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558)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558화(554/668)
누가 이긴 건데?! 크윽, 눈이 안 보여…!
섬광이 잦아드는 영상 속, 현장에서 울려 퍼진 소리가 노이즈처럼 스피커에 스며든다.
“…저런 광경이야말로, S급의 ‘진짜 힘’을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광경이잖아. 특히, 저렇게 승패가 갈리는 전력 승부라면.”
“……와.”
앞뒤로 무너지는 다리의 위.
안개 속에서, 바람이 걷히며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건….”
“준경이네.”
푸른 참격을 두른 대검을 앞으로 뻗은 척준경이 모습을 드러냈다.
대검을 휘두르고 난 뒤의 자세 그대로, 그는 아무런 미동도 없이 가만히 서 있었다.
서걱!
대검의 궤적을 따라, 무언가가 크게 잘리는 소리가 울렸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기 무섭게, 대검이 휘둘러진 궤적을 따라 다리에 ‘금’이 생겼다.
“저거….”
“잘렸어. 지금은 아슬아슬하게 붙어있지만, 옆으로 누가 밀기만 해도 그래도 무너질 거야.”
“다리…잘랐네요.”
4차선 너비의 다리가 케이크처럼 잘렸다.
이미 전투의 여파로 군데군데 무너지기는 했지만, 척준경의 앞으로 대검 너비만큼의 다리가 ‘사라져있었다’.
“그럼 승자는….”
“아직, 모르지.”
파스스스.
대검에 담겨 있는 푸른 마나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앗!”
“…부러졌네.”
마나가 사그라들고 난 뒤.
남은 대검은 절반뿐.
그 끝은 마치 날카로운 이빨에 뜯겨나간 것 같았다.
“그럼 설마…!”
파스스.
안개가 걷히며, 다리 반대쪽의 거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붕괴된 다리 앞까지 발을 디딘 거대한 진돗개는 전신에서 검은 안개를 흘리고 있었다.
사철 가루지만 그 안개는 마치 피가 흘러나오는 것처럼 전신에서 줄줄 새어 나오고 있었고, 겉을 두르고 있던 황금의 갑옷에는 날카롭게 베인 흔적만이 가득할 뿐.
“개가….”
“대검, 깨물어 부쉈네.”
그러나 거대한 진돗개는 척준경의 대검 나머지 반쪽을 입에 물고 있었다.
입에서는 비록 검은 사철이 피처럼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입의 옆으로 쭉 뻗은 대검은 검신과 함께 척준경의 푸른 마나로 길어진 부분까지 그대로 남아있었다.
잠시간의 정적.
그 정적을 먼저 깨뜨린 건, 황금의 진돗개.
파스스스.
묵철의 대형견은 그대로 고개를 아래로 떨어뜨리며 옆으로 쓰러졌다.
더 이상 형태를 유지할 수 없다는 듯, 검은 사철이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쿵!
동시에 척준경이 쓰러졌다.
하지만 그는 한쪽 무릎을 꿇을 뿐이었고, 아직 절반이나 남은 대검을 역수로 바닥에 꽂으며 그걸 지지대 삼아 몸을 지탱했다.
와아아아ㅡㅡㅡㅡㅡ!!
현장에서 환호성이 울려 퍼진다.
누가 봐도 척준경이 대형견을 쓰러뜨린 광경.
척준경ㅡㅡㅡ!
척준경ㅡㅡㅡ!!
척준경ㅡㅡㅡㅡㅡ!!!
히어로가 빌런이 조종하는 거대괴수를 쓰러뜨린, 자기 몸보다 몇 배는 더 큰 괴물을 베어버린 광경에 모두가 환희에 가득 차 승자의 이름을 외친다.
“흠….”
백설희는 그걸 가만히 바라보며, 두 손을 입에 모아 TV를 향해 담담히 말했다.
“해치웠나?”
“아, 언니.”
“왜. 이거, 히어로 협회 매뉴얼이야. 상대가 쓰러졌는지 아닌지 확인하는 건 중대 사항이라고?”
