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572)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573화(562/668)
가면의 아래, 얼굴이 살짝살짝 보인다.
하관도 가리고 있지만, 가면의 틈으로 눈과 입이 약간 보이는 정도.
빌런 처형인 도깨비였을 때는 얼굴과 머리까지 전부 가리는 형태였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완전히 다르다.
[아아. 여기는 도깨비. 프로젝트 ‘일광건조’를 시작한다.]지금은 결사의 도깨비가 아닌, 민중의 정의봉으로 나설 때니까.
[커튼치고 사는 어둠의 자식들에게, 그림자 뒤에 숨어서 사는 놈들에게 정의의 빛을.]나는 난간에 선 뒤.
[작전, 시작.]결사워치가 드러나지 않게 소매를 팔토시로 덮은 다음, 시위대의 앞에 그대로 착지했다.
쿵ㅡㅡ!
폭음과 함께 착지.
당연히 그 자세는-
‘선비는 무릎을 꿇지 않아.’
한 발로 먼저 땅을 디디고, 도포 자락을 흩날리며 두 발로 해그늘 본사 정문 앞에 선다.
“뭐, 뭐야?!”
“저, 저건…? 선비…?”
누가 봐도 선비다.
하얀 옷을 입고, 손에 대금을 움켜쥐고, 얼굴을 가면으로 가리고 있으니, 어느 누가 봐도 영락없는 선비 그 자체.
새애액!
나를 향해 삼단봉이 날아온다.
파지직거리는 마력과 함께 전격이 튀어나와 나를 바로 제압하려고 한다.
까ㅡㅡ앙!
나는 그런 삼단봉을 휘두르려던 해그늘 요원의 머리를 대금으로 때렸다.
“커헉!”
피는 나지 않지만, 그의 머리를 때리며 크나큰 파공성이 일어난다.
일격.
비록 D급이지만, 이능력자를 단번에 제압한 정체불명의 선비.
“너, 너는 도대체 뭐야!!”
대답은.
“선비탈이다ㅡㅡㅡㅡㅡ!!”
시민들의 말로 대신한다.
그리고 행동은, 오직 하나.
군중의 분노를 이 대금에 담아, 휘두르는 것.
까ㅡㅡㅡㅡ앙!!
나는 해그늘 본사 건물의 정문을 향해, 쓰러진 이능력자를 던졌다.
와장창ㅡㅡㅡ!!
본사 정문의 유리문이 박살남과 동시에, 나는 느긋하게 대금을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정의.]딱.
[집행.]선비탈.
더 해그늘 브레이커.
해그늘 입장에서는 빌런이지만, 모두가 보기에는 정의로운.
사람을 죽이지 않는 도깨비.
불살(不殺) 선비.
[죽이지는 않는다. 죽이지는.]10분 전, 경상북도 청송 인근 모 펜션.
“아주 그냥 난리가 났군.”
지사에서 헬기를 이용해 몰래 빠져나와 청송의 모 산장에 피신한 최호정 회장은 시위대를 보며 입꼬리를 비틀었다.
“나 때는 빨갱이들이 삐라로 사람들을 선동하더니, 이제는 활빈당이니 결사니 뭐니 하는 잡것들이 설쳐대는군. 아, 부인. 그대는 삐라가 뭔지 모르지?”
“…압니다. 역사 시간에 배웠어요.”
최호정의 부인, 양다린은 품에 안은 아이를 토닥이며 70인치 TV 속에 비친 시위대의 분노를 빤히 바라봤다.
“어떻게 하실 거죠? 저들, 보통 화가 난 게 아닌 것 같은데.”
“선동에 넘어간 어리석은 놈들이 화를 내는 거야, 냄비 같은 거니까 적당히 힘으로 찍어누르면 돼.”
“……?”
“저들은 지금 우리가 무슨 말을 하든 듣지 않는 상태다. 분명 저 안에 활빈당원이나 결사의 조직원이 숨어있을걸? 쁘락치가 있는 거지.”
최호정은 연신 혀를 차며 시위대를 가리켰다.
“저거 봐라. 회사원처럼 꾸민 남자도, 애 데리고 나온 임산부도 다 활빈당원이고 결사 놈들이야. 심지어 저기 야당 의원 놈들도 같이 나와 있군. 저기에 진짜로 우리에게 화가 나서 나온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응?”
“…프락치가 있다고 해서, 저 수만 명이 프락치란 말인가요?”
