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487)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487화(485/668)
[우선 행사장에 이능력자가 있는지부터 확인해볼까. 이능력자가 있다면 말이지.]“어떻게, 따로 돌아? 아니면 같이?”
[굳이 따로 움직일 필요는 없지. 함께 가자. 혹시 히어로들이랑 만나면, 내가 옆에 있는 게 설명이 더 빠를 테니.]“여자랑 둘이 있는 거 보면, 분명 어디 으슥하고 조용한 곳에서 재미 봤다고 생각할 텐데?”
[일본이니까 괜찮아.]“아무 말 하기는. …저기, 저쪽부터.”
아웃렛으로 돌아온 우리는 바로 이능력자가 많이 있을 것 같은 구역부터 순찰을 시작했다.
“와, 도깨비랑 청혜성이다! 한 컷 찍어도 돼요?”
[잘 찍을 수 있다면.]“와, 진짜 도깨비 같아! 멋지게 찍어드릴게요!”
중간중간 여전히 코스프레 중인 우리를 코스어로 생각하고 사진 찍으려고 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그게 딱히 크게 신경이 거슬리는 일은 아니었다.
“감사합니다! SNS 업로드, 해도 되죠?”
[물어봐줘서 고맙군. 허락 없이 SNS에 올리는 자들, 확 처형해버릴까 생각했는데.]“하, 하하…. 초상권 무시하고 올리는 사람들이 확실히 잘못을 저지르기는 했지만, 저를 봐서 한 번만 봐주세요. 그러면, 두분 즐거운 시간 되세요!”
악행을 저지르는 빌런이 있으면 일부나마 선한 자들이 있는 법.
찰칵, 찰칵.
“뭐하세요? 코스어 동의 없이 지금 사진 찍는 건가요?”
“흥…. 행사장에 코스하고 왔으면 사진 찍힐 생각으로 온 거지.”
“당사자 동의도 없이…!”
사진을 같이 찍었다고 음료를 나눠주는 이들도 있고, 예의를 차리는 이들도 있고, 우리가 촬영을 위해 자리를 잡을 때까지 졸졸 따라오는 이들도 있었다.
“저기요, 지금 뭐 찍으신 거죠?”
“칫….”
“이봐요! 카메라 각도 이거 뭔데!! 치마 아래 허벅지만 찍은 거!! 운영ㅡㅡ!!”
인간이 많이 모이는 장소라고 해서, 반드시 빌런만 가득한 건 아닌 법.
“흐응. 하긴, 내 하체가 좀 예쁜 편이긴 하지.”
[불쾌하진 않나?]“불쾌하면 뭐 어때? 내가 뭐 막는다고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저거 찍고 하는 짓이라고 해봐야 액정을 핥는다거나 애꿎은 비닐이나 괴롭히겠지.”
[야….]룰과 매너를 지켜 건전한 행사가 이루어지도록, 공공질서와 예의를 지키는 자들도 많다.
“저런 사람들은 극히 일부잖아. 여기 있는 대부분은 선한 사람들인걸. 우리, 그런 사람들 지키려고 지금 이렇게 돌아다니는 거잖아. 힘 내야지.”
아마도 칠흑 같은 밤하늘의 어둠 속에서도 별들이 반짝이듯 선한 자들이 있기에, 히어로들은 인간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 거겠지.
“괜찮아? 오히려 안 괜찮은 건 내가 아닌 것 같은데? 피곤하면 잠깐 쉴까?”
[쉬고 왔는데 무슨. 오히려 그건 내가 물어봐야지.]“내가 피곤해? 왜? 나는 오히려 지금 더 쌩쌩한걸?”
[그래도 저런 사진 찍는 놈들이 있는데.]일부러 더 활기찬 모습을 보이는 건지, 천주연은 다른 이들이 위험한 각도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해도 아무렇지 않게 웃었다.
“코스장 오는데 치마 아래 대책도 안 하고 오면, 그건 보여주고 싶은 치녀라는 거 아니겠어?”
[너 설마.]“짜잔.”
천주연은 치마 옆을 슬쩍 들췄다.
