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565)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566화(555/668)
-그래. 피를 파는 거지.
-피가…돈이 됩니까?
-우리가 사준다면 그게 돈이 되는 거 아니겠나.
해그늘은 이런 인간의 생존 욕구를 이용해 인신매매를 해왔다.
장기가 아니다.
피를 주기적으로 모아서 팔아왔다.
곳곳에서 피를 모아, 그걸 보관용기에 담아 팔았다.
‘원래 사업이라는 게 점점 크기를 늘려나가는 거지.’
장사가 잘되겠다 싶었는지, 그들은 공장을 만들었다.
한반도에서 가장 가난한 자들을 모아, 공포와 약간의 금전, 그리고 자본주의의 달콤함으로 황해도 지하에 남들 모르게 공장을 만들었다.
노숙자, 신용불량자, 사채에 물린 자.
-으아, 피에서 술담배 냄새가 나는데? 이거, 팔리기나 할까?
-차라리 저기 헬창들한테 가서 피 뽑는 게 낫겠다.
-…그럴까?
그러나 해그늘은 곧 경제성을 따지기 시작했으니.
[건강한 몸에 건강한 피가 흐르고, 건강한 피가 돈이 된다.]신선도 문제라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돈이 되는 피를 찾기 시작했다.
바로 저들.
“으아아악!”
“가, 갑자기 불이!! 밖에도 불이!!”
“날래 나가라!”
“닥쳐, 빨갱이 놈아!”
밖으로 뛰쳐나온 남자들은 화재 속에서도 살길을 찾아 난리를 치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은 마치 감옥에서 갓 빠져나온 죄수들과도 같았다.
“…어째, 죄다 근육 덩어리네요. 이능력자입니까?”
[이능력은 아니고, 돈 주고 운동시켜주는 거랑 비슷해.]특이점이 있다면 남자들뿐이라는 것.
그리고 그들의 손목에 태극워치가 ‘두 개’ 달려있다는 것.
하나는 관리용 태극워치이며, 다른 하나는 태극워치라기보다는 건강관리용 스마트워치다.
[주기적으로 피를 뽑으려고 하면 건강관리는 필수지. 음.]나는 지하에서 뛰쳐나와 화마를 피해 허겁지겁 도망가는 이들을 한 번 더 훑었다.
전부 검은 머리.
청년부터 중장년까지 소위 MZ세대라고 해야 할 정도로 나이대가 상당히 넓은 편.
“이쪽으로 오시라우! 이쪽은 불길이 약해!”
“날래 뛰어! 남조선의 가족들에게 죽었다는 소식 들려주고 싶간?!”
“머저리야! 네 마누라 이미 남조선 헬스남이랑 바람났다니까!”
“닥치라우!”
그리고 대부분은 어딘가 영화에서나 자주 들었을 법한 이북 말투를 사용하고 있었다.
“…북한 사람들?”
[싼값에 피 뽑아내기에 가장 적절한 사람들이지. 돈과 권력, 폭력으로 통제하기도 편할 테고.]그나마도 남한에서 몇 년 지내며 살짝 교정된, 탈북민을 초대하여 이북 말로 말을 하는데 남한에서 주로 쓰는 단어나 화법이 튀어나오는 그런 이들의 말투 같았다.
“여긴 어떻게 아신 겁니까? 이런 게 있다고는 들은 적도 없는데.”
[우리도 조사하면서 알게 된 거다.]블랙태조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나 또한 최대한 조심스럽게 답했다.
[피를 마구 흘리는 건 성형외과만 있는 게 아니지. 우리가 바토리 쪽을 건드리는 동안, 해그늘의 처형부대 중 일부가 북쪽으로 올라가는 걸 주모들이 포착했거든.]“…짐작은 하고 있었죠?”
[해그늘이라면 무슨 짓을 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의미에서의 짐작이라면.]알고는 있었다.
북한 관련 스토리는 ‘원작’ 이야기니까.
하지만 그건 독자로서 안 거지, 도지환이나 도깨비가 알았다고 하는 건 어폐가 있다.
[나는 이것보다 더한 짓을 하고 있을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는데, 어찌 보면 다행이군.]“무슨 말씀이신지 이해했습니다.”
