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563)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564화(666/668)
“감사합니다, 형님.”
낯간지럽게 형님 소리를 듣는 건 조금 어색하기는 하다.
일단 결사도 결사지만, 주변에 남자랑 만나는 일이 거의 없으니까.
“오랜만!”
“아. 어서 오세요, 유미르 누님.”
태조는 차원문 너머에서 넘어온 유미르를 보며 안도했다.
“이제는 자연스럽게 얼굴 보여주시는군요.”
“오빠가 얼굴 보여주는데, 내가 얼굴 가릴 필요는 없지. 어머, 혹시 다른 게 보고 싶은 걸까?”
“뭔지는 모르겠지만, 정중히 사양합니다.”
“…농담을 그렇게 받아치면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리는데?”
유미르가 나를 향해 울상을 지었다.
“오빠. 나 또 오해 살 것 같은데.”
“오해 살 행동을 하지 말아야지.”
“아얏.”
“…형수님을 위한 마나골드가 필요하신 거군요.”
태조는 바로 화제를 돌렸다.
“마침 잘 됐습니다. 제가 얼마 전에 V튜브로 세공 관련 영상을….”
유미르에 이어 넘어오는 두 여인, 특히 백설희를 보며 태조는 그대로 굳었다.
“…….”
“안녕. 이야기는 들었어. 이렇게 직접 만나는 건 처음이네.”
“…그러게요.”
백설희와 태조는 서로 한 번 시선을 주고받은 뒤, 무언가 암묵적인 동의를 한 듯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형수님도 마나골드가 필요해서 오신 겁니까?”
“태조 너, 누구를 지칭한 거니?”
“전부 다요.”
형수님이라는 칭호가 그렇게 좋을까.
나를 따라 차원문을 넘어 블랙태조의 아지트로 들어온 셋은 은근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뭔가를 재촉했다.
“일단 이거 받아라. 다 쓴 마나골드다.”
“…음?”
나는 태조에게 헌 마나골드를 건넸고, 태조는 마나골드를 보자마자 인상을 찌푸렸다.
“왜? 너무 험하게 썼나?”
“아니요. 이거, 원래 이런 형태였습니까? 만져봐도 됩니까?”
“물론.”
태조는 의아한 얼굴로 헌 마나골드를 집어 들었다.
그 형태는 마치 쪼그라든 심장과도 같은 형태를 하고 있었으나, 태조는 계속 인상을 찌푸리며 마나골드 덩어리를 여기저기 살폈다.
“조금 부끄럽네. 그거, 반나절 전까지만 해도 내 심장이었는데.”
“…….”
태조는 현세린의 말에 바로 현세린의 심장이었던 것을 내려놓았다.
“괜찮아. 의사한테 심장 맡기는 건데, 뭘 부끄러워해? 이상한 것도 아니고.”
“…괜찮은 겁니까?”
“물론. 그렇지, 도 과장님?”
“안 될 것 없지. 오히려 좀 더한 것도 부탁해야 할 수도 있는데.”
“센시티브한 건….”
“센시티브를 넘어서, 스켈레틱한 걸 요청할 수도 있거든.”
나는 사진 하나를 띄웠다.
“나중에 이거 만들어줘야 할지도 모른다?”
“…뼈대를 만드는 게 아니라, 뼈를 만드는 겁니까?”
내가 띄운 사진은 백골 모형.
딱히 현세린의 것은 아니지만, 의미는 전달되었으니 큰 문제 없다.
“마나골드 넉넉하면 뼈를 만든 다음, 거기 위에 깃들면 근육이랑 살만 마나로 만들면 되니까.”
“저는 일단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만….”
“분신의 이능력을 획득하면 이해하게 되겠지.”
나는 백설희를 가리켰다.
“설희의 대외활동용 인형도 나중에 시간 되면 만들어줬으면 좋겠군. 만드는 김에 네 간부용 뼈대도 마찬가지로.”
“…꼭 뼈여야 합니까?”
“다른 뭔가 있나?”
“아무래도 뼈보다는 그럴싸한 심장 쪽이 더 느낌이. 보석이랑 적절히 섞어서 하트 모양이나 뭐 그런 걸로 형태 잡는 건 어떻습니까?”
아무리 블랙태조라고 해도 이능력자로서의 감수성은 어떻게 버릴 수 없나 보다.
“예를 들어….”
“나는 민트색 마나 광물을 클로버 모양으로 깎아줬으면 좋겠는데.”
“역삼각형으로 하면 되겠습니까?”
“대화가 잘 통해서 좋네.”
그건 현세린 또한 마찬가지.
“휴, 다행이다. 도 과장은 미적 센스가 부족하다니까. 자기 여자가 빙의할 몸을 무슨 해골바가지로 만들고 있어.”
“…해골로 만드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나?”
“효율만 추구하던 펜리르는 저기 북유럽에서 K-암살자에게 뒤졌답니다~”
현세린이 우스갯소리로 키득거리며 말했으나, 분위기는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뭐야. 나는 이런 농담도 하면 안 돼? 누구는 자기 엄마 걸고 사람들 앞에서 드립치는데.”
“그건 드립이 아니라 팩트라서 괜찮습니다.”
더, 분위기 다운.
“야, 네가 그렇게 말하면 내가 뭐가 돼?”
“그래서 민트랑 골드가 섞인 클로버 보물은 언제까지 만들어드리면 됩니까?”
태조는 다운된 분위기를 무시하며 업무 이야기로 화제를 전환했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 그래도 10월, 월드컵 예선이 시작되기 전에는 ‘네 개’ 다 만들어졌으면 한다.”
“인간 뼈처럼 만드는 거라면 모를까, 보석처럼 꾸미는 건 크게 문제없습니다. 10월 중순, 아니 10월 초까지도 큰 문제는 없….”
