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571)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572화(561/668)
그리고 그건 해그늘이 열심히 기름칠해놓은 ‘기존 언론’도 마찬가지.
“이곳은 해그늘 본사 앞 호정광장입니다. 해그늘에서 댓글부대를 동원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 가운데, 분노한 시민들이….”
“내가 해그늘에서 30년을 넘게 일했어요. 그런데 지금만큼 제 명함이 부끄러운 순간이 없습니다. 30년 동안 공장에서 기름 먹어가면서 일한 게….”
“이게 거머리가 아니고 뭡니까? 우리가 비싼 값에 해그늘 제품 구매하면, 거기에서 나오는 마진이 다 놈들의 피와 살이 되는 거잖아요? 국민들 고혈을 빨아먹는 거머리가 저기 황해도에 있었다….”
거머리.
공교롭게도, 그들의 피를 빨아 수출하게 해주던 수단은 그들을 상징하는 단어가 되었다.
[아무리 대격변으로 이능력자의 시대가 되었다고 해도, 일반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는 건 돈 문제지.]스포츠 스타가 아무리 돈을 많이 번다고 해도, 그건 그들만의 세상이라는 느낌이 강해서 감흥이 없다.
그러나 거머리의 이야기는 다르다.
일반인들에게 자기 삶과 직접적으로 비교를 할 수 있다면, 그 이야기는 그 어떤 비극보다도 피부에 와닿는다.
-옆집 철수네가 복권 1등에 당첨되었다고 하더라.
부럽기는 해도, 그것 때문에 살인 충동이 일어나거나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옆집 잼민이네는 하루에 8시간 동안 V튜브 보면서 해그늘 실드만 치는데도 월 300만 원을 받는다더라.
라고 한다면.
[뒤집힐 수밖에.]현재.
월드컵을 앞두고 있든 말든, 거머리의 실체를 보고 잠이 확 깨어버린 이들이 광장에 가장 먼저 나와 해그늘을 규탄하고 있다.
[잘 타는구나. 활활. 황해도의 땅보다도 더.]조금만 더 문제가 커지면 폭력 사태라도 일어나는 게 아닐까 싶어질 정도로 상황은 점점 더 악화일로를 거듭하는 가운데.
“도 과장? 준비 끝났어.”
궁기, 윤혜라는 모두의 분노를 실체화시킬 폭탄의 스위치를 들었다.
“어떻게, 터뜨려?”
[지금이 딱 좋겠군. 아아, 여기는 도깨비. 응답하라, ‘전기기사’.] […전기기사, 레디.] [시작해.] [라져.]익숙한 목소리의 여인이 내 응답에 답한 순간, 해그늘 본사 건물 벽에 걸린 스크린이 반짝였다.
“뭐, 뭐야…?”
“저건…결사?”
결사의 문장이 떠오르며, 영상은 어느 장소를 보여주고 있으니.
“저긴….”
[저는 거머리였습니다.]수상할 정도로 평범한 한 청년이 세트장처럼 꾸며진 곳에서, 그는 반팔에 반바지 차림으로 모두의 앞에 얼굴을 드러냈다.
[양심선언 하겠습니다. 모두에게, 황해도 지하에서 일어났던 일을 그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이름도 밝히지 않은 청년의 입에서 튀어나올 말이, 그것도 결사에서 준비한 것으로 추정되는 해킹 영상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댓글 작업으로 월 300을 받았습니다. 그리고…매일 주사기 하나 분량의 피를 뽑아, 월 200만 원을 더 벌었습니다.]“!!”
광장에 있는 모든 이들이 입을 떡 벌린다.
“미친, 내가 해그늘에서 30년 일했는데 월 500인데…!”
그리고 그 분노는, 이어지는 한 마디로.
[실수령.]폭발했다.
노동, 근로, 과업.
언급하기는 싫지만, 노동에는 귀천이 있다.
과거 조선시대에서부터 사농공상을 나누었던 것처럼, 사회는 어떤 직업은 좋게 보고 어떤 직업은 경시한다.
현대도 마찬가지다.
아니, 오히려 더하다.
자본주의가 세상을 이끄는 근본이념이 되어버린 이 시대, 이능력의 시대라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하지만 달라지지 않는 게 있다.
-물가는 오르는데 내 월급은 늘어나지 않는다고!!
