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549)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549화(545/668)
“구라치지 마, 오빠. 어디서 그 꼬맹이 닮은 남자애 성형수술 시켜서 데려온 거야? 아, 혹시 한국에서 클론 개발하는 데 성공했어? 진짜 태조 많이 닮았네.”
태조는 가면을 벗고 있었다.
“차라리 도깨비가 도깨비방망이로 만들어낸 아머드 태조 클론이라고 하는 게 더 설득력 있겠다. 이게 어떻게 그 싹수없는 초딩 꼬맹이라는 거야?”
“그.”
태조는 살짝 울상으로, 난감한 미소와 함께 손을 들었다.
“사실 저는 도깨비가 만들어낸 아머드 태조의 클론입니다.”
“그래. 사실대로 말하니까 좋잖아.”
“뻥입니다.”
“…….”
“진짜 아머드 태조입니다.”
“얘가 진짜 3년 전에 나한테 S급 대결할 때 발려놓고는 ‘우리 할아버지 대통령임 태조루삥뽕’ 하던 그 녀석이라고…?”
“…….”
“형님, 저 그냥 형님이 이능력으로 만들어낸 S급 클론이라고 할까요?”
태조의 눈동자는 진지했다.
누구에게나 흑역사는 존재한다.
그리고 그 흑역사는 주로 어린 시절, 중2의 감성이 가득했던 시기에 많이 나타난다.
태조는 불과 수개월 전까지만 하더라도 걸어 다니는 흑역사 생성기였다.
하지만 아머드 태조로서의 자신을 벗어던지고 진정한 자신으로 살기로 마음을 먹은 지금, 그는 자신의 흑역사를 직접 감당하기로 했다.
그러나.
“와, 이게 진짜라고? 그동안이 연기였어? 말도 안 돼. 차라리 이중인격이라고 하는 게 더 말이 되겠어.”
“사실 이중인격이었습니다.”
“후후, 그래. 농담이라도 그렇게 하는 편이 낫지.”
“…….”
천방지축으로 날뛰던 과거를 알고 있는 당사자들이 옆에 있는 만큼, 태조는 과거의 자신-심지어 이중인격인 아머드 태조가 저지른 행동의 업보를 본인이 감당해야만 했다.
“윤혜라. 애 너무 놀리지 마. 누구나 말 못 할 사정은 있는 법이니까.”
“흠흠, 조금 심했나? 미안. 나 그렇게 엿 먹이던 잼민이가 이렇게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 해서.”
“…….”
“그래도 진짜 너무 다르네. 이런 녀석이었으면 S급 판독기는 다른 애가 되었을 것 같은데?”
“크흠.”
아무리 블랙태조라고는 해도 그는 17세.
“짜식. 많이 컸다? 아니, 대견할 정도네. 고생 많았어.”
미인, 그것도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연상의 미녀가 하는 칭찬이라면 마음이 두근거릴 수밖에 없다.
“형수님들도 그간 고생 많으셨습니다.”
“…….”
정정.
17세가 아니라, 속에 무슨 37세짜리 능구렁이가 앉아있다.
“흥, 흐흠. 형수님이라니…. 무슨 애가 그런 낯간지러운 소리를 하고 그래?”
“…결혼식 하게 되면 무조건 그 상태로 와. 나는 잼민이한테 청첩장 안 보내.”
“명심하겠습니다.”
형수님들이라면서 윤혜라와 현세린을 띄워주는 동시에, 나까지 추켜세우는 멘트 한 방에 이미 두 사람은 태조를 향한 경계를 풀었다.
“그럼 서로 통성명을 비롯해서 이능력도 확인한 것 같고….”
“잠깐만. 얘 이능력에 관해서는 하나 들어봐야겠는걸? 오빠. 얘 원래 이거 아니지 않아?”
“…….”
윤혜라의 말은 명백한 실례다.
이능력자가 모처럼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이전과 다른 이능력을 사용했는데, 그걸 말하라고 하는 건 분명 실례가 맞다.
“태조야. 그거, 새로 개발한 이능력이야?”
“형님 통해서 새롭게 만든 이능력입니다. 아무래도 대규모 금속 조작보다는 이런 식으로 정밀 조작을 하면, 제 정체를 숨길 수 있으니까요.”
“원리는?”
“마나 골드를 조작하는 것뿐입니다. 정교하게. 형수님이 불꽃의 새를 만들어 날리는 거랑 비슷합니다.”
