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555)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555화(551/668)
협회의 요원 중 정장을 입은 근육질의 청년이 앞으로 나섰다.
“미안하지만 그 여자는 나한테 단 한 번도 오빠라고 한 적이 없다. 펜리르 공부를 하려면 다시 해야겠어?”
“…….”
현펜릴은 형언할 수 없는 표정으로 웃었다.
“여기는 ‘태산’! 결사의 S급 빌런은 펜리르의 마나 파우더를 습득한 것으로 추정! 토벌을 시작한다!”
“이 몸을 토벌하겠다는 거냥?”
휘이잉.
“태산 오빠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몸은 지금 목적을 이루었다냥.”
바람이 크게 일어나며, 현펜릴이 손목에 찬 스마트워치를 두드렸다.
“아아. 유린아, 그리고 오빠들. 가서 활빈당에 전하라냥. ‘계약’대로 국외로 밀반출되려던 헌혈팩은 전부 반출을 막았다고.”
“뭐?!”
태산을 비롯한 히어로의 표정이 굳고, 간신히 몸을 일으킨 유린아의 얼굴에 의아함과 분노가 서린다.
“그게 무슨 소리야ㅡㅡ!!”
“어머, 발뺌이냥? 국외로 반출되면 국익에 저해가 되니, 그게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아달라고 한 건 활빈당 아니냥?”
“…….”
유린아는 부들부들 떨리는 주먹을 쥐락펴락하며 현펜릴을 올려다봤다.
“그건….”
“계약은 여기까지! 이 몸은 할 일을 다했으니….”
현펜릴은 손 주변에 만든 마력의 고양이 장갑을 해제하며, 손을 얼굴 옆에 놓고 가볍게 움켜쥐었다.
“뿅이다냥!”
사아아ㅡㅡㅡㅡ
녹색의 바람이 일어나며, 현펜릴은 그대로 사라졌다.
말 그대로 바람과 함께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졌지만, 현펜릴-아니 현세린은 방금 사라진 곳에서 살짝 뒤로 물러나며 마력의 결계를 펼쳤을 뿐.
“…하. 염병….”
진심 가득한 한숨과 함께, 다리의 기둥에 고개를 처박은 현세린은 한참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유린아! 저게 무슨 소리야! 저 여자, 정말 펜리르야?!”
“펜리르일 리가 없잖아!”
바로 50m 뒤에 있지만, 결계 때문에 보이지 않아 사라진 거로 생각한 건지 태산과 유린아가 언쟁을 벌인다.
“우리 언니는 저렇게 냥냥거리지 않아!”
“알지, 아는데, 쟤가 나한테 오빠라고 할 리가 없는 건 아는데!! 내가 묻고 싶은 건 너희 당이 결사랑 손을 잡았냐는 거야!!”
“그럴 리가 없잖아! 우리가 무슨 결사랑 손을 잡아!!”
혼란이 가득하다.
멍한 얼굴로 고개를 돌린 현세린은 결사워치를 만지작거리며, 크게 언쟁하는 히어로 협회와 활빈당에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래. 이거면 된 거야.”
짝.
“활빈당이 결사랑 편 먹은 것처럼 하면, 활빈당이 조직 이념 때문에 해그늘 엿먹인 것처럼 되니까. 음, 좋아, 완벽해. 이 몸은 틀리지 않….”
현세린은 자신의 볼을 가볍게 토닥이다가 잠시 눈을 감았다.
“…아, 진짜.”
하얀 머리를 벅벅 긁적이던 현세린은.
“도 과장이 부캐놀이 하는 거, 왜 그렇게 재미있어하는지 알 것 같네.”
아이처럼 눈을 반짝였다.
“펜리르의 마나 파우더를 이어받은 수수께끼의 빌런 현펜릴이라.”
히죽.
“…나도 한 7호기까지 한 번 만들어볼까?”
다 거짓이다.
강화도에서 일어나는 현재의 사건 속에서, 진실은 오직 하나뿐.
[해그늘에 전해. 너희들이 팔아치우려던 피는 전부 다 여기 이렇게 바닥에 흩뿌려졌다고. 그 구매자는 지금 젠로스 되었다고.]판매자는 물건을 잃었고, 구매자는 이능력을 잃었다.
