다고 동체시력에 마력 보정하는 사람을 상대로 하는 거라면.”
“…….”
우리의 맞은편에서.
“언니. 화난 거 아니죠? 그렇죠?”
“딱히 화가 날 이유는 없는 것 같은데.”
“네?”
“항상 여자가 남자 옆에 앉는 것만 좋은 게 아니거든.”
백설희는 여유로운 얼굴로 테이블 아래를 가리켰다.
“네가 옆에서 달라붙어서 계속 치근거리는 동안, 나는 아래에서 발장난을 치고 있었는걸.”
“…….”
유미르는 바로 테이블 아래로 눈을 돌렸고, 그대로 표정이 굳었다.
“와, 이 언니가 진짜 미쳤나.”
“뭘. 내가 뭘 어쨌는데?”
“제정신이에요, 지금?”
“나는 그냥 발장난을 치고 있었을 뿐인걸?”
“발장난으로 지금 선생님 발….”
점원이 다가온다.
유미르는 바로 말을 아꼈고, 백설희는 아무렇지 않게 계속 발을 움직이며 나를 건드렸다.
“주문하신 음식들 나왔습니다.”
점원은 능숙한 한국어로 우리가 주문한 음식들을 식탁 위에 올렸다.
중간중간 백설희를 바라보는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지만, 검은색 한복 같은 원피스의 흉부 부분을 보는 순간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즐거운 식사 되시길.”
허리까지 숙이며 떠나는 점원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눈앞의 존재가 백설희라는 것도, 내가 도지환이라는 것도, 그리고 테이블 아래에서 일어나고 있는 작은 전쟁도.
“선생님. 이거 진짜 위험한 거 아녜요? 아까는 저보고 막 그 여자….”
“보통 일본에서는 그런 여자를 두고 ‘갸루빗치’라고 부르지.”
“그…갸루빗치 같은 여자랑 저를 비교하면서 반성하라고 하더니, 언니랑은 지금 그렇고 그런 짓으로 발장난을 치고 있잖아요?”
“세 가지 이유가 있어. 이래도 괜찮은.”
나는 가운데 놓인 스테이크를 세 덩이로 잘랐다.
“하나는 이 식당의 테이블 간격과 시야 각도를 생각하면 누구 하나 눈치채지 못한다는 거. 또 하나는 워낙 많은 손님이 있어서, 지금 우리가 이렇게 해도 아무도 모른다는 거. 그리고….”
나는 스테이크를 마저 다 자른 뒤, 손가락으로 바닥을 가리켰다.
“여기가 일본이니까 괜찮아.”
“일본이면 뭐 다 되는 거예요? 일본도 막 풍기 문란이라거나 그런 거 있지 않아요?”
“막 알몸으로 돌아다니는 것만 아니면 괜찮아.”
“그….”
유미르는 곁눈질로 자신을 포함한 우리 셋을 모두 가리켰다.
“알몸, 맞잖아요.”
“아까 해수욕장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우리가 알몸이었으면 아까 점원이 음식을 내려놓는 게 아니라 경찰에 신고부터 했겠지. 대낮부터 알몸으로 돌아다니는 남녀 3인조가 있다고.”
“그래, 그래. 지금 이게 어딜 봐서 알몸이야. 섹시한 원피스 입은 미녀뿐인데.”
“…….”
유미르는 백설희를 향해 눈을 가늘게 뜨며 헛웃음을 흘렸다.
“이 언니 어째, 사람들이 자기를 모른다는 걸 더 확신하게 되니까 더 막 나가는 것 같은데요?”
“이미지 신경 쓸 필요 없으니까, 당연한 거야. 나는 오히려 신선한걸?”
나는 유미르의 손등 위에 손글씨로 뒷말을 이었다.
-히어로 백설희보다, 지금 보이는 인간 백설희를 만끽할 수 있잖아.
“인간이라….”
유미르는 새삼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긴. 언니는 공인으로서 오랜 시간을 보냈으니까, 저랑은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다르겠네요.”
“너도 잘못하면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걸 잊지 마.”
백설희의 목소리가 한층 가라앉았다.
“백금태양을 찾는 건 한국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야. 오히려 일본, 아니 전 세계가 너를 노리고 있지. 이유는 잘 알지?”
“언니, 소리, 소리.”
“얘. 애초에 지금 아래에서 이러고 있는 소리도 아무도 모르는데, 우리가 이 이야기 한다고 누가 지금 듣고 있니?”
“…….”
유미르는 다시 얼굴을 붉혔다.
민망한 것도 민망한 거지만, 테이블 아래에서 펼쳐지는 전쟁에서 밀리고 있기 때문.
“이익…!”
“어머, D급 이능력자한테, 지금 다리에 마나 불어넣어서 내 발 밀어내려고 하는 거야?”
“식사 나왔는데 식사에 집중하시죠?”
“나는 느긋하게 먹고 있었는데? 누구 팔에 엉겨 붙어서 안 먹고 있던 건 너야.”
백설희는 본인의 말마따나 느긋하게 포크를 움직였다.
“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