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512)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512화(508/668)
“그리고 그 뒤에는 결사가 있어.”
차를 마저 몰아, 목적지에 도착했다.
“여기가 바로 결사의 본거지. 로키 산맥의 중심, 콜로라도에 있는 ‘피닉스 하우스’다.”
“…왜 피닉스?”
유미르는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주변을 가리켰다.
“아무것도 없는 황야인데요. 아, 혹시 게리맨더링 할 때 그것처럼, 피닉스를 닮아서 그런 건가요?”
“아니. 히어로 피닉스가 이 땅을 마련해줬거든. 이름은 ‘피닉스 시티’야.”
“…피닉스가요?”
“그래. 자세한 건 우리 결사, ‘컴퍼니’의 기반에 관한 설명부터 하고 넘어가야 하는데….”
나는 황야를 향해 결사워치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런 건 어차피 나도 직접 경험하지 못한 옛날 이야기니까, 넘어가자고.”
“뭔가 중요한 이야기 아니었어요?”
“중요한 이야기지만, 지금 이곳의 아래에 결사의 아지트가 있다는 게 중요하지.”
“…지하 벙커?”
“정답. 정확히는 지하에 마련된 대규모 쉘터 같은 거지만.”
지하 몇 층 규모라거나, 몇 만 명이 들어올 수 있는 설비라거나 그런 걸 말해봐야 크게 와닿지 않는다.
규모?
영화를 자주 보는 사람들에게 묘사를 하자면, 외계인 침공으로부터 지구 멸망에 대비하여 미국 펜타곤에서 극비리에 마련한 인류 최후의 시설 정도로 묘사할 수 있으리라.
형태?
모바일 게임을 자주 하는 사람들에게는, 간혹 광고에서 주로 나오는 어디 무인도에서 연장 하나로 지하에 만들어진 거대 쉘터라고 설명할 수 있으리라.
설비?
소설을 자주 읽는 이들에게는, 아포칼립스 물에서 완결 직전이거나 완결 이후 에필로그에서 희망을 주는 방식으로서 ‘국가에서 미리 대비하여 만들었지만 그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않은 VVIP용 쉘터’라고 할 수 있으리라.
뭐.
“이 피닉스 시티는 이 시대의 모든 기술력과 이능력이 총집합되어 만들어진, 최소한 1세기 앞선 문명의 총아라고 할 수 있지.”
한 마디로, 쩐다.
“바깥은 이능력판타지의 세상이라면, 이 피닉스 시티는 SF물 지하미래도시 비슷한 거라고 할 수 있지.”
“누가 누렁이 아니랄까 봐 말 하는 거 딱 소설스럽게 이야기하기는. 무슨 SF야? 그냥 지하도시지.”
“…….”
이건, 내가 화를 내도 되는 부분이다.
“도철. 선을 넘지 마라.”
“왜? 누렁이라는 말이 거슬…렸어?”
“누렁이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니다. 이 지하도시를 두고 그런 감상을 보이는 것 자체가 문제다.”
나는 누렁이다.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마구 퍼먹는 누렁이다.
그런 누렁이이기에, 눈 앞에 펼쳐진 지하도시가 얼마나 굉장한 것인지 잘 알고 있다.
“이걸 처음 보는 사람을 두고 꼭 그런 소리를 하면서 초를 쳐야겠나? 모처럼 결사의 본거지에 처음 온 손님에게.”
“……그건 좀 그렇네. 사과할게. 나한테는 이곳이 ‘집’ 같은 곳이라서.”
“아녜요. 괜찮아요. 아직 눈으로 보지 못했으니까.”
유미르는 주먹을 움켜쥐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럼…들어가시죠.”
“그래.”
투ㅡㅡ웅.
우리의 앞에 원통의 무언가가 튀어나오더니, 곧 사람 셋 정도는 거뜬히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열렸다.
“엘레베이터예요?”
“그렇지. 인증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엘레베이터다.”
“애초에 지하에서 올려다보내주지 않으면 올라오지도 않는걸. 아, 과장님. 얼굴.”
“음….”
딱히 써야 할 필요가 있겠나싶지만, 나는 가면을 눌러 썼다.
