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518)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518화(514/668)
나는 나의 도깨비방망이로, 순애를 하렘으로 드리프트 시켜버리고 말았다.
한때 순애파였던 독자로서는, 중혼은커녕 다른 여자 만나는 불륜이 이혼 사유가 되는 나라에서 살던 나로서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세계에 빙의한 도깨비인데, 빌런으로 살 건데 딱히 관계없지 않나?
빌런의 길을 걷기로 하며, 이 세계에서 현실에서 하지 못하는 온갖 것들을 해보기로 한 나는.
-하렘? 까짓거, 한 번 해보지.
결국, 하렘이라는 걸 받아들이게 되었다.
솔직히.
남자가 되어서, 여자 여럿 거느리는 걸 싫어할 남자는 없-
“…그렇게 우리와 함께 도깨비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을 찾던 도중에, 도깨비는 알아서 당신을 찾아낸 거예요.”
“저를 하렘의 일원으로 편입하기 위해서?”
“아뇨. 당신을 결사의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 그걸 결사의 사람이자, ‘도깨비의 하렘’으로 만들라고 지시를 내린 건 나예요.”
총수는 혼란에 빠진 유미르의 고뇌를 교통정리 했다.
“물론 그걸 허락했다고 해도, 도깨비가 당신과 그렇고 그런 관계로 나아가고 싶다고 생각했으니까 애국적 관계를 맺었겠죠?”
“뭐, 그게 아니라면…조금 화가 나겠지만.”
유미르는 입술을 삐죽였으나, 크게 한 번 호흡을 가다듬으며 나를 노려봤다.
“그간 그게 아니라는 건 여러모로 증명을 해주셨으니까, 이해할게요.”
“그거예요, 유미르 씨. 이제 제 심정을 조금 알겠나요?”
“뭐…. 결사의 간부와 총수, 다섯 명을 전부 만나보고 나서 이야기를 듣게 되었으니 이해는 해요. 이해는.”
유미르에게는 뭔가 아직 해소되지 않는 의문이 남아있는 듯하다.
“궁금한 게 있어요.”
“뭐죠? 답할 수 있는 건 뭐든지 대답해드릴게요.”
“도깨비를 이용해서…결사는 어떻게 한국을 지배하려는 거죠? S급 여자들을 임신시킨 다음, 전부 미국으로 데리고 올 예정인가요?”
“전혀. 오히려 한국에서 태어나게 할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유미르 씨가 협조할 수 있게 도깨비에게 새로운 명령을 내리겠어요.”
“명령…?”
유미르가 보는 앞에서 새로운 지령이라.
왠지 등골이 더욱더 서늘해진다.
“월드컵이 열리기 전에, 다른 S급 여자 둘도 임신시키세요.”
“…….”
응?
“총수님. 제가 잘못 들었습니까?”
“아뇨. 정확하게 들었어요. 심지어 방금 머릿속으로 떠올린 두 사람도 정확히 맞췄고요.”
“그러니까….”
총수가 말하는 두 S급.
정황을 생각하면….
“유미르 씨. 당신이 생각하기에, 도깨비가 임신시켜야 하는 S급 둘은 누구?”
“도깨비가 아니라 도지환이 임신시킬 사람이겠죠.”
유미르는 나를 향해 분노보다는 체념을, 안쓰러운 동정을, 그리고-
“뇌제 김윤지, 파이어폭스 윤이선. 두 사람을 임신시켜라.”
“…….”
“그거, 제가 옆에서 도와줄 수 있을지도!”
기대감 어린, 장난기 가득한 시선을 보내며 활짝 웃었다.
“에라 모르겠다, 애국 파티다!!”
“야.”
“정답이에요, 백금태양.”
“총수님. 아니, 그, 안 그래도 백설희를 임신시켰는데, 그 둘까지 임신시키면-”
“S급 세 명이 못 나오겠네요?”
총수는 테이블에 놓여있던 책자 하나를 들었다.
“도지환 씨의 힘으로, 한국의 월드컵 출전 선수들을 전부 출전 못하게 만드는 거예요. 임신이라는 명목으로.”
“…….”
“그리고 약해진 한국 대신 이능력자 월드컵의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건, 아메리카 출신의 ‘사신수’.”
성지은과 천주연이 슬쩍 손을 들었다.
“그리고 한 명, 수수께끼의 가면남 D.”
“수수께끼 맞습니까?”
“그럼요. 이명도 이미 정했는걸요. ‘Doblin’이라고.”
“…….”
영어로, 도깨비는 ‘고블린’이라고 한다.
“도지환이 애국으로 S급 여자 히어로를 임신시켜 결장시키고, 도깨비는 도블린이라는 아메리카의 이능력자로 한국을 꺾고, 월드컵에서 실력으로 우승한다.”