“흐응…. 뭐야, 난 또 신기술이라도 되는 줄.”
그러나 그런 실례는 일반적인 상황이고, 우리는 서로의 이능력에 관해 묻는 게 딱히 실례가 아니다.
오히려 서로의 이능력과 마력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야말로, 이번에 함께 ‘싸우기 위해’ 공유해야 할 핵심 정보다.
“발목을 잡을 일은 없을 겁니다. 서포트로 나서든 전면에 나서든, 제가 저라는 걸 들키지 않고 확실하게 처리하겠습니다. 이번 일, 대통령님 허락하에 제가 나온 거라서.”
“어머, 그 할아버지가? 의외네?”
“해그늘을 탐탁잖아 하는 건 대통령님도 마찬가지라서요. 특히 이번처럼 명분이 서는 경우라면 더욱더. 대통령님께서는 국격이 떨어지더라도, 이 나라의 암덩어리를 잘라내고 싶어 하십니다.”
해그늘은 이 나라의 암덩어리와도 같다.
그 암세포가 전신에 퍼져 암세포를 잘라내려면 모든 장기를 70%가량 도려내야 하는 수준.
“아무리 해그늘이라고 해도, 인신매매까지 커버하지는 못할 겁니다.”
지금까지는 겉에서부터 아주 조금씩 도려냈지만, 새로운 의료기술의 개발로 암세포만을 죽이는 백신이 만들어진 것과 같으니.
“그럼, 개장수로서 잘 부탁드립니다.”
“개 말고 다른 건 없어? 고양이라거나, 고양이라거나.”
“개로 컨셉 잡는 게 더 좋다.”
나는 현세린의 부탁으로 금속 조작으로 동물을 자유롭게 만들어내려는 태조를 제지했다.
“이 동물 저 동물 금속으로 만들어내면 금속 조작과 능력자라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지만, 진돗개만 만들어내면 진돗개에 미친 이능력자라고 생각할 테니.”
“…….”
“혹시나 들키더라도, 도깨비가 죽기 전에 만든 S급 이능력자들의 클론이라고 하면 돼. 너희도 마찬가지고.”
“음, 그러면 우리도 다른 코드네임 쓸까?”
윤혜라는 마력을 담은 손을 얼굴 위에 올렸다.
“흑염마주작 클론, ‘다크 피닉스’라거나.”
파지직.
불꽃과도 같은 금색의 아이 마스크가 눈 위에 걸렸다.
하관을 드러내고 있어 정체를 가리기 위함이 아닌 컨셉과도 같은 마스크였으나, 덕분에 ‘나 평범한 존재 아니요’하는 분위기를 풍기기에는 충분했다.
“…괜찮은데. 현세린. 너는?”
“얼마나 꼬려는 거야? 같은 사람인데 부캐만 벌써 몇 개를 만들려는 건데?”
“해그늘 회장이 스트레스로 탈모가 올 때까지.”
우리가 그걸 생각하면 지는 거다.
우리 정체는 결국 하나로 귀결되지만, 위치와 상황에 맞게 파생된 온갖 부캐와 명함을 들고 일일이 한 명 한 명 대응책을 세우다가 머리털을 쥐어뜯는 사람은 해그늘이어야 한다.
“대통령 봐봐. 블랙태조 통해서 이번 일의 배후에는 결사가 있고, 도깨비가 움직이고 있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세상 편안한 얼굴이잖아.”
나는 결사워치를 통해 뉴스에 나온 대통령의 영상을 보였다.
[활빈당이 갑자기 테러를 일으킨 이유는 파악할 수 없으나, 협회와 긴밀히 협조하여 테러를 일으킨 방화계 S급 이능력자 및 그 일당을 즉각 사로잡을 수 있도록….]단호한 얼굴로 기자들에게 말하고 있지만, 그 단호함 안에 불안감과 초조함은 없다.
[안심하십시오,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은 안전합니다.]뭐 되는 건 해그늘이지, 대한민국이 아니다.
“그럼.”
나는 도깨비방망이를 한 손으로 쥐고 가볍게 손바닥을 친 다음, 손바닥에 올려진 물건을 내 얼굴 위에 올렸다.
[활빈당처럼, 테러를 일으켜볼까. 한국의 것이 외국으로 밀반출되는 걸, 무조건 막으려고 하는 미친놈들처럼.]하루 뒤, 인천 강화도 서부.
위이잉.
강화도 서부의 모 처.