[도철. 이거 타면 우리가 어디로 갈지 모르나?]“당연히 피닉스 시티 입구….”
[틀렸다.]나도 지금을 기대한 만큼, ‘그녀’ 또한 지금을 기대하고 있었을 것이다.
정확히는 내가 유미르에 의해 캐나다로 날아온 순간, ‘어차피 아메리카에 온 김에 들러서 얼굴이라도 보겠다’라고 연락을 넣은 순간.
우리가 피닉스 시티 위로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겠지.
[회장실 직통 게이트다.]“…아니, 잠깐만. 우리 간부들에게도 이렇게까지는 안 해주는데.”
[나니까.]“와, 너무 편애하는 거 아니야? 아니면…유미르도 보고 싶어서 그런 건가?”
[전혀.]나를 보고 싶어서 그런 것뿐.
나도 마찬가지다.
[타지.]엘레베이터에 올라탄 순간.
문이 다시 닫히더니 번쩍, 하는 빛이 반짝였다.
“…어?”
[역시 유미르. 바로 직감했군.]“공간, 이동…?”
끼이익.
문이 열렸다.
원통의 바깥은 붉은 융단이 바닥에 쭉 깔린, 마치 유럽 왕국의 궁전 속 홀과도 같았다.
“어서와.”
그리고 그 붉은 카펫의 끝, 금빛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옥좌에 한 여인이 다리를 꼰 채 앉아있었다.
“나의 아메리카에.”
“우선 고맙다고 해둘게, 유미르 양. 그동안 멀리서도 맛있게 잘 먹었어. 백금의 정화자.”
“…그걸 어떻게.”
“신은 아메리카에 있고, 그건 나야. 신이 모르는 게 있을 것 같아? 후후후.”
그녀는, 손가락을 교차하며 여유롭게 웃었다.
“네 애국 쩔더라.”
“…네?”
“결론부터,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하자면.”
총수는 나를 한 번 눈으로 가리킨 뒤, 천주연과 유미르를 가볍게 훑었다.
“도깨비가 했던 모든 애국행위, 내가 전부 이능력 VR 간접 경험으로 다 느껴봤다는 거야. 도깨비의 파트너로서.”
“어, 어어….”
“대단해, 유미르 씨.”
짝, 짝, 짝.
“마력으로 투명화 방음 결계를 만들고 야외에서 첫경험이라니. 내가 간접적으로 경험한 첫경험 중 최고였어.”
아무리 신이라고 해도.
아무리 전지전능의 존재라고 해도.
아무리 세계 최강의 이능력자라고 해도.
‘여자’로 태어난 이상, 한 가지 감정은 억누를 수 없다.
질투.
자신보다 더 어린 여자에 대한, 연령에 대한 질투.
자신보다 더 예쁜 여자에 대한, 미모에 대한 질투.
겉으로는 아닌 척하지만, 속으로는 여러 가지 생각하면서 속내를 숨기는 게 여자다.
총수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총수라고 한들, 아무리 내가 그녀에게 충성을 맹세했다고 한들.
자기 남자가 아무 여자나 막 안고 다니는 데 좋게 생각할 여자는 아무도 없다.
그런 건 여자가 아니다.
그렇다면 총수는 지금까지 왜 내가 다른 여자를 품고 다니는 걸 그냥 놔뒀느냐.
백설희도 그렇고, 유미르도 그렇고, 다른 S급들을 내가 마구 품고 다니는 걸 왜 그냥 지켜보고 허락을 했느냐?
단순히 그게 결사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서?
그들을 미남계로 내게 엮이게 만드는 것이 대승적으로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서?
우리 결사가 해그늘을 무너뜨리고 한국을 지배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하는 일이라서?
그도 아니면 총수의 취향이 소위 ‘네토라세’과 같은 거라, 내 남자가 다른 여자랑 하는 걸 관음하면서 흥분하는 그런 변태라서?
혹은, 이미 자신의 뱃속에는 나의 아이가 깃들어있으므로? 그 어떤 누가 오더라도 아이를 제대로 낳기만 한다면, 자신이 낳은 아이가 도지환의 첫 아이가 되기 때문에?
이런저런 이유가 다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질투가 나지 않는 이유’가 있다면 이게 한 가지 이유가 된다.