“대충 추산 5만 명이면 200명만 쁘락치를 심어도 선동되기 마련이야. 목소리 큰 200명 정도만 앞장서서 외치면, 진실과 상관없이 우매한 무리와 하나가 되지.”
회장은 시위대를 향해 경멸어린 시선을 보냈다.
“저런 걸 두고 ‘군중심리’라고 하는 거다. 우리 해그늘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을 이용한 다음, 해그늘의 사업에 훼방을 놓으려고 하는 거지. 선동과 날조로.”
“사실이잖아요.”
“사실? 아아, 그래. 저거?”
여전히 해그늘 본사의 외부 디스플레이 광고에는 자신을 ‘거머리’라고 한 남자가 양심선언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
“개소리지. 실수령 500만? 하, 나 최호정이야. 이 나라에서 돈독 오른 인간 중에서 내가 가장 돈독 오른 놈이라고. 그런 내가 저딴 놈들에게 500만 원이나 준다고?”
양다린은 자신도 모르게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부인. 저기 지하에 있는 거머리들 80%가 누군지 알고 있나? 북괴야, 북괴. 북한이 멸망하고 난 뒤에 북에서 내려온 괴뢰 난민들이라고. 월 50만 원만 줘도 이팝에 고깃국 퍼먹는다면서 좋다고 난리 치는 놈들에게 내가 왜 500이나 줘?”
“그러면 저기 실수령 500 받는 사람은 결사가 동원한 연기자인 건가요?”
“…….”
회장은 차를 홀짝이며 목을 축였다.
“…내가 몇 번 당해보니, 아니 처음에 당해보니 결사가 주로 하는 짓이 보이더군.”
“뭔데요?”
양다린은 귀를 쫑긋 세웠다.
“30% 정도만 진실을 드러내고, 드러내지 않은 70% 정도의 진실을 호도하고 거짓으로 바꾸어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거.”
“……지금은 어떤 짓을 한 거죠?”
“부풀렸지. 그것도 엄청. 피 주머니 하나에 월 160으로 굴렸는데, 500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최호정 회장은 적어도 이 부분에 있어서 만큼은, 진심으로 억울하다는 듯 가슴을 두드렸다.
“500만 원 받은 사람들은 본사에서 파견 나간 관리감독관이야. 피주머니들 관리하고, 물건 옮기고, 그들 건강 챙기고, 거기에 ‘거믄머리’를 보조하는 S급 히어로 비서들이었다고!!”
비서라고 하기에는 주어진 업무가 생각보다 과한 게 아닐까 싶었지만, 회장은 계속 가슴을 두드리며 화를 냈다.
“거믄머리 젠로스 되어서 그놈한테 날아간 돈만 해도 지금 2,000억 원인데, 무슨 저딴 재활용도 안 되는 사회의 쓰레기들에게 내가 500만이나 준다고!! 그럴 바에는 헬기에다가 현금 잔뜩 싣고 부산 서면에 뿌려버리고 말지!!”
“…….”
“젠장, 요즘 말로 이걸 ‘개빡친다’라고 하던가? 후우, 김수한무….”
“…….”
양다린은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비틀다가 바로 표정을 굳혔다.
토닥, 토닥.
품에 안은 아이가 양다린의 가슴을 두드렸고, 양다린은 아이의 등을 토닥이며 다시 무표정한 얼굴로 앞을 바라봤다.
“안 되겠군. 이것만은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최호정 회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태극워치를 두드렸다.
“어, 나야. 최 전무. 지금 본사 건물 지하에 있는 팀이 누구 팀이지? 아, 창기네 팀이라고? 올려. 본사로 들어오려는 놈들, 반 죽여도 좋으니까 다 때려 부수라고 전해.”
“회장님!!”
양다린이 급히 몸을 일으키며 소리쳤다.
“그 남자팀은…! 살인자 집단이잖아요!”
“…부인, 아직 그 친구들, 혐의없음이야.”
최호정 회장은 단호한 얼굴로 태극워치의 액정을 엄지로 꾹 눌렀다.
“그냥 해그늘에 고용된 젊은이들이라고. 조금 성향이 폭력적이기는 하지만, 지금 누가 더 폭력적인가?”
TV 속에는 분노에 찬 시민들이 전경을 밀어내며 본사로 다가오고 있었다.
“저건 폭도야, 폭도. 폭도는 당연히 때려죽여야 한다고.”
