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541)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541화(537/668)
왜 반지냐.
왜 네 번째 손가락이냐.
그 이유는 히어로 위키 백설희 항목만 대충 둘러봐도 누구나 알 수 있겠지.
아마 저 반지를 빼는 순간이 온다면, 그때야말로 백설희가 지구에 빙하기를 일으킬 순간이리라.
혹은, 악마가 될 만큼 정신적 타격을 많이 받은 상황이거나.
“하여튼 개꿈이니까, 현실에 일어날 일이 아니라는 거지?”
“그럼요. 그걸 확인받고 싶으셨어요? 아무리 제가 그럴 힘이 있다고 해도, 그걸 실제로 저지를 리가 없잖아요.”
“그래. 이능력자가 핵탄두라고 지금 사람들이 음모론 펼치고 있어도, 우리는 히어로라고. 히어로는 그런 짓 안 해.”
“그럼 다행이고.”
다행이리라.
“아무리 이 세상에 더럽고 짜증 나는 일이 있더라도, 세계 멸망을 일으키기 전에 나랑 한 번 상담했으면 좋겠군.”
“선생님, 왜 그렇게 불안한 말씀을 하시는 거죠?”
“불안해?”
“선생님이 이런 말을 하면, 꼭 그다음에는 그런 상황이 일어날 수 있으니까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거 같아서.”
“너도 나에 대해 잘 알게 되었구나.”
유미르의 걱정대로다.
“세상에는 참 더러운 일들이 많지. 저기 태국이나 일본에서 있었던 일들처럼.”
“거기에서 더 말을 한다면, 우리 주변에도 그런 일이 있을 거라고 말씀을 하실 것 같은데.”
“맞아.”
불쾌하고 더러운 일이 남들 일이 아니라 내 일이 되는 순간, 그것만큼 정신적으로 타격이 오는 상황이 또 없다.
“당분간 무대는 한국이 될 거야. 그리고 이 나라에서 온갖 치부가 하나둘 드러나게 되겠지.”
“…….”
“너희가 생각하는 상상 그 이상의 일들이 펼쳐질지도 몰라. 그때가 되면 명심할 게 있어. 아무리 거지 같은 상황이라도.”
나는 천장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운석이 답이다.”
“네?”
“라고 생각을 할 수는 있지만, 그걸 행동으로 옮기면 안 돼.”
아무리 멸망이 마렵다고 해도, 인류 멸망은 범죄다.
“나도 최대한 안 죽일 수 있으면 처형까지는 안 갈 테니까, 너희도 아무리 ‘저것들 다 죽여버리고 싶다’라고 생각해도 운석 떨어뜨리거나 빙하기 오게 하거나 하는 걸 실제로 해서는 안 된다는 거야. 알겠지?”
“알겠어요. 그래서, 문제는 뭐예요? 이번에는 또 어디에서 국가의 품격을 올리고 태극기를 펄럭이게 하는 건가요?”
“서울.”
정확히는, 서울의 북쪽-경기 북부.
“미르야. 인간이 막장까지 몰렸을 때, 가장 비싸게 받으면서 쉽게 팔 수 있는 게 뭐라고 생각해?”
“…….”
“맞아. 떠오른 그게 정답이야.”
인간이 그 무엇도 할 수 없을 때.
현대 사회에서 가장 쉽게 팔 수 있고 가장 비싸게 받을 수 있는 건, 당연히 ‘몸’이다.
몸을 이용해 부가가치를 올리든.
아니면 몸 그 자체를 팔아치우든.
“인간은 돈이 되는 거라면 뭐든지 할 수 있지.”
노동의 대가로 금전을 받는 게 아니라, 물물 거래에서 자기 몸을 제물로 재물을 벌 수 있는 환경이 존재한다.
“경기 북부에 사업장이 여러 개 있어. 그리고 우리는 그걸 습격할 거야.”
우리.
즉, 결사가 본격적으로 움직인다.
“선생님. 움직이는 건 좋은데….”
“월드컵이 두 달 뒤에 열리는데, 괜찮겠어?”
백설희가 긴장한 얼굴로 내게 묻는다.
