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511)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511화(507/668)
도철 천주연에게 있어 성행위는 육체 대련과 다를 바가 없다.
“나는 그런 걸 하는 것도 좋지만, 도깨비랑 게임 한 판 뜨는 게 더 좋던데?”
“…게임이요? 아, 혹시 ‘께임’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게임은 게임이지. 유 인턴, 한국에 있을 때 콘솔 게임 안 했어? 도 과장, 애 게임도 안 가르쳐주고 뭘 한 거야?”
“술게임은 몇 개 좀 알려줬는데.”
“아하. 음…게임 별로 안 좋아하나보구나? 아쉽네.”
유미르가 둘이 있을 때는 좋아하지만 낯선 사람이 있거나 다른 사람들이 있을 때는 몹시 부끄러워하는 그건, 천주연에게는 그냥 육체적으로 화끈하게 대련하는 것과 비슷하게 몸을 쓰면서 기분은 기분대로 좋아지는 것일 뿐이다.
“유 인턴. 다른 애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나한테는 세 가지가 내게 가장 재미있는 거야. 이능력. 애니. 게임. 그리고 그 다음이 도 과장이 가르쳐준 ‘침대 위의 스포츠’지.”
“어, 어음….”
“너한테는 그게 첫 번째고, 다른 둘에게도 그게 비슷한 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조금 달라. 그냥 놀이기구 타는 거랑 비슷할 뿐이야. 그리고 사람이 매일매일 놀이기구를 탈 수는 없잖아. 안 그래?”
“이해했어요. 주연 언니는 저랑 무척 다르네요….”
“그러게. 죽은 뒤에 경험해봐서 그런 걸까. 막 살아있었을 때 해봤으면 아마 지금쯤 께임이 제 1의 취미가 되었을지도 모르지.”
천주연은 키득거리며 내 머리 위에 몸을 묻었다.
“그래도 도깨비가 하고 싶다고 하면 해줄 거기는 하지만.”
“본인도 하고 싶다고 하면서 나 유혹할 때가 있지 않나?”
“남들처럼 매일매일 하는 건 아니고, 그냥 놀이공원 가는 느낌으로 부탁하는 거잖아? 어떻게, 나도 매일매일 타줘? 원해?”
“…뭐, 주말에 한 번 놀러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
나는 내 턱을 쓰다듬는 천주연의 손을 잡아, 그녀의 마력 상태를 확인했다.
“당분간은 너도 요양을 좀 해야 할 것 같은데. 마나가 많이 줄었다.”
“알아. 안 그래도 둘한테 이야기를 좀 하려고 했어.”
천주연의 마나는 상당히 많이 닳았다.
내가 폭탄을 옮기면서 그녀의 마나를 쓴 것도 있지만, 암타의 악마를 처치하는데 그녀가 제법 많은 마나를 사용한 것도 큰 몫을 차지했다.
“내가 내 이복동생을 여자로 만든 악마를 처리하느라 좀 흥분해서 날뛰었거든? 그간 구상만 하던 이능력도 써보고, 도깨비 이능력도 몇 개 빌려보고…후후.”
“아, 혹시 그 뭐냐, ‘배틀정키’인가 뭔가 하는 그런 부류예요?”
“응? 아니야, 그런 거. 내가 뭐 배틀덕후인 줄 아니. 나는 그냥 오랜만에 날뛰는 거, 전력을 다했을 뿐이야.”
이런 걸 보면 간부마다 경향이 참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현세린이나 윤혜라가 힘을 조절하는 타입이라면, 의외로 천주연은 화끈하게 마력을 때려붓는 타입이니까.
만약 태국에 윤혜라가 아니라 천주연을 데려갔다면, 그녀는 태국에서 첫 섬을 습격하자마자 바로 뻗어서 리타이어했을지도 모른다.
마나는 많지만, 그만큼 마나를 펑펑 쓰는 걸 조절하지 않는 성향이니까.
