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546)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546화(542/668)
“여자 아니다.”
“뭣….”
둘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눈으로, 운전석과 조수석 바로 뒤에 놓인 포장마차 의자에 앉았다.
“세상에, 도 과장이 남자를 조수석에 태워?”
“누군데?”
“만나보면 알겠지. 그런데 누군지는 말하지 않을 거다. 그리고….”
나는 가볍게 승합차의 스틱을 잡고 당겨,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선비를 버릴 수는 없거든.”
“아니, 그거 입고 돌아다니려고? 중간중간 사람들 만나면 어쩌려고 그러는 건데?”
“만나면 그냥 만나는 거지. 아, 커피 한잔할래? 가는 동안 목이라도 축여야 하지 않겠어.”
“그러고 커피 사러 가려고?”
“아니.”
나는 백미러 앞으로 손을 뻗어, 카드 한 장을 뽑았다.
“드라이브 스루.”
“…하이패스 카드?”
“해그늘이 참 이런 건 잘한다니까.”
나는 카드의 상태를 확인한 뒤, 운전사로부터 확보한 태극워치를 앞에 놓았다.
“결제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편리하게 해놨으니.”
해그늘 카페 24.
맛없는 싸구려 커피를 스몰 사이즈로 5천 원이나 주고 판다며 욕을 먹지만, 카페의 지점장이자 바리스타의 꿈을 꾸고 있는 정기우에게는 이곳이 직장이고 꿈의 무대다.
비록 일류 바리스타들이 고용된다는 부산과 달리 자신은 서울-그것도 오지나 다름없는 의정부 지점을 맡았지만, 그래도 기우에게는 꿈이 있다.
월세를 내고 나면 한 달에 50만 원이 채 남지 않지만, 그 돈을 자본금으로 모아 서울이든 부산이든 어디든 개인 카페를 차리겠다는 꿈이.
그냥 개인 카페를 차렸다가는 자신이 일하는 이곳, 해그늘 카페가 바로 자신을 잡아먹으려고 들 터.
충분한 실력, 인맥, 그리고 해그늘에 잡아먹히지 않을 위치에 들어갈 권리금까지 마련하고 난 다음은 모를까, 그냥 이곳을 떠나는 건 자살 행위다.
“점장님, 드라이브 스루 주문 들어왔어요.”
“그래, 주문…응?”
아르바이트 생의 말을 듣고 주문서를 본 순간, 정기우는 막 오더를 끝내고 주차 중인 검은 승합차를 보며 괜히 등골이 오싹했다.
“어, 어어…?”
저 승합차.
분명 어디서 본 적이 있는데.
“왜 그러세요?”
“아, 아니. 뭘 주문했는데?”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개랑 카푸치노 하나, 그리고….”
“그리고?”
“그냥 보시는 게 더 빠를 것 같은데요.”
아르바이트생이 건넨 주문서를 슬쩍 훑은 정기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메리카노에 샷 빼고?”
“네. 저도 물어봤거든요? 그…. 그냥 커피잔에 물 달라던데요.”
“……물을 커피값 받고 팔아도 돼?”
5천 원인데?
그냥 편의점에 가서 생수 사는 게 더 좋지 않나?
왜 물을 5천 원이나 주고 사는 거지?
그것도 해그늘 본사의 지침에 따라 일반 생수도 아니고, 정수기에서 왕창 뽑아낸 물인데?
“…아무리 여기가 해그늘이라도 그렇지,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닌가?”
“뭐 해튜브 같은 거 찍는 거 아녜요? 해그늘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샷 빼고 주문하면 뭐가 나오나! 그런 거.”
“영상 찍거나 그런 거라면…. 으음, 모르겠다.”
정기우는 자신의 위치를 되새겼다.
“주문 들어왔으면 월급 받는 대로 일해야지.”
능숙한 손놀림으로 주문서의 내용대로 음료를 준비한 뒤, 정기우는 자신이 직접 커피를 건넸다.
드르륵.
다소 둔탁한 소리와 함께 열린 창문 너머.
“감사합니다.”
“……!”
가라앉은 눈동자로 커피를 받는 청년을 보며, 정기우는 등골이 순간 서늘해졌다.
“아, 조, 좋은 하루 되세요.”
구구구.
승합차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출구를 나갔다.
“와. 되게 도지환 닮았다. 점장님도 도지환 수술하려다가 말았죠?”
“크, 크흠.”
“성형 되게 잘 되었네요. 이거 봐요. 멤버십 적립되는 이름이 김춘식인데, 저 얼굴이라니.”
“김…춘식?”
흔한 이름은 아니지만, 익숙한 이름이다.
“…….”
익숙한 검은 승합차.
익숙한 이름.
엄청나게 쌓인 쿠폰.
“주문 내역 긁어봐. 이 사람, 평소에 뭘 주문했지?”
“…커피 한 잔만 계속?”
“…….”
하지만 겉모습은 다른 남자가 갑자기 여러 종류의 커피를?
“…….”
정기우는 왠지 모를 불안감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태극워치를 만지작거렸다.
