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50)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50화(51/668)
싸움은 끝났다.
빌런 육기봉은 악마가 되면서 죽었고, 육기봉의 몸에 강제로 심어진 악마의 씨앗은 발아하는데 성공했으나 결국 다 죽어버렸다.
거대화하며 몸을 크게 만들었으나 백설희에게 사로잡히고, 그 몸에서 도망치려고 했으나 내게 대가리가 전부 터지며 사망했다.
그것은 이미 인간이 아니다.
인간의 모습을 닮고자 하지만, 인간으로부터 탄생한 것이긴 하지만, 인간이 가진 악의만을 가지고 태어난 채 인간을 ‘먹이’로 삼고 모든 것을 학살하는 괴물들이다.
히어로도 빌런도 아닌 ‘순수악’이 있다면, 당연히 이런 악마일 것이다.
[그럼 정리도 끝났겠다…이만.]괜히 시간을 끌어봐야 불편해지기만 할 뿐.
나는 다시 정장의 신사 도깨비로 변신했고, 쓱 사라질 채비를 마쳤다.
이대로 그냥 영체화로 사라지면 언제나와 똑같은 광경이 펼쳐지겠지.
하지만 오늘은 뭔가, 저기 나를 바라보는 저들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언짢다.
“멈춰라, 도깨비!!”
인파를 헤치고 달려오는 이들의 얼굴은 상당히 눈에 익은 자들이었다.
“너를 체포하겠다!”
[경찰인가. 특수부대까지 동원했는데 인제서야 나타나다니. 언제나 늦는군.]“큭…!”
세종섬의 치안과 경비를 담당하는 자들.
내가 이 섬에 들어오면서 봤던 이들도 일부 섞여있고, 주말에 산책으로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스쳐지나간 자들도 있고, 아예 처음 보는 자들도 있다.
심지어 한국 군인 뿐만 아니라, 외국 군복을 입은 외국군인도 있다.
그 수는 수백 명이 넘고, 다들 나를 향해 총을 겨눈 채 나를 위협하고 있다.
“순순히 투항하라! 그리고 히어로 여러분들! 부디 협조 부탁드립니다!”
[무슨 협조? 도깨비를 잡는데 협조해달라고? 아아, 그렇지. 언제나 이능력자를 잡으려면 이능력자에게 부탁을 해야 하니까. 그리고 그 이능력자가 실패하면 그 사람에게 책임을 묻지.]“입 다물어라, 빌런! 네가 무슨 의도로 이 난리를 벌였든, 네가 사람을 죽이는 빌런이라는 건 달라지지 않는다!”
[…뭐, 부정하진 않겠다. 악마였던 자도, 악마가 되어가던 자도, 악마의 첨병인 자도 결국 너희들에게는 그저 선량한 시민이고 불쌍한 환자일테니.]입씨름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굳이 여기서 이렇게 경찰 군인들과 대치하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
[한 가지 분명히 밝히겠다.]마침 모두가 보고 있는 자리에서, 분명히 ‘선언’하기 위해서.
[앞으로 악마를 죽이는데 있어, 나를 방해하지 마라. 방해하는 자는 모조리 다 부숴버릴테니.]나는 방망이 끝을 기절한 오방레드에게로 겨눴다.
[인간으로서 죽음을 맞이할 걸 악마로 죽게 만드는 자가 있다면, 그 자 또한 단죄의 대상이 될 것이다.]안다.
이렇게 하면 오방레드가 인터넷에서 죽어라 욕을 먹을 거라는 걸.
[나는 죄 있는 자를 처벌하는 자. 악마가 되어버린, 악마 그 자체인 자들을 처형하는 자. 빌런을 처형하는 결사의 창.]-나는 악마가 되는 걸 막으려고 했는데, 너 때문에 육기봉이 악마가 됨!
-오방레드가 안 막았으면 육기봉은 악마가 되지 않았음!
-쟤가 잘못한 거임!