“오랜만에 나로 날뛸 수 있어서 좋았어. 도깨비 몸을 빌리는 걸 넘어서, 내 모습으로 내 발전한 이능력을 마음껏 쓸 수 있었다니. 흐흥, 그게 야스지. 별 거 있어?”
“제, 제발요….”
“아아, 그래. 알았어. 농담도 못하겠네.”
이번에도 마찬가지.
“그런데 그 바람에 마나를…생각보다 좀 더 많이 썼단 말이지. 하하…. 그런데 아직 임무 안 끝났으니까, 너희 둘에게 좀 부탁을 해야겠어.”
“임무가 안 끝나요?”
“아직 일본에서 할 일이 남았거든. 내 동생 일도 일이지만, 원래는 일본에서 만나기로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야? 찾을 물건도 있고.”
“…마나골드?”
“그래.”
천주연은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오사카 코믹마켓 끝나면 만나기로 했는데, 아마 지금쯤 호텔에서 멍하니 대기만 하고 있을 걸.”
“누구 말씀하시는 거예요?”
“데스몬드 페이그린.”
“…아.”
유미르는 손뼉을 치며 깜짝 놀랐다.
“피닉스의 깃털 판매하신 분?!”
“그래. 그 사람, 미리 오사카에 가 있었어.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워낙 큰 일이 있어서, 잠시 잊고 있었어요.”
얼마 전의 일이지만, 까먹었을 수도 있다.
기억에는 우선 순위라는 게 있고, 그 우선 순위는 이번에 TS 테러 사건에 집중되어야만 했으니까.
“혹시 TS 당하시거나 그런 건 아니죠?”
“아니야. 안전하다고 해. 오사카 시내에 있던 게 아니라, 바이어들이랑 같이 골프치러 오사카 근교로 나갔다고 했으니까.”
다행히 데스몬드는 손녀 대신 히로인으로 변하지 않았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수상할 정도로 TS 히로인에 진심인 이들이 이 세상을 관측하고 있다면 노인 또한 히로인이 되기를 바랐겠지만, 그는 오사카에 물폭탄 테러가 일어난 순간에도 열심히 7번 아이언을 닦고 있었다고 방금 소식을 들었다.
그런 그에게 물어봐도 똑같은 답이 나오리라.
골프의 황제와 직접 골프를 칠 것인가, 아니면 이능력 월드컵 결승전을 VVVIP 관중석에서 볼 것인가.
당연히 후자를 선택하리라.
그만큼 아메리카 사람들은 이스포츠에 진심인 사람들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유미르. 네가 이해하기 쉽게 비유를 할게. 너랑 백설희랑 나랑 셋이서 침대 위에서 뒹굴기로 했어.”
“네네.”
유미르가 자세를 바로잡는다.
조금 전까지는 무슨 아버지가 바둑 TV를 틀고 있는 걸 옆에서 가만히 앉아있던 것처럼 굴더니, 갑자기 외부입력으로 플레이스위치박스를 켜고 리모콘 대신 컨트롤러를 잡는 걸 본 아이처럼 눈을 빛낸다.
“너 1시간, 설희 1시간, 그리고 나중에 셋이 같이 1시간. 대충 이렇게 타임을 잡아뒀는데, 설희가 빌런이랑 싸우다가 크게 다친 거야. 그래서 침대 위에서 운동이 아니라 요양을 하게 된 거지.”
“아아….”
“그렇게 되었다면, 너는 어떤 기분이 들까?”
“솔직하게 말해도 돼요?”
“물론.”
“음.”
유미르는 천주연의 눈치를 잠시 보더니, 정말로 진지한 목소리로 답했다.
“다친 건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제 입장에서 이기적으로 생각하면 개꿀인데요.”
“바로 그거야. 지금 아메리카가 일본에서 일어난 TS 사태를 바라보는 관점이 그래.”
“월드컵 대결에서 청혜성이 안 나온다? 이길 확률이 더 늘어나는 거지.”
“…그렇다고 그렇게 대놓고 차를 마구 달리면서 기뻐하는 건 조금.”
