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564)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565화(667/668)
해그늘 본사 근처.
붉은 머리띠를 두른 시위대가 해그늘 본사 건물을 향해 마구 소리를 지르고 있다.
-우리 애가 수술하다가 피가 모자라서 죽었어! 그런데 뭐?! 피를 빼돌려서 팔고 있었다고?! 당신네들이 죽인 거야!!
목에 핏대를 세우며 한 서린 외침을 하는 여인의 절규를 시작으로, 해그늘을 향한 규탄이 계속 이어진다.
-…해그늘병원에서의 매혈 행위에 대하여 성토가 이어지는 가운데, 시위 인원은 시간이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추정….
“쯧.”
해그늘 본사가 아닌 다른 곳, 해그늘 울산지사로 몸을 옮긴 최호정 회장은 부산에서 펼쳐지는 대규모 시위에 혀를 찼다.
“어리석은 인간들.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저 꾼들이 하는 말만 듣고 나와서 소리나 지르다니.”
회장은 TV를 껐다.
조금 전까지 시끄럽게 울리던 시위 소리는 온데간데 없이 조용해졌고, 회장은 태블릿을 두드리며 자신의 앞에 놓인 감을 집어먹었다.
“그 피 팔아서 우리가 뭐 착복을 한 것도 아니고, 그 돈으로 다 소비자에게 혜택 돌아가게 만든 것을….”
“할인 행사 진행할까요?”
여비서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최호정 회장은 한참 TV 스크린 속 시위대를 가리켰다.
“부산을 중심으로 프랜차이즈 계열사에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지시하겠습니다.”
“할인하면 돈은 누가 책임져주나?”
“가맹점주와 함께 달린다는 슬로건을 내세워, 할인행사 품목에 대하여 가맹점주 정산 부담 비율을 일시적으로 높이라고 지시하겠습니다.”
“그거 좋지. 바로 진행시켜.”
회장의 한 마디에 해그늘카페를 비롯한 음식료 프렌차이즈 매장들의 파격 할인 행사가 시작될 것이다.
“만일 매출 정산 부담 높다고 뭐라고 하는 놈들 있으면, 그 매장은 알지?”
“사장님만 특별히 해드리는 거니까 다른 곳에 말하지 말라고 확약을 받은 다음, 계약서를 따로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러다 나중에 인테리어 리모델링 해야 한다고 하면서….”
“가맹점주 자부담 비율을 높이겠습니다.”
“좋군.”
소비자는 할인된 가격에 ‘이게 무슨 일이냐’라고 놀랄 것이며, 가맹점주들은 몰려든 사람들 때문에 일은 일대로 많이 하면서 매출은 노동강도에 비해 그다지 늘지 않으리라.
“그리고 시위대 근처로 푸드트럭 몇 대 보내. 우리 로고 다 떼고. 평소에 쓰는 것보다 품질 좀 낮추면 저 놈들 눈치 못 챌 거다.”
“시위대의 공복을 이용하는 거로군요. 시위를 하다가 어디 밥 먹고 올 수는 없으니. 지시대로 이행하겠습니다.”
“그래, 그래. 자네는 머리가 비상해서 좋아.”
“…이능력자니까요.”
여비서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아직 이사 분들에게도 미치지 못합니다. 그저 회장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것들을 제가 어떻게 할 수 없어 송구할 뿐입니다.”
“괜찮네. 자네가 내 지시를 그대로 밑에 있는 놈들에게 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네가 할 일을 다 하는 거야.”
회장은 자신의 의자에 주저앉으며 눈을 감았다.
“시위가 언제까지 갈 것 같은가?”
“최소한 1주일은 지속될 것 같습니다. 다른 이슈가 없는 이상, 당분간은 들끓을 것 같습니다.”
“이슈라….”
회장은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고뇌에 빠졌다.
“거, 우리 PMC 애들 중에 사이코패스 같은 녀석 없나? 고3이면 좋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하시려고요?”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아서 공부하려고 하는데, 시위대 때문에 시끄러워서 공부를 할 수 없다면서 시위대 학살하는 사이코패스 이능력자가 한 명 있었으면 좋겠는데.”
“…….”
여비서는 아무 말 없이 태극워치를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이왕이면 ‘나 미쳤소’하는 외형을 가진 녀석이 아니라, 학급에서 조용하고 음침하게 한 명 정도는 있을 것 같은 녀석이었으면 좋겠군.”
“그러다가 스트레스가 쌓여서 무차별 학살을 하는 빌런으로 하면 되겠습니까?”