작은 고기잡이 어선 몇 대만 간신히 들어올 수 있는 작은 선착장.
“어으, 춥다.”
바다 냄새가 그득한 선착장의 근처, 한 무리 정장 남자들이 몸을 으스스 떨며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긴장 좀 해. C팀 당한 거 알면서도 그러냐?”
“뭘? 약한 놈들이 당한 거야. S급도 되지 못한 놈이 대장인 팀인데 뭘.”
“그러는 너는 S급이고?”
“야. 내가 잡혀 와서 그렇지, 아머드 태조도 못 닦겠냐?”
두 청년이 서로를 향해 이를 갈며 시비를 건다.
뒤에 있는 다른 정장의 청년들은 둘을 향해 명백히 불만을 품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불만을 드러내지 못하고 입을 꾹 다문 채 옆에 놓여있는 드럼통을 지킬 뿐이었다.
“내가 그때 매국노에게만 안 잡혔어도, 지금쯤 S급 히어로로 이름 떨치고 있었을걸? 흐흐, 그러면 막 나도….”
“헛소리하지 말고. 저기 온다.”
스르르.
“혹시 자기 물건 털릴까 봐 직접 행차하셨군. 쯧.”
칠흑과도 같은 어두운 바다 너머, 빛 한 점 없이 천천히 선착장으로 들어오는 물체는 겉이 검게 칠해진 요트였다.
“웰컴, 코리아. 미스 바토리.”
“흥, 뭐래.”
요트의 위에 선 여인은 검은 양산을 쓴 검은 드레스의 여인.
온통 검은색 일색이지만, 그녀의 눈동자만큼은 핏빛처럼 붉게 반짝이고 있었다.
“물건은?”
“안전합니다. 저희, 제법 고생했다고요? 서울에서 불타버린 물량을 저기 북쪽에서 급하게 공수하느라….”
“코리안 맞아? 막 짜장 섞인 거 아냐?”
“그럴 리가요. 직접 확인하시겠습니까?”
“흥….”
여인, 바토리는 요트 위에서 가볍게 뛰어 한 번에 드럼통 위에 착지했다.
“흐으음…. 향은 맞네.”
“그거, 구분됩니까?”
“구분? 당연하지. 야, 나 혈기술사야. 내가 설마 피에 관해서는…아, 저건 대금에서 빼.”
우지끈!
바토리가 앞으로 손을 뻗자, 드럼통 하나가 내부에서 찌그러졌다.
“무, 무슨?! 한 통에 얼만데…!”
“와사비 3% 섞였어. 나보고 일제가 섞인 피를 빨라는 거야?”
“아니, 다 한국인이었는데….”
“한국인이라고 거짓말하고 피 뽑아낸 불법 이민자나 그런 거겠지. 하아….”
바토리는 드럼통에 붙은 라벨을 보며 한탄했다.
“서울 사람들 피가 제일 맛있는데. 그걸 못 먹네. 야, 활빈당에서 오면 그놈들 다 내가 죽여버린다?”
“설마요. 활빈당이 왜 옵니까? 이거, 정당한 무역인데.”
“그 미친놈들이 한국인의 피라고 국외로 넘어가는 건 못 보겠다면서 날뛰면 어떡해? 하여튼, 그 고라니보다 더 독한 놈들. 한국 거 조금만 해외로 나간다 싶으면 아주 미친 듯이 날뛰지.”
“걱정하지 마십시오, 미스 바토리. 활빈당은 결코….”
휘이잉.
바람이 불었다.
어딘가 불길한 바람에, 바토리를 비롯한 정장 요원들이 전부 전투 태세를 갖췄다.
“결코, 뭐?”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하는 법입니다.”
“그래서 뭐?”
“…결코, 바토리 님의 구매 물품을 건드리지 못할 것입니다. 저희가-”
우지끈!
드럼통 하나가 찌그러졌다.
안에서 붉은 피가 터져 나와 사방팔방으로 뿜어졌고, 바토리는 선착장 반대편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 미친. 한 통당 10억은 넘게 주고 사는 건데, 이게 무슨 짓이야!!”
[무슨 짓이냐고?]저벅, 저벅.
[깽판.]“너….”
어둠 속에서 나타난 남자는 검은 도포를 휘날리며, 맨얼굴 그대로 모습을 드러냈다.
“…누구?”
[보면 모르나?]남자는 자신의 왼쪽 눈 아래에 찍힌 점을 가리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