…이라고 대놓고 말할 수는 없으니, 적당히 있어보이는 말을 섞으며 분명히 말하고 떠나야 한다.
[빌런이 있는 곳에 내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거기.]나는 나를 찍고 있는 공영방송사의 마크가 달린 카메라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폭주하는 인간을 완전히 악마로 만들어버린 자여. 나는 반드시 네놈을 잡아 처형할 것이다.]두억시니에 대한 공개 경고다.
[…같은 놈.]나는 그 말을 끝으로, 발을 가볍게 땅에 두드렸다.
“아!”
백설희가 바로 내 행동을 눈치채고 입을 벌리며 놀랐으나, 그녀는 곧 눈을 지그시 감으며 주먹만 움켜쥘 뿐이었다.
사르르.
나는 천천히 백설희의 반대편 방향으로 걸어가며 사라졌다.
아마도 그렇게 보일 것이다.
아래에서부터 사라진 몸은 여름철 도깨비처럼 안개가 되어 사라졌으니까.
영체화로 육신이 그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게 바꾼 뒤, 나는 몸을 바로 돌려 내가 벗어둔 그것을 향해 달렸다.
‘바로 태극워치를 회수해야 해!’
옷은 괜찮다.
하지만 태극워치는 이야기가 다르다.
태극워치의 GPS 기록에 따르면 도깨비가 나타나기 직전부터 나는 근처 골목에 숨어있는 자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태극워치를 회수하려고 가는데….
“…어?”
백설희의 옆을 스치려던 순간, 백설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지…?”
큰일났다.
설마 영체화인데도 들킨 건가?
백설희가 내 영체화를 인식했다고?
“기분 탓인가….”
다행이다.
백설희는 등을 손으로 만지작거릴 뿐 나를 인지하지 못했다.
백설희보다도 더 영적 감응력 같은 게 떨어지는 걸로 보이는 윤이선도 마찬가지.
그 누구도 나를 인지하지 못했고, 나는 조용히 앞으로 달려가 골목길로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도착하는데 성공했다.
‘나는 이방인이다. 나는 이방인이다. 나는 이방인이다.’
최대한 이 세계로부터 유리되었다는 사고를 가지며, 나는 변신이 아닌 ‘영체화’를 해제하고 다시 재차 변신을 진행했다.
“…음.”
골목 바닥에 떨어진 태극워치를 주워 다시 착용하고 전원을 키며, 나는 밥을 먹으러 나올 때와 마찬가지인 옷 상태를 다시 한 번 점검했다.
지금의 옷은 실제 옷이 아니라 ‘마나’로 이루어진 옷.
이게 마나로 이루어져있다는 걸 설령 S급도 눈치채지 못하게 기능을 숙달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괜히 분란을 일으킬 생각은 없다.
일단은-
삐비비.
태극워치에 전화가 울린다.
깜짝 놀라서 전화를 바로 확인했더니, 아는 이름이었다.
[과장님. 어디 있어?]“…주 대리?”
[사라진 타이밍에 맞춰서 전화 거니까 딱 맞네. 혹시 지금 어디야? 과장님 필요할 것 같은 물건 가져왔는데.]“…혹시 옷이야?”
[정답.]키야.
‘이래서 히어로들이 사이드킥을 데리고 다니는 건가?’
주모가 나의 사이드킥은 아니지만, 이런 지원이라면 백만 번을 받아도 모자람이 없다.
“주 대리. 나중에 내가 이사님 만나면 대리 월급 올려달라고 말해볼게.”
[월급 말고 연차 사흘만 추가해달라고 하면 안 될까,과장님?]얼마든지.
마침 궁기도 내가 자기 컨셉을 본뜬 기술을 사용했으니 분명 좋아할 것이다.
분명.
* * *
“쯧. 망할 도깨비. 네놈에게는…’빌런’이라는 단어가 너무나도 어울리는 자다.”
광장에서 조금 떨어진 어느 전통 한옥, 갈색 생활한복을 입은 청년은 짜증 가득한 얼굴로 머리를 벅벅 긁었다.