주변에서 ‘헉’하는 소리가 났지만, 곧 그녀의 아래에 있는 검은 타이즈를 보며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찍어봐야 탱글탱글한 내 허벅지만 보일 뿐이지롱.”
[더 안 쪽은….]“절대영역을 찍어봐야, 그냥 검은 안개만 보일 뿐 아니겠어?”
[완벽하군.]역시 천주연.
아니, 역시 오타쿠.
“그리고.”
천주연은 주변을 슬쩍 눈으로 훑으며 작게 고개를 도리질쳤다.
“이렇게 어그로를 끌어야 진짜랑 가짜를 구분하지.”
[…….]코믹마켓에 온 이들 가운데, 코믹마켓을 즐기러 오는 자들은 분명 우리에게 어그로가 끌릴 것이다.
하지만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다면, 도깨비와 여자 청혜성이 함께 돌아다니는 걸 보고 별 관심을 보이지 않거나-
‘진짜 도깨비인지, 청혜성이 가슴에 뽕을 넣고 변장한 건지 의심하겠지.’
자신의 정체가 들킬까 봐 겁을 먹을 터.
유감스럽게도 아직 그런 이들은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거라고는 운영에서 나온 사람들에게 잡혀 끌려가는 육중한 몸의 남자뿐.
“그냥 계속 돌아다니기도 애매하니까, 우리도 뭐 색다른 이능력 있나 파밍 좀 할까?”
[하여튼 너는 일단 쓰는 어휘부터 다르다니까.]“하지만 바로 이해했죠? 부정 못하죠?”
[가지.]나는 천주연의 어깨를 당겨 동인지 판매 부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
마침 가장 먼저 접근한 부스는 천주연이 보자마자 바로 관심을 가질 만한 IP였다.
“도깨비 씨. 저거 알아? ‘오후에는 홍차라떼’!”
[…….]“당신, 지금 나를 ‘그게 뭔데 씹덕아’라는 눈으로 바라봤지? 2020년을 강타한 순애물의 정석, 몰라?”
[모르는데.]한 가지 유감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나는 이 세상의 신규콘텐츠를 전부 다 습득하지 못했다.
’25년 동안 쌓인 소설 보기도 바쁜데 애니 볼 시간이 어디 있다고.’
소설도 아직 전부 탐방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애니를 보고 그러겠는가.
그나마 천주연이 같이 보자고 하는 소위 ‘명작’들은 정주행을 했지만, 그 이외에는 거의 손도 대지 못했다.
“와, 이걸 안 봤네. 20년 당시에 순애열풍을 일으켰던 이 작품을.”
[내가 아는 순애물은….]“순순히 애를 낳아라라는 그런 생각을 했다면 스스로 이마를 때리십시오, 도깨비 씨.”
[…하렘채권 발행해놓고, 막판까지 가서 한 명이랑 이어지는 순애물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데.]“어머, 그런 소설도 있었어?”
소설은 아니다.
단지 ‘만화나 소설이나 히로인 하렘 채권을 발행하는 건 똑같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들이 조금 있어서 알게 되었을 뿐.
[이쪽은 내가 다 모르는 것밖에 없군. 재미는 있어 보이는데, 영 손이 가지 않아.]“하긴. 아는 게 아니면, 본 게 아니면 관심이 없을 법도 하지. 그럼 어쩔 수 없네. 우리 틀딱 도깨비에게 어울리는 곳으로 가야지.”
[너 지금 나를 틀딱이라고 모욕한 건가?]“하지만 저거 아시죠, 어르신?”
[…….]천주연이 가리킨 곳에는, 검은 무복을 입은남자가 왼손에 흰 붕대를 칭칭 휘감고 있었다.
“선생님, 그거 해주세요, 그거!”
“어, 또…?”
“네!”
“…이제는 멈출 수 없어. 감는 법을 잊어버렸거든.”
“와아아!!”
[…….]“아시죠, 어르신?”
[어르신이라고 하기에는 젊은 층도 충분히 접할 수 있는 거 아닌가?]고전은, 고전으로서 배울 가치가 있는 것 뿐이다.
[너.]나는 천주연의 귀에 대고 조용히 속삭였다.
