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492)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492화(490/668)
[현장을 돌아다녔을 때는 그런 게 없었다. 하지만 우리가 돌아다녔을 때는 그랬지. 어쩌면 지금, 아니면 내일 그런 부스가 ‘갑자기’ 생길 수 있어. 아니면….]이 녀석.
십선비.
[미끼인 건가.]“미끼?”
[도철. 스마트폰에 혹시 ‘접선 시각’이 나와 있나?]“…없었지.”
[그럼, 이게 트리거군.]십선비가 수면 가루를 뿌리는 시점.
[지금 바로, 우리도 현장으로 간다.]늦은 저녁.
현장으로 다시 복귀.
“저기, 선생님.”
“응.”
“코스프레 풀고, 원래 모습으로 돌아다녀도 괜찮으세요?”
“그래야지.”
나는 현재 도깨비가 아닌, 가면을 벗고 평범하게 정장을 입은 회사원처럼 행사장에 복귀했다.
“유나야. 혹시 마력 느껴지는 거 있어?”
“음…. 아뇨. 여전히 행사장 안전 요원들밖에 없어요. 그마저도 지금은….”
유미르는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속, 헬멧으로 얼굴을 가린 채 히어로들을 가리켰다.
“…언니가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 저렇게 돌아다니고 있으니, 저 사람들밖에 느껴지지 않아요.”
나데시코가 급히 불러온 오사카 히어로 협회 요원들이 나데시코와 함께 움직이고 있다.
“수가 적기는 해도, 계속 움직이고 있으니까….”
“곤란하긴 곤란하네.”
수는 적다.
괜히 나데시코가 공식적으로 움직이면, 그 정보는 바로 청혜성에게 들어가게 된다.
그럼 청혜성이 계획을 미루거나 할 것이며, 나중에 우리가 어디 유럽이나 아프리카로 갔을 때 사고를 터뜨리겠지.
자신의 계획이 방해받지 못하도록.
혹은 다른 방법으로 계획을 변경하거나.
“유미르. 만약 너라면 여기에서 어떤 변장을 할 거야?”
“음….”
“자신이 청혜성이라는 걸 숨기려고 한다면 말이지.”
“일단, 상식을 깨뜨리는 방법으로 자신을 숨기려고 하지 않을까요.”
“상식이라….”
“저라면, 아예 저라는 걸 눈치채지 못하게 만들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유미르는 행사장에 가득한 남자들을 가리켰다.
“동글뱅이 안경 끼고 가방에 막 포스터 여러 개 꽂아둔 체크무늬 셔츠 남자로 변신한다거나.”
“…….”
전형적인, 코스프레 장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사람으로 변장한다는 건가.
“성별을 바꾸는 거죠. 변신을 할 수 있다면.”
“변신이라….”
“주변에 녹아드는 게 중요하잖아요. 선생님이 코스어로 변장했던 것처럼…. 어?”
유미르의 눈이 누군가를 향한다.
나 또한 유미르가 바라본 방향으로 바로 고개가 돌아갔다.
저벅, 저벅.
“…골치 아프던 찰나에 잘 됐군.”
“어, 설마…?”
“희미하지만, 맞는 것 같은데.”
나는 유미르와 함께, 발소리에 집중하며 그 뒤를 따라 움직였다.
“…선생님. 느껴지세요?”
“아아. 이 정도로 마력을 정밀하게 컨트롤할 수 있다니. 낮에 눈치 못 챈 게 당연하구나 싶군.”
“십선비가 사람들 돌아가게 만든 게 호재로 작용했네요.”
“그래.”
낮에는 워낙 많은 사람이 퍼져있어 눈치채지 못했지만, 상대적으로 인파가 적은 지금이라면 확실히 알 수 있다.
아주 희미한 마력.
너무나도 희미해서, 눈에 힘을 주고 봐도 찾아볼 수 없는 미묘한 마력.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더 눈에 띈다.
“찾았다. 저 여자야.”
“메이드…네요.”
사람들이 순간 갈라진 순간, 우리는 보았다.
검은 단발의 메이드복 미녀.
치마 길이가 거의 미니스커트 급으로 짧고, 아래로 뻗은 다리는-
“우와, 미친.”
“왜?”
“너무 예뻐요. 와, 다리가 무슨….”
유미르가 보자마자 감탄을 절로 내뱉을 정도로 예쁜 다리였다.
실제로 그 메이드의 다리는 어디 화보집 같은 곳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군인들이 자주 볼 법한 잡지의 표지에 다리만 올려도 군인들이 침을 삼킬 자태.
“선생님. 저도 다리 저렇게 만들까요?”
“나는 저렇게까지 얇은 것보다는 지금이 더 좋은데.”
“저 종아리 저렇게 얇은 편은 아닌데.”
“누가 그러더라. 허벅지는 꿀벅지가 좋다고.”