[활빈당에게도 마찬가지.]이건 거짓.
[한국인의 피는 한국인의 것. 수술 중에 쓸 피도 모자라는데, 국외로 반출되게 만들 수는 없지.]이건 일반적인 상식.
[활빈당이 말했지? 한국의 자원은 한국의 것. 한국 밖으로 함부로 반출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이건 활빈당의 조직 이념.
[약속은 지켜졌다. 나머지는 알아서 하도록.]나는 그저 당연한 말과 활빈당의 이념을 말했을 뿐이다.
“당신들, 설마, 활빈당이 이번 일의 배후라는 말인가?! 그, 그럴 리가 없어!”
투신 이준영이 경악하며 비명을 지른다.
뭔가 짐작 가는 바가 있어서 그런 것 같지만, 투신 개인의 생각이 활빈당 배후설을 거짓이라고 생각한다고 해도-
“서, 설마. 진짜야? 활빈당, 결국 결사까지 불러버린 거냐고….”
“외세의 힘은 빌리지 않겠다더니, 결사의 도깨비를 불러다가….”
그저 주어진 정보로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일반 히어로들은 알아서 ‘오해’를 할 수밖에 없다.
[쇼타임은 끝이다. 밤이 깊었으니, 이만 물러가도록 하지.]그리고 나는 굳이 오해를 정정해줄 생각이 없다.
[그럼.]“기, 기다려!! 너는, 넌…도깨비인 건가?”
투신이 나를 빤히 바라본다.
[나는-]“그럼. 당연한 말을.”
내가 말을 하려고 한 순간, 내 어깨 위에 타고 있던 윤혜라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목소리에 마나를 담는다.
“부.탁.인.데. 자기소개 한번 해줄래?”
그냥 스타카토처럼, 마나를 싣고 말했을 뿐.
[나는, 결사의 도깨비. 결사의 앞을 가로막는 악을 처형하는 자.]그리고 딱딱한 목소리로 말하며.
[오직 나만이 도깨비다. 나 말고 그 누가 도깨비라고 할 수 있겠는가?]나는 진실을 말했다.
투신 이준영이 혼란에 빠져 얼을 타는 사이.
타ㅡ앗.
나는 바로 땅을 박차고 뛰었고, 윤혜라는 그런 나를 이끌고 나와 함께 붉은 날개를 펼치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이런?!”
투신은 아래에서 아차 싶은 얼굴로 허망히 우리를 올려보지만, 우리는 이미 헬기가 돌아다닐 위치까지 날아오른 상태.
“일단 이탈할까?”
[완전히 안 보이는 곳까지 이탈한 다음, 다시 돌아오는 걸로 하지.]“그럼 어디, 저기 북쪽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걸로?”
새애애액.
윤혜라의 등 뒤에 펼쳐진 불꽃의 날개는 크게 펄럭였고, 우리는 강화도 북쪽으로 그대로 날아갔다.
펄럭, 펄럭.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적색과 금색의 불꽃 날개.
땅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이들에게는 어두운 저녁 하늘에 로켓이 날아간 것처럼 그 빛이 잘 보이겠지.
[다들 혼란이 가득하군.]“어때?”
[개판이다.]나는 결사워치를 통해 속속들이 들어오는 정보를 확인했다.
-뭐임?! 이거 해그늘이 결사랑 동맹 맺은 거임?!
-해그늘이 아니고 활빈당이요….
상황을 파악하려고 하지만 그 주체를 틀린 자들이 있다거나.
-그러니까 해그늘에서 밀수품을 몰래 국외로 빼돌리려고 했고, 활빈당에서는 결사에게 정보를 슬쩍 흘려서 밀수를 막았다고?
정보는 어느정도 파악하고는 있지만 해그늘에게 불리한 정보는 모르는 자가 있다거나.
-해그늘에서 헌혈 차량을 습격했다던데? 그리고 그 안에 있는 피를 몰래 김치통에 넣은 다음 그걸 국외로 팔아치우려고 했다더라!
진실은 어느정도 알고 있으나, 허위 정보가 섞인 이들도 있고.