[기록에 따르면, 너도 옛날에는 안경에 마력을 봉인하고 다니고 다녔다며.]“…….”
[그러다가 안경을 벗으면서 뭐라고 하더라?]“그 이야기는 그만하시고, 우리 앤티크 좋아하시는 분에게 추천하는 거.”
천주연은 바로 말을 돌리며, 상대적으로 구석진 곳에 있는 부스를 가리켰다.
“컨셉, 여기에서 찾는 거야.”
[무슨 컨셉?]“그야.”
천주연은 열손가락을 잠시 쭉 펼쳤다가, 세 손가락을 접고 네 번째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세피로트 기사단. 컨셉, 아직 다 못 정했지?”
[…다 못 정한 게 아니라.]나는 천주연의 어깨를 붙잡았다.
[전문가의 의견을 경청하고 싶어서 그랬다.]“그럼, 저걸로 하자.”
[……!]천주연이 자기 어깨 위에 올라간 내 손을 꽉 붙잡으며 나를 데려간 곳은.
[…체인지 하기 딱 좋은 컨셉이군.]내게는 너무나도 낯이 익은 IP의 동인지가 가득했다.
“왜? 아는 거 나와서 막 가슴이 두근거리고 그래?”
[두근거리기보다는.]조금.
[뜨거워지는 것 같은데.]몸에 열이, 혈기가 오르는 것 같다.
세피로트 기사단 중 한 명의 컨셉을 찾은 건 좋았지만, 그 뒤로 딱히 그럴싸한 수확은 없었다.
“저기 이능력자가…. 아, 아니네.”
[그냥 협회에서 나온 안전요원이다. 이번에도 허탕이군.]코믹마켓에 마력이 느껴지는 이능력자는 대부분 안전을 위해 협회에서 파견된 E, D급 이능력자.
“…D급이나 E급 애들은 아닐 거 아니야.”
일본을 멸망시키려고 한다면 최소한 A급 이상은 될 텐데, 그런 이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벌써 몇 명째지? 이러다 코믹마켓에 파견 나온 이능력자들 위치랑 동선을 전부 다 정리할 수 있겠어.”
[37명. 인파 규모를 생각하면 적은 편이지만, 다 허탕인 게 아쉽군. 그래도 괜찮다. 찾으면 나오겠지.]조급하지는 않다.
[…아마도.]하지만 성과가 없는 건 조금 그렇다.
‘정보가 틀릴 리가 없는데.’
모처럼 코믹마켓을 돌아다녔는데, 설마 성과가 없을 줄이야.
[곤란하군.]누구 하나 정도는 나올 줄 알았더니, 아무래도 그 정도는 아닌 모양이다.
“…그냥 계획 시작하는 즉시 나서서 처리해버릴까? 어떻게 생각해?”
[그건 내 제안이 아니었나?]“그러게. 하아. 인내심의 문제가 아니라, 이렇게 사람 많은 곳을 계속 돌아다니면…. 쯧. 진짜 누구 없나?”
청혜성의 협력자가 어수룩한 편이 아니라 철두철미한 사람이라면, 어쩌면 코믹마켓이 아닌 다른 곳을 접선 장소로 잡았을지도 모른다.
[청혜성이 코믹마켓에서 접선한다는 건 거짓 정보였나.]“하하, 결사가 완전히 놀아날 정도로 걔가 작정한 거라고? 아니면 활빈당이 그 정도로 뛰어나다고?”
[모르지.]환의 의지가 일본 멸망을 바라고 그걸 지켜주고 있다면, 우리의 레이더에 걸리지 않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한 국가를 멸망시키는 일이다. 결사조차 모르는 곳에서 움직인다면…그건 두 가지 경우겠지.]하나는 청혜성이 SS급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계획성이 철저하거나.
하나는 청혜성에게 붙은 협력자 중에 은폐 공작이 뛰어난 존재가 붙었거나.
‘그래도 우리가 못 찾는 걸 리는 없어.’
아무리 코믹마켓에 사람이 많이 드나든다고 해도, 마력을 가진 사람은 긴밀하게 느껴지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