태조가 탁자 위에 올려진 현세린의 심장이었던 것으로 다시 눈을 돌렸다.
“아니, 형님.”
“왜.”
“이거, 제가 변형시킨 게 아니라…. 아니, 이런 미친.”
태조가 짧게 욕을 내뱉으며 심장을 들었다.
“이걸 왜, 아니, 하.”
“오. 이건 예상하지 못했던 건데.”
파지지직.
전류가 튀듯 심장이 변형을 일으키더니, 곧 심장은 새로운 형태로 모습을 바꿨다.
“축하한다. 문화재 유물까지 터득했군.”
“……혹시 백제박물관 털었습니까?”
“일본에 유출된 걸 털어왔지. 오사카에서.”
“아, 그때.”
태조는 자기 손에 올려진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만지작거리며 쓰게 웃었다.
“이건 마나골드 이전에 박물관으로 들어가야 할 물건이니, 따로 박물관에 넣겠습니다.”
“그냥 네가 보관하지?”
“맞아. 선생님이 그랬는데, 한국 박물관은 비싼 물건 들어오면 진품은 빼돌리고 가품을 전시한다고 그랬어.”
“누가 그런….”
태조는 바로 유미르에게 반박하려다가 입을 꾹 다물었다.
“알겠습니다. 형님의 조언대로 따르겠습니다. 그러면 일단 급한 대로, 세린 형수님이 사용할 마나골드 만들어드리면 되는 겁니까?”
“그것도 있는데, 오늘 온 목적은 네 알리바이를 강화하기 위함이다.”
“알리바이…?”
“블랙태조 동일인물설을 날려버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알리바이지.”
나는 현세린과 백설희의 어깨를 잡아당기며 둘을 토닥였다.
“여기, 분신의 이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빙결계 이능력자가 있다. 그리고 유령이 하나 있지.”
“…….”
“그리고 몸이 될 핵, 심장을 만들 수 있는 사람과 그걸 어떻게든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있다.”
이 정도 이능력자가 있으면, 마나만 충분하면 뭐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너, 서울로 같이 올라가자. 그리고 부산에서는 아머드 태조가 부산에서 서울로 급히 올라가면 돼. 사람들 대동하고.”
“……동시에 다른 장소에 두 명이 있는 걸로 알리바이를 벗는다? 그럼, 제가 아머드 태조를 연기하면 되는 겁니까?”
태조는 현세린을 가리켰다.
“세린 형수님이 블랙태조로 이능력을…?”
“아니지, 아니지. 그냥 비유를 들려고 얘를 말한 거지, 진짜는 따로 있다. 어떻게, 할래?”
“…형님 제안이니 하겠지만, 진짜는 누굽니까? …설마.”
태조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간다.
“…에이, 형님. 혹시 그 형수님은.”
“가자. 유미르. 우리 집 거실로.”
“바로 열게요.”
위이잉.
유미르가 크게 원을 그리며 차원문을 열었고, 나는 가장 먼저 차원문을 넘었다.
장소는 순식간에 부산의 태조 아지트에서 서울에 있는 내 집으로.
[응, 안물안궁. 어쩔태조, 저쩔아머드~]도착하자마자 들리는 익숙한 잼민이 목소리.
그 소리는 거실 전체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서라운드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
“…….”
“어, 왔어?”
헤드셋을 낀 채 여러 영상을 동시에 재생하고 있던 윤혜라가 태조를 향해 손을 흔들며 그를 맞이했다.
“영혼을 담아서 연기할게. 메소드 알지? 누나가 블랙태조는 무리더라도, 아머드 태조처럼 행동하는 건 어떻게 할 수 있을 것 같거든?”
“…….”
“뭐, 왜. 나 처음 만나자마자 판독 실패로 닦인 게 불만인 거야, 아니면 내가 너를 연기한다는 게 불만인 거야?”
“차라리 제가 아머드 태조 하면 안 됩니까?”
“응, 못하죠?”
윤혜라는 엄지로 북쪽을 가리키며 태조를 비웃었다.
“블랙태조로 이능력 써서 황해도에 상륙한 S급 뱀파이어 심장에 황금대못 박으려면 블랙태조가 직접 올라가야 하죠?”
[…….]“야, 그냥 블랙태조로 살아. 그래야 네가 아머드 태조의 복제품으로서, 아머드 태조라는 원본을 죽인다는 개연성이 생기는 거라구?”
부산.
얼음으로 분신을 만들고, 강철로 태조 모양 우리를 만들어, 그 안에 영혼이 깃들 마나골드를 박아넣는다.
그리고 유미르가 그걸 잘 밀봉하면 아머드 태조 제작 끝.
“괜찮아. 내가 아무리 남자 몸에 빙의하더라도, 여자 울리는 짓은 안 할 거니까. 안심하라구?”
“…….”
“아 참. 물어볼 거 있는데. 지금도 태조루삥뽕이야? 아니면 태지루삥뽕?”
“일단.”
태조는 등 뒤에 손을 뻗더니, 금색 지팡이를 마치 척추뼈를 뽑듯 꺼내며 정색했다.
“판독부터 합시다. 형님, 결계 좀.”
“미르야.”
“네에ㅡ”
벽에 걸린 80인치 TV 속.
-이곳은 지금 해그늘 본사 건물 앞 호정광장입니다. 추산 인원 2천명이 밀집한 가운데….
심각한 표정의 기자가 마이크를 잡고 카메라에 대고 설명하며, 그 목소리를 잠시 낮춘다.
-매혈 행위를 하는 해그늘은 각성하라! 각성하라!
-어린 아이들 피를 빨아다가 배를 불린 자본주의 모기들! 모기 놈들은 전부 죽어야 해!
-피 팔아서 살림살이는 좀 나아지셨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