블랙태조는 씁쓸하게 웃으며 어깨를 만지작거렸다.
“한쪽에서는 양의학으로 주사기로 피를 뽑고, 다른 쪽에서는 부항으로 피를 뽑는 겁니까….”
[부항도 있고, 생물을 이용하는 것도 있지.]나는 흰색 수의를 입은 남자들의 목덜미를 손으로 가리켰다.
[저게 부항 뜬 자국처럼 보이나?]무언가 몸에 길쭉한 붉은색 선이 보인다.
벌레가 몸속을 기어 다닌 듯한 흔적처럼 보이기도 했고, 전기쇼크로 전기가 피부 위를 파고든 흔적과도 같았다.
[거머리?] [그래. 흡혈 거머리로 피를 빤 거다. 대단한 국뽕이야. 정말.]성형수술 중에 흘린 피나 양의학으로 뽑아낸 피는 소위 ‘싸구려’였을 뿐이다.
[김치 프리미엄은 의학에도 붙는 법.]해그늘에서도 처형부대를 보내며 나름 적극적으로 대항한 것처럼 보였지만, 그들은 오히려 가장 돈이 잘 벌리는 곳에는 사람을 보내지 않는 걸로 은폐 공작을 펼치고자 했다.
[최우식 성형외과 원장에게는 참 고마워해야겠어. 한의학에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던 덕분에, 우리가 지금 여기를 발견할 수 있었으니.]그러나 우리는 최우식으로부터 정보를 캐냈다.
[한의학을 기반으로 하여 사람들의 몸에서 피를 뽑아내는 장소. 아무도 모르게 지하를 이능력자로 땅을 파다가 그 안에 시설을 만들었고, 피 주머니를 고용해서 부항과 거머리로 피를 뽑는다.]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물건이 바로 ‘블러드팩’.
그리고 이곳은 블러드팩토리, 피공장이라고 해야 할 터.
[해그늘 회장, 최우식이 이걸 알고 있었다는 걸 몰랐겠지. 자기 업무 관할이 아니었으니까.]“어떻게 알게 된 겁니까?”
[한의학을 향한 열등감으로 스스로 알아냈더라.]비바, K-의술.
[자기 이복형제는 한의사가 되어서 피주머니들 관리하면서 엄청난 돈을 벌고 있는데, 자기는 못생긴 인간들 피부를 가르며 피를 받아 푼돈 벌고 있다는 거에 열등감을 가지고 있더라고.]의사는 누구나 알듯이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다.
개원의나 페이닥터나 그런 걸 따지면 복잡하지만, 현실에서도 평균적으로는 성형외과 의사가 한의사보다 돈을 더 버는 게 일반적이다.
이 세계는 다르다.
-오우, 장침, 좋아요!
-이것이 한국의 CheongSimHwan 입니까…? 얼맙니까? 200만 원? 오우, 매우 합리적인 가격이군요! …한 알에? 와우, 좋습니다!
한의사가 일반의보다 몇 배는 벌며, 서울 강남역 출구 근처 성형외과보다 지방의 1층짜리 한의원이 매출이 수십 배 더 버는 세상.
[수능 1등부터 10등까지 전부 한의대 가려고 하는 거 보면, 참 앞에 ‘K’만 붙으면 대단해지는 세상이 신기하긴 해.]그리고 그 일반적인 세상의 뒤도 마찬가지였다.
[결사에서 파악한 ‘코리안 블러드’ 말이야. 추출 방식에 따라 엄청난 금액 차이를 보이고 있더군.]“추출 방식….”
[양의학처럼 칼 대고 주삿바늘 찌른 건 김치통 한 통에 몇백만 원이지만, 부항으로 짜낸 피는 그 한 병에 김치통 한 통보다 훨씬 더 비싸다고 하더군.]“그게 진짜입니까?”
[그렇다고 하더라. 한국인 체질에 맞게 피를 뽑아낸 거니, 그거 덕분에 한국인 피를 이용해 얻을 수 있는 부가가치가 뭔가 더 크다고 하더군.]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자료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시장 가격이 괜히 부항 혈액이 수십 배 더 비싼 게 아니겠지.
[일반 혈액이 소염진통제값이라면, 부항과 거머리 혈액은 건강보조제나 다이어트 한약 같은 값이지.]“…….”
