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506)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506화(659/668)
아무리 S급 1위 히어로가 폭주하고 있다고 한들, 저런 폭주는 그 어떤 희생도 내지 않고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
[전기분해를 하든, 물폭탄을 터뜨려서 배수로로 흘려보내든, 스노우화이트를 데려와서 얼려버리든 방법은 많다.]“하지만 가장 확실하게,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나지? 정확히는, 내가 마나를 빌려준 너.”
천주연은 마나로 만들어뒀던 안경을 벗었다.
“몸을 다시 네게 내어주면, 아마 당분간은 다시 유령으로 지내야 할 거야. 이 감각…살아있다는 감각을 아쉬워하면서.”
[그걸 알고 있다면, 그냥 좀 더-]“죽어있는 사람보다, 산 사람을 위해서 더 신경을 쓰고 싶은 게 유령 마음인가 봐.”
사아아.
서서히, 내 몸을 잠식하고 있던 천주연의 기운이 안개처럼 사그라든다.
“이복동생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누나라고, 동생이 저 난리를 치는데 살려줘야지. 그 명분을 만들어줄 수 있는 건 너고.”
[…….]“정 그렇게 살아있게 해주고 싶으면, 오사카의 일을 빨리 정리하고 나를 돕는 건 어때? 호문클루스든 기계인간이든 환생이든,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누구 하나는 아이디어를 줄 수 있잖아.”
파스스.
안개처럼 바스라지는 천주연의 손길이 코믹마켓의 아웃렛, 아직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을 가리켰다.
“저 사람들의 상상력이, 우리의 환생을 도와줄지도 몰라. 상상력은 곧 힘이 된다. 당신이 한 말이지?”
[물론.]“그리고 저들의 상상력이 이번에 도움이 된 것도 인정하지?”
[당연하지.]“그럼, 죽이면 안 되겠네? 일단 살려두면 어디든 쓸모는 있을 거 아냐.”
[히어로가 빌런 보고 사람을 살려달라고 설득하고 있으니….]파ㅡ앗.
“…죽어서도 히어로의 삶을 선택하다니. 호구가 따로 없군.”
감각이 변한다.
세상으로부터 유리된 내 모든 감각이 하나둘 깨어나며, 다시 내가 온전한 나로서 존재한다는 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도철.”
반응이 없다.
다시 나의 육신으로 돌아온 손으로 가슴에 손을 올리지만, 도철은 대답하지 않는다.
“…성불한 건 아니지?”
-…피곤하니까, 좀 맡길게.
다행이다.
-그리고 어떻게 성불을 해. 아직 하고 싶은 게 얼마나 많은데. 나, 이번 신작은 보고 죽어야 해.
“…….”
농담이라도 덕후라서 그런지, 들리는 게 뭔가 느낌이 새롭다.
“보통 그런 신작은 망작인 게 클리셰던데.”
-그럼 죽기 전에 그 망작을 제작한 작가한테 가서 따져야지. 그 전까지는 눈 못 감으니까….
졸린 듯한 목소리가 안에서 울린다.
-내 동생, 죽지는 않게 해줘.
그 말을 끝으로, 도철은 잠들었다.
나의 몸에 깃든 상태로, 내게 자신의 남은 마력을 모두 남기고 잠에 빠졌다.
“물론.”
부탁도 부탁이지만, 처형당할 자는 이미 처형당했다.
청혜성은 피해자.
그 피해자가 폭주한다고 해서, 그걸 처형하라는 건 내 신념에 어긋난다.
폭주로 인해 사람들이 죽을 위기라고 한다면.
[그 위기를 아무것도 아니게 만드는 것이 내 역할이니까.]그냥.
히어로가 어떻게 할 수 없을 것 같으면.
답답하니까 내가 한다.
그런 마인드일 뿐.
[도깨비방망이는, 겉치레가 아니라고 했지.]나는 앞으로 손을 뻗어, 도깨비방망이를 새로운 형태로 만들었다.
[운석이든 물방울이든, 가볍게 밀어주겠어.]저 하늘.
[도깨비방망이만 그런 게 아니라, 이 도깨비가 굉장하다는 걸 증명해주마.]우주로.
그 시각, 오사카 H호텔.
“지, 진정시켜! 어떻게든, 막아!!”
히어로들은 세미나실 안에서 흘러넘치는 물줄기를 거스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허리까지 차오르는 물을 홍수가 일어난 것처럼 급류를 일으켰으나, 히어로들은 이를 악물고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 세미나실 안으로 들어갔다.
“청혜성!!”
세미나실 한 가운데에 두둥실 떠 있는 푸른 머리칼의 ‘여인’.
본래 남자처럼, 아니 남자였던 짧은 머리칼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라며, 그 길이가 점점 허리까지 내려올 정도로 길어졌다.
“제발, 정신 차려!”
“오사카 전부를 수장시킬 셈이야?!”
“나를, 나를….”
목소리마저도 완전히 여자가 되어, 목젖마저도 사라진 채 중얼거리는 청혜성(女)의 말은.
“내가 임신당할 바에는, 차라리…. 모두….”
제정신이 아니었다.
“청혜성, 제발!”
청혜성의 바로 근처에 있던 나데시코가 앞으로 손을 뻗었으나, 청혜성으로부터 뿜어져 나온 물줄기는 나데시코마저도 밀어내 버렸다.
S급 1위와 2위.
