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510)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510화(506/668)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의 모든 국가들이 하나로 연합하여, 미국을 맹주로 하는 거대한 나라가 형성되었다.
각국은 미국의 동맹국이자 자치국이자 하나의 ‘주’가 되었고, 그들은 밀레니엄 시대에 새롭게 떠오른 동아시아의 맹주를 상대로 하나가 되기를 자처했다.
“어쩌면 이것도 환의 의지일지도 몰라.”
“미국이 아메리카의 중심이 된 게 환의 의지라고요?”
“아메리카가 하나로 뭉쳐서 미합중국으로 덩치를 키워야만이 상대 가능한 나라. 그게 바로 한국.”
환뽕도 이 정도면 수준 급이다.
일본과 중국의 영토에도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현실에서도 일어나기 힘든 일을 소설 속에서 일어나게 만들다니.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넘어오는 게 국경을 넘어오는 게 아니라, 이렇게 그냥 차로 넘어온 게 가장 대표적인 예지.”
“…저는 익숙해서 딱히.”
“그래? 한…12년 전에 차를 몰던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막 그렇게 이야기할 걸? 나 때는 말이야, 국경을 넘어간다는 건 총살을 당할 수도 있다고 하면서 말이지. 강도들이 국경을 넘어가면 더 이상 경찰이 쫓지 못한다거나.”
“아, 저 그거 설희 언니가 추천한 영화에서 봤어요. 막 도둑이 경찰인 척 하다가 진짜 경찰보다도 크게 활약하고, 그 마지막에는 멕시코 국경으로 가는 바람에 경찰들이 봐주는 거.”
“어, 너 그거 알아? 그거 검열되었을 텐데.”
“한국에서는 검열된 거지만, 저는 아메리카 사람이잖아요. 캐나다 출신.”
유미르는 아래를, 땅을 가리켰다.
“아무래도 한국보다는 검열이 덜하죠. 자유가 있고.”
“한국에는 자유가 없다는 식으로 말하는 건 위험해.”
“어머. 저는 그냥 검열이 덜하다는 말이었는데. 빌런이 승승장구하는 그런 창작물, 한국에서는 검열되어서 발간되지도 못하는 거 아녜요?”
“히어로가 빌런에게서 승리하는 이야기는 여기가 심하면 심했지, 더 한 걸로 알고 있는데?”
“…선생님. 왜 제가 아메리카를 대변하고 선생님이 한국을 대변하는 것처럼 말싸움을 해야 하는 거죠?”
“국제커플의 흔한 문화차이 비슷한 거지.”
“뭐래….”
유미르는 헛웃음을 흘리며 몸을 좀 더 아래로 낮췄다.
“그런데 선생님. 선생님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거, 이제는 대충 감이 와요.”
“내가 뭘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지?”
“한국에 비해 미국이 빌런이 승리하는 이야기를 창작물 속에서는 다룰 수 있도록 어느정도 자유를 준 것도, 다 뒤에….”
유미르는 조수석 뒤, 수면안대와 헤드셋을 착용한 채 자고 있는 청발의 여인을 가리켰다.
“결사가 있어서 그런 것이다.”
“맞아.”
“미국이 아메리카 대장 자리를 차지한 것도, 캐나다가 자치국으로서의 주권을 가지면서 미국의 한 주가 된 것도, 멕시코의 마약 유통망이 사라지고 마약청정국이 된 것도, 아마존의 열대 우림이 다시 살아나는 것도, 흑인과 백인 사이의 인종차별이 극도로 줄어든 것도 모두 결사의 덕분이다.”
“만물결사설이라니, 감격이네.”
“사실을 그대로 읊었을 뿐인 걸요.”
유미르는 두 손을 들며 헛웃음을 흘렸다.
“아메리카가 평화로워진 것도, 태평양과 대서양을 아우르는 패권을 가지게 된 것도, 사건 사고들이 줄어든 것도 전부 결사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잖아! 라는 거.”
밈이 아니다.
사실이다.
총기 사고가 툭하면 일어나는 세상에서, 주인공이 미국에 있는 게 아니라 한국에서 주로 활동하는 세상에서, 이 미국이라는 곳은 그냥 주인공과 한국의 국뽕을 채워주기에 너무나도 적당한 곳이었다.
그것만큼 확실한 장치가 없으니까.
일본이 벌벌 떨고, 중국이 고개를 숙이고, 미국이 나자빠지는 것만큼 국뽕을 채우기에 좋은 게 또 없으니까.
그리고.
미국을 지배하는 결사를 자빠뜨린 주인공이 있다면, 그것만큼 또 뽕을 채우기 좋은 게 또 없으니.