“잡으려고 했다가 혹시 놓치면? 히어로들까지 동원하는 게 낫지 않겠어?”
“공식적으로 움직일 일이라면 네게 도움을 요청했겠지. 하지만 이번에는 히어로들이 움직일 시간이 아니야.”
히어로에게는 히어로의 무대가 있다고 했던가.
맞는 말이다.
히어로는 정의로운 곳에서 활약하며 악당을 쓰러뜨려야지, 인간의 악의가 질척거리는 곳에서 활약해서는 안 된다.
“히어로들은 월드컵을 준비해. 국가 축제인 월드컵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이 나라를 비추는 태양 뒤에 숨어있는 그림자는 전부 결사가 거둘 테니까.”
이번 무대는 철저히 빌런들이 움직일 차례.
“이미 두 사람이 대기 중이야.”
서울.
내 집에, 두 명이 머무르고 있다.
도지환은 공식적으로는 백설희의 집에 머무르고 있다.
날짜는 마침 9월 1일.
아카데미의 2학기가 시작되는 날이고, 원래 도지환 사서였다면 저기 아카데미에서 책과 씨름을 하고 있었겠지.
하지만 도지환은 밖으로 나올 수 없다.
백설희도 세종섬에 분신을 보내서 강의를 하는 지금, 도지환이 어떻게 세종섬에 들어갈 수 있겠는가.
들어간다면 그때는 백설희의 본체가 세종섬으로 들어갈 때뿐.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밖으로 돌아다닐 때, 가면을 쓴다거나 얼굴을 가리고 돌아다닌다?
전혀.
나는 당당히 내 얼굴을 드러내고 돌아다니고 있다.
설령 서울에 바이크를 타고 도로를 달리다가 지나가던 이들이 나를 본다고 하더라도.
“거참. 도지환이랑 똑같이 생겼네.”
라고 하면서 다들 긴가민가하며 넘어갈 뿐.
“역시 성형 대국.”
강남으로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건, 수많은 광고판.
그 광고판 속, OO 성형외과들에는 누군가의 얼굴이 당당히 걸려있었다.
나와 비슷한.
“하여튼.”
나는 전광판 앞에 섰다.
해그늘 성형외과.
그 모델은 나를 똑 닮은 남자였다.
“저기요. 당신도 혹시 도지환 씨처럼 얼굴 뜯어고치신 건가요?”
“세상 좋아졌다. 요즘 세상에 TV에 나오는 얼굴만으로도 그 사람이랑 똑같은 얼굴을 만들다니.”
내 뒤에서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빈정거리며, 두 여인이 다가왔다.
“세상 좋아졌네.”
나는 두 여인의 머리칼을 가리켰다.
“적발이랑 백발에 금색 브릿지 넣고 강남 한복판을 돌아다니는 여자 둘이 헌팅이나 하고…너희 미쳤나?”
나는 그만, 욕설을 하고 말았다.
“어디서 나이 20살 넘게 처먹은 것들이 교복 코스프레를-”
“죽었을 때는 여고생이었는데? 그렇지, 언니?”
“나도. 이거, 생전에 입었던 거랑 똑같은 교복인데?”
“…….”
윤혜라.
현세린.
접선 완료.
인간은 돈이 되는 건 뭐든지 다 한다.
특히 이 세상, 해그늘은 자본주의의 화신으로 돈이 되는 건 윤리도 가볍게 무시하는 자들이다.
그 증거가 바로 내 앞에 있다.
“어디를 가도 도지환이 보여요.”
강남에 있는 별다방에 들어오자마자 현세린이 사방을, 그리고 나를 가리키며 장난스레 웃었다.
“저기는 김지환, 저기는 박지환, 그리고 여기는 도지환.”
“이보세요. 현세린 씨.”
“아, 독지환 씨였나? 아니면 동지환?”
“얼굴에 점 하나 찍었다고 사람을 그렇게 다른 사람 취급하면 되는 건가?”
“그럼 본인 취급 받고 싶으신가? 후후후.”
현세린은 내 얼굴에 찍힌 점에 손을 올렸다.