“그래서 경찰들이 잡아갔잖아. 아마 훈방 조치 내릴걸. ‘아무리 기뻐도 그렇게 소란스럽게 하면 곤란하지 않느냐’라면서.”
유미르가 애국 행위에 진심인 만큼.
이 나라는 엑스포츠에 진심이다.
“예선전에 같은 조로 편성된 일본의 S급 한 명이 공식 대회에 불참을 선언했어. 아메리카로서는 지금 미치고 팔짝 뛰는 거야. 좋아서. 현관에 들어오자마자 신발 벗고 맨발로 탭탠스를 추고 싶을 정도로.”
“어, 으음….”
“청혜성의 결장 선언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일본이야. 백설희는 임신은퇴를 선언했고, 사실상 광익공 다음 가는 2위 자리를 노려볼 수 있는 자가 청혜성이었다고.”
준우승이 우승이나 마찬가지인 대회.
“아메리카가 만약 일본을 꺾고 이능력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다면, 그건….”
“마치.”
유미르는 깨달음을 얻은 듯한 눈으로 입을 열었다.
“설희 언니가 임신 후기가 되어서, 과격하게 몸을 쓰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과 같겠군요…!”
“…….”
“그리고 결국 설희 언니의 날에는 제가 대신 침대 위에서 선생님과 스포츠 대결을 하는! 아아, 그런 거군요, 선생님!!”
“도 과장.”
천주연이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모로 가도 부산으로만 가면 장땡이잖아. 그렇지?”
“…….”
이해했다면, 다행이다.
“캐나다인이자 아메리카 연방의 사람에게 할 말은 아니지만, 지구 상에 가장 넓은 국토를 자랑하는 게 아메리카지.”
미국은 넓다.
“좌우로 가장 긴 건 러시아지만, 위아래로 가장 긴 건 아메리카잖아. 북극에서 남극까지.”
그냥 아메리카 자체도 넓은 편이지만, 미국은 정말 ‘대륙’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넓다.
“주요 거점 도시는 대격변 이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지만.”
미국의 주요 도시는 해안가를 따라 성장했고,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며 점차 내륙에도 도시가 생겼다.
“뉴욕도, LA도, 워싱턴도 모두 대격변 이전과 비교하면 인구가 배로 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우리가 흔히 미국의 도시하면 떠오르는 곳은 대부분 미국 동부나 서부, 해안가에 만들어진 도시.
“살기 좋은 곳이고, 인프라가 갖춰져있고, 가장 치안이 안정된 곳이니까. 무엇보다도 외국에서 넘어온 이들이 많이 머무르게 된 것도 있고.”
인간은 상대적으로 살기 좋은 곳에 터를 잡고 살지만.
“이능력자는 조금 달라. 그들은 아무 곳에나 살아도 되지. 예를 들어, 우리가 지금 도착한 이곳 로키 산맥이라거나.”
수천 미터 높이의 산 위에서 살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오대호 한복판에 두둥실 떠다녀도, 화산 꼭대기에 살아도 죽지만 않고 자기가 만족하고 살 수 있다면 일단 살아갈 수는 있잖아. 원시인처럼 살든.”
산꼭대기에 살아도 정상에서 산 아래까지 간단하게 산보를 하면 내려올 수 있다.
“인간은 몰라도, 이능력자는 자연환경에 구애를 받지 않아. 몸과 마나만 있으면, 어디에서든 살 수 있지.”
그래서 이능력자는 살아가는데 꼭 인간들의 도시에서 살 필요는 없다.
“만약 도시에서 산다면 그건 이능력자가 도시에 있기를 바라는 누군가의 간절한 염원 때문이겠지.”
그건 부류의 이능력자를 우리는 히어로라고 부른다.
“이능력자가, 히어로가 도시에서 살면서 자신을 지켜주기를 바라는 거야.”
뉴욕에 친절한 이웃을 모방하는 히어로들이 있고, 맨해튼에 아메리카를 지키는 신이 있는 것처럼, 히어로들은 저마다 각자의 도시를 지키고 있다.
