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577)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578화(567/668)
그 황금색은 일반적인 금색보다 좀 더 짙은, 마치 ‘도금’을 한 것 같은 금색.
“멤버십을 흑우 취급하는 네놈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
[!!]도께비의 팔에서 마나가 폭발한다.
두 주먹을 앞으로 뻗으며, 그 마력 폭발이 그대로 내 명치를 향해 날아온다.
[칫.]대금을 수직으로 세우며 위아래로 붙잡는다.
피하기에는 늦어, 최대한 대금을 도께비가 날린 일격을 향해 각도를 맞춘다.
카ㅡㅡㅡㅡ앙!!
[!!]대금으로 전해지는 엄청난 충격.
허공을 향해 날린 주먹에는 엄청난 힘이 담겨있었고, 나는 순간적으로 대금을 놓칠 뻔했다.
[크윽!]몸이 뒤로 날아간다.
발끝에 마나를 불어넣어 허공을 디디며, 무너지는 자세를 바로잡으며 몸을 빙글빙글 돌린다.
푸ㅡ욱.
대리석 바닥에 대금의 끝을 찔러넣으며, 그걸 지지대 삼아 바닥에 착지한다.
파르르르.
어찌나 충격이 컸는지, 대금은 땅에 박히고 내가 손으로 붙잡고 있는데도 가운데가 떨릴 정도.
마치 폭발할 듯 말듯 떨리고 있었지만, 나는 대금의 손잡이를 최대한 강하게 움켜쥐며 터질 것 같은 마나를 억누르고 잠재웠다.
[동해물과, 백두산이.]고오오….
애국가의 첫 소절을 읊자마자 바로 대금이 진정된다.
동시에 회장실을 뒤덮었던 마나의 폭연이 가라앉고, 그 사이로 도께비가 손을 털며 걸어오고 있다.
“마르고 닳도록, 맞아볼 생각인가? 약하군.”
[과연. 그래도 나름 S급은 된다는 건가?]“약하게 공격을 날렸을 뿐이다. 내가 진심으로 펀치를 날렸으면, 네 그 하얀 도포에는 붉은 꽃이 피었을 테지.”
승리를 직감한 걸까.
“네 심장이 터져, 가슴에 뻥 뚫린 구멍에서 퍼지는 붉은 핏빛 꽃이 말이야.”
도께비는 입꼬리를 비틀었다.
언제 또 그런 장치를 만들어 둔 건지, 가면의 하관 부분은 사라진 채 입술과 턱 아래가 그대로 노출되었다.
“끝이다. 선비탈. 해그늘의 도께비를 넘어서지 못한 너는 이 자리에서 죽는다.”
[내가 쓰러져 죽는다고 해도, 네가 무사할 것 같나?]나는 대금을 바닥에서 뽑아 한 번 크게 옆으로 휘둘렀다.
[도깨비를 따라 하는 가짜가.]흙먼지를 털어내며, 마력을 가다듬는다.
“뭐, 내가 도깨비를 흉내 냈다는 건 인정하지. 솔직히 말해서 도깨비처럼 행동한다면, 세상이 ‘도깨비 리턴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도께비는 한 손을 쥐락펴락하며, 회장실의 벽을 향해 다가갔다.
“내가 이런 도구를 쓰는 걸 좋아했다면 말이지.”
[……회장이라는 사람들은 회장실에 모두 7번 아이언을 비치해두는 건가?]“골프를 하나도 모르나 보군. 평소에 골프는 잘 안 치나 보지? 이건 7번이 아니라, 3번 아이언이다.”
[그런가.]관심 분야가 아닌 건 찾아보는 게 아닌 이상, 자세히 모른다.
만일 우리 간부 중 누군가가 골프를 좋아했다면 내가 옆에서 캐디를 서기 위해서라도 공부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우리 간부나 내 지인들은 골프는 선호하지 않는다.
[미안하지만 나는 골프보다는 매타작을 더 선호해서 말이지.]“선비라고 컨셉 잡는 건가? 아니, 애초에 매타작은-”
[도깨비의 전문이지. 그리고 나는 그걸 이걸로 하고.]대금을 수직으로 세우며, 양손으로 움켜쥔다.