개인에게 주어지는 노동과 그 대가.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 아침부터 1~2시간 버스와 지하철에 올라 출근을 하고, 9시가 되기 전에 사무실에 앉아 업무 준비를 하고, 상사에게 욕이란 욕은 전부 받아 가며 6시까지 일하고, 칼퇴라는 걸 언제 해봤는지 기억이 까마득할 정도로 야근은 계속 이어지고.
-김 대리, 오늘 한잔할까?!
야근에 이어, 오늘도 집에 들어가면 마누라가 어쩌니 딸이 어쩌니 술에 취해 일장 연설을 늘어놓는 부장의 주사 들어주기 업무(수당없음).
그렇게 주말만 빼고-어떨 때는 주말까지 근무가 이어지는 때도 있기는 하지만-매일 평일에 최소 9시간은 꼬박꼬박 일한 결과.
-야, 내가 이거 받으려고 이렇게 열심히 일했나.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누구나 그렇다.
나 또한, 과거 독자였던 시절에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지금이야 결사의 간부급 인사로서 활동비 및 품위 유지비 명목으로 엄청난 돈을 받고 있지만, 나도 저 분노하는 시위대의 한 사람과 같은 심정이었던 때가 있었다.
[열 받아서 잠 못 자지. 절대.]나는 이렇게 황금 같은 주말에 광장에 나와서 소리 지르는 것도 내 시간 쪼개가면서 하는 일인데, 다른 놈들은 그걸 가지고 돈을 번다?
“나보고 빨갱이라고 댓글에서 뭐라고 하던 놈들이 다 해그늘 거머리 놈들이었구나! 이 더러운 놈들!!”
“이야, 지옥 같다! 누구는 스트레스로 탈모 와서 탈모 치료에만 50만 원 넘게 꼬박꼬박 처박고 있는데, 누구는 앉은 자리에서 500만 원 따박따박 받아 가는 게 말이나 되냐!!”
500.
사회에서 근로자로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엄청난 액수에 당황스럽겠지.
“나는 해그늘에서 맨날 커피 내리면서 200 받는데, 누구는 핏물 빼는 걸로 500이 말이나 되냐고!! 그것도…!”
“실수령이 말이 되냐, 이 자식들아ㅡㅡㅡ!!”
아비규환이 따로 없다.
그럴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세상.
사람들이 가장 돈 아깝다고 생각하고, 가장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기 지갑에서 빠져나가는 ‘세금’이다.
사회를 구성하는, 국가를 구성하는 근본이 세금이라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지만, 그 세금은 저기 돈 많은 사람들이 좀 많이 내고 나한테서는 좀 적게 뜯어갔으면 하는 게 인간 심리다.
‘잘 알지.’
언제 받을지도 모르는데 무조건 내야 하는 국민연금이라거나, 병원에 잘 가지도 않는데 매달 빠져나가는 건강보험이라거나, 장기 요양보험료라거나 지방교육세 같은 것들이 월급명세서에 박혀있는 걸 보면 내 노동의 대가가 그만큼 뜯기는 기분이 드는 게 인지상정.
기분이 안 좋아도, 세금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나가니까 그나마 괜찮다.
그러나 그런 게 아니라면?
“세금 떼고 월 500이면, 젠장, 거머리들 연봉이 무슨 8, 9000 정도 되는 거냐ㅡㅡㅡ!”
“떡값이랑 수당 더 추가하면 최소한 연봉 1억은 되겠다, 미친! 아오, 내 피부터 빼가라!!”
사람들의 분노가 해그늘 본사 천장까지 닿는다.
그 분노가 끓는 건 해그늘 본사 내부에서도 마찬가지일 터.
-여기는 전기기사.
파지직.
내 연락용 태극워치에 문자 하나가 도착했다.
-현재 해그늘 본사 경호실 내분 발생. 우리도 저기 같이 가야 하는 거 아니냐고 분쟁 발생.
[해그늘 본사 직원이어도 화가 날 텐데, 외주업체라면 당연히 화가 나지.]해그늘의 악행(?)에 분노하는 건 해그늘 외부 사람들뿐만이 아니다.
해그늘 내부.
해그늘 본사의 소위 ‘높으신 분들’에게 온갖 스트레스를 받아 가며 일하는 사람들.
그들 또한 실수령 500이라는 말에 들끓을 수밖에 없다.
해그늘 본사 안에서 일하든, 해그늘의 사원증을 가지고 있든, 전부 마찬가지.
