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491)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491화(489/668)
문이 열리며, 천주연이 유카타에서 떼어낸 스마트폰을 던졌다 잡으며 방으로 들어왔다.
“일본 침몰 시나리오, 아무래도 표절인가 봐.”
[……?]“빙정.”
도철은 하늘을 가리켰다.
“빙정처럼 하늘에 물을 모은 다음, 물폭탄을 투하할 예정이래.”
[…바다에서부터 잠기는 게 아니군.]땅이 가라앉는 게 아니다.
[내부에서부터 물이 잠기는 거야. 인간들이 사는 도시만.]늦은 저녁, 오사카 코믹월드 검열 동인지 판매소.
“흥, 흥, 흥.”
안경을 쓴 청년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양손에 종이가방을 든 채 사람들 인파를 헤치며 나아간다.
지나가는 이들은 하나둘 저녁 시간이 되어서 그런지, 공복으로 눈이 감겨있거나 다들 피곤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혹은, 졸려 보이거나.
하나둘 사람들은 빠져나가기 시작하고, 서서히 인파가 줄어들기 시작할 때쯤.
“분명…. 아, 찾았다.”
청년은 어느 한 동인지 부스를 발견하자마자 반색했다.
책은 제법 많이 팔린 것 같지만, 이제 철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인데도 아직 책은 수북이 쌓여있는 판매 부스.
그곳을 지키는 이는 검은 단발의 안경을 쓴 미인 메이드로, 자세히 보면 머리칼 안쪽이 푸른색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음.”
청년은 입구에 놓인 소책자를 살폈다.
부스마다 판매하는 물건과 종류 등이 적혀있는 안내도에 따르면, 이곳에서 판매하는 물건은 분명….
“나의 ‘여자 아바타로 VR 세계에 갇힌 플레이어가 알고 보니 이 세계는 쯔구르 게임이었다’라는 컨셉의 동인지는 어디로?”
팜플렛에는 분명 그런 내용의 물건을 판다고 적혀있는데, 정작 눈에 보이는 건 살색의 향연이 아닌 죽음의 향연뿐.
즉.
제대로 찾았다.
“실례합니다.”
“…….”
“‘아포칼립스’ 물을 보러 왔는데요.”
청년의 말에 메이드는 눈을 빛내기 시작했다.
“아포칼립스….”
죽어있던 눈에 서서히 생기가 돌아오고, 기계적으로 움직이던 손길이 서서히 인간의 그것처럼 유기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어떤 아포칼립스 물을 찾으십니까?”
메이드는 쌓여있는 동인지들을 가리켰다.
그곳은 기괴하고 엽기적인 형태의 괴물들이 가득한, 하지만 그 대부분이 ‘인간의 변형’인 것들이 가득했다.
“좀비 바이러스, 인간의 변화, 악마화. 다양하게 준비되어있습니다.”
비명을 지르며 겁에 질린 사람들과 괴물이 되어가는 인간들.
코믹마켓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설령 보더라도 아주 드문 ‘크리쳐’물.
“찾으시는 것이 야한 것이라면 그것도 몇 부 준비되어있기는 하지만….”
입구에서 신분증을 검사하는 구역 안쪽에서 판매하는 것치고는 살색의 향연이 아닌 괴물의 향연뿐.
“대부분은 인류 종말을 다루고 있는 내용뿐이랍니다.”
야하거나 음란해서 19금이 아닌.
잔인하고, 혐오스럽고, 공포를 자아내는 19금 요소가 강한 아포칼립스 장르의 동인지였다.
“어떤 소재를 찾으시는지?”
“음, ‘물’과 관련된 것 없습니까?”
“물….”
“막 쓰나미 일어난다거나, 홍수가 일어난다거나, 도시가 물에 잠긴다거나.”
“…그런 거라면, 여기 딱 알맞은 것이 있습니다.”
메이드는 판매 부스 안에서 책 한 권을 꺼냈다.
“이거 한 번 보시겠습니까?”
“호오, 이건….”
