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536)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536화(532/668)
데스몬드라는 자는 결사의 관계자일 가능성이 크고, 그가 유물을 확보했다.
유물은, 마나골드로 추정되는 유물은 현재 결사의 손에 들어갔다.
억지로 끼워서 맞추기식으로 정답을 유추해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이지만,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활빈당에는 상황을 이렇게 이끌어나갈 수 있는 이능력자가 있다.
“회장님.”
나는 데스몬드를 향해 허리를 숙여, 그의 귀에 대고 방법을 하나 제시했다.
“흐음….”
데스몬드는 내 말을 듣고 다리를 꼬았다.
두 손을 깍지 끼며 허벅지 위에 올리고, 고개를 살짝 옆으로 비틀었다.
“아주 큰 문제군. 결사에서 이걸 노리고 있고, 활빈당에서 이걸 노리고 있다면 말이야.”
“그, 그렇습니다. 이게 한국의 것도 아닌데 활빈당이 자기네들 것이라고 오해하기도 하고, 결사도 노리고 있다는 건 큰 문제 아니겠습니까?”
“그런가. 흐음.”
활빈당에서도 일본 정부에 모든 걸 이야기하지는 않았겠지.
서로 자기네들에게 가장 이득이 되게 하려고 핵심 정보는 숨긴 채, 데스몬드를 지금 벗겨 먹으려고 하는 것이다.
[회장. 하고 싶은 말이 있지?]그렇다면.
[원하는 건가? 그렇다면, 확실하게 하라.]이런 상황에서, 대기업의 회장이 할 행동은 하나뿐.
[해도 된다, 회장.]사람을 호구 잡으려고 하는 이들에게는, 한마디만 하면 끝이다.
[책임은 내가 진다.]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한 마디.
“Fuck♂You↘.”
호구잡으려는 인간들, 엿이나 먹으라지.
억지를 부린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유와 논리로 호구를 잡으려고 한다.
힘이 없거나, 체면을 챙겨야 한다거나, 정치적이나 외교적인 문제를 신경 써야 하는 입장에서는 때때로 호구를 잡힐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다르다.
데스몬드 페이그린의 뒤에는 결사가, 내가 있다.
“바, 방금 뭐라고…?”
“엿이나 먹으라고 했소. 이만 나가주시오.”
데스몬드는 문밖을 가리켰다.
“내 시간이 아까우니, 더 험한 말이 나오기 전에 나가줬으면 좋겠는데.”
“…페이그린 사는 상당히 최근, 일본 노선을 증설한다고 들었습니다만.”
“그것과 이것이 관계가 있다면, 나도 다 생각이 있지.”
기업가가 그 누구보다도 강해지는 때가 있다면.
“일본에서의 사업을 전면 철회하고, 한국 노선에 사운을 거는 수밖에.”
“크윽…!”
절대적인 ‘갑’의 위치에 있을 때.
“피닉스의 깃털을 팔고 들어온 돈 2조. 그것이 현재 원화로 고스란히 한국 통장에 묶여있는 것을 어떻게 엔화로 바꿀까 했는데, 이런 사소한 문제 때문에 사업이 어그러진다면 어떻게 그 나라를 믿고 비즈니스를 진행할 수 있을까.”
블러핑이다.
일본 노선 증설 소식은 페이그린의 주가를 상당히 높였고, 깃털 값은 전부 원화가 아니라 절반가량은 달러다.
그리고 애초에 세금 문제도 있으니, 2조가 순수하게 2조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아니, 저희는 그저 유물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함일 뿐입니다. 이건 저희의 역사와도 관련이 있는….”
“당신네 역사는 내 알 바 아니오. 나는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이고, 장사꾼일 뿐. 개인적인 취미 생활 때문에 비즈니스가 방해된다고 했을 때, 나는 취미를 포기하고 사업을 추구하는 자가 아니오.”
반대다.
데스몬드는 취미든 뭐든 사업을 위해서라면, 돈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팔 수 있는 남자다.
“돈은 이미 충분히 벌었으니, 나는 이제 내 마음 가는 대로 살아보려고 하거든. 그런데 그걸 방해한다면,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그러나 그가 이렇게 취미 때문에 연 수억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는 사업을 포기하는 사람이 된 건, 그런 짓을 해도 될 위치에 있으니까 가능한 일.
“나를 자본주의의 악마로 만들고 싶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나가시오. 지금 나간다면 이 방에서 있었던 일은 없었던 일로 생각할 테니.”
“…….”
