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479)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479화(477/668)
종이 마사지팩처럼 얇은 마스크는 마력으로 만든 것으로, 이미 유미르와 백설희를 통해 효과를 증명한 ‘인피면구’.
“흥흥, 내 것도 만들어진 거야?”
“원래 얼굴보다 조금 다른 건 있어도, 적어도 골격 뒤틀거나 할 필요는 없겠지.”
“좋아. 어디 한 번…. 어머.”
인피면구를 얼굴에 눌러 쓴 나데시코는 거울 속 자기 얼굴을 보며 깜짝 놀랐다.
“연예인 같아.”
딱히 별다른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본인의 원판보다 조금 안 예뻐졌다는 말이다.
S급 이능력자에게는 마나의 보정이라는 게 들어가니까.
아무리 예쁜 연예인이라고 해도, 정말 탑클래스 연예인이 아니면 보통 C급, B급 이능력자와 간신히 어깨를 견줄만한 수준에 불과할 뿐.
“딱 좋네. 적당히 예쁜 얼굴인 여자가 기모노 입은 나데시코 분장한 것 같은 느낌이라서. 아 참, 다른 애들은?”
“저기.”
거울을 앞에 둔 금발과 백발의 두 여인은 한창 자기 몸과 씨름을 하고 있었다.
“끙, 끄응….”
“이거, 어떻게 안 될까요?”
“누구는 키우려고 하고, 누구는 줄이려고 하고. 아주 그냥 난리지, 난리.”
백설희는 마나 주머니의 증강을.
유미르는 마나 주머니의 축소를.
어떻게든 몸을 조정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꼭 저렇게까지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유미르 양은 사진 찍히는 걸 부끄러워하고, 백설희 씨는 사진 찍혀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니까. …얼굴도 일단 적당히 다르긴 해도, 몸이 다르면 다들 보통은 눈치채지 못하니.”
나데시코는 손목에 찬 스마트워치를 가볍게 두드렸다.
찰칵.
카메라 플래시 터지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스마트워치에는 둘이 자기 몸과 씨름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벌써 찍어요?”
“아니. 그냥 연습.”
“이왕 찍는 거, 좀 더 예쁘게 나오면…아, 됐다!”
유미르는 벌떡 몸을 일으키며, 어떻게든 줄인 자신의 마나 주머니를 손으로 가리키며 활짝 웃었다.
“이거, 누가 봐도 D급이겠죠?!”
“그래. 누가 봐도 D급이네.”
평소에는 EX급이지만, 지금의 유미르는 최대한 가슴을 줄이고 줄였다.
“헤헷, 이왕 하는 코스프레, 좀 더 확실하게 해야죠.”
유미르는 거울의 앞, 스마트폰에 띄워둔 한 명의 캐릭터를 가리키며 배시시 웃었다.
“밍나, 오하요ㅡ!”
“히카리 쨩은 그렇게 인사 안 해.”
“……어렵네요.”
모처럼 캐치프레이즈 같은 인사말로 코스프레한 캐릭터의 인사말을 따라 했으나, 나데시코가 정색하며 지적하자 유미르는 바로 어깨가 축 늘어졌다.
“모처럼 버튜버를 따라 한 건데, 그냥 외형만 따라 하면 안 된다니.”
“버튜버니까.”
유미르는 현재, 일본에서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버튜버를 코스프레했다.
버튜버 중에서도 마법소녀 컨셉을 가지고 있는 금발벽안의 미소녀.
전자의 세계에서는 이능력자지만, 현실에서는 이능력자인지 아닌지 불분명한 구독자 200만의 마법소녀.
“유미르 양. 당신, 그냥 당신 것도 그대로 코스프레 해도 되는 거 아니야?”
“백금태양이요?”
“그래. 컨셉은 일단 한국 전통 의복이라고 해도, 그게 뭐 문제 될 것 같지는 않을 것 같은데.”
나데시코는 자신의 스마트워치를 두드려, 유미르의 원래 복장을 스크린에 띄웠다.