“기묘한 재앙 이야기. 어느 날 시부야 상공에 작은 물방울이 나타났고, 그 물방울은 날이 갈수록 점차 커지기 시작하죠.”
짧은 만화지만, 그 내용은 분명 기승전결을 확실하게 갖추고 있었다.
-이거 뭐야? 에게, 귀엽다.
-그냥 자연현상인 거 아니야?
처음에는 신기한 현상으로 SNS를 중심으로 화제가 퍼져나가고.
-어어, 저거 왜 더 커지는 것 같지?
-주변 물을 흡수해서 더 커지는…. 에잇, 전혀 모르겠잖아! 왜 커지는 건데!
점차 그 물방울은 하나의 방보다 더 커지더니, 어느새 건물만큼이나 커지고.
-위, 위험하니까 떠나자! 저거 터지면 막 물난리 날 수도 있잖아!
-도쿄에 물난리 나 봤자지. 뭘 걱정해. 저거 그냥 홀로그램 쇼야, 쇼.
-종말이 다가왔도다ㅡㅡㅡ!!
-어, 음, 시민 여러분은 각자의 자리를….
시민들은 시부야 거리를 빠져나가고, 인터넷에서는 인류 종말이 도래했다면서 심판의 날이라고 떠들고, 점차 정치인들이 나와서 심각하게 논의하는 상황.
“이거, 마지막은 어떻게 되죠? 사람들 빠져나가서 시부야 거리가 사람 한 명 없어지는 것밖에 없는데.”
“이 뒤는…. 글쎄요.”
메이드는 비릿하게 입꼬리를 비틀었다.
“그건 실제로 일어나는 게 아니라면, 아무도 모르지 않겠습니까.”
“흐음….”
“이건 그냥 만화일 뿐입니다. 인간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것. 만약 이게 현실로 일어난다면, 그건 이 등장인물의 말대로…누군가를 벌하기 위한, ‘신벌’이겠죠.”
“이거 작가님이십니까?”
“네. 제가 작가입니다.”
메이드는 하얀 장갑을 낀 손을 앞으로 뻗었고, 청년은 메이드와 악수를 주고받았다.
“저는 ‘아오이 소라’라고 합니다.”
“저는….”
스르르.
손을 통해 전해지는 아주 미약한 감각.
그에 청년은 씩 입꼬리를 비틀며, 마주 잡은 손을 꽉 붙잡았다.
“프로게이, 머구청연입니다.”
“…예?”
“[프로게이머]. 성이 구 씨고, 이름은 청연.”
“…어, 음…?”
“제 친구들은 저를, [비비]라고 부르죠.”
“…….”
메이드의 눈이 서서히 가늘어지며, 눈을 샐쭉였다.
“혹시, 종말이 다가온다면 무엇을 하실 생각이신가요? 예를 들어, 이렇게….”
톡톡.
메이드는 동인지의 겉표지를 벗겼다.
“도시가 침수되어 버리는 인류 종말이 다가온다면 말이죠.”
속표지에 그려진 건 멀쩡한 시부야 도시는 사라지고, 나타난 것은 그저 침수되고 낡은 도시뿐.
사람은, 단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원리는 구름이군.]나는 도깨비방망이로 마나를 방출하여, 허상을 만들어냈다.
서울 한복판.
[빙정과도 같이 주변의 기운을 끌어들이는 ‘핵’을 만들어내고, 자연의 수분을 흡수하여 그걸 그대로 떨어뜨린다.]여의도 상공에 거대한 물방울이 생겨나고, 물방울은 여의도 전체를 뒤덮을 만큼 커졌다가 그대로 아래로 떨어진다.
“왜 여의도야?”
[내가 생각하기 가장 쉬운 곳이라서.]서울 사는 사람들은 흔히들 뉴스에서 말하는 ‘여의도 면적 N배’라는 걸 대략적으로는 짐작하게 된다.
이 세상에서도 그 관용구는 종종 쓰이고 있다.
생각해보라.
서울 한복판, 그것도 여의도 상공에 갑자기 여의도 전체를 뒤덮을 물방울이 생겨난다면 어떤 난리가 일어나겠는가.