인정사정없이 폭주하는 이를 상대로, 아무리 2위라고 해도 대응하기에는 역부족.
“이, 진짜…!”
나데시코는 소매에서 무언가를 꺼내 마력을 일으켰다.
“제발, 정신 좀 차리라고!!”
넓은 쥘부채와도 같은 하얀 물체를 들고, 그녀는 위로 든 그것을 아래로 힘차게 내리쳤다.
콰ㅡㅡㅡㅡ앙!!
급류가 좌우로 갈라졌다.
홍해를 손짓 한 번으로 가른 것처럼, 그녀는 청혜성의 물보라를 좌우로 가르며 앞으로 달렸다.
“청혜성, 제발!! 아무도 너를 임신시키지 못해! 너는 남자야!”
“나, 나는….”
“남자잖아! 제발, 정신 차리라고!”
“대, 대의를 위해서 소수가 희생하는 건, 당연한 일….”
“!!”
천장을 바라보는 청혜성의 눈동자는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세상에 민폐가 되는 것들은, 도태되고 죽어 마땅하다….”
“아, 아아….”
“나데시코! 청혜성이 뭐라고…!”
“정치인들의 헛소리를, 진실로 생각하고 있어…!”
나데시코의 말에 뒤따라온 협회의 요원들은 순식간에 얼굴이 창백해졌다.
“뭐, 뭐라고요…?”
“음습한 놈들이 하던 이야기를, 지금 사실로…!”
“늙으면, 죽어야 해…. 이 나라는, 망하는 게 맞아…. 모두, ‘제로’부터 시작하는 거다….”
“도대체 무슨…? 정신이 붕괴되기라도 한 겁니까?! …핫?!”
정신이 무너졌다.
“S급 1위가 고작 여자가 되었다고…!”
“야!!”
어처구니없다는 듯 내뱉은 히어로의 말에 나데시코가 빽 소리를 질렀으나.
“여, 여자….”
오히려 그 말이 청혜성을 더욱더 벌벌 떨게 했으니.
“시, 싫어ㅡㅡㅡㅡ!!”
청혜성으로부터 더욱더 거센 물줄기가 터져 나와, 주변을 휩쓸었다.
“나, 나는 남자야! 이, 임신하기 싫어!!”
“으으윽!!!”
나데시코는 두 다리에 마력을 불어넣으며 크게 쥘부채를 휘둘렀다.
“누가 너보고 임신하래! 그런 사람, 없다니까!!”
나데시코가 계속 목에 핏대를 세우며 외치지만, 청혜성의 폭주는 멈추지 않는다.
“제발, 멈추라고! 이러다 오사카, 위아래로 전부 물에 잠길 거라고!”
폭주로 퍼져나가는 물줄기는 그냥 땅으로 사라지는 게 아니다.
세미나실에서 빠져나간 물줄기는 그대로 바닥으로 흐르고 벽을 타고 흐르다, 마치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허공을 향해 날아올랐다.
호텔에서 흘러나온 물줄기가 상공을 향하고 있다.
그것들이 하나로 계속 뭉치고 또 뭉쳐, 이제는 건물 수십 채를 집어삼킬 만큼 지름이 커진 상황.
“이, 진짜…!”
나데시코가 순간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오사카의 시민들을 대피시켜야 하는 게 아닐까 싶었던 순간.
[고생했다, 나데시코.]“!!”
익숙한 중저음의 목소리와 함께, 세미나실 천장이 무너졌다.
“도깨비!!”
[정신을 차리게 하려면, 이게 답이지.]천장에서 떨어진 도깨비는 도깨비방망이를 역수로 움켜쥐고 아래로 겨누고 있었다.
그리고 그 도깨비방망이의 끝은ㅡ
퍼ㅡㅡㅡㅡ억!!
정확히, 청혜성의 하복부를 찔렀다.
그곳은.
나데시코가 마력을 눈에 불어넣어 확인한, 청혜성의-
“젠로스 시킬 셈이야?!”
요람이, 안으로 밀려들어 간 곳.
방망이 끝은, 정확히 두 구슬을 노리고 있었다.
“커헉?!”
청혜성은 피를 토하듯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입에는 게거품을 물고, 눈을 까뒤집으며 경련했다.
“다, 당신, 도대체 뭘?!”
[그런 걸로 머리 후려쳐봐야, 제정신 차리려면 부족하지.]콰ㅡㅡ앙!
[좀 더 세게 맞아야 정신 차리는 거라고.]나는 바닥에 두 발을 붙이며 착지한 뒤, 청혜성을 그대로 아래로 눌러 바닥에 처박았다.
[조금 아프겠지만.]나는 한 번 더 방망이를 높이 치켜들었다.
[남자로 되돌아오려면, 남자만 느낄 수 있는 아픔을 느껴봐야지.]“당신 설마-”
[여기 있군.]콰ㅡㅡㅡㅡ앙!!
방망이가 아래로 박힌다.
방망이의 끝으로 정확히 복부 아랫부분을 찔러, 암타의 악마가 쓴 이능력의 영향으로 안으로 밀려들어 간 곳을 정확히 가격한다.
[원래부터 커서 그런가. 참 깊게도 들어갔군.]“뭐, 뭐…?”
[암타의 악마가 쓴 여성화의 이능력. 그게 무슨 원리인지는 대충 감을 잡았을 텐데?]“그, 그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