“어, 그러니까….”
“전문 용어로 ‘긴빠이’당했다는 거지.”
천주연이 옆에서 거들고 나선다.
“우리가 도깨비랑 하는 경험을 총수님께서는 간접적으로 체험하실 수 있으셔. 마나 클라우드에 저장된 애국의 기억을 다운로드 하신 다음, 꿈속에서 그걸 느끼면서 만족하실 수 있지.”
“그런 걸 알고 있으면, 이번에 일본 갔을 때 좀 여러 번 하지 그랬어?”
총수는 바로 천주연을 타박했다.
“고작 한 번만이라니. 당신 일본으로 보냈을 때, 당신이 보내주는 ‘꿈’을 얼마나 기대했는데.”
“한 번 진하게 해드렸잖아요?”
“한 번만이잖아. 최소한 다른 애들처럼 매일매일은 아니더라도, 사나흘에 한 번 정도는 하란 말이야.”
“그런 건 저기 한 살이라도 더 어린 애들한테 부탁하세요. 궁기나 도올한테.”
“앗, 설마….”
유미르가 무언가를 눈치챈 듯, 눈을 깜빡이며 내게로 시선을 돌렸다.
“혜라 언니나 세린 언니가 한국에서 머무르면서 선생님 근처에 자주 활동을 했던 게, 그 언니들이 가장 적극적이어서 그랬던 거였어요?”
“정답이야, 백금태양.”
의자에 앉아있던 총수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약하기는 해도, 그들의 모든 경험은 꿈을 통해서 내게 전해지지. 우리 결사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너나 백설희, 그리고 다른 여자들도 마찬가지고.”
“어떻게 그런…?”
“도깨비에게 내가 금제를 하나 걸어뒀거든.”
총수는 손가락으로 허공을 가볍게 휘저었다.
“여자랑 할 때, 상대가 이능력자면 그 이능력자와 한 행위의 모든 과정이 영상처럼 몸에 저장되도록.”
“유 인턴, 게임 좋아해? 그럼 혹시 ‘세이브 데이터’랑 ‘자동 저장’이라는 기능에 대해서 알아?”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여기까지 듣기만 해도 대충 알겠어요.”
유미르는 총수의 앞으로 다가가, 총수와 얼굴을 마주했다.
“이능력으로 제가 했던 모든 애국의 경험을 멋대로 가져갔다는 거죠? 이거, 불법 다운로드라고 해야 하나?”
“내 남자를 이용한 것에 대한 대가를 지불한 거라고 생각해주면 고맙겠는데?”
“제가 선생님을 이용하기는 했지만, 이용한 경험까지 다른 사람에게 공유할 생각은 없었는데요?”
“하지만 다른 사람과 내 남자를 공유할 생각은 있잖아. 그렇지?”
“으윽….”
역시 총수다.
아무리 유미르가 기를 날카롭게 세우며 앞으로 나선다고 해도, 이미 유미르에 관해 모든 파악을 마쳐놓은 상태였다.
“네가 지금까지 결사에 발을 걸치겠다는 그 애매모호한 포지션을 고집하면서도 도깨비의 옆에 있을 수 있었던 건, 전부 네가 애국주의자였기 때문이야.”
“윽….”
“나 대신 네가 정말 열심히 애국해준 덕분에, 네가 애국 영상을 다른 이들보다 몇 배는 더 많이 보급해준 덕분에, 나의 ‘애국허브’는 지금 자료가 막 넘쳐흐르거든.”
“…….”
유미르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다.
수치스러워하는 것 같기도 하고, 화가 난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능글맞게 웃는 총수를 향해 뭐라고 화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이 상황이 짜증이 나는 것 같기도 하다.
“…저작권료.”
“응?”
“저작권료라도 내놔요!!”
유미르가 총수를 향해 손을 뻗으며 소리쳤다.
“그쪽이 멋대로 이용했든 말든, 선생님이랑 한 모든 애국 행위는 저의 개인 창작물이에요! 몰카 찍힌 거나 마찬가지지만, 최소한 창작자로서 저작권료라도 받아야겠어요!”
“내가 뭐 어디 상업용으로 판매를 한 것도 아니고, 나 혼자 그냥 자급자족한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