“…진짜 죽이실 거라면, 차라리 제가 여기에 있는 걸 사람들에게 알리겠어요.”
“하. 부인. 그런 협박은 통하지 않아. 부인이 쓰는 태극워치도 내가 통제하고 있다는 거, 잊었나?”
“……!!”
파지직.
양다린의 태극워치에서 검은 연기가 솟아오른다.
“신고하고 싶으면 어디 직접 나가서 경찰을 불러보라고 하지. 최소한 4km는 내려가면 저기 파출소 나올 거다. 하지만 갈 거라면….”
회장은 양다린이 안고 있는 아이를 가리켰다.
“아이는 두고 가라.”
“…….”
“아이를 데리고 도망치는 즉시, 너는 이 최호정의 아이를 납치한 빌런이 되는 거다. 상황이 지금 이렇다고는 하지만, 너 하나 빌런 만드는 건 일도 아니야. 그러니-”
빠ㅡㅡㅡㅡ악!!
어딘가, 폭발 소리가 울렸다.
폭발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애매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폭음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뭐야…?”
그 소리는 TV에서 나왔고, 곧 본사 앞을 찍는 영상이 줌-인이 되며 누군가를 비춰주고 있으니.
“……활빈당?”
하얀 도포를 휘날리는 남자는 선비탈을 쓰고 있었고, 길이가 1m는 훌쩍 넘는 대금을 아래로 쥐고 있다.
“잠깐, 왜 우리 애가 저기 쓰러져있어…?”
그리고 그의 아래에는 해그늘 본사 경호팀 중 한 명이 눈을 까뒤집고 입을 떡 벌린 채 쓰러져있으니.
“설마, 저 자식…! 또 어떤 빌런 놈이 감히 해그늘을…!!”
와장창ㅡㅡㅡ!!
해그늘 본사 정문의 유리창이 깨진다.
그와 동시에, 정체불명의 선비는 너무나도 느긋한 걸음으로 본사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으, 으으…! 저 선비 놈은 또 뭐야…! 왜 미친놈들은 하나 같이 한복에 탈 쓰고 나타나서 저러는 건데!!”
회장은 급히 태극워치를 다시 두드렸다.
“야!! 저 새끼 막아!! 생중계고 나발이고, 지금 해그늘 본사가 테러를 당했잖아! 히어로 협회에 사람 불러서 A급이든 S급이든 오라고 전해!! 당장!! …뭐?”
회장은 창백해진 얼굴로 입을 벌린 채 그대로 굳었다.
“황해도에서 거머리들을 관리하느라 협회장이 올 수 없…아, 미친!! S급 한 명도 없어?! 부산에 어떻게 한 명도 없…아니, 있잖아! 백설희-”
뚝.
“…는, 젠장, 하아, A급이든 누구든 일단 저 미친 선비 놈을 제압할 수 있는 사람 보내라고 해! 어떻게든! 저놈이 본사에 무슨 짓을 저지르려고 하는지 모르지만, 일단 막아!!”
회장은 그저 태극워치에 대고 소리를 지를 뿐이었다.
“…….”
양다린은 아이를 안은 채, 묵묵히 TV 속 선비의 움직임을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저건 예언에…. 씁.”
양다린은 고개를 갸웃거리다, 아이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
아이는, 그저 멍한 얼굴로 TV를 바라볼 뿐.
“왜 선비탈…?”
“얼굴 좀 보자, 이 더러운 빌런 놈아!!”
해그늘 경호팀이 달려든다.
어떻게든 내 가면을 벗기려고 삼단봉 전기충격기를 휘두르지만, 나는 그걸 가볍게 피하며 대금을 놈의 뒤통수에 후려갈겼다.
‘얼굴 다 가리려고 선비탈로 골랐는데 무슨.’
탈, 그러니까 하회탈은 종류가 다양하다.
그중에는 양반도 있고 중도 있지만, 가장 유명한 건 아무래도 ‘각시탈’이겠지.
‘하관이 드러나는 것까지는 좀 그러니까.’
아직은 때가 아니다.
CCTV가 없는 세상이라면 모를까, 지금 내가 해그늘 경호팀을 대금으로 뚝배기 브레이크를 하는 장면도 전 세계에 생중계되고 있는데 하관을 드러낼 수는 없다.
하관을 드러낼 때가 온다면, 좀 더 떡밥이 무르익었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