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505)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505화(503/668)
앓는 듯한 소리와 함께, 암타의 악마는 그대로 고개가 바닥으로 처박혔다.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고, 나는 천주연과 함께 앞으로 한 손을 뻗어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악마를 가두어라. 물의 감옥.”
두꺼운 물줄기의 벽이 암타의 악마가 그 어떤 구멍으로도 빠져나갈 수 없게, 구멍 하나 남기지 않고 전부 휘감은 순간.
“어림도 없지.”
[죽는 순간까지도 암타빔을 뿌리려는 거, 누가 모를 줄 알았나?]푸화아아아악ㅡㅡㅡㅡ!!
안에서 강력한 마력의 폭발과 함께 검보랏빛이 터졌지만, 그 빛은 사방팔방으로 퍼지지 못했다.
그저 하늘을 향해, 암타광선은 마력의 물줄기가 흘러가는 흐름을 따라 수직으로 올라가 빛의 기둥으로 솟구쳤다.
파ㅡㅡㅡㅡㅡ앗.
하늘을 향해 덧없이 뿌려지는 검보랏빛의 광선.
그것은 암타의 악마가 내지른, 마지막 단말마와도 같은 흔적.
자신이 먹지 못하게 된 청혜성을 향한 절규인지.
그도 아니면 자신이 여자로 만든 이들이 영영 남자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폭주하게 만든 것인지.
자세한 건 모른다.
알고 싶지도 않다.
그저 알아야 할 건, 알고 싶은 건.
[사라져라. TS 드리프트의 악마여.]이제, 더 이상 남자들을 상대로 암컷으로 타락하라고 하는 악마가 더 이상 그 누구도 TS의 이능을 사용하지 못하리라는 것.
“후우.”
천주연은 크게 한 번 호흡을 가다듬은 뒤.
“해치웠나.”
나에게 질문하듯, 혹은 세계에 질문을 하듯 물었다.
[아아, 물론.]그리고 그 답은, ‘YES’.
[암타의 악마는 이제 완전히 사라졌다. 흔적도 없이.]젠로스 하지도 않았다.
애초에 젠로스 하여 인간으로 되돌려놓을 생각도 없었다.
[오사카에 와서 일본 남자들을 테러한 게 한국게이라는 게 알려지게 할 수는 없으니.]활빈당이라는 것도.
한국인이라는 것도.
모두 비밀인 채로, 암타의 악마는 그저 겁쟁이로 죽었을 뿐.
[아마 놈이 ‘진짜’였다면, 나도 상대하기 껄끄러웠을 테지.]만일.
암타의 악마가 ‘TS’라는 편법이 아니라.
[…남성 특공 같은 게 아니라, 셀프 TS인 상태로는 아주 쉽게 쓰러뜨릴 수 있어서 다행이군.]등짝의 악마가 되었다면, 분명 나도 상대하는 데 아주 어려웠을 것이다.
“그럼….”
[마무리를 지으러 가보실까.]남은 일은 하나.
[악마에 의해 여자가 된 사람들을 남자로 되돌린다.]사람, 만.
구구구.
오사카 상공, 물방울이 점차 주변의 수분을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저, 저거 뭐야…?! 저러다가 저거 아래로 떨어지는 거 아니야?”
“재앙이다…. 오사카 멸망을 알리는 신호탄이야…!”
“누가 저런 짓을!!”
금방이라도 아래로 떨어질 것만 같은 막대한 양의 수분에 사람들은 겁에 질렸다.
“어느 미친 이능력자가 저런 짓을 하는 건데?도깨비지?! 도깨비 아니면 말이 안 돼!”
“그, 그래! 조금 전에도 악마랑 싸울 때 물을 사용했잖아!”
“도깨비가 오사카를 수장시키려고 한다! 모두 도망쳐!!”
도시 전체가 혼란에 빠진다.
남자를 여자로 만들어버리는 암타의 악마가 사용하는 이능이 남자들에게만 죽음의 공포를 느끼게 했다면.
저 거대한 물방울은, 10층짜리 건물 정도는 아주 쉽게 집어삼킬만큼 넓은 지름을 가진 물방울은 남녀를 불문하고 공포를 자아내게 만든다.
퍼드득.
동물들마저도 멀리 달아나기 시작한다.
철새는 날개를 퍼덕이며 상공을 가로지르고, 길고양이는 골목을 달려 도시로부터 떠난다.
낑, 끼잉!
목줄에 채워진 애완견들 중 일부는 목줄을 질질 끌고 도망치고, 반려견들은 주인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질질 끌기 시작했다.
누구나 다큐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초등학교든 어디든, 재난안전교육 속에서 재난의 징조를 보이는 것을.
지진이든 화산이든, 인간은 느낄 수 없는 아주 미약한 진동을 파악한 짐승들이 먼저 도망치는 걸.
‘징조’를 보고.
그리고 저 거대한 물덩이가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폭주하는 걸 보고.
“꺄아아아악ㅡㅡㅡㅡㅡ!!”
“사, 사람 살려!!”
겁에 질리지 않으면, 그건 생물이 아니다.
“오, 옥상으로 가자! 옥상으로 가야 해! 지금 대피하면 늦어!!”
“빨리 오사카에서 도망쳐!! 북쪽으로, 물이 닿지 않는 곳으로 가야 해!”
“항구 쪽에 부모님이!”
“어딜 가!! 젠장, 미치겠네!”
살기 위해 가장 생존확률이 높은 곳을 찾는 이들.
