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477)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477화(475/668)
“우리 쪽 에이스가 그러던데, 당신, 빌런짓하려고 한다며?”
“도철…!”
“혜성아. 누나가 진지하게 하는 이야기인데.”
안경 여인, 도철은 올리고 있던 검지로 안경을 벗었다.
“너. 뭘 꾸미고 있는 거야?”
“운석인가.”
나데시코가 현재 일본의 상황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를 해준 뒤, 나는 노천탕으로 나와 온천에 몸을 담그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갑자기 우주에서 소행성이 날아와서 일본에 내려꽂힌다면, 다들 피난을 가려고 하겠지.”
“누구한테 그런 이야기를 하고 계신 거예요? 혼잣말?”
“네가 듣고 있으니까 하는 이야기다.”
첨벙.
“혼잣말인 줄.”
“듣는 사람도 없는데 혼잣말을 왜 해.”
“선생님 가끔 그러시지 않으세요?”
“글쎄.”
내 옆으로, 수건으로 몸을 두른 유미르가 들어왔다.
“선생님.”
“응.”
“일본이 침몰하면, 일본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어디로 갈까요?”
“한반도로 넘어오려고 하겠지.”
나는 물결이 이는 온천수의 수면에 손가락을 뻗어, 가볍게 지도를 그렸다.
“대충 한 달 뒤에 일본이 침몰한다고 한다면, 당연히 일본 사람들은 다른 나라로 넘어가려고 하지 않겠어?”
“그게 한반도다? 한반도도 같이 침몰하면 어떻게 하려고요.”
“광익공이 있잖아.”
“아.”
언제 어디서든, 어떤 위협이든 ‘광익공’이라는 이름 앞에 전 인류는 안전을 느낀다.
“일본인들도 마찬가지야. 일본 침몰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광익공이 있는 한반도로 넘어오려고 하겠지.”
“대규모 난민이 생기는 거네요.”
일본은 침몰하고, 국가는 멸망하고, 일본인들은 한국에 귀화해서라도 한반도로 넘어오려고 하는 상황.
아마 일본을 극도로 혐오하고 싫어하는 이들에게는 이런 상황이 반갑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환의 의지가 과연 일본이 침몰하는 걸 가만히 놔둘까?”
“네?”
“나쁜 생각이기는 하지만, 한국인들이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거든.”
태풍이 올라온다거나.
지진이 일어난다거나.
“태풍 오면 제발 일본으로 방향을 꺾어 달라거나, 지진이 일어나면 쓰나미가 일본을 덮쳐달라거나.”
그런 상황에서, 만약 일본 열도가 없다면?
“자연재해의 방파제가 되어달라는 의미에서, 환의 의지는 일본 열도 침몰을 바라지 않을지도.”
“…….”
“그럼 답은 하나밖에 없지.”
나는 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가리켰다.
“그냥 전부 날려버리자.”
“사람들은요.”
“민족의 씨를 말려버리겠다는 생각까지 이르면 뭐 끝장인 거지. 그리고….”
나는 유미르에게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인간 자체가 답이 없다고 생각하면 인간들을 통째로 죽여버리게, 지구를 파괴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는 거고.”
“……선생님은 그런 생각 든 적 있어요?”
“매일매일 하는데?”
“예?”
“그런 생각, 당연히 들 때가 있지.”
스냅 워즈 라이트.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인류의 절반만 딱 지워버리는 거. 이왕이면 아예 전 인류를 우주의 먼지로 만들어버리는 거.”
“…….”
“근데 그건, 태어날 아이들한테 몹쓸 짓이잖아.”
를 했다간, 이 세상을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고통을 남기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적어도 나 살아있는 동안은, 내 자식들이 세계 멸망이나 그런 거 없이 잘 지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계속 정신 붙잡고 있는 거지.”
“……그렇군요. 선생님의 마음속 기둥은, 말 그대로 ‘미래의 가능성’이네요?”
“그게 그렇게 되나?”
“음, 아마도?”
유미르의 표정이 한결 풀렸다.
“…선생님.”
“응.”
“선생님이 제 기둥이 되어주세요. 크고 단단하게, 도깨비방망이처럼.”
“또, 또.”
나는 유미르의 머리를 잡고 좌우로 흔들었다.
“혹시 세상 멸망시키고 싶다거나 그러면 나한테 미리 얘기해. 스트레스 해소라면, 내가 다 해줄 테니까.”
“저는 그렇다 치고, 다른 사람은요? 다른 사람들도 도깨비방망이로 두드려주실 건가요?”
“그래야지.”
“남자면?”
“…….”
어.
“…뚝배기를 깨야 하나?”
“그거, 저 뭔지 알아요. 남자는 죽이고, 여자는 겁탈한다?”
“겁탈이라니.”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합의 하에 하는 행위지.”
“……합의만 있으면 괜찮다?”
“빌런 짓이 아니라면. 그리고….”