“그래. 고3이 시끄러워서 공부를 못 하겠다고 스트레스 해소를 하고 그러면, 시위대도 얌전히 죽어주겠지. 그러다가 해산하면 좋고.”
회장의 말에 경멸을 보이거나 하는 기색 하나 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는 무언가 데이터베이스를 찾는 듯했다.
“…그런 자라면 유감스럽게도, 한국에는 없습니다.”
“한국에는 없다. 그럼 외국에는 있다는 건가?”
“예. ‘노스페라투’. 안 그래도 피를 공급받지 못한다는 소식에 지금 스위스에서 한국으로 비행기타고 날아오고 있습니다.”
회장의 얼굴이 굳었다.
“제정신이 아니군. 바토리가 젠로스되는 걸 보고도 뒤따라온다고? 자신감이 있나?”
그것은 노스페라투라는 또다른 고객이 한국으로 오고 있다는 말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혹시나 노스페라투까지 바토리처럼 될까봐.
“그 녀석, 바토리랑 달리 우리 스폰 받고 있지 않나?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 녀석 아직도 우리랑 ‘협업’하고 있는 걸로 아는데?”
“피도 피지만, 자기 실력에 자신이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그 자는…판독기보다 더 높은 ‘진짜 S급’이니까요.”
노스페라투 블라드 체페슈.
“스위스 1위입니다. 최소한 투신급의 전투력을 가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이 평하고 있습니다.”
“투신급인가….”
바토리와 마찬가지로 피를 조종하는 혈기술사이며, 이능력 등급은 바토리보다 훨씬 더 높은 S급.
“녀석, 분명 그 놈이지? 저기 천안고양이학살범.”
“예. 길고양이들을 쇠꼬챙이에 끼워 죽였던 자입니다.”
바토리처럼 한국에서 망명을 하여 스위스에 터를 잡았으나, 바토리보다 더 강하고 잔인한 빌런이다.
심지어 한국에 있었을 때, 아머드 태조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던 자.
그런 자가 한국에서는 기록이 소멸되고 데이터베이스 뒤에서는 빌런으로 기록되어있지만, 스위스에서는 한국의 억압에서 도망쳐 망명온 히어로다.
“아무리 그래도 그 무거운 엉덩이를 들어올릴 이유는 없을 것 같은데. 피 때문에 오는 거라면….”
“소문을 확인하러 오는 것 같습니다.”
“소문?”
“그 자는 과거에 ‘몬스터즈’ 출신이었고, 결사에서 만든 가짜 펜리르를 겸사겸사 잡으러 온 것일지도 모릅니다.”
“망명하기 전에 컨셉팀으로 팀을 꾸렸던 거 말하는 건가?”
“예. 저마다 다른 짐승, 악당, 괴물 컨셉을 가지고 팀을 만들었던 고등급 이능력자 집단이었죠. 펜리르는 그 팀의 대장이었고, 체페슈는 부대원이었습니다.”
“…서로 죽였으면 좋겠군.”
회장은 한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둘이 싸우다가 둘, 아니 셋에 넷에 다 죽었으면 좋겠어. 도깨비 짝퉁이랑 태조 짝퉁, 그리고 펜리르 짝퉁까지 전부.”
벌어진 손가락 사이에서 반짝인 그의 눈동자는 분노와 짜증이 가득했다.
“저놈들 정체를 알아야 다른 사업도 차질없이 진행할 수 있는데, 저놈들 때문에 지금 다른 사업들도 모두 올-스톱 되게 생겼단 말이네. 그 손해가 얼마나 막심한지는 자네도 알고 있잖나.”
“긴급 투입을 할 수 있는 현금 다발이 사라지면 분명 타격이 눈에 보이기 시작할 겁니다. 저수지도 결국 마를 수 있으니까요.”
“하아, 젠장. 일단 체페슈를 이용해서 새로운 판로를 만들어볼까. 매혈행위는 불법이지만, 사람들이 원하기 시작하면 법도 다 바뀌는 법이니까.”
회장은 욕심 가득한 눈으로 책상 위에 올려진 고대금화를 움켜쥐었다.
“사람들에게 정보를 퍼뜨리는 게 좋겠어. 한국인의 피는 돈이 된다고. 지금 정부에서 매혈을 막고 있어서 그렇지, 피를 모아다가 해외에 팔면 그걸 사는 사람들이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는 거야. 그러면 불법이 아니라 합법이 되고, 우리는 선구자가 되는 거지.”
과거 아메리카 대륙을 개척하던 이들이 황금향에서 발견했다고 하는 고대 주화.
