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561)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562화(664/668)
“하지만 태조는 둘 다 해버렸잖아요.”
“그래. 하지만 그 덕분에….”
나는 유미르에게 태조의 팬카페 반응을 캡처한 자료를 보여줬다.
“신뢰가 생겼지.”
-우리 오빠 맞습니다!
-솔직히 결사에서 태조 세뇌했으면 저런 말 기자회견장에서 못 했다. ㅇㅈ?
-살다 살다 히어로가 기자회견장에서 저 말을 박아버리는 걸 보네.
ㄴ그만큼 진심이라는 거지~
아머드 태조 세뇌설은 삽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저 딱 한 마디만 했을 뿐인데, 아머드 태조는 S급 판독기이자 잼민이로서의 개연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누가 뭐 어떻게 뭐라고 거기서 더 말할 수 있었겠어. 기자들도 멘탈 터져서 회견장 자체가 터져버렸는데.”
먹잇감을 노리는 하이에나들도 예상하지 못했겠지.
대격변 이전에 태어난 이들이 대격변 이후에 태어나 오픈 마인드를 가진 이능력자의 생각을 따라가기란, 근본적으로 배우고 자란 환경이 다르니까.
“그리고 어떻게 거기에서 더 물어볼 수 있겠어. 누구랑 애국했냐. 누군지 밝힐 수 있냐. 그건 질문했다가는 질문하는 사람이 바로 욕을 먹을걸?”
“여자들한테 말이죠?”
“그래.”
애국 파트너가 누군지 말해야만 알리바이를 드러낼 수 있다고 한다면, 그자는 바로 ‘어떻게 그런 사생활까지 캐묻고 다닐 수 있어욧!’이라고 잔소리를 들을 테지.
“그리고 다른 건 몰라도 남자다운 모습은 보여줬잖아.”
어머니의 명예를 건 뒤, 태조는 뒤이어 모두가 보는 앞에 확실하게 말했다.
“자기랑 한 여자의 신상을 밝힐 바에는 차라리 히어로 때려치우겠다고. 남자가 되어서 어떻게 그딴 짓을 할 수 있겠냐고.”
“오….”
“알리바이에 신빙성은 없지만, 정면 돌파 덕분에 사람들에게 믿음과 신뢰가 생긴 거지.”
엄마를 걸어버린 불효자지만, 자기 파트너는 지키려는 남자로서 태조는 국민 대부분의 신뢰를 되찾는 데 성공했다.
“애가 발랑까지기는 했어도, 그래도 책임감이 없는 놈은 아니구나. 우리가 알던 아머드 태조가 맞구나.”
“…….”
“그리고 애국하고 있었다잖아. 미르야. 환의 의지도 이건 인정한다고 할걸.”
“그렇죠? 역시 애국이 진리네요. 다른 거 했다고 하면 다들 궁금해했겠지만….”
“태조, 애국, 개연성. 끝났지.”
사람이라는 게 이래서 이미지가 중요하다.
“기존에 어떤 이미지를 쌓았느냐에 따라 신뢰가 달라지는 법이야. 나 봐봐. 도깨비로서 행동하는 모습을 보였는데도, 사람들 지금 도깨비 분체 떡밥 굴리는 거.”
나도 그렇다.
“도깨비에게도 후계기가 있네? 어라, 혹시 블랙태조라는 것도? 어쩌면 결사에서는 S급 이능력자를 복제하는 것도 할 수 있는 거 아닐까?”
“Mk.3….”
“얘도 마찬가지.”
나는 내 허벅지 위에 엎어진 하얀 고양이를 가리켰다.
“얘도 평소에는 카리스마 넘치는 냉혈 암살자인데, 누가 손에 고양이 장갑 끼고 싸울 때마다 냥냥거리면서 싸운다고 생각하겠어? 그것도 본인이 직접.”
냐아앙.
하얀 고양이가 길게 하품한다.
나는 고양이의 몸에 새겨진 검은 무늬를 따라 손으로 몸을 쓸었다.
“그래, 고생했어. 투신 공격 막아주느라 엄청나게 고생 많았어.”
“역시. 합일하고 싸우셨던 거네요.”
“당연하지.”
난입하여 투신을 막은 시점부터 나는 현세린과 합일을 했다.
그래서 투신의 공격을 정면에서 받아내는 미친 짓을 저지를 수 있었다.
순수하게 내가 힘으로 투신의 공격을 받아내려고 했다?
어림도 없는 소리.
반사 능력을 갖춘 장갑 같은 걸 만들어서 착용하는 게 아니라면, 투신 같이 마나량과 피지컬로 몰아붙이는 덩어리를 정면에서 상대하는 건 어리석기 짝이 없는 짓이다.
