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516)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516화(512/668)
유미르도 그렇고, 가만히 듣고 있던 천주연과 성지은도 진지하게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 이유는, 도깨비의 유전자가 월등하기 때문이에요.”
“유전자가…?”
“도깨비는 말이죠….”
총수는 목소리를 낮추며.
“도깨비의 유전자로 태어나는 아이는 모체의 등급을 그대로 물려받는다. 뭐 그렇게 생각하시면 돼요.”
“……?”
유미르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동시에 다른 둘 또한 표정이 굳어가기 시작했다.
“…농담 아니셨습니까?”
“총수님. 그거, 진담이십니까?”
“저는 이거 관련해서 농담한 적 없는데.”
총수는 진지하다.
“농담이 아니니까 제가 제일 먼저 낳아서 확인해보려는 거예요.”
“…에이, 설마.”
“SSS급, 아니 EX급 이능력자가 낳는 도깨비의 자식은 과연 어떠한 존재인가. 물론 사랑으로 낳는 것도 있지만, 도깨비의 자식은 과연 어떤 이능력을 가지고 태어날 것인가. 그게 신경이 쓰이는 것도 사실이죠.”
정말로 진지하기에,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태어날 아이가 무조건, 확정적으로 모체의 이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 혹은 이능력이 아니라 마력의 등급까지 같이 가지고 태어난다. 그런 존재라면?”
“…미친.”
천주연이 입을 떡 벌리며 헛웃음을 흘렸다.
“그러니까, 만일 제가….아니, 제가라고 할 필요도 없이, 백설희가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는….”
“백설공주가 되는 거죠. 태어나자마자 도깨비 마나 수저 물고 태어난 S급 빙결계 이능력자.”
“…그럼 만일.”
성지은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제가 살아있다고 가정하고, 도깨비의 아이를 제가 임신해서 낳으면….”
“대지를 다루는 S급 술사가 하나 더 늘어나는 거죠. 천주연 당신의 경우라면, 남자아이면 청혜성이고 여자아이면 천주연인 셈이죠.”
“이런 미친.”
천주연이 굳은 표정으로 나를 노려봤다.
“그런 엄청난 유전자를 가지고 한국에서 그렇게 마구 뿌리고 다닌 거야?!”
“마구 뿌리지는 않았다.”
나의 유전자는 소중하니까.
“횟수는 많지만, 최대한 제한적인 곳에서만 뿌리고 다녔다.”
“그 제한된 곳이 여기랑 저기, 그리고 다른 곳 둘?”
“그, 노골적으로 제 배를 가리키시면 곤란한데….”
유미르는 얼굴을 붉히며 자세를 잡았다.
“커흠. 그러니까 선생님이….”
“방망이 마구 휘두르면서 이 세상 모든 여자에게 유전자를 뿌리면, 10개월마다 모체의 등급을 가진 이능력자가 복사되는 셈이죠.”
총수는 두 손을 위로 올려, 내 정수리를 쓰다듬었다.
“막말로 이 남자가 중국으로 가서 이런 능력이 있다고 공개를 해봐요. 그럼 중국이 어떻게 하겠어요? E급부터 S급을 전부 불러서 줄을 세운 다음, 도깨비 유전자를 몸에 각인시키겠죠?”
“……1년마다 이능력자가 두 배씩 늘어나겠군요.”
“그럼요. 그리고 어디 중국만 그러겠어요? 이건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능력자가 아닌 일반인이라면?”
총수는 확신을 하고 있다.
“모체가 일반인이어도 도깨비가 이능력자니까, 최저 보정으로 이능력자가 태어나는 거예요.”
“…일반인에게 씨를 뿌리면, 태어나는 아이는 무조건 E급이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잠깐, 머리가 어질어질한데.”
성지은은 손으로 머리를 꾹 누르며 인상을 찌푸렸다.
“언니. 언니는 알고 있었어?”
“아니, 농담인 줄 알았지. 말이나 되냐고. 낳으면 무조건 이능력자라니.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잖아.”
“그 말이 안 되는 이능력을 도깨비가 가지고 있는 거예요.”
총수는 자랑스럽다는 듯이 내 턱 아래에 손을 밀어 넣어, 자기 손으로 내 얼굴을 꽃받침으로 받쳐 들었다.
“이능력자 메이커.”
“…….”
“100만 명 중에 이능력자가 1명 태어날까 말까 한 세상에서, 100만 명에게 씨를 뿌리면 100만 명의 이능력자가 태어나는…아니죠, 아니에요. 정정할게요.”