대금이 아니라 마치 대검을 휘두를 기세로, 자세를 잡고 대금에 흐르는 마력을 정제한다.
[그거 알고 있나? 도깨비가 방망이를 주로 사용한 이유는, 그가 타자 출신이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걸.]“타자…. 뭐, 도깨비가 야구 선수라도 된다는 말인가?”
[대학 야구 동아리 특급 타자였을지도 모르지. 거지같이 못하는 수비수들, 한 줄 세워놓고 줄빠따 때리고 싶었던 욕구를 빌런들 매타작하는 걸로 푸는 걸지도 모르고.]“별 이상한 소리를 하는군. 그런 걸 보면, 너도 도깨비를 참 많이 공부했다는 생각이 들어.”
도께비가 입꼬리를 비틀며, 내 대금을 가리켰다.
“헛소리하는 척하면서 무기에 마나를 모아 일격을 준비한다. 도깨비가 가장 잘하는 행동이지. 아아, 인정한다. 현재 가장 도깨비에 가까운 가짜 중의 가짜로서, 너 또한 나름 ‘짝퉁 도깨비 선비’라고 해도 될 정도로 잘 공부한 녀석이다.”
[…….]“하지만 내게는 미치지 못해. 너라면 알고 있겠지? 도깨비는 상대가 궁극기를 준비하든 뭐든 봐주지 않아. 오히려 기술을 준비하기 전에 찌르지.”
화르륵.
“하지만 지금처럼 상대가 기술을 쓰려고 한다는 걸 알면서도 가만히 있을 때는.”
도께비의 오른쪽 발끝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상대가 무슨 짓을 하든, 그걸 충분히 대처할 수 있으므로 여유를 부리는 것이다. 아니, 여유가 아니지. 이것은-”
[강자의 특권.]“그렇지.”
화르륵ㅡㅡ!!
“인정하마. 너는 나 다음가는 도깨비 파쿠리스트다. 만일 내가 해그늘에 고용되지 않았다면, 해그늘에 고용된 도깨비는 네가 되었을 것이다.”
[안타깝지만 해그늘에서 주는 돈보다 이쪽에서 주는 돈이 더 많아서.]“호오, 그건 제법 끌리는데. 얼마나 받지?”
[글쎄. 만일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최소 1억 달러는 통장에 꽂힐걸.]해그늘 붕괴 수당.
비록 박멸은 아니지만, 이번 일이 해그늘 붕괴의 시발점이 된다면 최소한 그 정도 수당은 받지 않을까.
“…병신인가.”
처음으로, 도께비가 아닌 빌런 ‘파쿠리’가 입을 열었다.
“1억인 건 차치하고, 달러라고? 내가 사람을 잘못 봤군. 엔화도 위안화도 아닌 달러? 머저리 같은 놈. 이 세상에서 짐바브웨 달러 다음으로 가장 가치 없는 통화가 달러다. 그런 것도 모르나?”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군.]아무리 환율이 개판이 되었다고 하지만.
아무리 달러화가 점점 더 값이 하락하고 있다고 하지만.
[도깨비는 미래 가치를 위해 투자하는 자. 설마 내가 그런 것도 모르고 달러를 비축하고 있을 것 같나?]“……?”
[형이 너 나름대로 공부 열심히 해서 하는 말인데, 너 감옥 들어가기 전에 가지고 있는 원화, 전부 달러화로 바꿔라.]지금이, 발목이고.
[월드컵, 아메리카가 우승하면 그때는 사고 싶어도 살 수 없을 테니.]내년이 되면, 달러는 두 배가 뛰게 될 것이니.
[세계의 중심이 바뀌게 될 거다. 더 이상 이 나라는 세계의 중심이 아니게 될 테니.]“뭐라고?”
[네가 도깨비를 파쿠리했으니까 하는 말인데.]세계의 중심은.
[도깨비는 오사카에서 폭사한 게 아니다. 도깨비는 하늘나라로 간 게 아니라, 미국으로 갔다고.]도깨비가 선택한 곳.
결사에 있다.
대격변 이후.
달러는 멸망했다.
운석이 동해에 떨어져 대한민국이 세계의 중심이 된 이후, 달러는 한때 1달러 600원 선까지 내려갔을 정도로 이 세계의 달러는 바닥을 쳤다.