“덕분에 세린이 마나 조금 많이 쓰기는 했지만, 네 덕분에 큰 문제는 없었으니.”
현세린이 현장에서 냥냥거리며 싸웠을 때, 그녀는 유미르의 분신을 기반으로 하여 살아있었다.
하지만 내가 합일을 한 시점에서 그녀는 마나골드의 몸을 버리고 분신에서 빠져나왔다.
영체가 된 상태에서 다시 내게 깃들어, 나와 합일하여 내게 자신의 마력을 마음껏 사용하도록 해줬다.
덕분에 지금 검은 무늬를 가진 하얀 고양이-마치 데포르메 같은 ‘백호’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외형은 총수의 취향일 뿐이다.
도올이라는 이명을 가지고 있는데도 왜 백호의 외형이냐 하면, ‘이유를 설명하는 건 세련되지 않으니까’라고 답하리라.
“나도 그렇지만, 얘가 열심히 냥냥해준 덕분에 지금 낚여버린 히어로들도 우리 편이 되었잖아. 이거 한번 볼래?”
“뭔데요?”
“낚인 히어로들이 복제설을 주장하기 시작하는 거.”
나는 V 튜브에서 한참 인기 급상승 중인 영상 하나를 재생했다.
“펜리르는 살아있다?”
“제목으로 어그로 끄는 거지.”
삐빅.
-…제가 직접 상대하면서 확인했어요! 비록 망명했다고는 하지만, 한때는 우리 한국의 S급 히어로였던 ‘펜리르’의 이능력을 사용했다고요. 분명히! 결사는 S급 이능력자들의 능력이든 뭐든 확보할 수 있는 게 분명해요!
“히어로 ‘유린아’의 내부 고발. 원래라면 검열되어야 했지만….”
“이거, 원본 아니네요?”
“원본이 아니라 원본을 아카이브하고 깡통 계정으로 올린 영상인데, 이게 자막까지 붙어서 지금 실시간으로 인기를….”
삐빅.
영상 재생이 끊겼다.
새로고침을 하니, 바로 ‘재생할 수 없는 영상입니다’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검열했네.”
고양이가 말했다.
팡!
얕은 바람을 일으키며, 고양이는 순식간에 현세린으로 변했다.
“벌써 육체 구성해도 돼?”
“최고 효율로 마력 쓰는 거, 내 전문이잖아. 회복 금방이야. 흐으읏ㅡ!”
현세린은 기지개를 켜며, 내 허벅지 위에 옆으로 앉은 채 길게 하품했다.
“하여튼 이유린, 약았다니까. 내부 고발이랍시고 나 찾아내게 한 다음, 제자 자칭하면서 자기가 내 이능력 받아 가려고. 쯧쯧.”
현세린은 대놓고 내부고발자인 유린아에게 혐오감을 드러냈다.
“내가 줄 거면 차라리 김윤지한테 주지.”
“김윤지…?”
“뇌제.”
“아.”
“미르야. 아무리 히어로라고 해도, 이명을 말해야 누군지 아는 건 좀 그렇지 않을까?”
“헤헷…. 워낙 이명이 입에 착 감기는 분이셔서. 오빠는 어때요?”
“이명이 자기 개성을 확실하게 드러내는 사람이 있으면, 이명으로 그냥 부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긴 해. 박미자, 처럼.”
유미르가 순간 현세린을 바라봤고, 현세린은 나와 유미르를 한 번씩 쏘아봤다.
“나 박미자 아니야.”
“그럼 박미자는 누구길래 오빠가 저렇게 의미심장하게 말한 거예요?”
“바토리.”
“아.”
유미르는 손가락을 튕겼다.
“S급 이능력자가 아닌 젠로스 한 사람이니까, 이제는 이능력자의 이명이 아닌 본명 불러줘야겠네요. 그런데 바토리 본명이 박미자예요?”
“응.”
한국에 있을 때, 그녀의 이름은 박미자였다.
“위키에는 없던데.”
“보통 한국인이었다가 외국으로 망명한 사람은 기록 말살이 되어버리니까. 공식적으로는 이름이 없는 존재가 되어버리는 거야. 얘도….”
“도깨비 아저씨? 저도 어떻게, 본명 불러드려요?”
“……얘도 원래 이름이 말살되어서 더 이상 존재하지 않지. 박미자도 마찬가지야. 박미자, 지금 공식적으로는 ‘엘리자베스’라고 할걸?”
“흐음….”
유미르는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팔짱을 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그 박미자 씨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박미자기는 해도 엘리자베스니까, 헝가리 사람이니까 헝가리에서 재판받는 건가요?”