짝, 짝, 짝.
“이거 봐.”
사람들의 환희 속에서 작게 울리는 손뼉 소리.
처음에는 몹시나 작았던 손뼉 소리는 서서히 커지기 시작하고, 사람들의 환희와 반비례하기 시작했다.
“척준경이 대형견을 쓰러뜨린 건 맞지만, 개장수를 쓰러뜨린 건 아니잖아?”
-이야, 이야. 굉장합니다. 역시 척준경.
쓰러진 대형견의 옆.
-훌륭합니다, 정말 훌륭합니다.
손뼉을 치며 나타난 개장수는 찢어진 중절모를 지팡이 위에 걸며 모습을 드러냈다.
-역시 개고기의 나라. 개를 죽이는 솜씨, 잘 봤습니다.
“저거 선 넘은 거 아녜요? 저런 말 하는 거, 환의 의지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은데.”
“몰라. 뭐 외국인 드립 치려고 하는 거겠지. 검머외라거나, 아니면….”
백설희는 커뮤니티 속 떡밥을 하나 보며, 피식 입꼬리를 비틀었다.
“결사에서 만들어낸 복제인간이라거나.”
“…….”
“다들, 대충 예상이 되는 것 같은 모양이야. 저 남자의 이능력은 개장수가 아니라, ‘금속 조작’이라는 걸.”
“…원본이랑 다른 스타일이기는 하지만, 이능력이 워낙 비슷하니까요.”
“겉모습도, 체격도. 목소리는 조금 낮춘 것 같지만, 아예 음성변조까지는 아니니까.”
누군가가 말하고 있다.
저거, 혹시 태조 아니냐고.
태조의 이능력과 똑같은 이능력을 사용하는데, 어떻게 된 거냐고.
“…그래도 다들 되게 의외네. 나는 저거 보고 ‘태조가 배신했다!’라고 생각할 줄 알았는데.”
“저도요. …언니는 태조를 아머드 태조로 많이 봤으니까, 오히려 그렇게 생각해야 하는 쪽 아녜요? 세뇌라거나, 본인이라거나.”
“지금에 와서 하는 말이지만, 나나 광익공이나 둘 다 태조랑 직접 상대하면서 마력 부딪쳐보면서 대충은 짐작했거든? 태조의 마력에는 뭔가 말로 할 수 없는 슬픔 같은 게 있다는…진짜야. 뭘 그렇게 인제 와서 그렇게 ‘나는 다 알고 있었다’라고 말하는 사람인 양 쳐다보는 거야?”
“그런 걸로 하죠.”
“이게.”
백설희는 바로 유미르에게 손을 뻗어, 유미르에게 어깨를 건 다음 그녀의 볼을 손으로 꾹꾹 눌렀다.
“너 자꾸 그러면 이 이모랑은 놀지 말라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치사한 협박을…! 그리고 왜 이모예요. 작은엄마지.”
“어쭈.”
“그리고 지금 집중해요. 둘, 다시 싸우려고 하는 것 같으니까.”
유미르는 백설희의 허벅지를 토닥이며 TV를 가리켰다.
“척준경, 비틀거리면서도 다시 부서진 대검을 들었어요.”‘
“…그래. 저래야 히어로지. 그래야 내가 임신 은퇴로 안심하고 집에서 태교에 전념할 수 있지.”
“불안하세요? 히어로가 진다는 게.”
“당연하지. 쟤가 뭐 ‘사실은 태조였습니다’하고 외칠 게 아니라면, 히어로가 진다는 건 한국 전체가 휘청거리는…잠깐만.”
퉤.
누군가가 바닥에 침을 뱉었다.
아니, 입 안에 가득 고인 ‘피’를 뱉는다.
“…태조, 지금 내상 입은 거야?”
“어, 저건…위험할지도…?”
“아, 미친. 죽을 정도로 싸우면 어떡해?! 저거 말려야 하는….”
