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534)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534화(530/668)
뭔지 알겠다.
마인드 리딩을 통해 데스몬드의 실체와 상황을 파악했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자리를 떠난 걸로 나는 양다린의 속내와 의도를 파악했다.
“미르야.”
“네, 선생님.”
“저 여자 속내를 맞추면, 오늘 온천에서 애국.”
“…….”
유미르는 검지를 자기 관자놀이에 올렸다.
“두뇌 풀가동….”
“비행기에서 그렇게 당해놓고도 또 그렇게 적극적으로 해보려고?”
“전장이 다르잖아요, 전장이. 공중전이랑 수중전은 또 다르거든요?”
“수중전이 아니라 다다미 이불 위에서의 지상전일 수도 있는데.”
“하여튼. 으음….”
애국을 보상으로 걸자마자 유미르는 모든 이성과 두뇌를 정답을 찾는 데 사용했다.
“……아이가 회장님에게 반해서 그런 건가요? 아니면 본인이?”
“70점. 그것도 있겠지만, 양다린 같은 여자가 모든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리가 없지.”
아직은 여전히 히어로답다.
“여전히 순수하네. 유미르는.”
“칭찬이긴 한데, 그거 빌런적으로는 30점 모자란다는 의미죠? 되게 뭔가 추악한 진실이 튀어나올 것 같은 느낌은 왜죠?”
“100점.”
“아, 싫다.”
유미르는 대놓고 인상을 찌푸렸다.
“조금 전까지 되게 순수하고 풋풋한 드라마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드라마가 되게 끈적하고 질척한 내용으로 변하게 된 것 같은 기분인데요.”
“유감이네. 장르가 로맨스 코미디 드라마가 아니라 수목극에서나 나올 법한 치정극이라서.”
시청률은 대박을 치지 못하지만, 그 내용이 워낙 자극적이어서 화제가 되는 드라마 속 내용이 현실에서 펼쳐지고 있다.
“정답은 ‘탈국’이야.”
“…네?”
“좋은 말로 표현을 하면 망명이고, 나쁜 말로 표현을 하면 국적을 버리고 아메리카로 떠나는 거지.”
“……???”
역시 유미르는 순수하다.
“해그늘 회장 아내잖아요. 왜요?”
“해그늘 회장 아내니까 해그늘의 더러운 모습을 더 많이 보게 된 거지. 스스로 국가를 버리고 ‘탈코’….”
탈코리아.
윽, 머리가.
“…한국 국적을 버리고 아메리카로 떠날 수 있게, 미리 도피처를 마련하는 거야. 그 왜, 한국 망하면 다들 외국으로 도망가자고 그러잖아.”
“누가 그래요?”
“…….”
하긴.
이 국뽕 가득한 세상에서 한국 떠나서 선진국으로 이민 가겠다고 하는 자가 있다면, 그건 한국에서 중범죄를 저질러서 도망가는 자뿐일 것이다.
혹은 국가의 이면에 있는 추악하고 더러운 모습에 환멸을 느끼고 떠나거나.
“자기 배 아파서 낳은 아이를 꿔다놓은 보릿자루 취급을 하기도 하는 회장보다는, 아메리카에서 건실한 항공사 운영하는 회장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게 더 낳겠다 싶은 거지.”
“…낳는다고요?”
“임신공격.”
“……저, 갑자기 양다린 씨를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워지기 시작했는데요.”
“원래 평범한 여자는 권력 지향적이고 야망 있는 여자를 이해하기 쉽지 않지. 간단하게 생각하면 돼.”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는 거죠?”
“그래. 한 마디로.”
“이런 표현 좋아하지는 않지만, 양다린은 ‘악녀’야.”
하지만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착한 유미르는 잘 모를 수 있겠지만, 이 나라 한국의 부정을 가까이에서 본 자는 대부분 탈출 버튼을 누르기 마련.
“양다린은 한국이 망하면 데스몬드를 이용해 아메리카로 탈출하려고 하는 거야.”
모두가 떠난 자리, 나는 주변에 마력의 차음막을 펼치고 유미르에게 나의 추측을 말했다.
“혹시 알아. 누가 한국에 핵미사일 같은 운석을 떨어뜨릴지도.”
“세상에. 누가 그런 위험한 짓을 벌인다고 그래요?”
“그러니까. 하지만 그런 비슷한 걱정을 하는 사람들은 많지.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도 있고, 한국을 질투하는 자들도 있고.”
당장 이웃 나라만 하더라도 위대한 갓한민국을 시기하고 질투하여, 한국에 있는 자원들을 빼내 가려고 아우성을 치고 있지 않은가.