상당히 불쾌하긴 하지만, 결사가 미국을 지배하고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를 통일하여 막후에서 실세 노릇을 하고 있는 건 전부 훗날 주인공에게 아메리카 대륙을 바치기 위함이었다.
라는 설정은 국뽕 라노벨 속의 이야기.
이 현실은 이제 다르다.
유미르가 남자로 결사의 간부들을 만나 자빠뜨릴 일도 없고, 결사도 그 신념을 꺾고 누군가만을 위한 세상을 만들 생각도 없다.
내가 그런 걸 가만히 두고 볼 사람도 아니고.
“그래. 모든 게 다 결사 덕분이지. 결사가 있어서 이 나라에 돌아다니던 마약들이 전부 사라지고, 사람들이 건전하고 평화롭게 사는 거야.”
“…선생님.”
유미르는 조금, 다소 쪽팔린다는 얼굴로 밖을 가리켰다.
“저게 평화로운 걸까요?”
“…….”
휘이잉.
창문 옆으로 차가 한 대 지나간다.
우리를 추월하여 앞으로 달리는 차는 명백히 ‘폭주’ 상태와 마찬가지였고, 그 뒤를 검고 하얀 자동차들이 뒤따르며 달린다.
“아무리 결사가 이 세상을 뒤에서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저런 사고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게 현실이잖아요.”
“유미르.”
“으으, 내가 이래서 그냥 한국으로 바로 돌아가고 싶었는데.”
유미르는 잔뜩 붉어진 얼굴로 폭주하는 차를 가리켰다.
“죽고 싶다아….”
유미르가 폭주하는 차를 보고 쥐구멍을 찾아 숨고 싶어 하는 이유는 하나.
[끼요오오옷ㅡㅡㅡㅡ!]차에 외부스피커를 달았는지, 차에서 흘러나오는 남자의 목소리는 제대로 신이 난 상태였다.
[홀리몰리ㅡㅡㅡ!!]마치 약에 취한 것처럼, 술이라도 마시고 운전대를 잡은 것처럼 차를 달린다.
[갓, 블레스, 아메리카아아아ㅡㅡㅡㅡ!]그냥 앞으로 달려나갔다면 그 소리가 멀어졌을 텐데, 남자는 경찰차를 우롱하듯이 가드레일 없는 도로를 그대로 U턴하며 거꾸로 돌아오면서 다시 소리를 질렀다.
[블루 미티어 따운!! 따아아아아운!!!]“아, 진짜…!”
유미르는 머리를 쥐어뜯기 시작했다.
“제가 이래서 캐나다든 미국이든 겉으로 히어로 활동하기 싫었단 거예요…!”
“왜? 팬들이 저렇게 열광하는데.”
“팬들이 아니라, 훌리건이잖아요!”
결국 유미르가 튕겨올라오듯 몸을 일으키며 폭주하는 남자를 삿대질했다.
“이능력자 월드컵에 청혜성이 나오지 못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저렇게 열광하면서 미쳐 날뛰는 게 말이나 돼요?!”
“훌리건은 그럴 수 있어.”
“그게 어디 한두 명이 아니잖아요!!”
“아메리카에서 미식축구보다도 더 인기 있는 게 이능력자 대결이니까, 당연히 그럴 수 있지.”
아메리카는 마약으로부터 해방되었다.
하지만 마약 대신, 전국민이 다른 곳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올해 월드컵, 잘만하면 아메리카가 처음으로 동아시아를 넘어 볼 수 있는 타이밍이잖아.”
“아, 진짜…!”
캐나다에서 아이스하키보다도, 미국에서 미식축구보다도, 쿠바의 야구보다도, 아르헨티나의 축구보다도 더 사람들이 열광하고 진심인 게 ‘이능력 대전’이다.
“어디 뭐 물건 때려부수고 그런 것도 아니고, 그냥 다들 ‘E-스포츠’에 진심일 뿐이야.”
“이능력 스포츠잖아요.”
“한국에서는 그걸 두고 E스포츠라고 부르지.”
Ex-Force Sports.
기자들이 아니라면 그냥 다들 ‘이스포츠’라고 부르는 편이기는 하지만, 공식 명칭은 그러하다.
“유미르. 내가 만약 네 마력을 가지고 이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나는 라이오넬 메르시의 길을 걸었을 거야.”
“그건 또 누구예요?”
“있어. …그러고보니 월드컵이라. 우승은 했을라나 모르겠네.”
이능력의 시대, 사람들은 더 이상 공놀이에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되었다.
설령 공을 가지고 스포츠를 하더라도, 일반인이 아니라 이능력자가 나서는 스포츠에 더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내가 미국인이라면.”
모든 것은.
“한국인을 이능력 대결, ‘게임’으로 꺾어서 국가 자부심을 고취하겠어.”