-활빈당이 결사와 손을 잡았다는 것은 선동과 날조다! 활빈당은 이번 일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온갖 정보가 혼재되어있는 상황에서 진실을 말하는 자도 있다.
그러나.
[다들 해그늘이 해그늘 했다고 생각하고 있군.]“왜?”
[갑자기 한국에 나타난 헝가리 S급이 젠로스 되었으니까.]복잡하게 얽힌 진실 속에서 사람들에게 선동과 날조가 통하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태조 밑이라고는 해도, S급 히어로 하나가 죽었다? 그것도 도깨비에게 처형을? 이건 못 참지.]“어떤 의미에서 못 참는다는 거야?”
[죽은 줄 알았던 도깨비가 강화도에 나타나서 빌런의 요람을 깨뜨렸으니까.]오사카에서 폭사한 줄 알았던 도깨비의 등장.
아니 부활.
죽은 줄 알았던 존재가 살아서 나타났다는 건 분명 사람들의 이목을 끌만한 일이다.
그러나.
[그런데 그 도깨비가 원본 도깨비랑은 조금 다른 형태다? 못 참지.]부활한 도깨비가 기존의 도깨비와 조금 다르다는 걸 약간의 음모론과 함께 던지기만 해도, 세상 사람들은 혼란에 빠지겠지.
“이야, 음모론자들 난리 나겠는걸.”
[주모들이 이미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 히어로 협회에서 라이브로 찍은 영상 속 자료를 바탕으로, 진짜 도깨비와 다른 부분을 퍼뜨리고 있지.]“어머, 주모들, 내 휘하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걸 잊었어?”
윤혜라가 내 머리를 마구 쓰다듬는다.
“잘했어. 도깨비 마크 쓰리. 상으로 나랑 애국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줄게.”
[어째 잠잠하다 싶었더니. 긴장 풀렸나?]“상황이 종료되었고, 나머지는 사람들이 혼란 속에서 떡밥 굴리게 놔두면 되는 거잖아. 안 그래?”
[그렇다고 그 시간에 애국하겠다는 건 좀 그렇지 않나?]“응? 어머, 음란한 도깨비네. 내가 애국할 기회를 주겠다고 했지, 지금 당장 애국하자고 한 건 아닌데?”
[당했군.]저기 애국무새가 한 명 있어서, 그 애국무새의 머리카락 색과 똑같은 브릿지를 가진 윤혜라를 보며 잠시 착각했다.
[그럼 나중에-]“농담이야, 농담. 당장 여기에서 플라잉 애국해도 돼.”
[그게 농담이지?]“미친 소리 같지만 불가능한 건 없지. 이 동방예의지국에서 그것만큼 사람들 머리 폭발시킬 일이 또 어디에 있겠어?”
어느 날 갑자기 예고도 없이 하늘에 로켓이 날아가는 궤적이 보인다.
어느 날 갑자기 예고도 없이 하늘에 남녀가 불꽃처럼 애국을 한다.
…적어도 정신적 쇼크는 후자가 더 클 테지.
[됐다. 안 그래도 지금 사람들 머리 박살 나고 있을 텐데, 그거까지 해버리면 진짜 사람들의 머릿속에 혼란이 생겨버릴 거다.]“알았어, 알았어. 아, 저기 머리 아픈 것 같은 언니 있다.”
윤혜라가 날개를 접고 마력을 해제한다.
우리는 그대로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고, 나는 윤혜라를 안고 다리에 마나를 불어넣으며 허공을 마치 계단을 내려가듯 발을 디뎠다.
스륵, 스륵.
공기가 한계까지 들어간 에어쿠션을 밟듯 천천히 허공을 밟아 내려가며, 우리는 해안가 인근의 공원 정자에서 대기 중이던 여인-현세린과 합류했다.
[괜찮나? 안색이 좋지 않은데. 다소 과하게 마력을 사용했다면, 쉬는 걸 권장한다.]“…마력 많이 사용해서 그런 게 아니야.”
현세린은 어딘가 멍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다, 피식 웃었다.
“너무 효과가 좋아서 그렇지.”
[효과?]“부캐놀이 쩔더라?”
[…….]현세린은 머리가 아픈 게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