최호정 회장에게는 무엇보다도 소중한 보물이며, 그는 그 주화를 목숨과도 같이 움켜쥐고 있었다.
“괜찮아. 아직 피주머니는 많이 있으니까. 일단-”
삐비빅.
회장의 태극워치가 울렸다.
긴급을 알리는 비상 전화에 회장은 굳은 표정으로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지?”
[회, 회장님! 황해도에 불이!!]“황해도에 불 났으면 소방관이 가서 불을….”
순간.
“…지하에 불 났나?”
[예…!]무언가를 직감한 회장은 벽으로 다가가더니.
콰ㅡㅡ앙!
벽에 주먹을 휘둘렀다.
“아, 젠장…!”
“회장님!”
그의 손에서는 피가 줄줄 새어나오기 시작했고, 회장은 이를 악물며 피가 흐르는 손을 붙잡았다.
“이거, 또 결사지!!”
[잘 타는군.]“아무렴. 누가 계속 산소를 공급해주고 있는데.”
황해도 남쪽.
DMZ를 넘어간 뒤, 개성으로부터 서쪽으로 바다에 가깝게 이동한 위치.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는 너른 벌판이지만, 그 벌판에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현세린. 사람 죽으면 곤란해.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저 사람들도 모두 결사가 지배할 세상의 사람이다.]“나 딱히 그런 쪽으로 별 신경 안 쓰는데? 신경을 쓴다면 쟤가 쓰지.”
현세린은 뒤에 서있는 중절모 신사 청년을 가리켰다.
“안 그래? S+급 판독기?”
“…….”
“월드컵 직전이라 사람들이 쉬쉬하고 있지만, S+급 이 신설되면 그 바로 아래에 있는 사람은 네가 될 거야. S급 정점, 블랙태조 씨.”
“…….”
블랙태조는 살짝 그을린 앞머리를 만지작거리며 퉁명스레 입술을 삐죽였다.
“세린 형수님. 아머드 태조, 지금 부산에서 올라온답니까?”
“응. 왜?”
“그. 제가 막 칼로 찔러도 진짜 형수님은 아픈 거 아니죠?”
“…고통을 연동한 게 아니니까 아프진 않겠지.”
“그럼.”
태조는 이를 갈며 황금지팡이의 끝을 날카롭게 변형시켰다.
“아머드 태조 찌르고 부상 요양하겠습니다.”
[아머드 태조까지 리타이어 되면 월드컵은 누가 나가나.]“…월드컵은 나갈 겁니다. 칼침맞고 쓰러져서 조금 성숙해졌다고 하면 되겠죠. 블랙태조만큼.”
[어떻게든 아머드 태조를 죽이고 싶은 모양이군.]흑역사를 지우고 싶어하는 건 누구나 같다.
특히 평범한 인간보다 망각이 잘 작동하지 않는 이능력자라면 더더욱.
그렇기에.
지금부터 보이는 이 광경은, 굳이 보고 싶지 않다면 보지 않는 쪽이 좋을지도 모르지만….
[나오는군.]아무것도 없는 평야.
덜커덩!
맨홀 뚜껑이 열리듯, 곳곳에서 문이 열리듯 땅이 열렸다.
[해그늘의 진짜 피주머니들이.]그리고 그 안에서, 정체불명의 인간들이 허겁지겁 밖으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인신매매는 돈이 급한 자들이 극단적으로 선택하게 되는 급전 수급 방법이다.
-제가 급하게 돈이 필요해서 그런데, 제 신장을 1억에 사주세요!
-…….
-간이라도 좋으니까, 제발!
-병원이 무슨 분식집도 아니고, 저희가 왜 선생님 신장이랑 간을 사고 그러겠습니까….
병원에 가서 자기 장기를 사들이라고 해봤자 사주지도 않고, 합법 안에서는 아무리 장기를 팔아도 돈을 주지 않는다.
-젠장, 돈이…!
-돈이 필요한가? 여기는 2천, 여기는 3천.
-앗…!
그러나 불법으로 들어가게 되면, 이미 장기마다 기준가격이 잡혀있을 정도.
그 가격에 부모님이 물려주신 신체 일부를, 그것도 살아가는 데 있어 온갖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장기를 떼어내야 할 정도라면 얼마나 돈이 필요한 걸까.
-뭐 하다가 돈이 그렇게 필요한지 물어봐도 되겠소?
-아, 그게. 주식에 대출 넣었다가.
-…뭐, 회생하쇼.
인생의 막장에 몰린 상황.
-그런데 장기는 한 번 팔면 끝이지만, 계속 돈 벌 수단이 있는 거 알고 있나?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