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580)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581화(570/668)
진동이 울린다.
TV 스피커에서도 울리고, 땅에서도 울린다.
애애애앵.
동시에 태극워치가 시끄럽게 울린다.
‘삑ㅡ 삑ㅡ’거리는 소리는 평소에는 듣기 힘든 재난 안전 경보.
[부산 연제구, 진도 3.2 지진 발생.]“지진이라, 허허. 폭탄이 터진 건가. 기어이 지하에 폭탄을 가져와서 터뜨렸군그래.”
“……당신.”
양다린은 창백해진 얼굴로 뒷걸음질 쳤다.
“저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는지 알고나 있어요?”
“음?”
“미쳤어, 완전히…. 미쳤다고!”
“음, 어처구니없군.”
회장은 턱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비릿하게 웃었다.
“다 알고 결혼한 거 아닌가?”
“뭣….”
“모든 걸 다 알면서 결혼했고, 알고 나서도 침묵했지. 뭐, 그대가 만일 히어로 병이 발병해서 해그늘 건물 지하에 폭탄이 있었다거나 그런 비슷한 말을 하는 순간….”
회장은 양다린이 안은 아이를 가리키며, 활짝 웃었다.
“그대와 내가 그 아이를 만들기 위해 함께 애국가를 불렀던 영상이 전 세계에 올라갈 거야.”
“!!”
“어떻게, 자신 있나? 양다린. 왜? 악마가 될 것 같나?”
회장은 느긋한 걸음으로 양다린에게 다가갔다.
“악마, 해봐. 나를 죽이고, 어디 한번 악마가 되어보라고. 법정 후견인이 죽었으니, 이 아이는 고아가 되겠군.”
“다, 당신….”
“대한민국 최고의 쓰레기 최호정, 그리고 악마가 되어 이름마저 빼앗긴 여자의 C급 자식. 그래도 나름 C급이라고 국가에서 챙겨는 주겠지만, 어디 제대로 자랄 수는 있을까?”
“…….”
“애미애비 없이 자라는 고아로 만들고 싶으면, 어디 얼마든지 배신해봐.”
양다린은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다, 당신은…. 악마보다 더 한….”
“인간이지.”
회장은 아무렇지 않게, 양다린의 눈앞에서 버튼을 딸칵거렸다.
“나는 그저 남들보다 돈 욕심이 더 큰 사람일 뿐이라고? …그런데 왜 이렇게 안 터져?”
딸칵, 딸칵, 딸칵.
“이놈들, 설마 이것까지….”
콰ㅡㅡㅡ앙!!
폭음과 함께, TV 영상이 흙먼지로 뒤덮인다.
어, 어어, 저거 점점 기우는 것 같은….
으아악!! 건물 무너진다!!
피해!! 폭발한다!!
“이거지.”
회장은 손가락을 튕겼다.
“단군 이래, 최대의 테러가 일어났군. 아메리카에서도 일어나지 않은 테러가.”
폭연 속에서도 도망치지 않고 건물을 촬영하는 카메라맨 덕분에, 전 국민-아니 전 세계가 수십 층짜리 건물이 무너지는 걸 실시간으로 보고 있다.
“내일이면 신문 1면에 대서특필되겠어. 선비탈이라는 놈이 테러를 일으킨 거. 그런데 말이야.”
회장은 테이블에 놓인 유리잔을 들었다.
“그 뒤에는 ‘해그늘 본사 붕괴’라는 말이 붙을까, 아니면 ‘몇 명 사망’이라는 말이 붙을까?”
“…….”
“또, 또 태극워치에 손 올라간다. 뭐? 부산에서 수천이 죽든 수만이 죽든, 그게 뭐 문제라도 되나? 우리 해그늘의 소비자가 아니라, 해그늘에 불만을 가진 블랙컨슈머가 테러에 휘말려 죽는 건데.”
양다린이 아이를 꼭 감싸 안는다.
아이의 귀를 옷과 팔로 안으며, 벌벌 떨리는 얼굴로 몸을 일으킨다.
“쓰레기….”
“허허, 나는 그저 테러의 피해자일 뿐이야. 그리고 동시에, 대한민국의 혼란을 잠재울 힘을 가진 사람이지.”
-어, 어어?!
카메라에 도망치는 이들의 경악한 목소리가 들린다.
-저, 저거 넘어가는 방향이…?
“지을 때부터, 설계가 참 잘 됐어.”
호록.
“도미노, 혹시 좋아하나?”
무너지는 건물의 방향에는 또다른 고층 건물이 있으며.
“그러길래 정부청사는 얌전히 저기 주변에 뭐 없는 곳에다가 지었어야지. 우리가 헐값에 판다고 한 곳에. 쯧쯧.”
건물의 이어지는 끝에는, 누구나 아는 곳이 하나 있었다.
“살다 살다 이런 걸 다 보는군.”
구구구구.
진동이 크게 울린다.
약 5km 정도 떨어진 곳이지만, 수십 층 건물이 무너지며 흔들리는 진동은 부산 전체를 뒤흔든다.
“세상에.”
“대통령님!!”
비서관들이 경악하며 창문 밖을 가리킨다.