만약.
“S급 남자 놈들이든, 아니면 여자든, 성불구인 악마 놈들이든.”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자가 있다면.
“우리 아이가 살아갈 미래를 파괴하는 자들은 전부 처형한다.”
미래를 위해, 모두 제거할 뿐.
“그리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유미르에게로 몸을 돌렸다.
“도깨비방망이는, 겉치레가 아니야.”
2025년 8월 15일.
부산역 뒤, 부산항 문화공원.
한국이 일본제국으로부터 해방된 광복, 80주년.
국경일인 만큼 한국은 매해 광복절에 그에 맞는 행사를 치러 왔다.
수도가 서울에 있었을 때는 서울 근교에서 행사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제 모든 국가 행사는 어지간하면 부산에서 펼쳐진다.
혹시나 광복 80주년이니까, 한 번 서울에서 하는 게 어떤가 싶기도 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행사는 부산으로 정해졌다.
-부산이고 나발이고, 그건 중요한 게 아니야!
-행사에 나오는 사람이 중요하지!
사람들의 관심은 하나.
-그래서 광익공 나오냐!!
그간 공식 행사에서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광익공이 광복절 행사에 나온다더라.
엠바고 이전부터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든 그 소식은 광복절 행사 참가자 명단이 밝혀지자마자 사실이 되었다.
참가 히어로.
스노우화이트.
바리데기.
파이어폭스.
아머드 태조.
그리고 광익공.
원래라면 제일 위에 배치해야겠지만, 일부러 사람들을 설레게 만들려고 하는 듯 히어로 명단의 맨 아래에 광익공의 이름이 올라간 것에 사람들은 잠시 명단을 짠 사람을 성토했다.
하지만 그게 대수랴?
광익공이 나온다는데!
저기 한반도 최북단에서 한 번 광익공이 나섰다는 소문은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비공식적인 활동이었을 뿐.
그게 광익공 본인인지 아닌지도 애매했고, 협회에서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던 만큼, 사람들은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정말로 광익공 나오는 거 맞냐.
-혹시 그냥 옛날 사진 가지고 나온다거나 그러는 거 아니냐.
-아머드 태조 밑에 있는 건 익살꾸러기 짓이 아니라, 그냥 찬조 출연이나 영상출연같이 직접 나오지 못해서 그런 것 아니냐.
광익공은 과연 직접 나올 것인가.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을 줄 수 있는 존재, 정기조 히어로 협회장은 공식 석상에서 당당히 웃으며 답했다.
-광익공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그 말씀은…광익공이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기로 했다는 겁니까?
-여기까지. 자세한 건 8월 15일에 보시면 되겠습니다.
협회장 공인, 광익공 복귀절.
그 소식 하나만으로도 이미 한국이, 아니 전 세계가 광복절 행사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부산항 인근에 꾸며진 광장형 공원에서 펼쳐지는 광복절 행사에, 많은 이들이 한여름이지만 한복을 입고 거리로 나왔다.
모두의 손에 각각 작은 태극기 하나를 든 채.
휘이이잉ㅡㅡㅡㅡ
전투기가 하늘을 날아다니며 연기를 뿜어낸다.
다섯 대가 하나의 편대가 되어 창공을 가로지르며, 연기로 하늘에 수를 놓아 그림을 그린다.
그 그림은 하얀 연기였지만, 누가 봐도 태극기였다.
짝짝짝짝!!
공군의 베테랑 파일럿들이 수놓은 태극기를 향해 광장에 모인 이들이 손뼉을 친다.
정치인을 비롯한 사회 각 계층의 지도자들은 한자리에 모여, 연단에 오를 이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뿌우우우ㅡㅡㅡㅡ.
경적이 울리며, 부산역으로 온통 칠흑으로 뒤덮인 열차가 부산역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기차와는 확연히 다른, 묵빛이 반짝거리는 기차.
그 디자인은 다소 투박하지만, 그 어떤 곳에서도 볼 수 없는 한국 자체 디자인이었다.
푸스스.
기차가 역에 멈춘다.
그리고 동시에, 기차의 선로가 하늘을 향해 떠오르기 시작했다.
구구구구.
강철의 레일이 하늘을 향해 솟구치며, 광장을 향해 고가도로와 같은 완만한 길을 만들어낸다.
레일 아래에 있는 이들은 기겁하며 뒤로 물러나고, 그 위로 묵빛 열차는 그대로 레일을 따라 힘차게 앞으로 나아간다.
구구구구.
아무런 받침도 없이, 부산역으로부터 빠져나온 레일을 따라, 열차는 부산항의 광복절 행사장에 멈추어 섰다.
덜컹, 덜컹.
기차의 옆이 아래로 벌어지며, 기차 내부가 펼쳐진다.
안에는 검은 두루마기와 하얀 한복을 입은 이능력자들이 일렬로 서 있고, 그 가운데에 대통령이 있다.
저벅, 저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