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48)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48화(49/668)
윤이선에게 뭐라고 말을 할 틈도 없이, 생활한복을 입은 괴인이 나타났다.
간혹 우스갯소리로 그런 이야기가 있다.
고등학교 선생님들 중에 혹시나 생활한복을 입고 다니는 선생님이 있다면, 그 선생님은 높은 확률로 교사들 중에 ‘빌런’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부류라고.
구체적으로 학생들에게 어떤 악행 아닌 악행을 하는지는 굳이 말할 필요는 없겠지만, 지금 우리의 눈앞에 나타난 두억시니라는 자는 옷부터 패션의 영역이 아니다.
느껴지는 마력은 측정할 수 없을만큼 많고, 그냥 함부로 싸웠다가는 쉽게 승패를 장담할 수 없을만큼 강하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도 기행을 일삼는 광인이지만, 가면 아래에 숨겨진 힘과 전투력은 어지간한 S급은 너무나도 쉽게 가지고 놀 정도로 강하다.
그런 자가 악마의 씨앗을 가지고 나와 육기봉의 몸에 던졌다.
손을 쓸 틈도 없었다.
[크르, 크르르….]몸이 순식간에 2m 이상 커진 도플갱어는 마치 만월의 밤에 폭주한 라이칸슬로프마냥 짐승처럼 이를 갈았고, 두억시니는 그런 도플갱어의 뒤에서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마음 같아서는 도깨비 당신을 당장 쓰러뜨려야하겠지만…우선 ‘민족의 배신자’부터 처리해야겠지요.”
[민족의 배신자? 도플갱어가?]“예, 그렇죠. 이 자는 아주 악랄한 짓을 저질렀습니다. 같은 민족이라는 게 참으로 부끄러워지는 짓을 펼쳤어요. 어떻게…악당의 옷을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단 말입니까!”
두억시니는 두 팔을 벌리며 소리쳤다.
“타인의 것을 훔쳐도 처벌받는 이 시대에 악당의 것을 훔치다니! 실물이 아닌 외형을 훔쳐 그걸로 막대한 돈을 벌려고 하는 이 자는 자본주의의 악마! 마음 속에 악의가 꿈틀거리고 있는 악마의 새싹! 그러므로 이 악마를 완전한 악마로 만들어, 영원히 인간으로서 죽을 수 없도록 만든 겁니다.”
푸화악.
도플갱어의 가슴팍에 사선으로 난 상처의 한 가운데에서 무언가 기생물체 같은 것이 튀어나와 촉수처럼 다리를 뻗으며 자리를 잡았다.
이전에는 그냥 악마의 눈동자가 번들거렸다면, 지금은 눈동자마저도 괴물에게 감염되어 악마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후후후. 이 자는 한민족의 명예를 더럽혔습니다. 한민족을 마치 남의 특허나 빼앗고 사는 그런 더럽고 한심한 족속으로 만들었습니다. 아아, 다른 이들이 보면 어찌 생각하겠습니까? 우리가 남의 것을 훔치고 베끼기만 하는 민족이라고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이런 자는 죽어마땅합니다!”
두억시니는 두 팔을 벌리며 고개까지 뒤로 젖혔다.
“그냥 죽는 건 아까우니, 인류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 시신을 재활용하겠습니다. 바로 이렇게.”
톡, 톡톡.
두억시니는 품에서 또다른 악마의 씨앗을 두 개 더 꺼냈고, 그걸 폭주하기 일보 직전인 것 같은 도플갱어에게 뿌렸다.
“영웅들의 경험치가 되는 겁니다. 하하하.”
푸화악.
가슴팍 사선의 상처에서 핏줄을 끊고 튀어나온 마력의 덩어리는 분명 사람의 눈과 같은 형상이었다.
이미 가운데에 촉수다발과 함께 난 눈동자가 있는데도 두 개가 함께 더 돋아나니, 보는 이로 하여금 경악과 공포를 금할 수 없게 만드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더욱더 커지는 거다, 마귀야. 네 원죄를 사하기 위해, 이 땅에 살아가는 이들의 무궁한 안녕과 발전을 위해, 너는 스스로를 희생해야 할 것이다.”
[크르르르…!!]악마의 씨앗이 두 개나 더 들어간 도플갱어는 점차 육신이 더 크게 부풀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냥 부풀어오르는 것도 아니고, 도플갱어의 가슴에서 뿜어져나온 촉수다발이 도플갱어의 전신을 휘감으며 동그란 피막의 알이 되었다.
스스로 자신의 몸을 알에 가두었다.
마치 새로운 모습으로 우화하기 위함이라는듯.
“고, 공격ㅡㅡㅡ!”
히어로 중 하나가 당황한 목소리로 공격 지시를 내렸다.
그에 여러 히어로들이 원거리에서 공격을 퍼부으며 도플갱어의 알을 부수려고 했지만, 도플갱어의 알은 흠집도 나지 않았다.
알은 계속 커지고, 족히 5m, 10m 가까이 커지는 모습에 나는 육모방망이로 만든 곤봉을 들고 나서려다 참았다.
[두억시니. 네놈은 대체 뭐지?]“애국자.”
[네놈이 애국자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지 마라.]“세종섬에서 영어로 된 기술이나 내뱉는 당신에게 듣고 싶은 말은 아니군요. 그리고 하나 더.”
두억시니는 흰 장갑을 낀 손으로 나를 삿대질했다.
“어디서 초면에 반말이신가. 동방예의지국에서는 처음 만나는 상대에게는 존댓말을 하는 게 상호간의 예의라는 것도 모르나?”