“양다린 입장에서는 전혀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야. 한국이 그대로 세계 1등을 차지하고 있으면 해그늘 회장 아내로 계속 지내다가, 해그늘 회장 죽으면 유산 상속받으면 그만.”
“한국 망하면 아메리카로 가서 데스몬드에게 빌붙는…. 어우, 제가 표현을 해도 좀 그렇네요.”
“하지만 그게 현실이지.”
유미르는 양다린을 이해할 수 없는 존재다.
일제시대로 비유하자면, 유미르는 독립투사지만 양다린은 일본 귀족과 결혼하고도 혹시 일제가 패망하면 미국으로 도망갈 수 있게 길을 닦아둔 기회주의자니까.
“하지만 양다린이 기회주의자기 때문에, 우리 결사에는 큰 도움이 되지.”
“그게 해그늘을 무너뜨리는 데 도움이 되나요?”
“물론.”
해그늘 회장에게는 심대한 정신적 타격을 줄 수 있다.
“아무리 회장이 부르면 아무 여자나 취할 수 있다고 해도, A급 여자 이능력자는 경우가 다르잖아.”
“음….”
“물론, 외국인 A급 이능력자는 마음껏 안을 수 있을 거야. 그들 중에는 최호정 같은 노인의 후처로 들어가는 한이 있더라도 한국으로 귀화하고 싶은 사람도 있으니까.”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는 게 아니다.
“아카데미에서 그런 케이스, 좀 봤지?”
“…D급인 저는 잘 어울리지 않았지만, 간혹 그런 사람들이 몇몇 있었죠. 한국 국적 취득해서 한국인이 되고자 하는 외국인들이.”
에르미나가 그랬다.
뒤로는 마나 파우더를 빨고 유미르를 죽이려고 했던 그 1권 히로인이 가장 대표적인 예시였다.
물론 그녀도 주인공에게 홀렸지만, 적어도 작년까지는 한국인과 결혼하려고 했겠지.
하여튼.
“외국에서 한국으로 귀화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가득하지만, 한국에서 탈출 버튼 누르려는 사람도 있다는 거지. 그리고 양다린은 가장 대표적인 사람이고.”
“음….”
“심지어 데스몬드가 결사의 협력자라는 걸 알아차렸는데도 가만히 입을 꾹 닫고 있는다? 99% 확신해. 데스몬드를 통해서, 결사를 통해서 한국 망했을 때 탈출 스위치를 누르려고 한다는 거.”
혹은.
“아니면 자기 딸이라도 어떻게 미국으로 보내려고 하는 거겠지. 한국에서는 C급이지만, 아메리카에서는 한국 B급만큼의 대우를 받을 수 있을 테니까.”
자식을 위해, 미리 미국으로 향하는 길을 닦아놓으려는 걸 수도 있다.
“어찌 됐든, 데스몬드에게는 비밀이야.”
“회장님에게는…왜요? 알리면 더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원래라면 그렇게 했겠지. 하지만 네가 여자의 감으로 느꼈다고 하니까, 안 알려주려고 해.”
알려주지 않는 걸로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있다.
“데스몬드에게 NTR 작전을 알려주고 데스몬드를 접근시키면 그냥 비즈니스 관계가 되겠지만, 그냥 모른 척 접근시켜놓으면 순애 불륜이 되는 거잖아.”
“순애랑 불륜이랑 두 단어가 함께 조합이 가능한 건가요?”
“순애라는 단어의 앞뒤에는 어떤 단어든 붙일 수 있어. 이능력자가 에고를 고집하는 것처럼 말이지.”
어떠한 순애든, 그게 순애라고 주장하면 그건 순애가 될 수 있다.
“양다리 탈코 망명 순애라고 해도, 데스몬드가 누군가의 명령에 따라 양다린을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면 그건 순애 아닐까? 어차피 데스몬드 회장, 솔로고.”
“앗.”
데스몬드 회장은 현재 미혼이다.
예전에는 기혼이었겠지만, 현재는 아내가 없다.
“그럼 데스몬드에게는 비밀로 하고, 슬슬 여기 온 목적대로 움직여야겠어.”
“저, 같이 움직일까요?”
“아니. 그거 한 번 테스트해 봐. 이번에 피닉스 시티 들어가서 곁눈질로 배운 거.”
“…어떻게 아셨대.”
유미르는 입꼬리를 삐죽이더니, 곧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물론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다.
그저 일반인의 시야에는 보이지 않을 뿐.
“필요한 때 부를 테니까, 얌전히 있어.”
[알겠어요.]별 건 아니고, 유미르는 유령이 되는 방법을 터득했다.