도로를 달리며 도심으로부터 멀어지려는 이들.
혼자서 도망치지 않고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찾아 나서는 이들.
“젠장, 히어로들은 뭘하는 거야!”
그들은 모두 저 말도 안 되는 상황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 히어로를 찾을 뿐이었다.
“누가 이능력으로 저런 짓을 하는 게 뻔하잖아!”
“아, 암타의 악마인 건가…?! 암타의 악마가 죽기 전에 저걸 쓴 거 아니야?”
“그, 그럼 저 물에 휩쓸려도 남자들만 여자가 된다거나….”
“분석할 시간이 어디 있어?! 도망쳐! 당장!!”
도망치면서도 이능력을 분석하는 건, 어쩌면 일말의 기대일지도 모른다.
저 거대 물방울이 폭발하더라도 일반인인 자신에게는 어떤 영향력도 없을 것이라는 기대.
설령 뭔가 있다고 해도, 그냥 허상일 뿐일 거라는 그 기대.
그 기대에 깔린 심리는 분명, ‘제발 목숨에 위협이 되지 않기를’이라는 생존본능이겠지.
“정신 승리할 시간에 조금이라도 움직여!! 그런 거 복잡하게 생각하기 전에!”
“하, 하지만!!”
시민들에게는 아주 약간의 기대가 있다.
“히어로가 나서 줄 거야!”
저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누군가는 해결하리라.
“그, 그래…! 저런 거대한 물 따위…! 우리에게는 푸른 혜성이 있어!”
믿음이 있다.
영웅이 나서서 저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는 신뢰가 있다.
“청혜성! 청혜성! 청혜성!”
“믿고 있다고, 푸른 혜성!”
“세상에서 가장 물을 잘 다루는 이능력자가 청혜성이야! 청혜성이 오사카에 있는데, 저걸 써봤자지!”
믿을 구석은 청혜성뿐이다.
그것은 아무리 빨리 도망쳐도 저 물덩어리가 커지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을 직감했기에, 유일한 희망인 청혜성을 믿을 뿐이다.
“어…?”
“그, 그런 소리 하지마! 뭘 그렇게 놀라는 건데!”
“저거, 청혜성의 폭주라는데…?”
“…….”
그리고 그 믿음과 기대는, 한순간에 나락으로 내려꽂혔다.
“도깨비가 날뛰거나, 암타의 악마가 그런 게 아니라고…?”
“청혜성이, 저런 짓을 왜 해?!”
“누가 그래! 누가!”
“다른 곳에 있는 사람들이!!”
오사카는 난리가 났다.
하지만 오사카에 거대 물방울이 생겼을 뿐, 도쿄나 후쿠오카, 다른 나라에 있는 이들은 그저 그들의 안전을 기원하면서-
-저거, 암타수 아닐까? 그냥 물덩이만 저렇게 되어있는 거고, 아래로 흐르지는 않는 거임.
-아니면 암타의 기운을 모두 하나로 모아서 허공으로 날려버린다거나.
그저, 이능력으로 인한 현상을 분석할 뿐이었다.
“호, 혹시 그거 아닐까? 그래! 아래로 떨어지는 게 아니라, 위로 날아가는 거야!”
“그, 그래! 히어로잖아! 히어로가 왜 저걸 도시 한복판에 떨어뜨리겠어! 그건…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다시금, 희망을 가진다.
“어…?”
“또 뭐?!”
“청혜성이 암타빔을 맞고, 의원 게이하라가 망언을 해서 청혜성이 폭주했다는데…?”
“무슨 망언?!”
“여자가 된 거, 이제 임신할 거 생각하면 개이득 아니냐고….”
“아, 미친!!”
그 희망이, 꺾였다.
“헛소리 하지 마! 그게 상식적으로 말이나 돼?!”
“그, 그럼 저기 있는 물방울은 말이나 되고?!”
“그, 그럼….”
스마트워치를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수합하며, 사람들은 서서히 현실을 자각했다.
“여자가 된 청혜성이 진짜로 폭주하는 거라고…?”
진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럼, 청혜성, 악마 되는 거야…?”
현실은.
냉혹하고, 절망적이라는 걸.
“S급 1위가 악마가 되어버리면, 누가 막을 수 있다고!!”
“네가 막아야지.”
천주연이 셉터를 도깨비방망이로 되돌린다.
“슬슬, 돌아가도 되지 않아?”
[아쉽지 않나?]“응?”
[아무리 남자 몸이라고 해도, 육신을 차지한 감각은 포기하기 힘들 텐데.]현재, 천주연은 내 몸을 차지하고 있다.
도올 현세린이나 궁기 윤혜라보다 더 오랜 기간 처녀귀신이었던 만큼, 그녀는 둘보다도 더 살아있다는 감각을 더 깊게 느낄 터.
[좀 더 있어도 된다. 저걸 막을 방법은 여러 가지니까. 꼭 네가 나서지 않아도 돼.]“흐응. 내가 몸을 차지해버리면 어쩔려고?”
천주연이 주먹을 움켜쥐며 가슴을 가볍게 두드렸다.
“당신, 말은 그렇게 하면서 내가 좀 더 몸에 있기를 바라는 거지?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내가 조금이라도 ‘살아있는 상태’를 즐길 수 있도록.”
[꼭 그런 건 아닌데.]“후후, 지금 합일한 상태야. 츤츤거리기는.”
[츤츤거리는 게 아니다. 나는 네가 나설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