“아메리카로 돌아가서 왜 일본 노선 사업을 접었냐고 한다면, 후지무라 의원 때문이라고 내 성실히 답변해주지.”
“크윽….”
무언으로 버티려고 했으나 책임의 소재가 명확해지는 순간, 결국 후지무라 의원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이 일은 잊지 않겠습니다.”
“잊든 말든 마음대로 하시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테니. 아! 물론 사업에 지장이 생긴다면, 데스몬드라는 노인이 아니라 페이그린 회장을 상대하게 될 거요.”
“큿!”
의원은 거칠게 자리를 떠났다.
일본인답지 않게 노골적으로 불쾌한 모습을 보이는 건, 아마도 육체의 영향 때문이겠지.
‘미소녀 얼굴이라서 그런가.’
울먹거리며 떠나는, 적어도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짜증 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물론 그 안에 들어있는 게 중년 대머리 남자라는 걸 인지하고 있고, 그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이 불쾌감 가득한 말이니 짜증이 나기 마련.
덜컹!
문이 닫혔다.
의원과 비서가 자리를 떠난 사이, 나는 곧장 몸을 움직여 비서가 서 있던 곳의 옆에 있던 장식대에 손을 뻗었다.
“후우, 정말 귀찮은…뭘 하는-”
파지직!
“…도청 장치?”
내가 손가락으로 부수는 검은 장치를 보자마자 데스몬드는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꾹 다물었다.
파지직, 파직.
“이제 말해도 괜찮다. 결계까지 펼쳤으니, 안심해도 돼.”
“후우우…. 미친. 그 사이에 도청 장치를 달았다고?”
“활빈당과 결사와 관련된 물건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그래야지. 아 참. 소개할 사람이 있다.”
나는 후지무라 의원이 앉았던 의자를 옆으로 쭉 밀어낸 뒤, 새 의자를 가져와 내 옆에 놓았다.
“소개하지. 마법소녀 백금태양, 악마 정화자. 이름은 유미르라고 한다.”
“안녕하세요?”
“헉….”
내 옆자리에 유미르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데스몬드는 도청 장치를 부쉈을 때보다 더 깜짝 놀라며 몸을 떨었다.
“언제부터…?”
“처음부터.”
“세상에. 진짜 투명화 이능력자라는 말인가? 아니, 그 백금태양이라면…충분히 그럴 수 있지.”
“이능력에 놀라시는 건가요? 백금태양이 도깨비랑 같이 움직이고 있다는 거에 놀라는 게 아니라?”
“놀랄…것 까지는 없지.”
데스몬드는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헛웃음을 흘렸다.
“다 이유가 있으니까 같이 움직일 테니. 백금태양이 결사의 사람이라거나, 두 사람이 사실은 연인관계라거나 그런 것도 딱히 놀랄 필요도 없지.”
“왜죠?”
“도깨비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페이그린에 나쁜 일만 안 생기면 그만 아닌가.”
“긍정적인 마인드시네요. 탈모 걸리실 일은 없겠어요.”
“유전자가 탈모 유전자가 아닌데, 스트레스 때문에 탈모 생기면 그건 너무 억울한 일 아니겠나.”
진짜 미소녀와 이야기를 나눠서 그런 걸까.
데스몬드는 한껏 긴장이 풀린 얼굴로, 소파에 몸을 그대로 눕히며 숨을 골라 내쉬었다.
“괜찮은 거 맞나? 일본 정치인이 이렇게까지 나오는 거 보면, 이거 꽤 중요한 물건인 것 같은데.”
“단순한 유물은 아니지. 어떤 물건인 것 같지?”
“…사실은 모조품이고, 그 안에는 마나 파우더가 숨겨져 있다거나?”
데스몬드는 정말로 진지한 얼굴로 자신의 추측을 밝혔다.
“일본에서 죽은 S급 이능력자의 유해가 여기에 담겨있거나, 막 안에 그 뭐냐…S급 이능력이 담긴 S급 닌자 비급이 있다거나.”
“이걸 부숴서 가루로 만들면 그게 마나 파우더긴 하지.”
“…응?”
“메카 광익공의 모습을 봤었지? 그 금덩어리, 마나를 담을 수 있는 물건이다.”
나는 빠르게 마나골드에 관해 설명을 마쳤고, 데스몬드는 이야기를 들을수록 점점 더 심각한 표정으로 유물들을 바라봤다.
“깃털 2조는 ‘따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는데, 이거.”
역시 사업가.
역사에 관한 내용보다, ‘돈’에 관련된 부분에서 바로 민감한 모습을 보였다.