“질문. 그럼 빌런의 주요 거주지는?”
그렇다면 빌런은 어디에서 살아갈까.
“1번. 가장 치안이 취약한 도시 하나로 모인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히어로를 제거하거나 악으로 물들인다.”
범죄도시를 만들고 히어로를 타락시키기 위해 어느 한 도시에 모여들까?
“2번. 유명 히어로를 꺾기 위해 그 히어로가 있는 도시로 찾아간다.”
아니면 히어로와 싸우고 말썽을 일으키기 위해 각 도시에서 숨어지낼까?
“이게 무슨 고등학생들 일진 무리 패싸움도 아니고, 히어로든 빌런이든 그 어린 나이의 애들이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었지. 이능력이 A급이라도, 다들 ‘틴’이었는걸.”
한 가지 생각해봐야할 건, 히어로든 빌런이든 아무리 나이가 많아봐야 현재 2025년 기준으로 00년생 12월 출생도 25살이라는 것.
“내가 10년전으로 돌아가도 15살 즈음이야. 걔가 뭐 비전이 있어서 빌런 행동을 하겠어, 아니면 사명감을 가지고 히어로로 활동하겠어? 그냥 주변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이능력자일 뿐이었지.”
편의성 25살이지만, 현실의 기준이나 대격변 이전의 한국 나이로 생각하면 26살이다.
그런 어린 아이들이 아메리카가 통합되고 더 이상 빌런이라고 부를만한 자가 없어진 2020년까지 빌런 행위를 해봤자 얼마나 했겠는가.
-잘했다, 나의 아들. 그렇게 하면 된다.
많이 했다.
“세상은 그런 아이들을 ‘악’으로 써먹었어.”
자라나는 아이들을 무기로 써먹자는 범죄 조직은 정말 많았고, 그런 이야기는 마피아 수장들도 어렸을 때 보고 자랐을 정도로 미국에 차고 넘쳤다.
-슈퍼 히어로 코믹스들은 당장 모두 회수하여 소각해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쓰여진 이야기가 지금 빌런들의 교과서로 쓰이고 있어요! 내 만화는 그런 불쾌한 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란 말입니다!
-우주 생명체의 절반을 소멸시키는 악당이 학습지나 훔치다가 경찰에 잡혀가는 시대로 되돌리더라도, 검열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라고, 아메리카도 혼란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 혼란은 어느 ‘신’에 의해 평정되었지.”
뒷 세계를 지배하고.
아메리카 전역의 빌런을 하나로 규합하고.
혼자서 이 세상의 빌런들을 모두 통제하며.
나아가서는 미합중국의 정치권과 합의를 이끌어내고.
다른 나라의 빌런들을 제압하고 히어로들을 설득하여, 미국 대통령이 아메리카 연방의 대표이자 진정한 대통령으로 올라가게 했다.
“신은 아메리카에 존재하고, 그 자는 미국의 이능력자다.”
그게 내가 빙의하기도 전에 이미 바뀌어버린 이곳의 현실.
“정정. 아메리카의 이능력자다.”
내가 굳이 미국이 아니라 ‘아메리카’라고 부르는 것도 다 이런 이유에 있다.
“‘Made a Great America’. Make가 아니라 Made. 이미 만들어버렸지. 아메리카 연방을.”
이 세상의 미국은 미국이 아니다.
“마약을 없애고, 건강보험을 확대하고, 총기사고를 극한으로 줄이고, 인종차별과 사회불평등마저도 해가 갈수록 점차 줄여나가는 인류의 밀레니엄 유토피아.”
굳이 지칭을 하자면, ‘그레이트 아메리카’라고 하는 게 옳겠지.
“이능력 세계 최강국인 ‘한국’만 아니었으면, 마땅히 지구 최고 문명국가라고 할 수 있는 나라.”
한국만 아니라면, 캐나다부터 칠레까지 북미와 남미가 하나로 뭉쳐 ‘아메리카’가 지구의 패권을 차지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