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524)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524화(520/668)
마치 생명의 탄생이 임박한 듯한 모습에 다들 감탄하며 금구슬 안을 바라본다.
아무것도 없는 금색의 아바타 같은 모습.
찰랑거리는 머리칼도 그렇고 그 모습이 영락없는 유미르의 복제인간과도 같은 형태.
이대로 금구슬이 열린다면, 금구슬을 핵으로 삼은 유미르의 분신이 태어나겠지.
“이번에는 혼돈이 먼저 해보는 건 어떤가?”
“나?”
“그래.”
“으음….”
성지은은 천주연의 눈치를 봤으나, 천주연은 두 손을 들며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나도 그렇게까지 욕심부릴 생각은 없어. 언니, 한 번 해봐.”
“…고마워.”
천주연을 향해 감사를 표하며, 성지은은 나와 총수를 한 번씩 번갈아봤다.
“후후, 편법 비슷한 거기는 하지만, 부활을 축하해요?”
“잘못된다면 내가 책임지고 어떻게 방법을 찾아줄 테니, 안심하고 깃들어 봐.”
“…알겠습니다.”
크게 심호흡하며, 성지은이 금구슬을 향해 손을 뻗는다.
그리고 그녀는 순식간에 금구슬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곧 금구슬 안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선생님. 지은 언니는…어떤 사람이에요?”
“소심하지만 남에게 봉사하기를 좋아하는 타입.”
“봉사….”
“마조 기질이 조금 있기는 해.”
“와…!”
번쩍!
유미르가 감탄사를 내지르기 무섭게, 금구슬 표면의 색이 짙어지기 시작했다.
안쪽이 반투명하게 보이던 것이 점차 색이 짙어지면서 보이지 않게 되고, 표면은 마치 껍질이 생겨나는 것처럼 눈에 보이는 질감이 딱딱해지기 시작했다.
“도 과장님. 도깨비방망이 들고 한 번 두드려주시죠?”
“총수님?”
“안에서 깨뜨리는 게 아니라, 밖에서 깨는 거예요. 박을 탄다고 해야 하겠지만, 그냥 가르면 잘릴 수 있으니까 가볍게.”
“…알겠습니다.”
총수가 하라고 하니, 나는 믿음과 신뢰를 가지고 도깨비방망이를 들었다.
“부디 아무 문제 없기를.”
톡.
가볍게 구체를 한 번 방망이로 두드리자, 구체의 겉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쩌적, 쩌저적.
세로로 길게 이어지는 균열에 껍질이 좌우로 벌어진 순간.
파스스.
안쪽에서, 마찬가지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천주연이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로, 주홍빛이 감도는 짙은 노란색 머리칼 사이로 백금색 브릿지가 중간중간 보인다.
“…큿.”
천주연이 아랫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돌린다.
머리와 눈 아래, 서서히 시선이 아래로 내려가면서 보인 것은-
‘케르베로스.’
머리가 세 개.
목 위로 하나, 목 아래로 두 개.
안정적인 밸런스를 위함인지, 목 위에 달린 머리보다 목 아래 달린 머리가 더 커서 보기에 불편함이 없다.
“…저건 제 게 아닌데요?”
“성지은 본인 거야.”
“와….”
그 압도적인 크기는 유미르마저도 혀를 내두를 정도.
물론 크기 차이가 막 극명하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어지간한 과채 중에 수박에 견줄 수 있는 크기는 거의 없겠지.
“어때?”
“……으음.”
성지은은 천천히 눈을 뜨며, 살짝 동공에 백금색의 빛이 감도는 고동색 눈동자를 반짝이며 유미르를 턱으로 가리켰다.
“그, 한 번 더 이동.”
“아, 다녀올게요.”
스슥.
유미르는 다시 차원문을 넘어갔다.
분신을 만들고, 또 분신을 만들고, 차원문도 몇 번 넘어갔다 오는데도 유미르의 마나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
“어, 어때요?”
“좀 더 확인은 해봐야 하겠지만, 성공한 것 같은데.”
천주연보다 제법 더 긴 시간을 차원문을 넘어갔다 돌아왔으나, 성지은은 천주연처럼 폭발하지 않았다.