총수는 명했다.
“이능력자 스포츠, 월드 챔피언십에서 아메리카가 한국을 꺾고 우승하는 거예요. 우리 결사가.”
한국은 이스포츠 종주국이다.
어느 국가든 무언가 ‘원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부류가 있다고 한다면, 한국이 어디에서 으뜸이냐고 묻는다면 세대마다 다르겠지만 젊은이들은 ‘게임’을 꼽을 것이다.
이 세계의 경우는 어떨까.
이 세상도 마찬가지다.
이스포츠는 한국의 자존심이 되었고, 한국은 언제나 이스포츠 최강국이어야 한다.
2000년 이전에는 활로 세계 스포츠를 정복했다면, 2000년 이후에는 마우스와 키보드로 세계 이스포츠를 정복했다.
때로는 잊혀진 사원에서.
때로는 불꽃의 아래에 불타는 왕국에서.
때로는 네 종족이 어우러지는 전장에서.
양궁 이외에 딱히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별다른 실적을 내지 못하던 와중에, 한국인이 ‘세계 1위를 먹었다’라는 건 국민들에게 큰 국민적 자긍심을 심어주었다.
-게임이라는 거, 막 총 쏘고 사람 죽이는 그런 거 아닌가요?
라고 하던 시대적 분위기는.
-게임은 교육입니다.
-풉, 뭐라고요?
-게임의 전략과 전술도 모두 수출 품목입니다.
게임이 더 이상 질병이 아니게 되면서, 그 위상이 바뀌게 되면서 변하게 되었다.
-그저 게임으로만 끝나면 그만이지만, 그 게임에서 발견한 이능력을 훗날 이능력자 아이들이 보고 배운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죠?
-어?
-제가 키운 야만 전사와 마법사의 테크트리, 그리고 컨트롤하는 게임 데이터를 미국 백악관에서 10억에 사들이겠다고 했습니다. 그게 일종의 커리큘럼…교육과정이 되는 거죠.
-자, 잠깐만요. 이거 지금 대본에는 없는….
-게임은 더 이상 질병이 아닙니다. 이능력자 육성을 위한 공략집…아니, 교과서인 겁니다!
게임에 가장 눈독을 들인 건 미국이었다.
그리고 선진국들이 하나둘 게임 산업 속 이능력의 교보재를 발굴하기 시작하면서, 한국 또한 대격변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게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비록 키보드와 마우스지만, 이 게임 속 전투를 보고 자란 이능력자들이 그 이능력을 보고 배우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그걸 저기 미국이나 유럽의 게이머들이 만들어놓은 걸 보고 따라 하면 되겠습니까?! 우리 아이들이 미래에 자라서, 양키 히어로처럼 모히칸에 총이나 쏘는 그런 히어로로 만들 겁니까?!
-우리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우리 고유의 문화를 가진 이능력자를 육성해야 합니다! 게임은 이제 질병이 아닙니다!
그렇게, 한국은 국산 게임 속 ‘이능력자’들을 발굴해내기 시작했다.
그때는 이능력자들이 태어나고 자라든 말든, 일단 많은 사람은 PC 세상 속 별들의 전쟁에 열광했다.
-올해 WGC의 우승자는, 팀 코리아!!
한국인들은 누구보다도 PC 전략 게임이나 RTS를 잘했고, 국가 위상을 드높이는 새로운 국뽕 요소가 되었다.
이능력의 시대.
그 이능력으로 가장 화려하게 싸우는 전장.
비록 비능력자의 공상과 상상, 개발자의 몸을 갈아서 만들어낸 0과 1의 세상 속 이능력이었지만, 그 이능력자들이 싸우는 전장은 모든 이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언젠가 우리의 아이들이, 저렇게 이능력을 화려하게 사용하게 될 거야…!
그리고 그 중 ‘영웅’ 유닛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거나, 영웅 캐릭터를 육성하는 것에 사람들은 흥미를 가졌다.
RPG 게임에서 육성하는 캐릭터처럼, 언젠가 태어나는 아이들에게 이 이능력을 적당히 알려주면 되는 거 아닐까?
이 아이들이 자라서 양손에 칼을 들고 훨윈드를 돌든, 아니면 얼음 창을 세 갈래로 쏘든, 어린아이들의 정서 발전에 악영향을 주는 요소를 빼버리고 이능력만 알려주면 되는 거 아닐까?
만화나 애니, 소설이 태어나고 자라는 이능력자의 교보재가 되었다고 한다면.
게임은 이 세상 사람들이 이능력자들에게 교보재로 제공하기 위해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발전시키는 매체가 되었다.