서울 인구 천만의 세계에서는, 분명 사람들이 여의도-아니 서울을 빠져나가려는 패닉이 벌어질 것이다.
[해수면을 높여봤자 인간은 산 위로 올라갈 뿐이고, 확실한 방법이지만 시간은 부족하겠지. 지금 당장 이목을 끄는 방법으로는 충분하겠어.]방법은 확실하게 알았다.
추악한 기억을 날리기 위해 우주공간에 떠돌아다니는 콜로니 급의 운석을 낙하시킬 수는 없지만.
무언가를 지상에 떨어뜨린다는 발상을 바탕으로, 거대 물 폭탄을 만들어 도시에 직격탄을 날린다는 발상은 확실히 파악했다.
“인류멸망계획을 동인지로 공유하려고 한다니. 발상 한 번 귀염뽀짝하면서도 끔찍하네.”
도철은 스마트폰을 손가락으로 튕기며 대놓고 인상을 찌푸렸다.
“이봐. 초딩만도 못한 쓰레기. 뭔가 할 말 없어?”
“…….”
십선비는 입을 꾹 다물었다.
“나는 아무것도 몰라. 나는 그냥 코믹마켓에 놀러 왔을 뿐이야.”
“놀러 오기는 개뿔. 어떻게 하면 일본을 엿 먹일 수 있을까 기뻐하면서 이 임무에 자원했겠지. 일본을 침몰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면서.”
“제발 한국인이라면 일본을 공격, 으읍!!”
빠ㅡ악.
“이게.”
내가 때린 게 아니다.
“너 같은 꼬맹이 때문에, 우리가 지금 개고생하게 생겼다고. 알아?”
도철이 스마트폰을 움켜쥐고, 십선비의 정수리를 스마트폰 모서리로 찍어버렸다.
“우리도 세계를 멸망시키지 않으려고 하는데 어딜….”
만약 세계를 멸망시킬 마음만 있다면, 누구보다도 가장 빠르게 멸망시킬 수 있는 게 결사다.
영혼을 바친다는 전제하에.
그 어떤 방해도 없다는 전제하에.
전 세계에 잠자고 있는 휴화산을 폭발시킬 힘을 가진 사람도 있고.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파도를 일으켜 전 대륙을 물에 잠기게 할 수도 있고.
지구 대기를 뒤틀어 전 세계 곳곳에 허리케인을 매일 매일 만들어낼 수도 있고.
그냥 다른 거 다 떠나서, 지구의 판 전체를 흔들어 대규모 지진을 일으킬 수도 있다.
“에휴, 진짜.”
빠ㅡ악.
[기절시켜도 되나?]“얘 아는 거라고는 하나도 없어. 스마트폰에 적힌 지시사항 건진 게 다야. 아포칼립스 장르를 판매하는 이를 찾아라. 판매하는 책에 계획이 담겨있을 것이다.”
[동인지로 세계 멸망 계획을 퍼뜨리다니. 이런 미친.]너무나도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다.
어린아이들이나 할 것 같은 발상에, 그리고 그걸 놓쳤다는 것에 절로 한숨이 나온다.
‘첩보물에서 나오던 그런 건 다 어디 갔냐고.’
검은 정장을 입은 요원들이 나와서 007가방을 들고 다닌다거나.
남성 맞춤 정장 전문점의 피팅룸에서 옷걸이를 조작하면 지하로 내려간다거나.
그런 건 이번에는 없었다.
[아아. 여기는 도깨비. 현지 협력을 요청한다. 지금 당장 SNS를 전수조사하도록. 오사카 코믹월드에서 사들인 동인지의 표지를 찍은 사진, 내용, 혹은 지나가다가 찍힌 것 중에 키워드가 있는 SNS를 찾도록. 키워드는….]물방울. 아포칼립스. 인류멸망.
[그래. 최대한 빨리.]일본 현지에 파견을 나온 결사의 요원들, ‘주모’와 ‘보부상’에게 지원을 요청했으니 금방 결과가 나올 것이다.
[나데시코. 현장으로 가주겠나?]“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