“…후우.”
성지은은 한 번 깊게 숨을 몰아쉬며, 자기 몸 여기저기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으음….”
“언니. 옷이라도 입는 건 어때? 남자도 한 명 있는데.”
“으으음….”
성지은은 자기 몸을 살피는 데 열중했고, 천주연이 슬쩍 성지은을 가리듯 내 앞에 섰다.
“있잖아. 이러면 진짜로 계속 살아있는 거야? 막 터지거나 그런 거 아니지? 응?”
“물론. 만약 터진다면, 누군가가 성지은의 몸속에 깃든 핵을 정확하게 맞춰서 깨뜨리는 경우겠지.”
파마의 화살이라든가, 눈먼 화살이 날아와서 정확히 분신을 구성하는 핵을 파괴할 경우.
“그때는 네가 겪은 것처럼 영체가 다시 되는 거야. 아까 터졌을 때, 죽을 만큼 아팠나?”
“죽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아프긴 아팠는데….”
천주연은 슬며시 미소를 짓고 있는 성지은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그 아픔마저도 기쁘고 반가울 정도로,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더라.”
이들은.
“부럽네. 나도 저거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복수도 물론이지만, 부활도 그만큼이나 염원하는 이들이다.
“금구슬은 하나가 아니야.”
“…….”
“당연히, 두 개다.”
“찬밥 더운밥 제삿밥 가릴 때는 아니지만, 그래도 부랄로 부활하라는 건 좀 그렇지 않아?!”
전혀.
부활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이왕 그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다면 사람은 좋은 방향을 선택하기 마련.
“나의 금구슬로 부활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이 다른 걸 찾아야겠군.”
“싫다는 게 아니야! 이왕이면 새 걸로 해달라는 거지!”
“유니콘도 아니고.”
“유니콘이 아니어도 이왕이면 새 걸로 했으면 해! 네 몸에 들어갔던 금구슬이 아니라, 자연 상태의 마나골드로!”
천주연은 나의 금구슬을 받아들이는 걸 격렬히 거부했다.
“어차피 인간은 구슬을 통해 태어나지 않나?”
“뭐라고?”
“구슬 속에 있는 생명의 씨앗이 이동하여, 그것이 이성의 몸에 깃들게 되어….”
“아아, 안 들려! 됐으니까, 마나골드 새로 얻으면 그때 새 몸으로 갈아줘!”
“라고 말을 하면서, 정작 도깨비의 금구슬로 만든 분신 속에서 외치는 천주연이었다.”
“이, 이…!”
천주연의 머리칼은 다시 길어졌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카락에는 폭발하기 전에 있었던 금색 브릿지가 다시 새겨졌다.
애플은 파인애플이 되었고, 그 크기는 유미르 분신체의 디폴트값이었다.
형태는 내가 대충 봐도 유미르의 것이 아닌 천주연 본인의 것.
남자가 크기에 은근한 신경을 쓰듯, 여자들 또한 크기에 신경을 쓰는 마음가짐이 아마 분신체에도 크게 영향을 줬을 것이다.
“천주연. 그래도 어찌 됐든, 뭘 이용했든 일단 지금 분신체를 통해 ‘살아있다’라는 게 중요하지 않나?”
“윽….”
“중고차든 새 차든, 일단 뚜벅이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는데.”
차가 필요해서 사려고 할 때, 새 차를 타고 싶어 하는 마음이야 어떤 건지 잘 안다.
하지만 당장 차가 있어야 하는 시점에서 차가 출고되기까지 몇 개월이 걸릴지 모르는 와중에, 계약금만 내어놓고 손가락만 빨면서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
정말로 차가 급하게 필요하다고 한다면, 중고차든 리스차든 일단 몰아야 하지 않겠는가.
“분신체에 한 번 익숙해져 봐. 내가 건넨 금구슬은 망가져도 큰 문제 없다고 생각하고, 한 번 마음껏 써보라는 거다.”
“끙….”
“마나골드 분신체에 익숙해지고 난 뒤, 새 마나골드를 가져와도 금방 적응할 수 있지 않겠나.”
중고냐 신상이냐 하는 문제일 뿐이지, 이능력의 원리는 같다.
