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474)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474화(472/668)
신경을 쓰는 건 오직 ‘신세대’ 뿐.
“모든 자원을 이능력자를 낳는 데, 이능력자를 기르는 데, 이능력자가 이 나라에 재능을 기부하는데 쓰도록 하는 거지. 국가 단위에서. 당연히 그렇게 노인들을 버려가면서 키운 이능력자에게, 국가가 요구하는 게 있지 않겠어?”
“이능력자를 늘리는 것.”
“맞아.”
나데시코는 자기 하복부를 가리켰다.
“아이를 낳아라.”
“…….”
“얼마 전에,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 한국 가기 전에 일본 협회장이 나한테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
나데시코는 쓰게 웃으며, 찻잔에 든 차를 전부 들이켰다.
“어떤 남자든 일단 임신하면 너는 ‘S급 밭’이니까, 이능력자가 나올 거 아니냐.”
“여자를 무슨 밭으로-”
“만일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 한다면,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 중 하나를 통과시키겠다. 그중 하나가 바로….”
스슥.
“안락사 허용법.”
나데시코는 두 손으로 자기 목을 움켜쥐었다.
“80세 이상의 노인에 한하여, 스스로 삶을 마감할 ‘자유’를 준다. …히어로에게 있어, 가장 큰 굴욕이지.”
정부가.
히어로를 협박한다는 것.
“…….”
유미르의 눈빛이.
“……쓰읍.”
점차 가라앉기 시작했다.
“침몰…….”
그 시각, 일본 히어로 협회 오사카 지부.
“어서 오십시오, 일본에.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히어로 뇌제.”
“반가워요, 협회장님. 성함이….”
“야가미 하이토라고 합니다.”
선한 인상의 갈색 머리칼 정장 남성, 야가미 하이토는 사람 좋은 미소로 뇌제 김윤지를 맞이했다.
“한일 교류를 위해 이렇게 직접 오사카까지 빙정을. 뇌제 님의 방문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그저 따라왔을 뿐입니다. 할 일은…군인 분들이 다 해주셨죠.”
“하하, 겸손하시군요. 앉으시죠.”
김윤지는 야가미 협회장이 안내하는 곳으로 뒤를 따랐다.
그가 안내한 곳은 전형적인 일본식 차담이 이루어지는 다다미 위였고, 김윤지를 위한 방석이 하나 놓여있었다.
“차라도 한 잔….”
“소파로 가시죠?”
“…….”
“저기 테이블 두고 굳이 여기 위에 올라가서 이야기를 나눌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만.”
“그, 그건.”
김윤지는 마력을 일으킨 다음, 발아래로 전류를 흘리며 눈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파ㅡ앗.
푸르게 빛나는 방 내부.
온갖 전선들이 복잡하게 얽힌 상태로 전기가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보이는 가운데, 방석과 마주 보는 방향에서 무언가 놓여있는 것이 보였다.
“쯧.”
“그, 뇌제 님?”
“죄송합니다. 제가 평소에 220v가 주변에 퍼져있는 곳에 있다가, 여기 오니까 적응하기 조금 어려워서 그렇습니다.”
“…정말이십니까? 몸이 안 좋으시다면, 저희 협회의 병실에….”
“아뇨. 호텔로 가면 됩니다.”
“그, 이런 말씀을 드리면 그렇지만, 혹시 저희가 불편하십니까?”
“예.”
김윤지의 말에 야가미 협회장은 입을 떡 벌리며 놀랐다.
“제, 제가 무엇을 불편하게 했는지요?!”
“저는 빙정을 오사카까지 무사히 호송하는 걸로 임무를 끝냈습니다. 남은 건 서류에 서명하거나 행정절차를 밟는 것뿐. 빨리 일을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입니다.”
“일본에 계속 있기…싫으시다?”
“아니오. 그런 게 아닙니다.”
김윤지는 더욱더 단호한 목소리로 자신의 머리를 두드렸다.
“여기로 오는 동안 뭔가 기술이 떠올랐는데, 한국으로 돌아가서 빨리 개발하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아!!”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못하던 야가미 협회장의 얼굴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알겠습니다! 그런 거라면 방해를 할 수 없죠. 부디, 편안한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뇌제 님.”
“감사합니다. 행정절차는 저희 측 히어로 협회 사람들과 논의해주시길.”
김윤지는 가볍게 묵례를 한 뒤, 협회장실을 나왔다.
파직.
나오자마자 그녀는 마나를 일으켜 방 내부로 전류를 흘렸다.
벽을 따라 흐르는 전기회선을 타고 흘러, 방 내부의 CCTV와 접속한 순간.
타다다닥.
야가미 협회장은 빠르게 스마트폰으로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목소리를 내면 밖에서 들을까 봐 문자로 보내는 것 같지만, 하필이면 CCTV가 보이는 각도였다.
-시간 끌기 실패했습니다. 가드가 심합니다. 스사노오가 직접 와야 할 것 같습니다. 이능력 개발 때문에 조선으로 돌아가야겠다고.
“…….”
김윤지는 마력을 풀고 협회장실을 빠져나왔다.
아마도 자신을 굳이 협회장실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려는 건 친목을 다지려는 게 아니라, 도쿄에서 신칸센을 타고 달려오고 있을 한 어린 이능력자와의 만남을 위해 시간을 끌기 위함이었으리라.
“스사노오….”
거대한 귀신을 만들어내는 어린 이능력자.
여러 가지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그가 주로 사용하는 기술은 ‘닌자 판타지’의 기술에 가깝다.
그래서 아마 물어보러 오는 거겠지.
“이게 궁금한 걸까.”
파지지직.
김윤지의 손끝에서 번개가 솟구쳐, 칼날과도 같은 모양이 만들어졌다.