그 점은 실제 도지환과 똑 닮았지만, 100% 닮은 게 아닌 99.99% 닮았다고 할 수 있는 유일한 오점이었다.
“도지환은 부산에서 열심히 태교하고 있을 텐데. 내 앞에 있는 건 그냥 도지환 따라 하는 사람 아니야?”
“그냥 따라 하는 것도 아니고, 패션이랑 행동, 목소리랑 말투까지도 전부 따라 하는 악질이네.”
트레이에 든 음료를 들고 온 윤혜라가 현세린의 말을 거들며 자리로 돌아왔다.
“자요, 성형 미남.”
“성형 아닌데.”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죄다 성형 미남으로 생각하고 있잖아요? 여기 온 사람들도 그렇고. 저기 앉아있는 사람을 보는 사람들도 그렇고.”
현세린이 가리켰던 곳을 윤혜라도 가리킨다.
그곳에는 전부 나와 비슷한, 김지환이나 박지환, 최지환 같은 자들이 저마다 일행과 함께 차를 마시고 있었다.
“다들 여자랑 같이 마시는 이유가 뭐겠어요? 성형 미남이지만 그래도 마스크가 되니까, 헌팅 받아주고 소개팅 받아주고 그런 거잖아.”
“내 얼굴을 여자 소개받는 데 쓰다니. 이거 좋아해야 하는 건가?”
“긍정적으로 생각해. 연예인이 된 거잖아. 비능력자들의 희망이 된 거라고? 긍정, 희망의 아이콘.”
“나 참.”
예상은 했지만, 이걸 직접 눈으로 보니 더 어처구니가 없다.
“사람들 논리회로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그만큼 사람들이 미녀랑 좋은 관계를 맺기를 바라는 거지.”
“이능력자인 미녀가 아니고?”
“그게 그거 아니겠어? 이능력자라는 단어 안에 미인을 포함하고 있잖아.”
현세린은 윤혜라의 어깨를 잡아당기며, 손을 V자로 만들며 자기 턱 아래에 붙였다.
“그렇지?”
“그럼요.”
한 살 차이라서 그런가.
아니면 원래부터 죽이 잘 맞는 사이라서 그런가.
그도 아니면 나를 놀리는 데 진심이라서 그런 걸까.
“이런 미인들이랑 같이 차 마시는 거, 영광으로 생각하라는 말이야. 응?”
“그럼. 이런 미인들이 그냥 차도 마시는 것도 아니고 다른 것도 마셔주는데. 응?”
“내가 이야기했지만, 공공장소에서 야한 드립 치는 건 지양하라고 했지.”
둘은 동시에 나를 향해 혀를 내밀었다.
자매도 아닌데 이렇게 죽이 잘 맞는 건, 분명 둘의 머리카락에 있는 같은 백금색 브릿지 때문이겠지.
“우리가 마시는 게 뭐 다른 사람 것도 아니고 오빠 건데 뭘 그래?”
“맞아. 우리만 마셔? 오빠도 마시잖아.”
“커피나 마셔.”
“레모네이드지롱. 앗, 레모네이드?”
“이능력자는 노란색이 아니라 투명한 색이니까, 아, 알았어. 그만할게.”
인상을 찌푸리기까지 하니, 그제야 둘은 두 손을 들며 장난을 멈췄다.
“이 도지환은 되게 숫기가 없는 도지환이네.”
“그러게. 지금 이 카페에 있는 다른 도지환들은 어떻게든 여자한테 한번 비벼보려고 다들 발정 났는데. 아! 사실 숨기고 있는 건가?”
“너희들, 이능력자 아니었으면 여기 있는 사람 중에 너희 말 듣고 바로 커피 뿌렸을 사람 많다는 것만 명심해.”
“다른 사람들 안 듣고 있으니까 이렇게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거 아니겠어?”
현세린은 가볍게 허공에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렸다.
“적당히 이능력으로 결계치고 이야기하고 있으니까, 이런 미인들이 남자 하나 데리고 이야기하고 있는데도 접근하지 못하는 거잖아.”
“…….”
“한국인 이능력자였으면 바로 접근했겠지. 껄떡거리면서 ‘전화번호 좀 주실래요?’하면서.”
실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