총수는 단호한 목소리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100만 명에 더불어 플러스알파로 태어나게 하는 존재가 여기 지구상에 딱 한 명 있는데, 이걸 세상 사람들이 알면 어떻게 되겠어요?”
“저기, 플러스알파라는 건…?”
“쌍둥이나 세쌍둥이.”
“아.”
그렇다.
“쌍둥이 생기면 쌍둥이 둘 다 이능력자로 태어나는 거예요. 그것도 S급이 대충 B급 둘로 태어나는 게 아니라, S급 둘로 태어나는 거죠.”
나라는 존재에게는, 정확히는 이 도지환이라는 남자에게는 엄청난 미래의 가능성이 잠재되어있다.
“지구 전체 여자 30억 명에게 도깨비의 유전자를 뿌리면, 어머? 1년 만에 30억의 이능력자가?”
도깨비방망이로 만들어낼 수 있는 건 상상력의 실체화.
“전 세계 60억 명 중에 한 명, ‘낳으면 무조건 이능력자로 낳는’ 능력을 가진 사람 한 명 정도는 있지 않겠어요?”
그리고 상상력은 곧 힘이 되는 세상.
“도깨비에게는 모체의 이능력과 마력을 자식 세대에게 그대로 보존시켜서 넘겨주는 힘이 있다.”
이능력자를 복사하는 힘.
“그 힘을, 오직 결사만이 가지고 있는 것이야말로 이 세계를 지배하는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이죠.”
총수는, 그것을 오직 결사만이 독점할 계획이다.
“SSR 확정 가챠 티켓을 배포하는 게 좋겠어요, 아니면 우리만 가지는 게 좋겠어요?”
가챠 게임을 즐기는 건 아니지만, 확률형 뽑기 게임에서 그런 존재가 있다면 다들 ‘핵’이나 ‘치트’를 의심할 것이다.
가령, 뽑을 때마다 5성의 영웅이 매번 등장한다거나.
가령, 처음 한 번 뽑기를 했는데 0.019%의 확률을 가진 존재가 나온다거나.
-뭐, 운이 좋군.
한 번은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백설공주가 태어나자마자 옹알이로 주변에 얼음결정을….
-도깨비의 자식으로 태어난 김지우 양이 S급으로….
-윤여우 양 또한 S급으로 태어났습니다.
-쌍둥이로 태어난 태 씨 자매가 둘 다 S급으로 태어난 가운데….
그게 한 번의 미스도 없이, 연달아서 잭팟이 터진다면 그건 누구나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생각해보자.
만약 7연속 로또 1등에 당첨되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그 사람이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절대 아니다.
미래를 보는 이능력자라고 생각하거나.
혹은 전산 자료를 해킹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마련.
아니면 그 사람이 뽑는 번호가 무조건 1등이 되도록 기계를 조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지.
나에게는 그것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이능력이 있다.
이 세상에서 로또 복권 1등보다도 더 가치 있는, 이능력 수저를 물려주고 태어나게 할 수 있는 정력이 있다.
“그러니까 도깨비를 결사가 독점해야 한다는 거예요. 혹은 도깨비방망이를 저기 다른 나라에 빌려주는 대가로, 그 나라에서 엄청난 이득을 가져오거나.”
“태국처럼요?”
“비슷하죠.”
현재, 기존의 정치세력이 무너지고 새로운 이들이 자리잡기 시작한 태국에는 결사가 침투해있다.
굳이 간부들이 나서지 않아도 아래쪽 사원들이 나서서 움직여도 될 정도로, 현재 태국은 친 결사주의 세상으로 변하고 있다.
“도깨비의 아이들이 어느 권력자에 의해 전쟁병기로 이용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고, 자라는 과정에서 폭주하거나 악마가 되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죠. 무엇보다도 하나의 생명이고 자식인 만큼, 도깨비가 아이를 이용하려고 하는 걸 가만두지 않을 거고.”
“즉시 처형 대상이지.”
“그럼….”
유미르가 손을 들었다.
“총수님께서는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 도깨비의 아이를 임신한 건가요?”
“전혀.”
유미르의 날 선 질문에, 총수는 정색하며 반박했다.
“임신하기 전에는 몰랐지만, 임신하고 난 다음에 알게 되었죠.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 배 속에서 자라는 아이가 마력을 품고 태어나는데, 누가 그걸 모르겠어요.”