“대피하셔야 합니다!! 지금 당장!”
“어디로?”
“어디든!! 아, 진짜!!”
혼란에 빠진 비서관들은 머리를 쥐어뜯었다.
“해그늘 본사 무너지면, 건물 연달아 무너지면서 여기까지 온다고요!!”
“아, 그런가.”
태채진 대통령은 느긋한 목소리로, 집무실 의자에 몸을 그대로 뉘었다.
“무너지면, 여기가 내 무덤이 되겠군.”
“대통령님!!”
“그래, 나 대통령이네. 귀 안 먹었으니, 몇 번이고 안 불러도 되네.”
“으, 으아아!!”
비서관 한 명이 비명을 지르며 밖으로 뛰쳐나갔다.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한 명이 빠져나가자, 다른 비서관들은 그가 열어젖힌 문과 대통령을 번갈아보며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국가재난 사태에 제일 먼저 도망을 가다니. 저놈, 일 끝나면 잘라야겠어.”
“…그.”
비서관 한 명이 침을 꿀꺽 삼키며 앞으로 나섰다.
“그, 뭔가 대책이 있으신 거죠? 그렇죠?”
“대책?”
“그, 그게 아니라면….”
“거, 해그늘일보에서 맨날 떠드는 게 그거 아닌가. 이순신 장군이 전장에서 돌아가셨던 것처럼, 국가 원수는 설령 죽음의 위협 앞에서도 의연히 자리를 떠나지 않아야 한다며.”
“아니, 그건 그놈들이 억지고 깎아내리려고 하는 거고요!”
“나 참….”
대통령은 비서관들을 보며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내가 제일 걱정인 건 혹시나 저 건물이 마저 쓰러지다가 사람이 죽는 게 아닐까 하는 건데, 자네들은 저 건물이 연달아 무너지면서 이 정부청사를 습격하는 걸 걱정하고 있군.”
“당연히-”
“당연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네. 이게 무슨 재난 테러 영화도 아니고.”
콰ㅡㅡㅡㅡ앙!!
폭음이 더 크게 울린다.
집무실 창틀에 올려진 화분이 진동을 이기지 못해 바닥에 떨어져 깨진다.
“아.”
대통령이 인상을 찌푸렸다.
“이린이가 선물로 준 건데.”
“……왜 그렇게 평온하신-”
“그야 당연히.”
대통령은 자신의 왼손을 위로 들었다.
“이미, 필요한 조치는 다 해놨으니까.”
그의 손목에 있는 태극워치의 액정은 흰색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여기, 서울 아니고 부산이야. 이 사람들아.”
기어이 폭발했다.
해그늘 지하, 건물이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H빔에 함께 들어간 물건들이 일제히 폭발했다.
[죽었으려나.]회장실의 바닥이 기울어진다.
점차 경사가 지고, 소파가 아래로 서서히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폭발은 그냥 일어난 게 아니다.
아마도 이중 삼중으로 안전장치 아닌 안전장치를 해놨으니, 본사를 지탱하는 기둥의 안팎으로 다 터졌겠지.
안에서는 구시대의 물리적 화약이.
밖에서는 대격변 시대의 이능력 화약이.
[목숨이랑 바꾼 건지, 아니면 사기를 당한 건지.]영영 알 수 없겠지.
아마도 죽었을 테니.
[어쩐다.]건물은 무너진다.
영화에서는 이렇게 건물이 무너져도 건물바닥을 슬라이딩하여 미군과 함께 ‘무조건’ 살아남는 주인공을 주로 비춰주지만, 그 재난 속에서 당연히 현실의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죽어 나간다.
으아아악ㅡㅡㅡㅡ!!
진동보다도 더 거칠게 울리는 비명.
죽음의 공포가 짙은 현장, 나는 느긋하게 기울어지는 회장실의 가운데에서 결사워치를 두드렸다.
-저거 선비탈이 저지른 거다ㅡㅡ!!
[아직도 거머리가 있군.]닉, 기억했다.
[아아, 주모. 여기는 도깨비. 지금 실시간 영상에서 선비탈이 일으킨 테러라고 한 놈들, IP 추적 부탁한다.]-저기.
구구구구.
-사람들 다 죽으면, 해그늘 상조 매출 올려주는 상황이잖아. 설마…그런 건 아니지?
[물론.]죽은 사람마저도 돈으로 보는 해그늘에게 어찌 한 푼이라도 주겠는가.
[이 건물은 부산의 랜드마크가 될 거다.]피사의 사탑이 아닌, 연제의 사탑이 되겠지.
아니.
연제의, ‘빙’탑.
[왔군.]한순간.
눈을 깜빡인 사이.
[…각도 한 번 예술인데.]겨울이 왔다.
[…왜 익숙한 각도지.]새삼스럽지만, 이 세상은 이능력의 시대다.
평양에서 핵폭탄이 터져서 북한이 멸망했음에도, 이능력의 힘으로 극복한 세상이다.
그런 시대에, 구시대의 유물 같은 사람이 이능력도 아닌 방식으로 일으키는 테러를 이능력자가 막지 못할 리가 없다.