“제법 괜찮은 복장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사람들이 모를 것 같아서. 한국에서는 되게 열심히 활동하는 비등록 히어로지만, 일본은 한 번도 온 적이 없잖아요.”
“인지도 때문에?”
“네.”
아무래도 일본에서 ‘백금태양’을 그대로 꺼내기에는 난감했던 건지, 유미르는 백금태양으로서의 자신보다 금발벽안의 다른 비슷한 유명 캐릭터의 모습을 빌리기로 했다.
“코믹마켓 코스프레하는 사람들 사진 보니까, 저처럼 이 캐릭터 코스프레 한 사람들 많을 거 아녜요.”
“그렇겠지. 하지만 당신, 이왕이면 그중에서도 1등 먹어야 하지 않겠어?”
“1등이요?”
“그래. 1등 먹으려면, 답은 간단해.”
나데시코가 유미르의 어깨를 붙잡으며, 손가락을 점차 쇄골 아래를 향해 뻗어 꾹 누른다.
“네 봉인을 해방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거야.”
“있는 그대로….”
“작은 건 문제가 되지만, 원본보다 큰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
“하지만 고증이….”
“원본보다 큰 케이스라면, 이런 경우라면 고증 같은 건 무시해도 돼. 그렇지, 도깨비 씨?”
“물론.”
나는 내가 만들어낸 가짜 가면의 뿔 크기를 조정하며 답했다.
“다다익선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거거익선이라는 말도 있지.”
크면 클수록 좋다.
“백설희 봐봐. 지금 어떻게든 셀프 코스프레 하면서, 원본보다 가슴 키우려고 발악하고 있잖아.”
“발악까지는 아니거든?”
“마나로 뽕 넣었으면서 무슨 소리를. 최소 세 컵은 더 키운 것 같은데.”
“거거익선이라며?”
백설희는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키며, 자연스럽게 물방울 모양으로 흔들리는 마나 주머니를 과시했다.
“크면 좋은 거 아니야?”
“너무 큰 거 아녜요?”
“크면 뭐 어때서. 지난번에 그…혼돈? 그 여자랑 맞상대를 하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백설희는 과감하게 자기 마나 주머니를 직접 손으로 조정한 뒤, 내 옆으로 달라붙어 내 팔을 자기 주머니 사이에 집어넣었다.
“이렇게 되었을 때, 이상하게 일그러지지 않도록 해야 할 거 아니야.”
백설희는 최대한 모양에 신경을 쓰고 있다.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이 ‘뽕을 넣었다’라고 의심하지 않게 하려고, 최대한 자연산인 것처럼 위장하려고 하는 듯하다.
“어때? 이렇게 되면 좀 자연스럽지 않아? 막 수술한 것처럼은 아닌 것 같지?”
“너, 원래는 자기 정체 숨기려고 마나 불어넣던 거 아니었어?”
“보기 좋은 떡이 치기도 좋은 법이잖아.”
“먹는 거 아녜요?”
“이제는 백설희까지 막 이러네. 됐어. 그 정도면 누가 봐도 백설희 아닌 사람이라고 생각할 거니까, 이제 그만해도 돼.”
나는 백설희를 옆으로 밀어낸 다음, 결사의 태극워치를 손목에 채웠다.
“가자. 전장으로.”
도깨비. 버튜버 마법소녀. 스노우화이트(巨). 기모노 나데시코.
약 한 명 본인이 아닌 사람이 있지만, 우리는 전부 셀프 코스프레를 통해 정체를 숨기기로 했다.
“나가기 전에, 전부 조심하도록. 특히 백설희 너는 더. 우리는 지금부터 ‘유나’, ‘하랑’, ‘나데코’, 그리고….”
“[도지].”
“가 된다.”
코드네임이자, 본명을 숨기기 위한 방책.
“컨셉대로 행동해. 지금의 나는 도지환이 아니라, 진짜 도깨비니까.”
“그럼 평소보다 더 목소리 막 깔아야 하는 거 아녜요?”