“……흐흥.”
유미르는 피식 웃으며 나를 당겼다.
“다행이네요.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다니.”
“안심하고 있는 거야. 자기가 이능력자라는 걸 눈치챌 사람이 없다고. 그러니까 방심하는 거지.”
아무리 마나를 잘 숨긴다고 해도,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걸릴 수밖에 없다.
유미르처럼 아예 압도적인 마력을 가지고 있는 사기캐거나.
혹은 나처럼 모든 상황에 대응이 가능한 미친놈이거나.
“저기, 보여? 옆 사람이 기침하면서 지나갈 때, 저 메이드에게는 침이 튕겨 나가는 거.”
“코스프레 장이기는 하지만, 요즘 메이드들은 무슨 몸에 마나 보호막 자동으로 펼치는 게 기본인가 봐요.”
“그러니까.”
아무리 마력을 숨기려고 해도, 본능적으로 펼치는 마나보호막은 어쩔 수 없다.
“이 인파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고 지나간다? 옷깃조차 스치지 않는 건 말도 안 되지.”
남들이 보면 스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옷깃이 스치기 전, 옷 위로 아주 미세하게, 실보다도 더 얇은 것 같은 두께의 마나로 자신을 보호하며 사람들을 지나간다.
“유나야. 어때? 조금 더 가까이 가볼까?”
“음…. 아주 미약하지만, 마나로 옷 위에 보호막을 펼친 게 보여요. 그 흔적들이 아주 미세하게 일반인들에게 묻어있고….”
“그 방향은…저기군.”
메이드가 위로 올라간다.
에스컬레이터를 탄 채 느긋하게 꼭대기 층으로 오른다.
그리고 메이드가 꺾은 방향은….
“이런.”
공교롭게도 우리가 찾는 존재가 사라진 방향은 아까 내가 십선비를 제압한 곳이었다.
“유나야. 주변에 사람 오는지 한 번 확인.”
“없어요. …저도 갈게요.”
나와 유미르는 혹시나 주변에 사람이 있나 한 번 훑은 뒤, 가볍게 마나를 일으켰다.
[변신.]파ㅡ앗!
옷 위로 마나를 덧씌울 시간은 없다.
눈 깜짝할 새에 변신을 마친 다음, 나는 유미르와 함께 문제의 장소로 진입했다.
[여기를 접선 장….] [어?]도깨비방망이를 들었던 나도, 내 뒤를 따라 붉은 오랏줄을 든 유미르도 그대로 멈춘다.
[없…어? 저기, 어떻게 된…?] […….]쾅!
첫 번째 칸을 연다.
안에는 아무도 없다.
두 번째 칸은 문이 부서져 확인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세 번째.
붉은색으로 굳게 닫혀있는 문.
쾅!
안을 두드려도 인기척이 없다.
혹시나 안에 사람이 기척을 죽이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보통 이런 경우는 호흡과 심장 소리조차 컨트롤할 수 있는 존재거나….
[읏차. 안에는 아무것도 없네요.] [다행이군.]아무도 없는데 그냥 잠겨있거나.
[…진짜 유령?] [글쎄. 잠금장치 고장일 수도 있지…만.]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세 번째 칸의 위를 가리켰다.
[안으로 들어가서 천장 눌러봐. 아니면 변기 움직여봐. 위로 도망쳤거나….] [어디, 비밀통로라도 나올 수 있다?] [그럼.]변기를 움직였을 때 무언가 기믹이 나타나며, 아래로 통하는 또 다른 통로가 열리는 건 클리셰 중 하나다.
설령 이런 코믹 마켓의 하나라도-
끼이익.
[안 돌아가는데요. 위에도 없고.] [그건 아쉽군.]있을 법했다 싶었는데, 아쉽게도 그건 일어나지 않았다.
[이상하네. 사람이 갑자기 사라졌을 리는 없고. 음…. 여기로 사라졌나?]유미르가 밖으로 향하는 창문을 바라본 순간.
[보통 클리셰대로라면, 화장실에서 막 밖으로 뛰어내리면서 도망치고 그러던데.] [클리셰…?]나는 뭔가, 뇌리에 스쳐 지나가는 장면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유미르. 지금부터, 잠깐 다시 코스프레 하는 거다.] [코스프레…? 어, 어디 가세요?]끼익.
나는 여자 화장실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통로를 다시금 살폈다.
‘라노벨 세상 속 성진국 클라스.’
한국에서는 통로 안쪽의 화장실이 남자 화장실부터 있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이곳은 그게 아닌 모양.
여자 화장실이 먼저 있고, 그 옆으로 남자 화장실이 안쪽에 있다.
[…….]저벅, 저벅.
내가 걷는 구두 소리가 내 귀에 크게 울릴 정도로, 나는 긴장감에 침을 꿀꺽 삼키며 남자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