“국제이능력사법재판소로 넘겨질걸? 헝가리에서도 지금 난리가 났거든. 바토리가 한국인 피를 가지고 샤워를 했다는 것보다 더 끔찍한 범죄가 지금 밝혀졌거든.”
“샤워보다 더 끔찍한 죄…?”
“한국인 여행자들을 납치해서 강제로 피를 뽑아낸 죄.”
“…….”
유미르의 표정이 점점 더 어두워진다.
“미르야.”
“걱정해주셔서 괜찮아요. 애국하자고 제안해주시려는 건 고맙지만, 이 정도로는 막 애국하고 싶어질 만큼 머리가 복잡해지거나 그런 건 아니니까 괜찮아요.”
다행이다.
혹시나 불법 매혈 밀수 때문에 유미르의 운석 카운터가 올라가나 싶었지만, 다행히 이 정도는 유미르도 역치가 쌓여 크게 불쾌해하지는 않는 수준이었다.
“저는 오히려 세린 언니 옛 후배였던 사람이 언니 뼛가루 노린다거나 하는 게 더 그런걸요.”
“다 이능력 이어받고 싶어서 그런 거지. 지금 한국에 있는 이능력자들, 어떻게든 어딘가로 숨어버린 블랙태조 찾으려고 난리일걸?”
나는 기자회견의 뒷부분을 재생했다.
“태조 본인도 말하잖아. 내 이능력 훔쳐 간 결사 놈들을 잡을 수만 있다면, 내 이능력 도둑이라는 그놈을 죽여서 뼛가루 마셔도 된다고.”
아머드 태조.
“자기가 모든 책임을 질 테니까, 표절 태조를 죽여서 이능력을 가지든 말든 일단 내 얼굴 그대로 똑같이 따라 하는 놈을 없애달라고.”
블랙태조에게 현상금을 걸고, 전 세계를 향해 살해 청부를 하더라.
“이능력자가 자기 이능력을 걸고 말하는데, 이것만큼 확실하게 세상에 믿음을 주는 말이 또 어디 있겠어?”
“하지만 태조, 어머니를 걸지 않았어요?”
“아, 그거.”
현세린은 헛웃음을 지으며 내 몸에 늘어졌다.
“어차피 태조 엄마, 민지영 그 여자 진짜 ㅊ-”
“그만.”
때로는 사실이라도 함부로 말하면 안 될 때가 있다.
사람마다 함부로 말하기 힘든 비밀이 있고, 그 비밀은 때에 따라서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아무리 비밀이라고 해도, 평생 비밀을 가지고 끙끙 앓을 수는 없는 노릇.
그 비밀을 적당한 선에서 공개하는 걸로 피해를 주지 않을 수 있다면, 대나무숲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소리치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속 시원하게 털어놓겠지.
그 대상이 있다면 누굴까.
가족이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아머드 태조로서 나선 건 전부 연기였고, 잼민이인 척 하면서 나라의 더러운 일을 처리해왔다는 거예요?”
“그래.”
대통령 태채진은 창백하게 굳은 얼굴의 태이린을 향해 진실(?)을 밝혔다.
“늦게 말해줘서 미안하다. 하지만 태조 본인이 그걸 말하는 걸 원하지 않았단다.”
“…….”
“적을 속이려면 아군부터 속여라. 그런 말도 있잖니.”
“아, 뭔지 알 것 같아요.”
태이린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충격적이냐고 하면…그다지 충격적이라거나 그런 느낌은 아니네요. 오히려 잘 된 느낌?”
“응?”
“제 하나뿐인 쌍둥이 오빠가 기자회견장에서 보여준 모습이 전부 ‘정의’를 위한 연기였다는 거잖아요.”
태이린은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가슴에 손을 올렸다.
“자기 자신조차 현혹할 정도로, 쌍둥이 동생까지 속일 정도로 철두철미하게 행동을 해왔죠.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을 텐데, 저까지 막 뭐라고 한 게 너무 미안해지네요.”
“이린아, 그.”
“나중에 직접 만나서 사과할게요. 그동안 못되게 군 거. 히어로답지 못하다고 뭐라고 막 했는데, 세상에서 누구보다도 히어로답게 살고 있었네요.”
“……생각보다, 크흠, 내가 걱정했던 것보다도 더 담담하게 받아들이는구나.”
태채진은 안도한 얼굴로 의자에 몸을 뉘었다.
“나는 네가 크게 충격을 받을 줄 알았단다. 아무래도 그, 태조가 평소에 쌓아놓은 이미지가 있잖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