[아아. 알았다.]한국어로 서로 이야기하겠지만, 언행과 행동은 전부 코스프레 그 자체.
[가지. 전장으로.]코믹마켓을 향해.
끼이익.
온천 여관의 문을 열며, 체크아웃을 위해 여관의 로비로 향한다.
“나가시는….”
로비를 보고 있던 사장은 우리를 보고 표정이 잠시 굳었다.
그의 옆에 놓여있는 TV 화면에는 ‘청혜성 대 도깨비, 승자는 누구?!’라는 자극적인 문구로 이능력을 분석 중인 TV 프로그램이 있었다.
“어, 음….”
사장은 한 번 더 우리를 살펴보더니.
“스게에ㅡㅡ”
그저, 우리의 리얼리티 확실한 코스프레를 보며 감탄을 할 뿐이었다.
“저기, 손님. 그거 해주시겠습니까? 그거.”
[그거라면, 아아. 그것 말인가.]“예, 예. 그거!”
찰칵, 찰칵.
[빌런은, 처형한다.]“도지 상, 칵코이이이ㅡㅡㅡㅡㅡㅡ!!”
싸인해줬다.
2025년 8월 16일.
한국은 광복절 다음 날이지만, 이곳 일본은 그냥 금요일일 뿐이다.
“선생님. 보통 코스프레 행사가 금토일 사흘로 이루어지는 경우는 흔한 건가요?”
[그만큼 규모가 크다는 얘기지.]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길.
코스프레 장으로 향하는 동안, 우리는 우리 말고도 특이한 복장을 한 이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렇게 규모가 있으니까 이렇게 다들 벌써 옷을 입고 있는 거고.]아무래도 코스프레 장과 고작 역사 두 개 정도 떨어진 거리다보니, 우리 말고도 이미 코스프레 옷을 입고 행사장으로 향하는 이들도 제법 많았다.
그리고 우리는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저기, 실례합니다. 혹시 지금 사진 한 장 가능할까요?”
[물론입니다.]“…….”
[물론이지.]“와아!”
가는 와중에도 중간중간, 사진을 같이 찍어달라는 요청을 받고 사진을 찍고 있다.
“감사합니다! 도깨비 상, 힘내세요!”
우리와 함께 사진을 찍은 군복 캐릭터 코스어는 인사와 함께 자기 일행에게로 향했다.
“도깨비, 리얼리티 쩔어!”
“한국어 하는 것도 리얼리티 맞춘 거겠지? 아아, 아쉽다. 도깨비가 일본어 하는 거 듣고 싶은데.”
“도깨비는 한국인이잖아. 도깨비는 오니가 아니야. 한국어 안 하면 그게 도깨비니?”
“키모이….”
찍은 사진을 두고 이야기를 하는 게 다 들린다.
본인들은 멀찍이 떨어져 있어서 속닥속닥 이야기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능력자의 청각은 지하철 한 칸 안의 대화는 듣기 싫어도 다 들릴 만큼 좋다.
다들,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특히 코스프레한 사람 중, 히어로도 아닌 ‘빌런’을 코스프레 한 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딱히 ‘도깨비가 나타났다!!’라고 신고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선생님. 예의 차리는 것보다, 오히려 그냥 평소처럼 하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안 그래도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 중이다.]컨셉에 잡아먹힌 괴물 컨셉으로 나가는 게 오히려 사람들에게 의심을 사지 않을 것 같은 상황.
조금 전만 하더라도 내가 초면에 존대하니, ‘어딜 도깨비가 존댓말을’이라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 저 코스어의 시선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음….”
“왜 그래, 하랑 언니?”
“아니. 그, 내 착각일지도 모르겠는데.”
백설희는 지하철 내부, 그리고 스쳐 지나가는 길가의 사람들을 가리켰다.
“…딱히 기존 히어로들 코스프레, 거의 없지 않아?”
백설희의 지적대로, 주변에 코스프레를 한 이들은 대부분 ‘평범한 코스프레’였다.
히어로 위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모습보다는, 아무래도 그냥 만화나 애니, 특촬물에서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은 모습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