“에이, 설마. 아니겠지.”
그래.
아무런 문제 없이 결제되었으니, 분명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며 다음 손님을 기다린 30분.
“실례합니다. 협조를 좀 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어…팀장님?”
본사에서 나온 검은 정장의 사내가 경찰을 데리고 들어온 순간, 정기우는 자신의 직감이 맞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미 승합차는 사라진 지 30분이 넘은 시점이었지만.
경기 북부, 의정부시.
서울을 빠져나와 목적지인 경기 북부로 향하는 동안, 우리는 가볍게 목을 축이며 잠시 공영주차장에 멈췄다.
“…아무리 빌런이지만, 이래도 되는 거야?”
“어.”
나는 하이패스 단말기에 꽂혀있던 카드와 운전사의 태극워치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튕겼다.
“이럴 때 아니면 또 언제 남의 신용카드 써보겠어.”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지만, 그거 중범죄인 거 알지?”
“물론.”
타인의 신용카드를 함부로 사용하는 건 범죄행위이며, 경찰이 당장 출동해도 이상하지 않은 일.
“일부러 쓴 거니까 괜찮아.”
승합차 번호판도 바꾸지 않았고.
납치된 조직원 카드를 사용하는 놈이 있다.
“미끼는 던졌고, 이제는 낚이는 걸 기다리기만 하면 돼. 마침, 기다리니까 오네.”
끼이이익.
“경찰차보다 먼저 도착하는 검은 차. 범죄 영화에서 자주 보는 클리셰 아니겠어.”
“야ㅡㅡㅡ!”
우렁찬 목소리가 울린다.
“춘식이 납치한 걸로도 모자라, 춘식이 카드까지 쓴 게 너냐!!”
그 목소리에는 위협적인 마력이 담겨있다.
“아주 그냥 의정부까지 오면서 드라이브 스루란 스루는 다 긁었더구먼!!”
나는 소리를 지르며 내리는 청년을 향해, 운전사-김춘식의 카드와 태극워치를 던졌다.
“안심해라. 가는 곳마다, 쿠폰 적립은 확실하게 해뒀으니까.”
매너는 지켰다.
폭력은 범죄다.
특히 이렇게 20대 청년을 집단구타를 하기 위해, 저마다 각목을 들고 공영주차장 전체를 에워싸는 건 심각한 범죄 행위다.
하지만 그런 범죄를 막아야 할 공권력은 이곳에 없다.
모종의 이유로 경찰차가 퍼지든, 차가 막히든, 아니면 파출소마다 대기 명령이 떨어지든 공권력은 이곳에 오지 않는다.
오히려 공권력은 이 공영주차장에 사람들이 오지 못하도록 막겠지.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이 다른 곳에 퍼지지 않도록, 도로를 통제하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았을 것이다.
“어떤 놈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내가 고졸이기는 해도 한 가지 확실하게 아는 게 하나 있지.”
행동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머리를 밀어버린 양아치 같은 남자가 나를 향해 야구방망이를 겨눴다.
“‘광인의 천옷’을 입고 다니는 놈들치고 정상이 없다는 거 말이야!”
“이게 광인의 천옷이라고?”
“그래. 개량한복이든 생활한복이든, 그런 거 입고 다니는 놈들은 하나같이 미치광이라고!”
저건 음해다.
K-전통 의복인 한복을 향한 편견이다.
“네놈도 정상은 아니지! 남의 조직원을 납치해놓고, 그 납치한 사람 카드를 써?! 이 더러운 자식!”
“남의 피를 가지고 벌어먹은 더러운 돈을 사용한 건데, 딱히 문제 될 건 없지 않나?”
“이 자식….”
청년은 나를 노려보며 뒤로 손짓한다.
“춘식이의 복수도 복수지만, 너 같이 정신 나간 놈은 몽둥이가 답이지.”
청년과 함께 온 부하들은 전부 검은 정장을 입고 있었고, 하나같이 다들 피부를 제외하면 검은색으로 뒤덮고 있었다.
“너, 잘못 건드렸어.”
“해그늘을?”
“…너 이.”
“내가 설마 모르고 건드렸을 것 같나.”
나는 승합차를 가볍게 손으로 두드렸다.
“다 알고 저질렀다. 오히려 너희들이 아는 것보다 내가 더 많이 알고 있는데?”
“너…도대체 정체가 뭐냐?!”
“나?”
나는 가볍게 앞으로 손을 뻗었다.
“지나가던 십선비다. 기억해두도록.”
“뭣…!”
“변….”
앗차.
나도 모르게 그만.
“…변환.”
파지직.
내가 손을 뻗었던 승합차의 차 문이 들끓듯이 차에서 떨어져나왔다.
“정의의 방패.”
“……뭐?”
“해그늘에서 더러운 돈을 받으며 살아가는 더러운 빌런 놈들을 때려잡을 정의의 방패다.”
“아니, 그거 차 문-”
휘리릭!
나는 바로 정의의 방패를 휘둘러 날렸다.
“커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