“악당이라는 우리말로도 과분해. 도깨비, 너는 그냥 빌런이다.”
남들은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겠지만, 이 남자가 의식적으로 쓰지 않으려고 하는 ‘영어’까지 쓰면서 악담을 퍼붓는 건 예삿 일이 아니다.
그에게 있어 빌런이라는 ‘영어’지칭은 후레자식이라거나 천하의 개쌍놈과도 같은 상스러운 욕지기보다도 더 수위가 높은, 사실상 욕설의 끝판왕이나 마찬가지였다.
“모처럼 발아한 악마를 셋이나 터뜨리는 걸로도 모자라 영웅들에게 기회조차 주지 않고 자기가 쓰러뜨리다니. 으으, 건방진 놈.”
청년은 한옥의 부엌으로 걸어가, 냉장고 속에 있던 약과를 하나 꺼냈다.
“영웅에게는 영웅다운 시련이 있어야 하는 법.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도 그 놈은 모르는 건가? 영웅은 깨지고 망가져봐야 진정한 영웅으로 각성할 수 있는 법이거늘…쯧쯧쯧.”
약과를 씹어삼키며 청년은 TV를 켰다.
-오늘 오후 12시 30분 경, 세종섬에서 도깨비가 나타났습니다. 도깨비는 악마가 된 학생을 상대로 무참히 공격을 퍼부었으며….
“젠장. 해그늘 그 놈들은 그 사이에 언론통제를 해버린 건가?”
사건의 개요는 분명 악마가 된 학생이 그 자리에서 난동을 피운 것으로 시작되었다.
밥 먹으려고 나왔다가 마침 재미있는 광경이 보여서 처음부터 구경하고 있었던 청년으로서는 앵커의 말이 너무나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표절 이야기는 쏙 사라져버렸군.”
청년은 식탁에 놓아둔 스마트폰을 들어 인터넷 커뮤니티를 확인했다.
“쯧. 이래서야 놈이 영웅행세를 한 것처럼 보이지 않은가? 젠장, 응원하지마. 기뻐하지마. 놈은 빌런이다. 음지의 영웅 같은 게 아니란 말이다…!!”
청년은 엄지가 보이지 않을 속도로, 스마트폰의 입력 반응이 청년의 엄지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장문의 댓글을 하나하나 달며 분노를 토해냈다.
-[이글거리는이빨] : 도깨비는 그저 빌런입니다. 저 자가 계속 나선다면 우리의 영웅들은 언제 악마와 대적하는 경험을 한단 말입니까?
“한국의 영웅들은 악마와 대적하면서 강해져야 해…! 영웅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고. 전쟁이 인류를 발전시키듯, 영웅에게는 그만큼의 시련이 필요한 법이라고…!”
띠링.
알람이 도착했다.
뉴스 댓글에 올린 자신의 글에 또다른 댓글이 달렸다.
-[월클방망이보관함] : 그러면 도깨비보다 더 빨리 잡았어야죠? 이열 뒤에서 구경했다도르ㅇㅈ합니다. 옆에서 꼽사리도 못 끼고 뒤에서 구경하던 게 짭새랑 땅개들이죠?
“크아아아아악!!”
청년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괴성을 질렀다.
몇 줄 되지도 않는 댓글이었지만, 그 댓글 속에 청년의 혈압을 오르게 하는 것은 한두 개가 아니었다.
“이, 이 빌어먹을 꼬맹이가…!”
[본 영상은 마지막으로 도깨비가 남기고 간 말입니다.]뉴스 영상 속.
방망이를 카메라를 향해 정확히 겨눈 도깨비는 금빛 안광을 반짝이며 청년을 노려보고 있었다.
[폭주하는 인간을 완전히 악마로 만들어버린 자여. 나는 반드시 네놈을 잡아 처형할 것이다.] [오니같은 놈.]“이 씨발련이! 커헉!!”
청년은 뒷목을 잡고 쓰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