“하지만 다른 사람의 경우에는….”
“미래를 읽었어요. 답이 되었나요?”
총수는 결국 또다른 진실을 토해냈다.
“도깨비가 저를 임신시키고 난 뒤-”
“총수님. 이게 선후관계가 조금 다르지 않습니까?”
“제가 도깨비를 상대로 강제로 유전자를 강탈하고 난 뒤, 저는 이능력을 이용해서 미래를 봤어요. 도깨비의 유전자로 이 세상의 모든 인간이 뒤덮이는 그런 세상을.”
내용은 조금 그렇지만, 총수는 진지했다.
“인류의 모든 유전자에 도깨비의 유전자가 섞이고, 그 자식과 자식들은 도깨비를 차지하기 위해 사이좋게 공멸. 지구 멸망, 땡땡댕.”
“…뭔가 엄청 무서운 이야기를 간단하게 줄인 것 같은데, 진짜예요?”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죠. 다가올 수도 있는 미래 중 하나. 그중에는….”
총수가 슬쩍 고개를 들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꼭 끌어안았고, 총수는 잠시 눈을 감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뭐, 도깨비를 두고 치정극을 벌이다가 네 간부가 사이좋게 공멸해서 지구 멸망한다거나 그런 경우도 있고.”
“저희가요?”
“…그건 좀.”
그건 내가 생각해도 무리수라고 생각한다.
네 간부가 도깨비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서로 싸우다가 화산에 폭풍에 홍수에 지진을 일으킨다?
차라리 넷이 사이좋게 내 사지를 붙잡은 채로 도깨비를 나누어 먹는다면 그게 더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다.
실제로 그랬고.
“도깨비가 성욕에 눈이 돌아가서 이능력자란 이능력자는 다 건드리는 바람에, 졸지에 자기 여자친구나 와이프까지 당한 모든 NTR 피해자들이 도깨비를 죽이려고 지구를 초토화하는 미래도 있고.”
“그건 가능성이 있겠네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물론 실제로 일어날 일은 아니고 내가 할 생각은 없지만, 내가 만약 뇌가 도깨비방망이에 달려서 이 여자 저 여자 마구 건드리고 다니는 그런 부류의 인간이었다면 분명 그런 미래도 펼쳐졌을 것이다.
“도 과장님. 그거 한번 해보실래요?”
“어…그거?”
“네. 그거 한 번 해보세요.”
“…나는 도깨비. 모든 여자의 정복자. 지금부터 내가 이 지구의 모든 여자를 약탈하여 지배하고, 정복할 것이다.”
라고, 원작에서 악마가 된 도깨비가 말했다.
좋아하던 간부, 결사의 총수, 심지어 유일한 보루 같은 존재였던 소꿉친구까지 전부 주인공에게 NTR을 당하며, 도깨비는 전 지구의 모든 여자를 빼앗겠다면서 폭주하여 1부 최종 보스가 되었다.
“너…언제 그런 말 했어? 진심이야?”
“그냥 술자리에서 장난으로 한 이야기를 총수님께서 기억하고 계셨을 뿐이다. 설마 내가 그런 말을 진짜로 했겠나.”
“맞아요. 우리의 도지환 씨는 그런 소리를 할 사람이 아녜요.”
“감사합니다, 총수님.”
총수가 내 편을 들어주는 게 정말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다.
이것이 행복 아닐까.
세상이 억까하더라도 누군가 한 명은 반드시 내 편을 들어주리라는 것.
그게 나를 그 어떤 것보다도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여자라는 것, 그런 존재가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
이런 존재가 있기에, 내가 이 세상에서 도깨비로 존재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럼 지금까지 도깨비가 가진 가치에 관해서 이야기는 얼추 다 이해하신 것 같고, 그러면 그런 도깨비를 한반도의 기둥으로 만들기 프로젝트를 이야기하려고 하는데.”
총수는 유미르를 가리켰다.
“핵심은 그거예요. 도깨비의 이능력을 우리만 꿀 빨고, 우리에게 호의적인 존재만 그 나라의 S급으로 남겨두자. 그리고 태어나는 도깨비의 아이들로 그 나라를 지배하자.”
“어….”
“그걸 위해서, 도지환이라는 남자를 먼저 한국으로 보냈죠. 아카데미에 침투하도록.”
총수는 자기 허리를 안고 있던 내 팔을 풀어낸 뒤, 앞으로 쑥 몸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