처녀 귀신들을 자기 분신에 집어넣게 해주면서, 자신도 그와 비슷한 존재가 되는 방법을 깨달았다.
나와는 결이 다른 방식이긴 하지만.
하여튼.
갑작스러운 만남에 진심으로 당황했지만, 우리의 목적은 데스몬드가 확보했을 ‘물건’에 있다.
“가자.”
나는 아메리카노 잔을 들고 데스몬드에게로 향했다.
그는 상당히 지친 얼굴로, 태극워치를 보며 몹시 불안해하고 있었다.
[데이트는 끝났나?]“……이 목소리.”
데스몬드는 내 목소리를 듣자마자 안도하며 몸을 돌렸다.
“미안하네. 갑자기 사고 같은 일에 휘말…응?”
“제주도에서 만난 이후로 처음이군. 유부녀랑 데이트도 하고 그런 거 보니까, 잘 지내는 것 같아 안심했다.”
“……아니, 그.”
데스몬드는 내 얼굴을 눈으로 가리켰다.
“복면 같은 건가…?”
“인간에게는 누구나 가면이 있지. 페르소나라는 가면이.”
“그건 심리학적인…. 아니, 뭐, 됐네. 겉모습이 뭐 중요한가.”
역시 거대 항공사의 회장이라서 그런 걸까.
그는 하얗게 물들기는 했지만 머리에 구멍 하나 없는 것처럼, 탈모 스트레스를 방지하는 가장 확실한 심리관리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유부녀랑 데이트한 건 아니고, 그냥 비즈니스를 했을 뿐이야. 저기 북한 땅에 골프장 만든다고 하는 거, 그쪽으로 내가 관심이 좀 있어서.”
“골프도 같이 치면서?”
“취미 생활이 마침 맞았을 뿐이네. 이능력 빼고도 잘 치더군. 이능력자가 아니었으면 프로 골프 선수로 나갔어도 국제 대회 우승하고 그랬을 거야.”
“하지만 유부녀지.”
“유부녀인 걸 떠나서…. 아니, 무슨 어린 친구도 아니고 나를 왜 그 여자랑 자꾸 엮으려고 하는 건가? 농담도 정도가 있지.”
데스몬드는 노골적으로 불쾌한 기색을 보였다.
“그녀는 해그늘 회장의 아내야. 괜히 그런 쪽으로 엮였다가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피해를 보는 건 나나 페이그린뿐만이 아니라 결사도 마찬가지라고.”
“오호.”
“뭘 그렇게 보는 건가. 나도 이제 결사와 한 비행기를 탄 몸이네. 당연히 결사를 가장 먼저 생각해야지.”
조금은 의외였다.
“자네도 그것 때문에 나를 여기로 부른 게 아닌가. 벌써 몇 주 째 일본에 머무르고 있는데, 정작 오라고 한 사람은 오지 않고 무슨 장례식 주인공이나 되고 말이야.”
“그건 어쩔 수 없는 사고였다.”
“알고 있네. 사람들을 여자로 만드는 미친 악마가 나타났으니.”
악마가 나타나는 건 예삿일이고, 비즈니스에서 빌런이나 악마로 인해 일정이 지연되거나 문제가 생기는 건 그냥 흔한 사고 중 하나다.
“덕분에 내가 그 물건을 가지고 있으면서 얼마나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는지 알고 있나?”
“참 고생이 많았군.”
“당연하지. 그거 내가 챙겼다고 바로 일본에서 사람들이 와서…. 어휴. 아주 난리도 아니었네. 내가 일본 정치인이 설파하는 일본과 한국의 전통 역사에 대해 강의를 듣게 될 줄은 몰랐다니까.”
데스몬드는 남은 차를 마저 마시며 몸을 일으켰다.
“방으로 가지. 빨리 이거 처분하고, 미국으로 돌아가서 업무 처리해놓고 한국으로 가야 하니까.”
“한국?”
“결사에서 딱히 내게 지시할 게 없다면, 나도 자유를 즐길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러려고 비싼 돈 주고 전문경영인을 자리에 앉혀놓았는데.”
데스몬드는 사명감 가득한 눈으로 벽보를 향해 눈을 돌렸다.
“월드컵, 예선전부터 끝까지 다 볼 걸세. 회사 일은 저기 월급 받는 친구들이 알아서 하라고 하지.”
“회장이 자리를 비워도 되나?”
“젊었을 때 뼈 빠지게 일하고 돈 모았는데, 늙어서 돈으로 자유를 누리지 못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
“명언이군.”
아무리 대격변으로 세대가 뚝 갈라졌다고 해도, 인간사회의 진리는 변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