[이능력자에게 약값으로 비유를 하는 건 무리였군.]“나중에 알아보겠습니다.”
해그늘의 장사 수완이 있기 이전에, 수요자들이 그만큼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만큼의 돈을 내는 것일 터.
가령.
그냥 헝가리에서 한국인의 피를 이용해 피험자의 17%가 이능력 신생아를 낳는 기적의 출생률을 확보했다면.
부항 뜨고 거머리로 짜낸 한국인의 피를 이용해 피험자의 약 37%, 막말로 셋 중 한 명은 이능력자로 태어나게 한다면 그건 엄청난 금전적 가치를 가져오는 일일 것이리라.
“그런데 형님. 보통 부항이나 거머리가 뽑아내는 피 말입니다. 그거 보통 검은 피라거나 나쁜 피 아닙니까?”
[본인 스스로 답을 냈군. ‘보통’은 그렇지.]참 역설적이게도, 해그늘은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철두철미한 모습을 보여준다.
[썩은 피를 팔아도 돈이 되겠지만, 맑은 피를 팔면 그것보다 몇 배를 벌 수 있다. 그걸 알고 있다면 당연히 더 비싸게 값을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기술을 개발하겠지?]“그게 저기 옛 북한 사람들을 지하에 가두고 헬스만 하게 하면서 피 뽑는 겁니까?”
[헬스만 하는 건 아니지만, 추출 방식이 다르다고 했잖아. 마침, 공장주인이 나타났군.]첨벙, 첨벙.
불길 속에서, 꿈틀거리는 검은 형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형체는 블랙태조가 이전에 소환했던 검은 사철의 진돗개보다 훨씬 더 큰, 몸길이가 무려 20m는 훌쩍 넘을 듯한 뱀이었다.
“윽.”
뱀이 아니다.
거머리의 군체가, 하나의 거머리가 되었다.
“이거, 이거. 곤란하네, 정말.”
거머리 군체의 위.
“어떻게 여기를 발견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하늘색 가운을 입은 검은 머리 청년이 팔짱을 낀 채 우리를 노려보고 있다.
“한 해 매출 수십조를 벌어들이는 해그늘 황해 공장을 습격한 이상, 각오는 되었겠지?”
“…저거 설마.”
[그래.]해그늘이 이 한반도를 지배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배경.
빌런명, ‘거믄머리’.
[외국에서 몰래 한국으로 데려온 S급 빌런이지.]그 시각, 부산.
“갑자기 무슨 테러를!”
정기조 협회장은 엉겨 붙은 머리를 모자로 눌러 쓰며 밖으로 뛰쳐나왔다.
“협회장님!”
“달려주세요, 형님!!”
“예!”
부아앙.
택시 운전사 출신의 협회 직원이 바로 수동기어를 조작했다.
계기판의 속도는 미친듯이 올라가고, 협회장은 익숙하다는 듯 태극워치를 두드려 누군가의 연락을 받았다.
“예, 정기조입니다.”
[날세. 최호정.]발신자 제한 번호로 번호도 안 떴는데, 이름만 말하면 누군지 알까.
하지만 최호정이라는 이름, 그리고 협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 수 있는 자는 지극히 한정된다.
“…옆에 직원 있습니다만.”
[괜찮네. 입이 무거운 자이기를 바라야지.]“…….”
120에 이르렀던 속도가 순간 100으로 내려가며 차가 느려졌다.
해그늘과 협회는 별개의 조직이지만, 전화 너머의 존재는 이 나라 경제의 왕.
긴장되는 건 당연하다.
이 남자를 빼고.
“왜 때문에 전화하셨습니까? 저 바쁩니다.”
[왜 때문에? 뭐 때문에가 아니고?]“요즘 신세대 말투에 의문을 던지실 정도로 여유가 있는 걸 보니, 별로 중요하지 않은 말씀을 하시려는 것 같군요. 공무 집행 중입니다. 나중에 연락하세요.”
[이봐.]최호정 회장의 날 선 목소리가 차에 울렸다.
[강화도에서 빌런들을 놓쳤지? 이번에도 놓치면, 언론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걸세. 협회장의 무능을 규탄하기 시작하겠지.]“아, 그러십니까? 그것참 죄송하군요.”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