그리고 기존의 어른들이 게임을 바탕으로 이능력 대결을 펼친 것이 E스포츠였다면, 2012년을 기점으로 하여 점차 E스포츠는 ‘이(능력자)스포츠’로 바뀌게 되었다.
2012년 이전.
그러니까 아직 이능력자들이 어린아이였던 시점.
그렇게 게임 대회가 발전하고, 점차 이능력자들이 자라서 슬슬 서로의 힘을 자랑하고 싶어 하기 시작할 무렵.
-지금부터!!! 이능력 배틀을!!! 시작!!! 하겠습니다!!!!!!
사람들은 열광하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고학년쯤의 나이대 어린아이들이 상대방에게 죽지 않을 만큼 힘 조절을 할 줄 아는 능력이 생기면서, 이능력자들은 자신의 힘을 자랑하기 시작했다.
이능력자 연령대가 점차 오르면 오를수록 대결은 전문화되고 체계화되었다.
2020년, 이능력자들이 하나둘 ‘성인’이 되는 시점에 이르러서는 마치 UFC를 방불케 하는 이능력 대결이 펼쳐지게 되었으니.
2022년.
각국에서 만 19세 이상의 성인이 된 이능력자들만을 모아 펼친 최초의 이능력자 월드컵이 펼쳐졌다.
우승자는 당연히, 한국.
그 뒤로도, 그 이후로도, 해가 지날 때마다 한국은 이능력 대결 대회에서 우승을 놓치지 않았다.
‘A급만 출전 가능하다’라는 제한을 뒀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A급 이능력자만 대회에 출전했는데도 우승을 놓치지 않았다.
아무리 다른 나라에서 출전의 기회조차 얻지 못한 이들을 영입하여 자국의 국가대표로 출전시켜도.
아무리 대회의 룰을 바꿔나가며 한국에 불리하게 상황을 만들어도.
한국은 언제나 이능력자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그리고 올해.
2025년.
사상 최초로 ‘S급까지 출전하는 대회’를 열기로 하였으니.
그것이 바로 현시점 8월로부터 약 2개월 뒤에 열리는 이능력자 월드컵.
이 월드컵의 트로피를 한국으로부터 빼앗는다.
이스포츠 종주국의 자존심을 꺾는다.
그것이 총수의 계획.
본래의 역사.
그러니까 ‘원작’에서는 당연히 한국이 우승한다.
하지만 그 우승이 순수하게 한국이라고 보기에는 애매한 것이, 우승팀은 ‘팀 세종’이었다.
그래.
국가에 소속된 히어로가 아니라, ‘세종 아카데미’에서 출전한 시대의 꿈나무들.
그저 출전 경험만 얻으라는 의미에서 내보낸 아카데미 학생들이, 얼굴마담인 줄 알고 그냥 깍두기로 데리고 왔던 주인공이 모두의 예상을 깨고 우승하게 된다.
만.
그 미래는 이제 없다.
우승하는 팀은 한국도 세종 아카데미도 아닌.
‘아메리카’가 될 것이기 때문에.
그 충격은, 국뽕으로 절여진 이 나라에 이루 말할 수 없는 크나큰 타격으로 다가오겠지.
내가 잘 알고 있는 모 게임에 비유하자면.
-아니, 이럴 수가 있나요!! 북미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결승전에 올라가 보지 못했던 그 나라가!! 유럽을 꺾고, 중국을 넘어, 이제는 한국까지 결승에서 이기고 트로피를 들어 올립니다!!!!
가히, 그 정도의 충격이 아닐까.
“당연히 우승할 거라고 생각하는 모두의 생각에 찬물을 끼얹는다. 우승컵을 빼앗아, 한국 히어로 협회가 아닌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 한복판에 전시할 예정이에요.”
이미 총수는 우승 이후의 상황까지 모두 계획을 세워놓았다.
“운석은 한국에 있지만, 운석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마나가 그렇게 한반도에 많이 퍼줬지만, 결국 한국이 세계 1위를 먹지 못한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유미르 씨. 정답은?”
“어, 음, 다들 충격이 크지 않을까요…?”
“맞아요. 엄청나게 충격이 크겠죠. 안 그래도 우승컵을 빼앗긴 것도 화딱지가 나서 죽겠는데, 그게 하필이면 한반도 한복판에서 열린 국제대회에서 다른 나라에게 우승컵을 빼앗긴다? 국뽕 다 죽는 거죠.”
총수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처음에는 그냥 무력으로 점령해버릴까 생각도 했어요. 광익공이고 나발이고, 전 세계의 S급을 모두 모아서 한국을 무력으로 점령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죠. 하지만 그건 지구 종말을 불러오더라고요.”
“……종말?”
“사이좋게 공멸. 그러니까 한국을 함부로 공격해서는 안 되고, 정정당당히 승부를 봐서 이기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