그런 걸 생각하면, 굳이 마나골드가 헌 거냐 새것이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하여튼 너희도 사람은 사람이군. 하나를 가지게 되면 열을 원하게 되는 법이지.”
“…그게 ‘살아있는 인간’이라는 증거 아니겠어.”
성지은이 천주연의 옆으로 다가가 그녀를 두둔하고 나섰다.
“죽어있을 때는 바라는 게 그저 복수와 부활뿐이었지만, 살아있는 인간이니까 다른 욕망이 솟아오르는 건 당연한 거야. 가령….”
“그 욕망이 성욕이라거나, 그걸 나를 향한다거나 한다면 좀 자제해줬으면 좋겠는데.”
내가 성지은을 향해 손을 뻗으며 미리 말을 차단하자, 성지은은 아쉽다는 듯 입술을 만지작거렸다.
“해줬으면 좋겠다고?”
“중간에 단어 하나 잘라먹는 바람에 아예 다른 말이 되어버렸군. 당신까지 그러기 있나?”
“한 가지, 당신이 명심해야 할 건 내가 백설희랑 같은 나이라는 거지.”
“나이로 공격하다니, 이 비겁한.”
“그리고 나나 천주연이나 뭐 다른 남자한테 부탁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간부들 멘탈 케어하는 것도 도 과장의 업무 중 하나 아닌가? 안 그렇습니까, 총수님?”
“맞는 말이네요.”
최후의 보루가 무너졌다.
“간부들을 관리하는 게 제 역할이고, 간부들의 비위를 감시하고 처분하는 게 도깨비의 역할. 하지만 제가 관리하기에 난감한 상황이 되었으니, 도깨비가 그 관리도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요.”
“그 관리에 욕구 해소도 포함되는 거였습니까?”
“그럼요. 도깨비가 살려줬으니, 당연히 욕구 관리도 도깨비의 몫이죠. 영체가 아니라 육신을 가지게 해준 건 도깨비, 그리고 도깨비의 팀에 있는 인턴 유미르 씨 덕분이니까요.”
총수는 가만히 웃기만 하는 유미르를 가리켰다.
“지금 유미르 씨의 얼굴 안 보여요? 어떤 얼굴인 것 같아요?”
“건전하고 밝은 생각을 하며, 이 세상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히어로의 얼굴로 보입니다만.”
“지금 저 얼굴이 그런 얼굴로 보이나요?”
무슨 홈쇼핑 광고에서 가식적으로 미소를 짓는 것처럼 유미르는 활짝 웃고 있었다.
본심을 숨기기 위한 미소였고, 그 본심은 굳이 본인이 직접 말하지 않아도 두 분신체에 남은 사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선생님. 그거 아세요? 콘솔게임은 4P가 국룰이라는 거.”
“무슨 소리를 하려고 하는지 아니까, 멈춰주지 않을래?”
“선생님이 1P 하세요. 저희랑 같이 대전하시죠, 대전.”
“어차피 1:3이 될 거 뻔하고, 지금 당장 하기에는 다른 일이 있다.”
나는 유미르와 두 여자를 가리켰다.
“셋이서 어떻게 나를 상대할지 논의하고 있도록. 그동안 나는 총수님이랑 잠깐 둘이서 진지하게 할 이야기가 있으니까.”
“음, 진짜 진지한 일 얘기일 것 같네요….”
유미르는 눈치가 빠른 여자다.
눈치가 빠르기에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을 듯한 장난도 치지만, 간혹 그 선을 훌쩍 뛰어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그 선을 아는 여자다.
“알겠어요. 분신에 마나 얼마나 공급되는지, 또 언니들 신체 유지는 어디까지 가능한지, 출력은 얼마나 낼 수 있는지 확인 좀 해볼게요.”
유미르가 가볍게 마력을 일으키며 옷을 갈아입었다.
가벼운 티셔츠에 핫팬츠가 아닌, 마법소녀 백금태양으로서의 코스튬을 입고 마스크까지 눌러 썼다.
“언니들. 결계 치고, 분신 출력 한 번 확인해보실래요?”
선전포고다.
“1:1로 연전을 해도 되고, 아니면 1:2로 붙어도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