“…아무리 애라도 그렇지, 아무리 세간에 흔한 기술이라고 해도 그렇지, 본인이 못 쓴다고 남의 나라 S급한테 달려와서 그거 배우겠다고 하는 건…. 쯧.”
“뇌제 님! 벌써 내려오셨습니까?”
협회 로비에 대기하고 있던 히어로 협회 직원은 태극워치를 보며 깜짝 놀랐다.
“뭔가 문제가 생긴 건….”
“사담이나 나누자고 부른 거였습니다. 그거 그냥 뿌리치고 나오는 길입니다.”
“아…. 잘하셨습니다! 사람 좋아 보이는 얼굴 하고 있지만, 막 몰래 사진 촬영하고 그런 사람일 겁니다. 가시죠.”
그거, SD카드 전부 전격으로 지져버렸다고는 말할 필요 없겠지.
김윤지는 협회 요원과 함께 로비를 빠져나와, 차가 대기 중인 곳으로-
“기무ㅡ윤지 상!!”
갑자기 들린 소리.
김윤지는 그 목소리에 바로 고개를 돌렸고, 그곳에는 등이 굽은 노인이 절박한 표정으로 무언가 피켓을 들고 달려오고 있었다.
“우리ㅡ”
“잡아!!”
노인을 향해, 검은 양복을 입은 일본 히어로 협회 사람들이 달려와 노인을 붙잡았다.
노인은 뭔가를 말하려는 듯 김윤지를 향해 손을 뻗었으나, 양복의 사람들은 노인을 그대로 들고 어딘가로 협회 건물 옆으로 사라졌다.
“저 사람은….”
“하, 하하!! 이것 참.”
땀을 뻘뻘 흘리며, 급하게 달려온 건지 호흡을 가쁘게 쉬는 야가미 협회장은 웃으며 노인이 사라진 방향을 가리켰다.
“죄송합니다. 노인이라고, 요원들이 방심한 모양입니다.”
“방심…?”
“노인이지만, 테러 용의자이기도 합니다.”
야가미 협회장은 손목으로 땀을 닦으며, 자기 옷 안쪽을 가리켰다.
“히어로에게 마치 팬인 것처럼, ‘패니에요ㅡ’하면서 접근해서 폭탄 테러를 일으키는 테러 조직들이 요즘 기승을 부리고 있어서….”
“그런 테러가 일어난다고요?”
“유감스럽게도 그렇습니다. 도쿄 시부야 일대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자들인데, 설마 오사카에서 그런 일이.”
“…….”
“안심하십시오. 저희 협회는, 결코 동맹국의 히어로분들께 불편을 드리지 않을 것을 약속드립니다. 그릇된 생각을 가진 과격한 자들의 테러 행위로 민폐를 끼친 점, 심심한 사과를 드립니다.”
“그릇된 생각…? 그게 뭡니까?”
뭔가 대화할 건수가 생겼다고 생각한 걸까.
“아, 그게. 음, 밖에서 하기는 좀 그런 이야기인데….”
“소리는 다른 이들이 듣지 못할 겁니다. 뭡니까?”
“그게.”
야가미 협회장은 너무나도 곤혹스러운 얼굴로, 스마트워치를 만지작거리며 뒤를 가리켰다.
“…저런 노인 분들, 한국의 이능력자들이 일본을 공격할 거라고 생각하지 뭡니까.”
“뭐라고요?”
“과거에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그랬던 것처럼, 한국이 힘이 강해졌으니 일본을 점령해서 우리를 식민지로 만들 것이다. 그 전에 우리가 한국을 막아야 한다. 뭐,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가진 이들입니다.”
“…….”
“즉.”
야가미 협회장은.
“테러리스트죠.”
사라진 노인을, 그렇게 규정했다.
그 시각, 오사카 G 호텔 스위트룸.
어둠만이 짙게 깔린 스위트룸.
80인치 TV에는 형형색색의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크윽, 연방의 로봇은 괴물인가!
2025년의 영상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셀식 애니메이션의 향연.
프레임 하나하나를 사람이 직접 손으로 그린, CG하나 없이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 그림들이 1초에 24프레임으로 흘러가며 영상으로 재생된다.
-열등한 자들에게 조종당하고 있는 네가 할 소리는 아닐 텐데!!
그 속에서, 두 명의 존재가 서로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고 있다.
하얀색과 붉은색이 교차하며, 서로를 향한 수많은 감정을 무기에 담아 휘두르며 서로의 무장을 파괴한다.
정정.
그 둘뿐만 아니라, 수없이 많은 별이 반짝이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가장 밝은 두 별이 부딪친다고 해서, 다른 별들이 반짝이지 않는 건 아니다.
쾅, 쾅쾅.
별들이 폭발할 때마다 하나의 생명이 사라진다.
영상이지만, 그 영상은 분명 인간의 죽음과 전쟁의 참혹함을 그대로 담고 있다.
그리고 그 한 가운데.
지구를 향해, 무언가 거대한 덩어리가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
-그렇기에, 내가 짊어지겠다는 것이다! 이 모든 업을! 과오를!
“그런가….”
소파에 앉아 진지한 얼굴로 영상을 바라보고 있는 청년은 영상 속 남자와 자신의 앞에 놓인 가면을 수도 없이 번갈아보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혜성, 당신은 대체.”
-그런 인류애야말로 인류를 파멸로 이끈다는 것을 왜 모르나!
-그러니까 세상에, 사람들이 가진 희망의 빛을…!
-흥, 그런 남자치곤….
뚝.
영상은 멈췄다.
서로 다른 이상과 이념을 주고받던 대화의 마지막을 일시 정지로 끝낸 청년은 그대로 소파의 뒤로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