이 세계를 기준으로 하여, 2024년에도 800원 선이었다.
그나마 2025년에 이르러 간신히 1,000원 즈음을 복구할 수 있었던 건, 미국이 아닌 ‘아메리카 연방’의 기축통화가 달러였기 때문.
즉,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전체가 경제공동체가 되어 결사의 백업을 받고 나서야 간신히 1달러당 1천 원 선을 복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래는 달라질 것이다.
곧 세상은 바뀔 것이다.
세계의 중심이라는 단어가 점차 한국에서 아메리카로 넘어가면서, 원화와 달러화의 각축전이 펼쳐지겠지.
그러면서 동시에 달러화의 가치는 올라갈 것이다.
당장은.
‘결사에서도 세계의 중심을 아메리카 쪽으로 완전히 넘겨버릴 생각은 없으니까.’
운석은 한반도 옆에 떨어졌다.
한반도라는 땅에 뿌리를 박아버린 ‘환의 의지’를 뿌리 뽑지 않는 한, 여전히 세계는 한국을 중심축으로 돌아가게 할 것이다.
강제로 축을 비틀어놓았다고 해도, 결국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려는 항상성 때문에 세계의 중심은 한국으로 돌아가겠지.
아메리카가 세계를 지배하면, 한국에서 분명 ‘한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위대한 영웅이 태어나리라.
그건 우리 결사가 바라는 일이 아니다.
결사가 바라는 일은 혼란과 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계지.
그걸 위해서 한국에 기생하고 있는 암 덩어리를 제거해야 한다.
수술은 고통을 수반한다.
피를 흘리게 하고, 세포를 죽이고, 이미 오염된 부분도 절제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원화가 떡락을 한다거나, 코스피와 코스닥이 내려앉는다거나, 부동산에 끼어있던 거품이 빠지고 폭락장이 이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누군가는 ‘경제위기를 초래한 경제 사범’이라고 결사를 향해 손가락질하겠지만, 나는 감히 이 과정을 이렇게 표현하리라.
[국뽕에 취했으면, 이제는 정신 차려야지.]“!!”
도께비가 당황한다.
원화를 달러화로 바꿔놓으라는 내 말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내 대금에서 반짝이는 마나 때문에 당황했다.
“어, 어떻게…?!”
[도깨비 특. 어차피 기절해서 쓰러져서 리타이어될, 다른 이들에게 정보 퍼뜨릴 것 같지 않은 자에게는 마음껏 정보를 퍼 줌.]“!!”
[즉, 내가 네게 이 대금의 비밀을 알려준다는 건.]“나를…젠로스라도 시키겠다는 건가ㅡㅡ!!”
도께비가 분노를 터뜨리며 내게 달려온다.
“이 가짜 자식이!”
[도깨비는 상대가 기술 쓰는 중에 공격하지 않아.]“닥쳐!”
[그리고 이렇게 달려든다면.]나는 가볍게, 아주 가볍게 대금을 휘둘렀다.
[기술 시전 중에 공격하는 자를 대처하는 방법도 전부 준비해뒀지.]파ㅡ앙!
소리가 울린다.
도께비가 휘두르는 주먹과 대금이 맞부딪쳤으나, 그 소리는 이전과 확연히 달랐다.
“뭐, 뭣…?!”
어처구니없는 소리.
아마 믿기지 않을 것이다.
콘크리트 건물에 구멍을 뚫을 수 있는 주먹으로 대금을 때렸는데, 무슨 ‘침대를 주먹으로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무, 무슨 짓을 한 거냐!!”
[시대는 이제 이능력으로만 싸우는 시대가 아니다, 짝퉁.]“뭐, 뭣…?!”
[너는 도깨비를 따라 하기 위해 도깨비처럼 속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렸겠지만, 시대가 변했다.]내가 변하게 만들었다.
[‘인챈트’라고, 알고 있나?]“그건-”
[요즘 시대는 말이지, 그냥 마나 흐르는 장비만 거기 팔에 휘감은 것처럼 착용하는 게 아니라.]대금에서 푸른 마나가, ‘도께비의 마나’가 반짝이기 시작했다.
[장비에도 이능력을 담는 시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