“막 이걸로 비행기의 엔진을 만들거나 한다면,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이능력자를 엔진실에 넣는다면, 막 기름 없이도 비행기 띄울 수 있고 그런 거 아닌가?”
“불가능한 건 아니지. 아니, 오히려 그쪽으로 작정하고 개발하면 1년 뒤에는 석유 없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비행기도 생길걸.”
그 형태는 아마 중세 판타지 게임에서 자주 나오는 ‘비공정’의 형태가 아닐까 싶다.
“민간에 적용되는 건 나중의 일이 될 거다. 당장은 월드컵에서 사용될 거고, 이능력자들의 ‘무기’로 사용될 테니까.”
“과연….”
“인류가 청동기와 철기를 개발했을 때, 그걸로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만든 건 무기였지. 비슷한 거다.”
“전용 무기라는 건가…. 아, 혹시 당신도?”
“나는 조금 다르지만.”
외부 노심까지 밝히는 건 무리.
데스몬드가 항공사 회장적 관점으로 ‘에너지원’으로 활용한다는 발상을 하기는 했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 금구슬에 관한 이야기까지 하는 건 과도하다.
‘미안하지만 당신에게 알려주는 건 전부 양다린에게 들어가니까.’
즉.
데스몬드에게 알려주는 모든 정보는 양다린에게 오픈할 수 있는 정보라는 뜻.
양다린이 내가 흘리는 정보를 데스몬드를 통해 주워 먹었을 때, 적당히 간을 보면서 데스몬드 쪽으로 자연스레 발을 뻗도록 만들어야 한다.
마나골드의 존재는 해그늘 회장도 아는 정보.
한반도 북부 일대를 중심으로 퍼져있는 광맥에서만 마나골드가 채취된다는 건 회장이 알려주면 그녀도 알게 되겠지.
하지만 그게 일본에 남은 한국 문화재 유물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라거나, 그걸 이미 결사가 알고 먼저 확보했다거나 하는 정보까지 안다면?
‘양다린의 선택에 따라 우리의 대응도 달라지는 거지.’
양다린이 이중 첩자로서 결사와 손을 잡느냐.
아니면 해그늘 회장의 대머리 위에 손을 얹고 함께 해그늘 사옥과 폭발할 것이냐.
그건 앞으로 데스몬드가 양다린에게 어떻게 꾀어지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그럼, 슬슬 ‘변환’을 해볼까.”
“변환…?”
“그래.”
나는 도깨비방망이를 꺼냈다.
“대략 천오백 년 전에 만들어진 물건이지만, 전투 중에 반가사유상 들고 싸울 수는 없지.”
“잠깐만. 변환이라고? 지금 이 유물을 다른 형태로 바꾸려고 하는 건가?”
데스몬드가 당황하며 유물에 손을 뻗는다.
“아니, 잠시만. 15세기도 전에 만들어진 유물이라며? 진품인데? 당신네 나라, 한국의 역사적 유물이라며??”
“괜찮아. 이걸 뜻깊은 곳에 사용한다면, 조상님들도 분명 엄지를 척 들어 올리실 거다.”
“아니!! 자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지 알고 있나? 저기 중국으로 치면, 병마용 같은 걸 꺼낸 다음 그걸 현대식 갑옷으로 바꾸려고 하는 거 아닌가!”
“병마용도 마나골드가 된다면, 당연히 그렇게 할 생각이다.”
한국에 있는 유물조차도.
“생각해 보시지. 낡은 귀금속 장신구 착용한 채, 두 손으로 반가사유상 받쳐 들고 막 부처님이 광선 쏘아대면….”
음.
그건 좀 괜찮을지도.
백제의 왕이 반가사유상을 들고, 등 뒤에서 거대한 부처가 실루엣처럼 나타나서 마나 포격을 난사한다?
“…종교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차라리 다른 형태로 바꾸는 게 낫지. 음.”
십자가 들고 ‘그랜드 크로스ㅡㅡㅡ!!’라고 외치는 이능력자도 있기야 하지만, 그래도 결사는 특정 종교를 지지하거나 그런 건 아니니까.
“이거 만든 사람도 기뻐할 거야. 이 유물들이 하나로 합쳐져서….”
뚝딱.
“처녀 귀신이 부활하기 위한 심장과 육신이 된다고 한다면.”
일본에서 찾은 우리의 문화재는 S급 미녀들의 새로운 뼈와 살이 될 것이다.
“조상님들도 분명 기뻐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