고오오.
다시금, 두 사람이 마력을 일으킨다.
사철이 움직이며 크기는 다르지만 또다른 진돗개를 만들고, 척준경은 비틀거리면서도 부러진 대검을 들고 빌런 태조에게로 향한다.
격돌하면, 분명 둘 중 하나는 크게 다치게 될-
순간.
“앗.”
“저건…!”
폭음과 함께, 둘 사이를 가르듯이 누군가가 다리 위에 착지했다.
-고생했다, 준경아! 나머지는 형이 처리할게!
[서로 딸피인데, 아니 거기에서 투신이?]이능력자 사이의 전투에는 로망이 있다.
만화나 영화 속에서만 보는 것 같은, 그런 판타지 속 전투가 펼쳐지는 걸 TV 화면 너머로 보는 것만으로도 손발이 저리고 짜릿해진다.
그런데 그 전투가 마치 진짜 소설이나 영화 속의 대결처럼, 단순히 이능력만 주고받는 게 아니라 ‘로망’까지 주고받는 거라면.
-칫, 종이 한 장 차이였나.
-강했군. 저승에서 먼저 기다려라. 곧 따라가마.
-헤헷, 지옥에서는…내가 이길 거라고….
풀썩.
과 같은 장면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게 사람 심리다.
이번 전투가 설령 ‘생전 고인의 개쩌는 전투 영상’이라면서 장례식장에서 재생된다고 하더라도, 그런 모습이 실제 현실에서 일어나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인간의 심리는 참으로 오묘하다.
보고 싶다는 그런 로망.
그런 로망 때문에 S급 히어로가 죽는다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겠지만, 순간적으로나마 생기는 인간의 본심까지 어떻게 제어할 수는 없다.
약간, 그런 거다.
두 명의 탑이 서로 궁극기까지 주고받고 싸운 다음, 집으로 귀환하여 체력을 채우고 오면 내가 유리하다는 걸 서로 안다.
마침 라인이 지워져 있고, 귀환해서 돌아오면 아이템이든 포션이든 더 가지고 올 수 있는 걸 아는 상황.
그러나 남자라면, 탑에 서는 자라면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저놈 어떻게든 잡고 간다.
서로 스치기만 해도 치명상이지만, 승자는 살고 패자는 죽는다.
자존심이 걸린 이상, 그 자존심을 접고 싸움을 택하는 이상 무조건 이겨야만 직성이 풀리는 부류가 있다.
‘아무리 S급이라도, 상대가 자기랑 나이 똑같은 17살 남자라면 못 참지.’
실제 실력은 S급 평균이지만 지금까지 S급 판독기로 살아온 남자.
상성에서 밀리기는 해도 계속 S급 판독기보다 위에서 살아온 남자.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17세 남자 S급 이능력자라면 결코 물러설 수 없는 때가 있다.
지금이 그렇다.
지금이 그’랬’다.
“형!!”
“물러서! 마나 회복해!! 나한테 죽고 싶지 않으면!!”
“큭…!”
다소 과격할 정도로 척준경을 제지하는 저 남자, 투신 이준영은 아주 쌩쌩한 몸 상태로 블랙태조의 앞에 섰다.
“너, 뭐야?”
“…….”
마나골드를 무늬처럼 새겨넣은 검은 가죽장갑을 당겨쓰며, 투신은 복싱하듯 주먹을 들며 블랙태조를 향해 분노를 터뜨렸다.
“너는 어디 소속이고, 도대체 뭐지? 활빈당이냐, 결사냐!”
“…….”
“말하지 않으면, 무력도 불사하겠어!”
투신이 험악한 눈으로 블랙태조를 바라본다.
블랙태조가 조금이라도 허튼짓을 한다면, 다리라도 분질러서 무력화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었다.
“…오빠.”
윤혜라가 허탈한 얼굴로 투신을 가리켰다.
“우리가 또 앞에 나선다면, 뭔가 그림이 이상해지지는 않겠지?”
[글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