그러다 보니, 외부에서 해그늘을 향한 분노를 막는 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바로 지금처럼.
“갑시다ㅡㅡ! 도저히 참을 수 없소!!”
“최호정 나와ㅡㅡ!! 설명해!!”
“리모델링 할 때마다 가맹점주한테서 돈 뜯어 가는 걸로 거머리들 월급 주고 있었냐ㅡㅡ!!”
분노에 찬 군중이 해그늘 본사를 향한다.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하여 전경들이 시위대의 길을 막고 있지만, 전경 개개인들의 표정은 가히 좋지 않았다.
본인들마저도 함께 시위에 참여하고 싶어질 정도겠지.
하지만.
‘유혈사태는 사양이라고.’
우리가 원하는 건 해그늘을 향해 목에 핏대 세우고 해그늘을 규탄하는 것이지, 무슨 아메리카에서 이전에 있었던 폭동이 아니다.
폭동을 빙자한 방화, 약탈은 빌런 행위.
결사가 원하는 것은 해그늘을 향한 여론의 악화와 차가운 분노지, 이 나라의 붕괴가 아니다.
설령 해그늘이 이 나라 전체를 엿 먹일 자폭 스위치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구구구구.
해그늘 본사에서 수상한 검은 양복들이 튀어나왔다.
본사의 앞을 가로막은 이들은 저마다 수상한 삼단봉을 움켜쥐고 있었고, 검게 칠해진 삼단봉의 안쪽은 구릿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저것들 뭐야!!”
파아앗.
삼단봉의 내부에서 푸른 빛이 반짝인다.
그것은 LED 빛과는 확연히 다른, 분명한 ‘마력의 빛’.
“저, 저…!”
이능력자다.
해그늘에 고용된 이능력자 중에는 처형부대와 달리, 히어로로 등록은 되어 있지만 해그늘에서 주로 일하는 자들이 있다.
“크, 크윽….”
그들이 나타나자마자 시위대는 치켜든 주먹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고작 스무 명 남짓 나왔을 뿐이나, 저 선글라스에 검은 양복 이능력자들은 시위대가 수천이든 수만이든 모두 ‘제압’할 능력을 갖추고 있으므로.
비록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저들은 건물 앞에 선 최신식 탱크와도 같다.
저것 또한 자본주의의 힘이겠지.
무력.
저기 중국이 5조나 되는 돈을 S급 히어로 한 명을 전속 고용하는 데 썼던 것처럼, 해그늘도 마찬가지로 돈으로 이능력자를 고용했다.
“비겁하게 이능력자를…!”
충돌 직전, 점차 분노는 사그라든다.
물론 그 분노가 사라지는 건 아니고, 생명의 위협으로 인해 등골이 서늘해져서 그런 것일 뿐.
[명분이 섰군.]평범하게 해그늘의 경비원들이 튀어나왔다면 몰랐겠지.
시위대 중에는 예전에 운동 좀 하던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경비원으로 들어간 이들과 전화 한 통 거치면 아는 사람도 있었겠지.
하지만 이능력자는 다르다.
해그늘의 입구를 지키는 이들이 E급이든 D급이든, 일반인 중 운동 좀 한 사람이라도 ‘마력’은 이길 수 없다.
그렇다면.
[이능력자가 나서는 수밖에.]-가는 건가요?
[아아.]나는 내 전신을 한 번 쭉 훑었다.
옥상에 있는 배관 스테인리스에 비친 내 모습은 누가 봐도 전형적인 ‘선비’.
[검은색이 아니라 이런 색인 건 좀 곤란하긴 하지만.]소복이라고 부르는, 하얀 옷만 입고 있는 게 조금은 어색하다.
도포라도 있어서 다행이며, 갓이라도 있어서 다행.
그리고 얼굴에 쓰고 있는 가면은 마력으로 만들기는 했지만, 얼굴 전체를 뒤덮고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가면과는 모양이 다르다.
기계적인 모습을 하고 있던 가면과 달리, 저기 하회마을에 가면 여행 기념품으로 팔 것 같은 나무로 된 가면.
거기에.
[이거면 충분하겠지.]나는 대금을 움켜쥐었다.
저기 국악 공연에서나 볼 법한 물건을 지금 한 손으로 움켜쥐며, 나는 가볍게 손바닥에 대금을 두드렸다.
[어디 보자….]나는 스테인리스에 비친 내 모습을 한 번 더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