[빌런을 악마로, 악마를 더 거대한 악마로 바꿔버리는 물건을 가지고 있는 자에게 존대를 할 만큼의 예의는 필요없을 것 같은데.]“하…! 재미있군요. 좋습니다. 역시 그 정도 인성은 되어야 결사의 빌런, 그리고 영어로 기술명을 외치는 당신 답지요.”
두억시니는 두 손을 들며 또다시 허리를 숙였다.
고개는 숙이지 않고, 위로 꺾은 상태로 나를 바라보며 인사한 그는 그대로 바닥을 짚신으로 가볍게 두드렸다.
“그럼 한 번 저 매국의 악마를 상대해보시길.”
[너, 이탈하기 전에 하나만 물어보지.]나는 폭주 직전인 도플갱어를 가리켰다.
“…후후.”
두억시니는 사방에 가득한 사람들, 히어로들을 가리켰다.
“국격을 손상시킨 매국노 악마의 가치는 오직 하나. 히어로들이 더욱더 강해질 수 있는 ‘기반’일 뿐. 물론 이 기반이라는 계단이 높아서 오르지 못한다면, 전부 도태되어 죽을 뿐입니다.”
[그렇군. 그게 네 사상이라는 건가.]“제 사상이면서 동시에 제가 속한 곳의 사상이기도 하지요. 후후후후, 도깨비. 당신은 과연 어떻게 할 겁니까? 이대로 도망칠 겁니까, 아니면 히어로들의 틈바구니에 끼어 맞서 싸울 겁니까? 그 답은 조용히 지켜보겠습니다.”
펄럭.
저고리가 휘날리며, 두억시니는 아래에 생긴 마법진 비슷한 진법의 빛이 반짝이자 순식간에 사라졌다.
[…쯧.]뭔가 말을 시켜보면서 정보를 얻어보려고 했는데, 영양가 없이 자기 혼자서 지껄이기만 하고 떠났다.
‘악마의 씨앗을 어디서 만들었는지, 남은 악마의 씨앗은 몇 개인지, 악마의 씨앗으로 악마를 강화시키는 거 말고 또 어떤 기능이 있는지 알려줄 게 아니면 말이나 하지 말지.’
장단 맞춰서 대화를 해줬더니 전혀 소득이 없다.
다음 번에 저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기도 전에 뚝배기를 도깨비 방망이로 깨버릴 것이다.
[말만 많고 실속은 없는 녀석 같으니라고.]지금 분명 어디선가 보고 있겠지.
나중에 두억시니를 만나게 되면 꼭 그런 말을 해줄 것이다.
두억시니가 발작버튼을 누르고 미쳐버릴 것 같은 그런 말을.
[키샤아아아아앗ㅡㅡㅡㅡㅡ!!]변형이 끝난 건지, 악마 도플갱어는 사방을 향해 포효를 내질렀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껍질을 벗어던지며, 거대한 피막의 코쿤을 찢고 나와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거칠게 드러냈다.
[10m 짜리 인간형 늑대라. 나는 좀 더 커질 줄 알았는데 유감이군.]한 50m 정도는 될 줄 알았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정도까지는 커지지 않았다.
만약 그랬다면 존재하지도 않는 거대로봇 같은 걸 가지고 와서 변신합체를 해야 했다거나, 아니면 숟가락 같은 걸 들고 하늘 높이 치켜들며 3분 동안 빛의 거인이 되어 육탄전을 펼쳐야했겠지.
다른 이들에게는 아쉽지만 거기까지 했다가는 마력이 전부 소진되어 알몸으로 변신이 해제될 것이다.
나는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없다.
“저, 저기!”
뒤에서 윤이선이 황급히 나를 불렀다.
“빌런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건 히어로로서 체면이 서지 않지만…저 악마로부터 육기봉 학생을 ‘구원’하는데 도와주시겠습니까!”
[구원?]“…적어도 저 악마의 상태로 누군가를 죽이는 일이 없도록, 안식을 주는 겁니다.”
윤이선은 무거운 목소리로 자신의 태극워치를 가리켰다.
“히어로 규칙 중 하나. 악마가 된 이능력자는 상대가 누구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제압할 것. 그리고 대화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미쳐버린 이능력자는…더 이상 살생을 저지르지 않도록 손을 쓸 것.”
[죽음 또한 구원이 될 수 있겠지. 살생의 업을 쌓지 않는다는 관점에서 보면.]“…도와주시겠습니까?”
[캬오오오오ㅡㅡㅡㅡ!!]완전한 자신의 재탄생을 기뻐하며 승리의 포효를 내지른다.
주변을 노려보는 도플갱어의 추정 등급은 거의 S급.
도대체 학생들이 공부하는 이 세종섬에서 툭하면 A급에 S급 빌런들이 출몰하는 건 어째서일까 싶기도 하지만, 그게 바로 악마의 씨앗이 가진 힘이다.
악마와의 거래는 인간의 생각보다 더 대단한 선물을 가져오고, 더 끔찍한 대가를 앗아가니까.
[도와주지 못할 건 없지. 하지만 굳이 내가 나서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군.]나는 하늘을 가리켰다.
[최강의 히어로께서 나타나셨으니.]비꼬는 게 아니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다.
[아무리 악마의 씨앗을 3개나 가지고 마력을 덤핑한 놈이라고 해도, 순수체급을 상대로는 이길 수 없는 법.]하늘에서.
[드디어 왔군.]하얀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