E스포츠 종주국, 한국을 꺾기 위해서.
“그러면 아메리카의 진정한 영웅이 될 테니까. 저거 봐봐.”
끼이익.
차가 멈춘다.
연료가 퍼진 건지, 아니면 과도한 폭주로 현타가 온 건지, 폭주하던 남자는 밖으로 무언가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훌레이ㅡㅡㅡ!!”
그의 손에는 별이 99개가 박힌 미합중국의 국기가 펄릭이고 있었다.
“우리, 예선전에서 일본 떡 바를 수 있다!! 블루 미티어!! 푸른 혜성, 따아아아아운!!”
“아…. 진짜…!”
“고개를 들어, 유미르. 아메리카 전체가 이능력 대전에 빠지게 된 건 네 잘못이 아니야. 너는 잘못한 게 없어.”
잘못한 건 이 세상을 이렇게 만든 환의 의지, 작가놈이다.
“하하하! 일본을 꺾고, 본선에 가서 한국을 이길 거야! 우리 히어로들이! 아메리카의 자존심을 위해서!! 아하하하!!”
폭주하던 남자는 경찰에 잡히면서도 끝까지 웃었다.
“유미르. 저게 평화로운 거냐고 물었지? 나는 평화로운 편이라고 생각해.”
적어도.
“총기 사고에 마약 중독에 인종차별이 가득한 세상보다는, 그냥 스포츠에 진심으로 미친 나라가 오프라인에서는 훨씬 평화로운 법이니까.”
전쟁은, 아메리카에 없다.
한국은 이스포츠 종주국이다.
협곡도, 하나무라도, 밀베도 모두 한국이 그 정점을 차지했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 속 ‘게임’의 이야기.
대격변으로 변한 세상에서는 조금 다르다.
한국은 ‘엑스포스’ 스포츠, 그러니까 이능력 스포츠의 종주국이다.
로마 시대에 콜로세움에서 검투사들이 싸우던 것이 귀족과 평민들의 인기를 끌었던 것처럼.
링 위에서 글러브 하나만 끼고 올라 상대를 주먹으로 쓰러뜨리는 대결이 많은 이들이 환호하는 것처럼.
남들은 살인기술이니 뭐니 폄하를 하지만, 그 기술로 상대를 쓰러뜨려 이기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열광한다.
그리고 대격변이 일어난 이 세상, 아메리카는 그런 이능력 대결에 열광했다.
이능력 대결, 미식축구보다도 더 거칠다!
이능력 대결, UFC보다도 안전하다!
이능력 대결, 그 어떤 스포츠와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화려하다!
누군가는 이야기한다.
-나에게 엑스포스는 살인이다.
혹자는 그걸 미친 소리라고 말하고, 정신이 이상한 녀석이라고 말하고, 사람들은 그걸 광인의 헛소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그만큼 그것에 과몰입했다는 것과 같다.
아메리카의 모두가 이능력 대결, 본토에서 규정하는 ‘엑스포츠’는 문화이며, 자존심이며, 국력이다.
-오 마이 갓! 럭키 세븐!!
익숙하게 들리는 영어지만, 내 눈 앞 TV 속에서 펼쳐지는 장면은 레슬링장 위에서 타이츠와 빤스만 입은 남자들의 대결이 아니다.
“유 인턴. 네 출신국 이능력자, ‘메이플 마스터’가 이기고 있는데. 관심 없어?”
“몰라요.”
호텔에 들어와 TV를 보며 쉬고 있는데도, 유미르는 TV를 외면하고 있다.
-썬더 콜! 블리자드 스톰! 메이지, 반격에 나섭니다!!
“저는 저런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행위에는 관심 없어요.”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성행위에는 관심이 많으면서.”
“윽!”
내가 한 말이 아니다.
마나를 회복하고 육신을 다시 구성한 천주연의 말이다.
“내 관점에서 보면 말이지, 섹스나 스포츠나 다를 바 없는 거라고.”
“저기, 이사님? 단어 표현을 좀….”
“뭐? 내가 뭐 야한 소리라도 했어? 한국 사람 다 됐네. 유럽이랑 미국에서 1년 넘게 산 나보다 어떻게 더 보수적이니?”
그래서 더 무섭다.
“내가 도깨비랑 만난 시간보다 더 짧으면서, 정작 나보다 더 많이 사랑을 나누신 유 인턴이 말이야.”
“부, 부끄러운 건 부끄러운 거거든요?”
“새삼스럽게 되게 부끄러워하네. 듣던 거랑 다른걸. 역시 둘의 조언대로 어떻게 셋이서 한 번 같이 해야 하나? 알몸의 교류를?”
“어, 음, 도와주실 건가요…?”
“음, 글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